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83)
‘…뭐야?’
사진은 느낌부터가 달랐다.
지금까지 찍힌 원유하의 사진들이 모두 환하고 밝은, 그리고 어딘가 들떠 있는 듯한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면, 고등학생 팬이 현재 보고 있는 사진은 어딘가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건 원유하의 태도였다. 바삐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 어쩌면 도망치고 있는 것 같은 모습.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빈틈없이 가린, 오늘 자의 날짜로 찍힌 것들과는 달리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것 같은 사진들.
정점을 찍은 건 동영상이었다.
짧게 첨부되어 있는 동영상 속의 원유하는 택시를 앞에 두고 있었고, 카메라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상황 파악은 어려웠지만 고등학생 팬은 곧 저도 모르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원유하가 손을 내뻗어 누군가를 밀어 버린 것이다.
원유하의 옆에 붙어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바닥으로 대차게 넘어짐과 동시에 원유하는 얼어 버린 듯 멈칫했으나 그도 잠깐이었다.
넘어진 사람을 외면하고는 바로 택시에 타 사라져 버리는 원유하와 그를 쫓는 듯 택시를 향해 달려가는 화면을 끝으로 동영상은 끝이 났다.
첨부된 사진과 동영상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유하야ㅋㅋ 남들 보란 듯이 유세란 유세는 다 떨면서 이때는 왜 그랬어??ㅠㅠ 너 좋다는 팬 밀어서 넘어뜨리고 자기 혼자 쌩하니 택시 타고 가버리더니 오늘은 여기저기서 사진 엄청나게 찍어 줬더라ㅋㅋ
빠혐할 거면 일관성이라도 보이든가 이제 와서 착한 척 팬들한테 감사하는 본투비 아이돌인 척 하면 너한테 밀쳐진 나는 속 꼬여서 어디 살겠니?ㅠㅠㅠ
겨우 연습생 주제에 벌써부터 1군 남돌이라도 된 것마냥 착각하지 말고 좀 제대로 살아 인성도 제대로 못 숨겨서 결국 방송에서도 터졌으면서ㅋㅋ 니 얼굴이랑 디어돌 주작서사에 넘어가서 너 파는 피해자들 더 없었으면 해서 공개한다」
그 아래에는 이미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진짜 원유하야???????
└체격이나 얼굴 윤곽이랑 잠깐 드러난 모자 속 보면 이거 원유하 맞는 것 같아;
└우욱씹 나 쟤 투표했는데;
-인성 무슨 일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다 지금 실시간으로 쟤 지하철 돌고 있지 않나??? 뭐 폴더인사니 팬들한테 감사 어쩌구 하더니 그거 그럼 다 연기네ㅋㅋㅋ
-소름인데;; 저거 찍힌 날짜 보니까 바로 어제 같은데 그럼 어제는 팬들 저렇게 밀쳐놓고 오늘은 겸손한 아이돌지망생인 척하고 다닌단 소리잖아
└ㅁㅊ 그러네???? 날짜 보니까 바로 어제잖아
└거의 야누스급 태세전환 오지죠
-데뷔도 안한 게 벌써부터 빠혐…ㅋㅋㅋㅋ 응 잘가
-지가내킬때나행사해주는팬만팬이고밖에서알아보는팬은사람취급도안해주는거지선택적빠혐에뇌절씨게오네쟤같은애들이조공받아쳐먹을거생각하면진짜화가안날수가없어
-저런 놈 올리려고 우리 애가 떨어졌나ㅋㅋ
-너무 한쪽만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지금 저거 동영상 구도랑 사진이랑 다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벌써부터 까기는 너무 섣부르다고 생각해
└스밍단 등판했네ㅋㅋㅋ 중립인 척 피의 쉴드 치기ㅠ
└; 나 스밍단 아니고 그냥 디어돌 연생 두루 좋아하는 아이돌메이컨데 저기서 이상함 느껴서 이야기한 것뿐임;; 누가 봐도 상황 이상한데 그거 느끼는 거 나밖에 없어?
