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9)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별것 없었다.
우선 우리는 강당에서 [디어돌>의 테마곡, ‘봐’의 안무와 노래를 감상한 후 단체 교육을 받았다. 단체로 노래를 불러 보고 댄서들의 안무를 하나씩 따라해 보는 식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 시간은 각 등급별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D클래스의 수업은 보컬부터였다.
“자, 한번 노래해 볼까요?”
D클래스로 들어온 사람은 대형 기획사 데뷔조와 현직 아이돌들의 보컬을 봐 주는 전문가, 차미나였다.
차미나가 키보드로 음정을 맞춰 주면 우리가 가사지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다시!”
다만 아무리 가사지를 보고 한다고 해도 ‘봐’의 음정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연습생은 많지 않았다. ‘봐’의 음정은 대부분 남자 연습생들은 쉽게 내지 못할 고음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치 떨어지는 거 조심하고, 다시!”
몇 번의 연습에도 음정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자, 차미나는 노래를 부르는 연습생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으며 자꾸만 피치가 떨어지는 연습생들을 골라내 한 명씩 포인트를 잡아 주었다.
그러면서 D등급의 우등생들도 골라냈는데.
“단우랑 유하, 앞으로 나와 볼까요?”
공교롭게도 그 ‘우등생’으로 뽑힌 건 나와 주단우였다.
“단우 먼저 해 볼까요?”
“네.”
차미나의 요구에 주단우는 키보드 반주에 맞추어 ‘봐’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소절씩 노래가 이어질수록, 연습생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
“너무 잘하는데.”
“아니, 저 형 왜 D등급이야…? 이해 안 되는데.”
“A등급 갈 실력 아냐?”
나 또한 주단우의 노래를 들으며 의외라는 감상을 느꼈다.
‘…잘하는데?’
주단우는 정말 노래를 잘했다. 이 정도의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D등급에 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주단우의 목소리는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고음을 올릴 때 호흡을 잘 뱉어 무리 없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역대 또한 소화해 냈고, 무엇보다도 래퍼답게 리듬감이 좋아 노래를 맛깔나게 소화해 낸다는 인상이 강했다.
“노래 벌써 다 외웠어요?”
게다가 주단우는 벌써 가사를 전부 숙지한 듯했다. 가사지를 전혀 보지 않고 전곡을 모두 불렀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보컬리스트의 등장에 차미나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그러면서도 곧 안타까움이 섞인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단우는 노래 정말 잘하네요. 등급 평가 때 랩보다는 차라리 노래를 했었으면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갔을 것 같은데.”
그 말대로였다. 랩을 잘하는 래퍼들은 노래도 잘한다고 하지만, 주단우의 랩은 노래보다는 부족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레벨 평가 중 강한 인상을 남긴 무대는 몇 없었다. 주단우도 그렇게 내가 바로 잊어버린 무대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단우의 랩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노선을 잘못 잡은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주단우는 이어진 칭찬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결 기분이 좋아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던 차미나는 다음으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유하가 해 볼까요?”
“네.”
나는 작게 답하고 주단우와는 달리 가사지를 손에 쥐고 노래를 불렀다. ‘봐’의 가사는 이미 모두 숙지한 상태였지만,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노래가 전부 끝나자 차미나가 빙긋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잘했어요. 고음도 단단하게 잘 났고, 음정도 좋고. 유하의 장점은 높은 음역대랑 어떤 장르도 소화 가능한 음색 같아요. ‘봐’도 유하 목소리와 잘 맞는 곡 같고. 하지만 아직 호흡이랑 표현은 좀 부족한 것 같으니까, 그 점은 신경 써 가면서 부르는 게 좋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작게 숨을 몰아쉬며 가사지를 손에서 내렸다. 차미나는 뿌듯한 얼굴로 나와 주단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D등급 보컬 클래스의 리더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유하도 정말 잘했지만, 아직 테크닉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D등급 보컬 리더는 단우가 하는 게 좋겠다. 할 수 있겠어요, 단우?”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신도 D등급 연습생들의 실력을 계속 봤을 테니 짐작했을 법한데도, 의외로 주단우는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는 약간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주단우는 나란히 다시 D등급 연습생들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그러자 차미나가 다시 날 선 눈으로 우리들을 쏘아보며 독설을 쏟아 냈다.
“다들 정신 차리고 해요. 물론 ‘봐’가 부르기 쉬운 곡은 아니지. 근데 이 반 연습생들은 정말 의욕이 부족해요. 높은 음이 나오겠다 싶으면 ‘아, 높은 음이네. 난 못 하겠다.’하고 포기한다는 느낌이 강하단 거예요. 차라리 잃을 거 없는 F등급 연습생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
“전 왜 이렇게 다음 등급 평가에서 F등급 갈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거 같죠? 보결 되고 싶은 거 아니잖아요? F등급으로 떨어지면 무대도 못 서고 아래에서 배경으로 깔리기만 하는데. ‘뮤직A’ 무대 서고 싶은 거 아니에요?”
“서고 싶습니다!”
