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81)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카메라 너머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낯선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헉……!”
“봤어!”
그리고 사진을 찍은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다.
‘…뭐야?’
도합 세 명이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히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더욱 신이 난 기색이었다.
“유하야!”
내 이름을 소리치는 것에 납골당 안쪽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 소란에 자연히 얼굴이 굳어졌다.
‘여기서 나가야 해.’
판단은 빨랐다. 나는 입을 여는 대신 빠르게 모자를 눌러쓰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를 택했다.
발걸음을 빨리해 납골당을 나서는 동안에도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유하야!”
“원유하!”
“야!”
나는 납골당을 완전히 벗어나 외부로 나온 후 빠르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세 명은 계속해서 뒤를 쫓아왔다.
‘…젠장.’
한적한 곳에 위치한 탓에 납골당 주위에는 택시조차 없었다. 빠르게 휴대폰을 들어 택시를 부르는데.
“사람 무시하지 말고~. 팬들 무시하면 어떡해.”
“뭐가 그렇게 바빠?”
어느새 따라잡혀, 나는 세 명과 마주하고 설 수밖에 없었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겨우 한 사람 정도의 거리만을 남기고 세 명이 바짝 붙어 와,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세 명은 물러설 낌새가 보이지 않았고, 내가 거리를 벌리는 만큼 다가왔다.
이제는 거의 내게 손을 뻗을 기세였기에 나는 경고와 제지를 위해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사진은 지워 주세요.”
그리고.
“말했어!”
“아, 목소리 개 좋네.”
“마스크 내리면 안 돼? 여름인데 안 더워?”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
“…….”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보다는 그저 내가 말을 했단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듯한 태도에 잠시 아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결국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 내게 들이밀고 있는 카메라 때문이었다.
“…사진, 삭제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러 온 거라 되도록 사진이 찍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세 명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듯했지만.
“싫은데?”
“지워 주면 뭐 할 거야? 같이 사진 찍어 줘?”
“개인 사진 찍어 주면 지워 준다고 해. 씨X, 오늘 계 탔다.”
“오늘 여긴 왜 왔어? 누구 죽었어?”
끝내 또 한 번 답 없는 반응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무례를 넘어선 무신경함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난 생에도 사생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는 회사로부터 허술하나마 보호를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그 어떤 보호도 없는 채로, 나를 사람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깔깔대는 세 명의 얼굴을 보며 나는 대화를 할 의지를 완전히 접어 버렸다. 이건 대화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더 자극하게 된다. 피하는 게 상책이야.’
사진은 지우지 못했지만, 여기서는 더 뭔가를 잡히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때마침 휴대폰으로 부른 택시가 눈앞에 도착해, 나는 다급히 택시의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덥석!
“야, 어디 가!”
“사진 삭제해 줄 테니까 우리랑…….”
“이거 놓……!”
순간적으로 소매를 잡혀, 나는 손을 떼어 내려 했다.
“악!”
“……!”
그때 순간적으로 나를 따라 도로로 내려서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내가 뻗은 팔에 맞아 바닥으로 넘어져,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 씨X, 피 나잖아!”
인도 쪽으로 넘어지면서 손이 긁혔는지 사생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택시에 올라타 문을 잠갔다.
쾅!
“어디 가!”
“원유하!”
“…출발해 주세요.”
사생들이 창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말했다. 택시 기사는 눈치를 보다가 내 말에 따라 빠르게 차를 몰았다.
움직이는 택시가 납골당과 멀어지는 동안, 세 명은 달려서 택시를 쫓기라도 할 것처럼 한동안 뒤를 따라왔다. 그러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금방 포기해 버렸지만.
“…….”
납골당이 완전히 멀어진 이후에야 나는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피로감과 머리를 울리는 두통에 잠시 머리를 짚었다.
‘…안일했다.’
직후, 복잡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X됐다는 감각뿐이었다.
부모님의 기일이랍시고 납골당을 찾아간 게 잘못이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였다. 생방을 앞두고 있는 데다 연습생들에게 하나둘 사생이 붙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생각이 짧았다.
‘…백이현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깐 어떻게 됐었나.’
[디어돌>이 현재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멍청하게 굴다니. 내 스스로의 한심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게다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오늘 있었던 일은 그냥 이대로 묻히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내 행적이나 말, 행동 같은 것들이 커뮤니티에 떠돌 거라는 건 차치하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거긴 부모님이 있어.’