└어 너뿐
-나 스밍단인데 솔직히 저거는 쉴드 불가 같다 증거가 너무 빼박이잖아 진짜 실망이다
-영상 안 찍었을줄 알고 사람 밀치는 인간말종이었네ㅋㅋㅋ 인기믿고 나대다가 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나락갈일만 남았으니까 열심히 웃고 사진 남겨라 오늘이 마지막 아이돌 인생일테니까 아참 아이돌도 못되지..ㅠ
-카르마 뭐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소속사 연습생 관리도 제대로 안하고ㅋㅋ
└쟤가 LON으로 데뷔 못한 이유 알겠다ㅋㅋㅋㅋㅋㅋ 까딱 잘못하다 우리 갓기들 사이에 저런 애 낄 수도 있었다 생각하면; 등골 개오싹
└연생 5년이나 했으면서 결국 데뷔조에서 떨어진 데는 이유가 있죠?ㅠ
고등학생 팬은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휴대폰을 꺼 버렸다. 그 뒤를 이어 달리는 댓글들은 모두 원유하를 향한 인신공격에 가까웠던 것이다.
‘…진짜인가?’
고등학생 팬은 휴대폰을 끄고도 한동안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동영상 속에서 손을 뻗어 누군가를 밀어 버리는 듯하던 원유하의 모습과 도망치듯 뒤돌아 있는 원유하의 사진 등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다가.
‘……?’
순간적으로 기시감이 느껴진 건 그때였다.
‘거기… 동영상이랑 사진 속에 있던 풍경 어디서 봤는데.’
고등학생 팬은 잠시 동안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다시 한번 휴대폰을 틀어 게시글로 들어갔다. 그새 게시글은 SNS를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티로 퍼지며 논란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다시 한번 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히 살피며, 고등학생 팬은 원유하가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여기 XX 납골당이잖아.’
자신이 그 공간을 어디서 보았는지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모셔져 있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가곤 하는 곳이었기에 풍경이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원유하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에 대해 알게 된 순간, 고등학생 팬은 아까 전 보았던 ‘상황이 이상하다.’는 댓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SNS에 게시글을 작성했다.
「지금 원유하 있는 곳 XX납골당인데 팬들이 납골당에서 원유하 알아본 건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 게시글은 커뮤니티 속 원유하의 빠혐 폭로와 함께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게시글을 본 순간 내가 느낀 건 딱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올 게 왔군.’
예감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 일이 그냥 지나가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끄고 천세림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굳은 얼굴로 내게 상황을 알려 준 천세림이 내 기색을 살피듯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
나는 그 말에 쉽게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냐, 라고 묻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할 뿐 오히려 심정은 덤덤했으나, 그게 멀쩡하다는 뜻은 아닐 터였다.
“뭐야? 이거 무슨 일이야?”
“…유하야.”
“죄송한데.”
무엇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찌 됐든 분명한 건 단 하나였다.
“저 여기서 내릴게요.”
“유하야?”
“형!”
“죄송합니다. 잠깐만 세워 주세요.”
일단 지금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여기서 더 이 셋과 움직일 순 없었다. 상황이 터진 만큼 나와 함께 있는 게 보이면 이 세 명에게도 피해가 갈 테고, 논란 당사자가 돌아다니는 게 좋게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택시가 멈추어 서자 나는 바로 갓길로 내려섰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천세림과 주단우, 에이든 리가 따라 나오는 바람에 나는 그 셋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휴대폰으로 상황을 파악한 듯 세 명의 기색 또한 심상치 않았다. 나는 그 세 명에게 조용히 입을 열어 양해를 구했다.
“먼저 제안해 놓고 이제 와서 혼자 빠져서 미안한데… 난 여기서 일단 더는 못 돌아다닐 것 같다. 일단 세 명도 오늘은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만약 나 때문에 피해가 가면…….”
“그런 건 됐고, 무슨 일이야? 상황을 이야기해 줘. 나 아직 잘 모르겠어.”
이어지는 내 말을 막은 건 단호한 얼굴의 에이든 리였다. 내가 머뭇대는 사이 천세림과 주단우가 이어서 물었다.
“게시글 속에 있는 거 형이 맞기는 해요? 이거 뭐 합성이나 아니면 혼동 같은 거 아니고?”
“착각 같은 거지?”
“…아뇨, 저 맞아요.”
내 말에 세 명은 당황스러운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곧 조용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세림이 물었다.
“이거 어제 사진이던데. 어디 갔던 거예요?”
“…….”
“이거 사생이죠.”
천세림은 사진의 구도나 동영상을 보고 상황을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내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천세림이 짜증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벗고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밀친 건 진짜야?”
“아니.”
나는 에이든 리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소매를 잡혀 떨어뜨리려고 손을 뻗었는데, 거기에 사람이 쓰러졌다고.
