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88)
원유하와 친분이 있는 모든 연습생들이 그랬겠지만, 주단우도 최근의 상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상황은 계속해서 최악으로 치닫는 듯했다. 원유하는 부모님의 기일에 사생들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가해자가 된 것처럼 소문이 퍼져 대중의 뭇매를 맞았고, 직후 과거를 차례차례 폭로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백이현의 인터뷰가 터졌을 때, 주단우는 원유하가 [디어돌>에서의 하차를 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하고 있는 연습생들이나 대중 중에는 절묘한 시기에 터진 과거가 그가 생방 직전의 표 몰이를 위해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그럴 리가 없어.’
주단우는 그에 대한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본 원유하는 절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유하는 [디어돌>이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서사가 다분함에도 원유하의 과거가 포커스를 받지 못했다는 건 원유하가 애초에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뜻일 터.
지난 3차 경연에서 얻은 빌런 서사 또한 조용히 수용할 생각이었던 원유하가 이제 와 자신의 과거를 팔아 이미지 쇄신을 노릴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원유하의 의사는 조금도 없었던, 그리고 계속해서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 원유하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하차하지 마, 유하야.
그렇기에 주단우는 원유하를 찾아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뭘 하든 형 마음이지만… 후회하지만 마요.
원유하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주단우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유하는 하차를 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오늘 이렇게 3차 순위 발표식에 나와 주었지만, 의심이나 동정, 멸시를 담은 시선들이 꽂히고 있는 만큼 주단우는 또 한 번 그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초반부터 에이넷과 KRM 엔터테인먼트의 모종의 관계 덕에 호의적인 방송 분량과 서사를 얻었다고 알려진 만큼, 원유하의 이번 추락에 대해서는 은근히 기뻐하는 연습생이 많았다.
하지만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별개로 다시 한번 원유하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만약 오늘 원유하가 3차 순위 발표식에서 살아남는다면 제작진은 이슈를 놓치지 않고 생방까지 가는 합숙 기간 동안 원유하를 최대한 많이 카메라에 담으려 할 터였다.
그건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이제 단 한 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연습생들에게는 절대 반갑지 않은 일이었고.
“이쯤 되면 그 사생들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네.”
“타이밍 좋게 터지게 해 준 거 아냐? 운 진짜 좋다.”
순간 들려온 말에 주단우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모여 있는 연습생들 가운데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단우와 눈이 마주치자 연습생들은 조용히 원유하를 훑었다. 원유하는 분명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묵묵하게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직 준비 단계이기에 마이크를 달기도 전인 만큼, 연습생들은 굳이 날 선 기세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방송이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연습생들은 이미 서로의 한계점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천세림이 예측한 것처럼 이미 데뷔조는 나와 있었던 것이다.
데뷔 문턱에서 떨어진다 한들 이후를 위해 최대한 인지도를 쌓으려 드는 건 모두가 같았지만, 데뷔권에 있는 연습생들에 대한 태도는 모두가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먼저 데뷔를 이룰 연습생들과 친분을 쌓으려 들었고, 누군가는 열등감을 보였다.
“이현 선배님이랑은 어릴 때 정확히 어떤 사이였던 거야?”
그리고 황영오는 전자와 후자가 섞인, 자신 스스로도 태도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연습생 중 한 명인 듯했다.
황영오는 미묘한 기색이 떠오른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어딘가 굳어 있어, 그 말투는 추궁하는 것처럼 들렸다.
“…백이현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 그대로인데요.”
“아.”
그러자 황영오의 미소가 어색해졌다. 그는 감탄했다는 것처럼 말을 덧붙였다.
“진짜 신기한 우연이다. 보육원에서 헤어졌다가 이후 다시 만난 거잖아, 심지어 선배님은 꿈 이뤄서. 너도 그렇게 되면 좋겠네.”
“네.”
“근데 그럼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현 선배님이 너 응원해 주려고 한 건가? 미리 들었어?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형.”
그때 황영오의 말을 자르고 원유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돌리지 말고 제대로 해 주세요.”
“뭐?”
“똑바로 말해 주시면 대답해 드릴 수 있어요. 근데 그렇게 계속 빙빙 돌리면 감 잡기가 힘들어서요.”
“야, 난 그냥…….”
“그냥 걱정해 주신 거면 감사하고요.”
그 말에 황영오는 얼결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날 선 눈으로 원유하를 바라보고는 자리를 떠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주단우는 잠시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같은 팀을 했던 황영오까지 저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방금 그건…….’
아무리 자신이라 한들 황영오가 어떤 목적으로 원유하에게 다가왔는지에 대해서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백이현의 인터뷰가 원유하와 미리 계획된 일이었느냐, 그걸 묻기 위해서였겠지.
그걸 알고 싶었던 이유는 원유하가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일 테고.
“형, 그쪽 보지 마요.”
저도 모르게 방금 전 원유하를 욕하던 연습생들 쪽에 합류한 황영오 쪽을 바라보고 있던 주단우는 원유하의 말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원유하는 여전히 어떤 감정의 변화도 겪지 않는다는 듯 고요했다.
“형이 그쪽 보면 이번엔 형까지 욕할걸요.”
“하지만…….”
“괜히 욕먹을 필요 없잖아요.”
“…괜찮아?”
결국 걱정을 참지 못하고 꺼낸 말에, 원유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네. 오히려 좋은데요, 전.”
“……?”
뜬금없는 말을 꺼내 주단우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듯한 제 반응을 보고 원유하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는 어딘가 살짝, 이렇게 말하면 원유하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좀, 핀트가… 나간 것 같은…….’