“그럼 더 잘해야겠죠? 데뷔하고 싶지 않아요?”
“데뷔하고 싶습니다!”
“그럼 최대한 뽑아 먹어요, 단우랑 유하. 그러라고 두 명 실력 보여 준 거니까. 여러분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D클래스 동료기도 해요. 서로 물어보고 도움 주면서 발전해 나가요. 나, D등급 연습생들이 C나 B, A 클래스로 가는 거 기대해 봐도 되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주단우까지는 몰라도 거기 내 이름은 왜 들어가.
내가 작은 당황을 느끼든 말든 차미나는 잘하라는 응원을 남기고 악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지옥의 침묵과 눈치 싸움 속에 나와 주단우를 버려 두고…….
“…….”
“저… 유하 씨… 음, 유하 님? 이쪽 끝 음 처리 어떻게 하시는지 알려 주실 수 있어요?”
“…네.”
“단우 형님… 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 혹시 이 부분 좀 알려 주실 수 있을지…….”
“아……. 그 부분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가사지를 들고 우물쭈물 주단우와 내게 보컬적인 부분을 질문해 오는 D클래스 연습생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 바로 댄스 수업을 위해 제인이 들어와 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보컬 클래스의 리더는 주단우인 만큼 이후에는 점점 포커스가 덜어지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너희 왜 이렇게 안무 숙지를 못 했지? 춤 그따위로 출 거야?”
댄스 수업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D클래스 연습생들의 안무 숙지가 느렸던 것이다.
춤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허둥대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그나마 안무를 기억하고 있는 건 나와 주단우밖에 없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나와 주단우가 연습생들 사이에서 불려 나간 건, 정말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에게 각자 안무를 시켜 본 후, 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단우는 안무 숙지는 좋은데 포인트를 못 잡네. 디테일도 떨어지고. 반면 유하는 포인트가 뭔지를 알고 있네. 춤 구조는 이해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지금 D클래스에서 유하만큼 안무 숙지한 사람은 없는 거 같은데, 유하가 리더 되는 거에 이견 없지?”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하는 말에 감히 반기를 들 연습생들은 없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그렇게 나와 주단우는 룸메이트끼리 사이좋게 D등급 보컬 리더와 춤 리더를 양분하게 되었다.
‘…분량… 있겠지.’
제인이 열고 나간 문을 바라보며 나는 허망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가뜩이나 대형 출신이라 초반에 어느 정도 카메라 주목을 받을 건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러나 내가 어떤 감투도 쓰지 않고 구석에 박혀 있으면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2회차나 3회차부터는 분량이 줄어들 거라 예상해,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쪽의 입장을 고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D등급에는 미숙한 연습생들이 너무 많았다.
‘가사나 안무 숙지가 느려. 연습생 기간도 짧고.’
D등급에는 F등급에 이어 연습 기간이 짧은 연습생들이 많았다. 안무를 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이중 제일 긴 연습생 기간을 가진 건 나와 주단우였다. 그 때문에 제대로 음정을 맞추고 안무를 따 냈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주단우가 멘토들의 눈에 든 듯했다.
‘…분량 적게 받는 건 텄다. 어쩔 수 없어. 일단 악편만 조심하자.’
가뜩이나 절박한 D등급 클래스 리더 감투를 썼으면서 탱자탱자 노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연습생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바로 악편 당첨일 터였다.
‘그럼 사회로 되돌아가는 데 지장이 생겨. 그것만은 피한다.’
‘주목 못 받는’은 실패했지만, 나는 어쨌든 욕먹지 않는 선에서만 춤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결심한 내가 어떻게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춤 리더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빠질 수 있을지 고민할 때였다.
띵동!
“……!”
순간 눈앞에 또 한번 시스템 창이 떠올라 그것을 읽은 순간, 나는 태세를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브 퀘스트- 리더의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D클래스의 춤 리더가 된 당신. 수많은 연습생들의 운명이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리더로서 성실함을 보여 동료들을 이끄세요.
동료들을 성실히 이끌어 실력을 향상시킬 때마다 당신도 함께 성장합니다.
보상 : 특기(춤) 한정 점핑권 활성화
기한 D-5(춤 리더 직책 만료까지)
“…저희 박자 맞춰서 한 번만 더 춰 볼까요. 일단 안무 숙지가 먼저인 것 같은데.”
거의 거저 주는 형태로 점핑 성장권이 눈앞에 들이밀어졌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디어돌>에서 버텨야 할지 모르는데 최대한 뽑아 먹어야지.’
가뜩이나 가지고 있는 운 수치가 낮은데, 그걸 안 쓰고도 점핑 성장을 이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다행히 멘토들의 말이 자극이 되긴 했는지, 괜히 나선다고 생각해 삐딱선 타려는 놈들은 없는 듯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수긍 아래 나는 앞으로 나서 0.5배속으로 맞춘 ‘봐’ 음원을 틀어 두고 하나씩 동작을 선보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띄워 둔 시스템 창 속 춤 스텟 동기화 속도도 빨라져 갔다.
