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91)
마지막 경연은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라는 이름답게 경연곡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권한이 시청자들에게 주어졌다.
시청자들은 사전에 미리 경연곡의 콘셉트와 후보 곡, 그리고 안무를 확인한 후 선택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리고 연습생들은 2주간의 투표로 결정된 곡과 안무에 맞추어 팀을 만든 후 파이널 경연을 하게 되었다.
1차 경연부터 자비 없이 창작 미션을 비롯해 연습생들을 괴롭게 한 ‘빡센’ 과제들을 부여한 것과는 달리, 이번 경연에서 연습생들은 오로지 연습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그에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경연들 중 연습생들에게는 역대급으로 편안한 경연이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당연히 제작진들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려고 하지 않았다.
“각 팀의 리더는 가장 등수가 높은 연습생이 맡게 되며, 리더는 팀원들의 포지션을 자유롭게 배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높은 등수를 가지고 있는 연습생이 팀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는 룰을 추가함으로써 갈등을 유발할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가장 높은 등수를 가진 두 명의 연습생은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나선 것은 도지혁과 유찬희였다.
유찬희는 이런 경연 방식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낯빛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도지혁은 벌써부터 뭔가 생각한 것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1등인 도지혁 연습생부터 같이 팀을 하고 싶은 연습생의 이름을 호명해 주시면 됩니다. 호명은 번갈아 가며 진행되며, 여기에 더해 1등은 또 하나의 특권을 가지게 됩니다.”
“특권……?”
“뭐지?”
이미 등수가 높은 연습생 둘이 팀과 관련하여 모든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공평한데, 여기에 또 하나의 특권이 추가된다는 소리에 연습생들이 불안하게 수군거렸다.
MC는 그런 연습생들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곧 파격적인 특권을 공개했다.
“만약 유찬희 연습생이 데려간 팀원 중 탐이 나는 연습생이 있다면, 도지혁 연습생은 해당 연습생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헉, 그럼…….”
“지혁 형은 아예 자기가 원하는 연습생으로만 팀을 만들 수 있단 건가?”
이와 함께 모든 연습생들의 시선이 도지혁에게로 쏠렸다. MC의 말에 따르면, 도지혁은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파이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드림 팀을 만들 수 있단 소리였다.
게다가 원하는 포지션을 모두 타 갈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습생들에게 배정해 줄 수도 있으니 확실히 이번 경연에 너무나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유찬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었지만.
제작진 또한 이에 대해 인식한 듯, 유찬희에게도 도지혁을 막을 방법이 하나 주어지긴 했다.
“하지만 유찬희 연습생은 단 두 번, 연습생 강탈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도지혁 연습생은 원하는 연습생을 데려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 팀의 인원수가 모두 차게 되면 더 이상의 강탈은 불가능합니다.”
즉, 도지혁은 눈치를 잘 보고 연습생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타이밍이 늦어지지 않게끔.
게다가 이 룰 자체의 함정은 너무나 명백해, 도지혁과 유찬희는 머리를 잘 굴려야 할 터였다.
‘까딱 잘못하면 욕먹고 표심 잃기 십상이겠는데.’
말은 번드르르하니 좋다. 부여된 특권 또한 나름 정당하다 볼 수 있다.
1등에게 일정 부분 특권을 주는 건 타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도 자주 있어 왔던 일이고, 구성상으로는 문제 될 게 없으니까.
하지만 한 명에게 너무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다는 게 이 룰의 함정이었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인선 등에 대한 책임도 다 리더에게 몰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팀원을 뽑을 때부터가 고난이었다.
높은 등수만 뽑으면 욕심이 많다고 욕을 먹고, 친한 사람을 뽑으면 친목질한다고 욕을 먹을 터. 그렇다고 실력적으로 떨어지는 연습생을 뽑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즉 여길 밟아도 지뢰, 저길 밟아도 지뢰인 상황이었다.
‘이건 특권이라기보다는 페널티지.’
방송을 막바지까지 좀 더 자극적으로 살려 보겠다는 것 같은데, 그 부담은 현 1등과 2등에게 몰아지니 오히려 다른 연습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최대한 함정을 피해 가기 위해서는 우선 적당히 실력과 관계도 면에서 최대한 연습생들을 차별 없이 뽑는 게 중요했다.
그다음에는 포지션을 리더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각 연습생에게 의견을 듣고 그들이 결정하게 두는 게 낫겠지.
아마 유찬희는 부담을 회피하고 싶을 테니 그런 식으로 가려고 할 테고, 도지혁은…….
‘드림 팀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일이 뭐 있나.
아직 경쟁 중인 만큼, 얼마나 더 많이 카메라에 담기는가는 중요했다. 모두가 절박한 이때 굳이 상위권 연습생들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건 제 살 깎아 먹기에 가까웠다.
그러니 아마 상위권 연습생 몇 명, 하위권 연습생 몇 명 정도로 적당히 팀을 구성하고 무엇보다 서사상으로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지. 무대 위에서도 자신이 최대한 돋보일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고 할 테고.
“그럼 지금부터 팀 배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유찬희 연습생의 팀에 속한 강현진 연습생을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도지혁은 눈치 같은 건 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 * *
“잘 부탁해.”
“화이팅!”
모든 팀원이 정해진 후, 뽑힌 열 명의 팀원들은 나란히 연습실에 앉아 있었다.