내가 사진을 찍힌 곳이 부모님이 계신 납골당이라는 점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찍은 내 사진은 함과 함께 자리해 있었고, 사진들 속의 나는 아직 어린 모습이기는 해도 충분히 나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는 이목구비가 드러나 있었다.
적어도 사진을 치우거나 꽃 같은 것으로라도 가려 두었어야 했는데, 이름이 불린 순간 자리를 벗어나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빌미를 주고 만 거다.
“…하.”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자리를 피하는 것밖에 없었다. 무력으로 카메라를 빼앗는다면 더 큰 사달이 날 테고, 그들이 내 요구대로 사진을 지워 줄 리도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빼앗았어야 한다는, 그 안에 있는 사진을 지웠어야 한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 일이 절대 그냥 끝나진 않을 거란 걸.
* * *
그날의 고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국 찝찝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이후, 날 기다리고 있던 건.
[너희 센터 바꿀 생각은 없어?]예정된 악편이었다.
[그런 애가 센터가 되면 너희 팀 망해, 그래도 괜찮겠어?]리오의 촌철살인은 아주 자극적으로 영상에 담겼다. 긴장감 넘치는 BGM과 함께 서로 눈치를 보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현진이 지금 센터 설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결정은 너희 몫인데, 현명하게 생각해.]그 말을 끝으로 카메라는 팀원 전체를 비추던 것에서 포커스를 돌려 잠시 두 명의 연습생을 클로즈업했다. 강현진을 힐끔 바라보는 나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린 강현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들.
「중간 평가 때 혹평을 들었는데.」
[걱정돼요, 진짜 걱정 많이 돼요. 하…….] […같이 열심히 해 봐야죠.] [현진이 형 잘하는 사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지친 것 같아요.]눈치를 보는 듯한 연습생들의 말 이후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나였다.
[현진이 형의 컨디션이 나쁜 건 사실이에요.]조금 더 단호한 목소리로 화면 속의 나는 잘라 말하듯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직후 이렇게 덧붙였다.
[형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게.]‘저걸 저렇게 쓰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 인터뷰를 어디에서 따 온 것인지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저 대답이 도출된 질문은 분명 강현진의 안무 창작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포인트 안무 창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분명 강현진의 실력을 칭찬하는 답변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칭찬도 저렇게 쓸 수 있군.’
내가 새삼스럽게 깨달음을 얻는 동안, 이후의 영상은 바로 숏 폼 촬영 현장으로 이어졌다.
화면에 비친 팀원들은 각자 중간 평가 때와는 달리 좀 더 멀끔한 모습들이었지만, 차림새와 달리 표정이나 분위기는 중간 평가를 하던 때보다 더욱 나빠 보였다.
그리고.
[우리 센터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예상했던 장면은 곧 아주 제대로 터졌다.
화면 속에서 강현진은 수척한 얼굴로 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몇 번이나 이어진 숏 폼 촬영이 계속해서 실패하자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는 팀원들의 모습이 짧게 스쳐 지나갔고, 마침내 내가 그렇게 말을 꺼내며 상황은 또 한 번 악화되었다.
[내가, 내가 다시 한번 해 볼게. 할 수 있어.]내 말에 이어 뱉어진 애원과.
[형, 지금 여유 없잖아요.]거기에 덧붙여진 내 말.
[각자 숏 폼 촬영에서 센터를 맡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을 투표로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각자 후보 짚어 주세요.]다시 진행된 투표와.
[그럼 이번 숏 폼의 촬영 센터는 우선 저로 진행하겠습니다.]…만장일치로 뽑혀 버린 나.
「숏 폼 촬영의 센터가 원유하 연습생이 됐는데.」
[…….]마지막으로 인터뷰에서 절망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 버리는 강현진의 모습까지.
제작진들이 내내 벼르고 벼르던 강현진과 나의 갈등 구도는 폭죽이 터지듯 이번 방송에서 빛을 발했다. 누가 봐도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서사가 완성된 것이다.
제작진이 짜 놓은 서사 속에서 우리 둘의 관계도는 아주 명확해 보였다.
‘빌미 하나 잡아서 센터 자리 빼앗으려고 하는 욕심 많은 연습생과 몰락한 천재 정도인가.’
연습하는 동안의 강현진의 모습 또한 함께 전파를 탔기에, 3조의 연습이 수월하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건 시청자들도 알 테지만.