“그럼… 유하가 잘못한 거 없는 거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조심스럽게 꺼내어진 주단우의 말을 자른 천세림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건 그냥 보이는 상황이 중요한 거잖아요. 이 게시글 올린 사람이 사생인지 아닌지 사람들은 모르고, 교묘하게 가려 둬서 지금 누가 봐도 빼도 박도 못하게 유하 형이 팬을 밀친 것처럼 보이니까. 지금 사람들은 거기 선동되고 있고.”
“반박 글을 올리는 건? 사생이라고.”
“믿어 주는 사람 별로 없을걸요. 이미 한번 퍼진 소문이 쉽게 가라앉을 리도 없을 거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유하 형은 사람 밀친 연습생으로 팬들한테 각인되고 있잖아요. 그 이미지 지우는 거 어려워요.”
조목조목 현 상황을 파악해 주단우와 에이든 리에게 설명하던 천세림이 내게 제안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형, 탔던 그 택시 번호는 기억해요?”
“…….”
“택시는 왜?”
“택시엔 블랙박스 달려 있잖아요. 상황 녹취돼 있을걸요. 그거라도 풀면 상황 바로잡을 수 있어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럼 되겠다! 어쨌든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만 사람들이 알면…….”
“안 돼.”
세 명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내가 그 말을 막은 건 바로 그때였다. 내 거절에 세 명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네?”
“…미안한데, 그건 안 되겠다. 그 영상이 풀리면 손해 볼 일들이 너무 많아.”
“무슨 소리예요? 지금 이 상황보다 더 손해 볼 일이 어디 있다고…….”
천세림이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차마 그 블랙박스 영상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영상 찍힌 곳, 납골당이야.”
필연적으로 그 블랙박스 영상이 찍힌 곳이 어딘지도 알려질 터였기 때문이다.
“네?”
나는 당황한 듯한 천세림의 되물음에 잠시 침묵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 셋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내 과거사는 내가 방송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던 것이었다.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고, 한번 꺼내어진 이야기는 퍼질 일만 있을 뿐 절대 숨겨지지 않으니까.
이 세 명이 타인의 이야기를, 그것도 내밀한 과거사를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닐 만한 인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 과거를 이런 식으로 끝에 몰려서 내뱉은 적이 없었다. 내 말에 이 셋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확신하지 못하겠고.
하지만.
‘…애초부터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선택지는 없어.’
손해를 본다면 이 세 명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되니까.
이 세 명은 지금까지 줄곧 나와 한 세트로 묶여 왔다. 그런 만큼, 내 타격은 이들에게도 적잖은 피해가 가게 될 터였다. 그러니 이 셋에게는 양해를, 그리고 사죄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셋은 알아도 되는 상대이기도 했고, 또 알 자격이 있으니까.
“…어제.”
그에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성묘하러 갔던 거였어. 작년에 돌아가신 양부모님 기일이어서.”
“아…….”
“…….”
내 말에 세 명은 잠깐 당황한 듯했다. 이어진 잠깐 동안의 침묵 후,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주단우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거야?”
“상황이 좀… 복잡해요.”
나는 주단우의 물음에 그렇게 답하면서 잠시 해야 할 말을 가늠했다. 그리고 정리를 끝내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가 백이현 안티라고 했던 말 기억하죠.”
“그건 왜…….”
“실은 백이현 안티가 아니에요. 알고 있던 사이고, 어릴 적 악연으로 얽혀서 싫은 거지.”
“어?”
내 말에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 듯하던 세 명 중, 가장 빨리 입을 연 건.
“유하, 같은 보육원이었어?”
의외로 에이든 리였다.
놈은 가라앉은 얼굴로 그렇게 말한 뒤 내 기색을 살폈다. 나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인정 이후, 세 명은 드디어 내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아챈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영상 풀리면 빼도 박도 못하게 돼.”
“…….”
보육원 출신, 백이현과의 인연, 작년에 돌아가신 양부모님과 직후 이어진 데뷔 기회 무산, 첫 레벨 평가에서는 낮은 실력을 보이다가 점점 본 실력을 되찾는 듯한 느낌으로 [디어돌>내에서 만들어진 성장캐 서사까지.
“방송에 잡아먹힐 테니까.”
이 서사가 한 번에 풀리면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게 낱낱이 밝혀질 터였다. 가장 최악의 형태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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