* * *
“…….”
죽겠다.
나는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연습하던 D클래스 연습생들은 모두 저녁을 먹으러 간 이후였다.
나는… 체력이 없어서 드러누웠고.
“…괜찮아?”
“아……. 감사합니다.”
누워 있는 내 옆으로 누군가가 물을 놓아 주었다. 눈을 돌려 보니 주단우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주단우가 놓아 둔 페트병 물을 들어 뚜껑을 깠다. 진득하게 땀을 흘린 탓에 수분이 부족했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이 달았다.
“밥 안 먹으러 가세요?”
나는 반쯤 마신 페트병을 내려놓으며 슬쩍 주단우에게 물었다. 물까지 가져와 줬는데 아무 말도 안 하기가 좀 뭣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다 갈까 하고.”
주단우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봐’의 포인트 안무들을 하나씩 춰 보기 시작했다. 음원 없이 하는 동작들 때문에 연습실 바닥에 운동화 밑창이 끌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주단우가 연습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물통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거울에 비치는 주단우의 동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거 저렇게 하면 안 될 텐데.’
주단우가 잘못된 자세로 연습을 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춤에 익숙하지 않은 건 확실한지, 주단우의 동작들은 엉성하고 어설펐다. 포인트를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마음이 급해 한 동작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전에 다음 동작을 준비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에 그려지는 안무는 있는데 그걸 몸이 못 따라 줘서 생기는 일일 터다. 저렇게 춤을 추게 되면 동작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다 죽어 버리고 연결점도 뭉개져서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기 쉬웠다.
게다가 틀린 디테일을 고수하며 춤을 추게 되면 오히려 이상한 습관이 들어 이후 고치는 게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컸다. 잘못된 방식으로 추는 걸 몸이 익혀 버리면 좋지 않으니까.
나는 잠깐 주단우가 비치는 거울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나도 모르게 조언을 해 버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량 생길 텐데.’
카메라에는 아직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주단우의 비주얼이나 캐릭터, 그리고 초반에는 대형 소속사를 신경 쓰느라 분명 PD가 내 분량을 어느 정도 챙겨 주려 할 테니 지금 내가 뭐라고 나섰다가는 따로 편집되어 서사로 이용될 가능성이 컸다.
내가 그토록 꺼리는 분량이, 그것도 아마 호의적인 서사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서 연습실을 나갔다. 문을 닫고 나온 연습실에서 울리는 0.5배속 ‘봐’가 뒤로 따라붙었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날렸다.
‘…정신 차려라, 원유하.’
나는 지금 아이돌이 되고 싶은 게 아니고 아이돌에서 탈출하려는 거였다.
난 더 이상 ‘라이트닝’의 리더가 아니니 눈에 띄는 놈들 하나하나를 다 챙겨 줄 이유가 없단 거다.
그러니 굳이 내가 주단우에게 조언을 해 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알아서 잘하겠지, 싶기도 했고 주단우 자체도 내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오지랖을 부려 가면서 타인을 챙기고 내 탈락에 해가 될 분량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해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외면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연습생들이 거의 없었다. 이미 한 시간도 더 전에 저녁 배식이 시작된 상태여서,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후였던 것이다.
나는 남아 있는 밥통을 훑었다. 겨우 두세 주걱이나 될 법한 밥과 이미 큰 건더기는 다 빠진 반찬과 국이 겨우 남아 있었다.
‘아무리 아이돌 연습생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십 대에서 이십 대 초반 남자들인데 대체 이 정도 양을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다들 성장기이기도 했지만 연습량이 많아 매순간 배고파하는 탓에, 식사 시간은 매번 전쟁이었다. 형제 많은 집에서 식사를 하면 이러려나 싶을 정도로.
나는 식판에 남은 음식을 대충 담아 밥을 먹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갔다.
어느 정도 밥을 먹고 식판을 정리한 다음, 나는 밥통에 남은 밥을 흘긋 바라보았다. 남아 있는 연습생들이 한두 번 밥을 더 퍼간 모양인지 남은 게 없었다.
나는 결국 식당 문 옆에 놓인 남은 크림빵 하나와 우유를 집어 들었다. 딱 한 개씩이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것도 다 털렸겠다 싶었다.
머릿속에 끝까지 남아 연습하던 주단우가 스쳐 지나간 건 바로 그때였다.
“…….”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주단우 나이가… 22살이랬지.’
연습생으로서는 끝물이다. 아마 이번 기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나왔을 가능성이 크겠지.
절박한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형, 이거 먹고 하세요.”
“……! 아, 고마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먹고 할 것이지.
차마 그런 말까지 남기지는 못하고, 나는 주단우를 연습실에 두고 먼저 숙소로 들어왔다.
‘조언까지는 못 해 줘도 이 정도 오지랖은 괜찮겠지.’
괜히 열심히 하는 놈을 버려두게 된 것 같아 무거웠던 마음이 이제 좀 가벼워진 듯했다. 마음의 짐도 덜었으니 나는 이제 체력 보충을 위해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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