-강현진 개불쌍해
-태도가 어떻게 저렇게 싹 바뀌냐ㅋㅋ 솔직히 소름돋아ㅋㅋ 순위 발표식에서 같이 잘되고 싶다며~~~ 이게 서로 잘되자는 거냐 나 잘되자고 끌어내리자는 거지
-원유하 진짜 쎄하다…. 완전 전형적인 강약약강 아닌가? 강현진 1등일때는 저렇게 못했을 거 아냐 자기 1등에 리더 직함 달았다고 횡포부리는 것 같다
-못 따라오면 버리고 가는 게 리더인가.. 추해
이성과 마음은 다른 법이다.
TV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그게 강현진이라면 몰입도는 더 높을 터였고.
현재 강현진은 무척 특수한 위치에 서 있었다.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 무엇 하나 모자람 없는 천재라는 이미지. 실제가 어찌 되었든 좋은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다는, 귀한 도련님 같은 스토리까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캐릭터가 추락했을 때 더욱 연민하는 법이었다.
제작진은 바로 그렇게 천재의 몰락과 더불어 그걸 기회로 삼아 강현진에게 눈물 서사를 마련해 준 셈이고.
[센터 교체하고 싶은 마음 이해해. 모두 원한다면 내가 빠질게.]강현진의 새로운 캐릭터성은 연습 말미에 더욱 극대화되었다.
완전히 의기소침해진 채 센터를 교체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꺼낸 이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팀원들의 모습이 잠깐 비쳤다.
그 후의 편집은 아주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컷 편집으로 이루어진 강현진의 연습 장면들로 강현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 준 다음, 무대에 선 우리의 모습을 비춘 것이다.
‘DAZZLE’의 인트로가 들려오고 센터의 강현진이 음악에 맞춰 가볍게 고개를 까딱인 후.
「과연 국민괴도 팀의 무대는?」
화면이 멈추고 그 아래로 기대감을 높이는 자막이 달린 직후 방송은 끝이 났다.
반응은 분분했다.
-유하야… 센터 뺏으려다가 현진이가 다시 컨디션 회복해서 엄청 실망스러웠겠다..ㅠ 어떡하니 그게 니 “실력”인걸..
-난 이거 원유하 실드 못 칠 것 같은데ㅋㅋ 누가봐도 초반부터 기회 노리다 냉큼 뺏으려고 했던 것 같잖아.. 심지어 강현진은 초반에 에이든 리랑 경지원 메보싸움할 때 지 분량 챙겨주려고도 했었는데 은혜 원수로 갚았네
-원유하 진정한 리더니 뭐니 존X 올려치기하는거 개짜증났는데 드디어 인성 밝혀졌네ㅋㅋ 이대로 나락 가서 다신 올라오지 마
먼저 강현진에게 이입해 [디어돌>이 보여 준 나와 강현진의 관계성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
-유하야… 너.. 보살이야?
-나만 지금 원유하 욕하는 이 플로우 이해 안 되는 건가??? 난 전혀 강현진 안 불쌍해 자기 컨디션 나쁜 거 알았으면 지가 먼저 말해야지 질질 끌면서 민폐 다 끼치고 결국 원유하 나쁜놈 만든 거잖아ㅋㅋ 오히려 이렇게 엿을 먹이네 싶어서 놀라운데 나는
-여기서 원유하 까는 애들은 뭐냐 솔직히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다들 피하고 싶어한 문제 리더라서 총대 멘 거잖아 오히려 리스펙임
-원유하에게 돌을 던지는 자.. 그자가 바로 조별과제의 빌런이다
반대로 강현진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상황을 이해하고 두둔하는 사람들과.
-에이넷 또 이러네 제발 악마의 편집 좀 그만해 멀쩡한 애들 가지고 뭐 하는 짓이야
-사람들 진짜 순진하다ㅋㅋㅋㅋ 어차피 조작방송 가지고 진짜 죽자고 싸우네 저것도 다 연긴데
-니들이 그렇게 서로 머리채 잡아봤자 쟤네 둘은 갓생 살고 지들끼리 친할걸
-애들 보기 부끄러운 싸움 좀 하지 말자…
아예 갈등 구도 자체를 껄끄러워하며 한 발자국 물러서 상황을 바라보는, 이른바 중립까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이번 [디어돌>의 반응들을 지켜보다가, 나는 곧 휴대폰을 껐다.
다행히 예상처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