어딘가 돌아 있는 듯한 눈빛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생각보다 제가 승부욕이 강했나 봐요.”
* * *
백이현이 전화를 걸어온 건 3차 순위식 발표 당일, 촬영장으로 떠나기 직전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몇 번이나 전화를 거는 탓에 결국 받으니 꿈에서도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튀어나와 순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나는 전화를 끊지 않고 놈과의 통화를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인내심 테스트한다고 생각하자.’
백이현이 만들어 놓은 관계도는 오래 간다, 적어도 백이현이 몰락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내가 활동하는 동안 이 형 동생 이미지는 벗을 수 없을 터. 그렇다면 미리 내성을 길러 놔야 했다.
[잘 지냈어?]“용건이나 말하죠.”
[차갑네, 걱정 많이 했는데.]“걱정한 사람 같지는 않던데. 말없이 회사랑 일 진행하셨더라고요.”
[으응, 거기에 네 의견은 필요하지 않잖아. 네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했고. 덕분에 득 봤으니 좋지 않았어?]“…….”
이 새끼는 사람 화를 돋우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순간적으로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지만, 나는 그걸 토해 내는 대신 심호흡을 하며 화를 참아 냈다.
앞으로도 이러면 곤란했다. 그리고 내가 토해 내는 화가 백이현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괜한 감정 소모는 내 손해일 뿐이었다.
“용건 말해요.”
[응원차 전화해 본 거야. 오늘 3차 순위 발표식이지? 어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침묵했다.
20위 내로 들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에 대해서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무리 순위가 떨어졌다 한들 20위 내로는 잔류했을 테니까.
하지만 내게는 퀘스트가 있었다.
‘데뷔권 내에 무조건 잔류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10위 바깥으로 떨어지면 내가 잔류해 파이널까지 진출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퀘스트에 실패한 즉시 내 목숨이 어떻게 될지 결판이 날 테니까.
백이현은 그런 사실은 모르겠지만, 나는 놈이 하는 말에 찜찜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알고 있다는 듯 절묘한 어조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제가 몇 등을 할 것 같은데요?”
[글쎄, 사건 터지기 전 벌여 놓은 게 있으니 20위권 내로는 무조건 잔류할 것 같긴 해. 반박 게시글 올라올 때쯤 다시 표를 좀 벌었을 테고.]조용히, 그리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던 백이현은 곧 픽 웃었다. 그러고는 신경을 긁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데뷔권 안쪽이 아니면 다 소용없잖아.]“…….”
[아, 하지만 아예 20위권 안쪽으로 간당간당하게 떨어지면 동정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으니 좋긴 할 것 같아. 억울한 추락, 이런 타이틀이 붙여지면 아마 다들 표를 못 주고는 못 배길걸.]재수 없는 새끼. 나는 또 한 번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식과 더 말을 나누면 아마 촬영장에 가기도 전에 혈압이 올라 쓰러질지도 몰랐다.
“더 용건 없으시면 끊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파이널에는 나도 가게 될 것 같아.]그리고 내가 전화를 끊기 직전 겨우 꺼내진 용건에, 나는 귓가에 다시 휴대폰을 가져다 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여기저기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고… 아무래도 응원하러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더 효과가 좋겠지. 가족 대행으로 가게 될 테니까 참고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가족?”
[응, 유하 너에게는 파이널에 얼굴 비출 가족이 없잖아. 이왕이면 내가 가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아서.]“스케줄이나 갈 것이지… 벌써 한가롭나.”
[섭섭하다, 유하야.]짜증스러운 마음에 내가 그렇게 내뱉자, 백이현은 짐짓 우는 소리를 하듯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그렇게 날카롭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이번에도 널 도우려고 일부러 인터뷰에 응했던 건데.]“…말은 바로 하시죠. 회사랑 상부상조한 거면서 괜히 생색내지 마시고.”
내 의사 따위는 회사도 백이현도 안중에도 없었던 주제에 이제 와 무슨.
공격적인 내 중얼거림에도 백이현은 불쾌감을 느끼진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는 것에 오히려 내가 질려 버리는 기분이었으니까.
[하하, 유하는 정말 날 안 믿는구나. 진짠데.]“그게 날 위한 거라고?”
[물론 너와 내 관계도 풀면 이후 이적에 대한 비난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은 좀 되겠지. 근데… 실은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쯤은 알잖아.]“…….”
[나는 거짓말은 안 해, 유하야.]백이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웃었다.
[진짜 널 위한 거였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거든.]어릴 적 내가 그랬잖아, 내 말대로 하면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봐, 다 잘됐지.]그리고 이어진 백이현의 말에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 새끼 위로 올라선다.’
자기가 위에 있다고 생각하곤 선심 쓰듯 베푸는 ‘자비’를 더 받지 않으려면, 이 자식을 제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백이현의 전화는 응원이 되기는 했다. 어떻게든 이 새끼를 한 대쯤 쳐도 될 만한 위치까지 올라가자는 동기 부여가 된 셈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와서 보이는 연습생들의 반응까지.
‘제대로 자극하네.’
나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 순위 발표식이 진행될 촬영장으로 나서며 생각했다. 1등 자리를 어떻게든 쟁취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고.
그리고 [디어돌>을 넘어 데뷔를 이뤄 낸 후, 마침내 단 한 번도 되어 보지 못한 ‘잘 팔리는’ 아이돌이 된다면…….
-너 KRM 엔터 연습생이야. 그럼 1등 해야지.
그땐 KRM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을 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