미소 짓는 도지혁의 말에 천세림이 씩 웃으며 변죽을 맞추자, 곳곳에서 어색한 인사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구성된 인사를 보며 잠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 천세림, 강현진, 주단우, 경지원, 박원효, 유민성, 쯔쉬안, 황영오.’
…거기에 나까지.
아주 몰빵이나 다름없는 인선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쯔쉬안을 제외하고는 다 각자 포지션을 메인으로 지망하고 있지 않나?’
심지어.
-에이든 리 연습생을 데려오도록…….
-거, 거부하겠습니다!
중간에는 에이든 리마저 데려올 뻔했다. 이번 순위 발표식에서 5등을 달성한, 메인 래퍼 포지션의 연습생을 데려오려다 이 또한 실패하기도 했고.
-2등이랑은 무조건 같은 팀을 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이런 질문까지 한 걸로 봐선, 아마 유찬희까지 빼 올 수 있었으면 빼 왔을 거다.
‘…그렇게 되면 유찬희 없는 유찬희 조가 됐겠군.’
어찌 됐든, 실패한 둘을 제외하고 팀 멤버는 도지혁이 원하던 대로 짜였다. 에이든 리나 목표로 했던 5등을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아낌없이 빼 올 줄은 몰랐는데.’
팀 멤버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솔직히 제작진도 좀 놀란 얼굴이었다. 적당히 눈치를 보며 몇 명 정도만 빼 올 거라 생각했지, 이 정도까지 욕심을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나는 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멤버는 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도지혁 개인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 않나?
다른 팀과 경쟁을 해야 하는 지난 경연이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은 팀을 구성한다 한들 결국 개인전이 되는 파이널 경연이었다.
최대한 팀에서 돋보이는 쪽을 중시해야 할 터. 그런 만큼, 도지혁이 만들어 낸 팀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팀에 강현진이 있는 것부터가 이상해.’
강현진의 슬럼프는 지난 3차 경연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에 자신과 비슷하게 ‘레전드 직캠’이 떠돌아다닌 만큼, 강현진의 무대 소화 능력과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터.
포지션도 겹친다. 두 명 모두 메인 댄서를 지망하고 있으니 강현진이 없어야 자신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확률이 높아질 텐데, 굳이 강현진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던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팀을 짠 건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내 의문은 도지혁의 말에 더욱더 깊어져 갔다.
“내가 생각한 메인부터 이야기해 볼게. 메인 보컬은 유하가, 메인 댄서는 현진이가, 메인 래퍼는 단우가 맡아 줬으면 좋겠어. 서브 포지션은 상의한 후 정했으면 하고. 센터는 투표로 정했으면 해.”
“…어, 형은 아무것도 안 하세요?”
가장 먼저 포지션을 선점해도 모자랄 판에 메인을 모두 다른 연습생들에게 줘 버리는 행동에 놀란 듯 박원효가 물었다.
“센터 지원할 거긴 한데, 나로 정한 건 아냐. 너희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연습생으로 투표해.”
그러자 아주 산뜻한 대답이 돌아와, 연습생들의 표정이 모두 이상해졌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가 손을 들어, 우리의 시선은 그쪽으로 꽂혔다.
“…이유 물어봐도 돼요? 왜 메인 포지션 그렇게 정했는지.”
황영오였다. 놈은 힐긋 나를 바라보고는 도지혁의 결정이 불만스럽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황영오의 등수는 현재 11등. 그리고 투표로 따지면, 나와는 표수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숏 폼 영상으로 인한 베네핏을 받지 못했다면 위험했겠지.’
자신도 표수의 차이를 확인한 만큼, 황영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메인 보컬 포지션으로 나와 부딪치기도 했던 만큼, 이번에는 의견을 낼 기회조차 없이 포지션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불만도 있을 테고.
그렇기에 어떻게든 도지혁의 결정을 무르고자 피드백을 요구한 듯했으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베스트 포지션이라서.”
도지혁은 간단한 한마디로 황영오의 불만을 일축시켜 버렸다.
“베스트 포지션이요?”
“경연곡을 들은 순간부터 메인 보컬로는 유하를 생각했어, 가장 음색이 잘 맞는 연습생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메인 래퍼도 마찬가지. 이 팀에서 메인 래퍼 지망은 단우뿐이기도 하고, 댄서는 현재 [디어돌>에서 현진이만큼 잘 추는 사람이 없다고 여겼고.”
“아…….”
“그건 그렇죠…….”
현재의 팀에서 메인 래퍼를 할 만한 기량을 가진 연습생은 주단우가 유일했다.
도지혁이 원했던 5등을 데려왔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유찬희가 5등을 지켜 낸 순간부터 우리 팀의 래퍼는 주단우로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메인 댄서는… 좀 이해가 안 가지만.’
물론 우리 팀에 있는 메인 댄서 지망생들 중, 강현진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이유로 강현진을 데려온 건가? [디어돌>에서 가장 잘 추는 연습생이라서?
대체 뭘 위해?
“아, 그래도 저희도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은데…….”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의문과는 달리, 어찌 됐든 도지혁의 설명은 틀린 바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연습생들은 아쉽긴 해도 대강 납득을 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메인 보컬은 달랐다.
“저희도 메인 보컬로서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도전도 안 해 보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아요.”
현재 팀 내에서 지난 경연을 통해 메인 보컬을 소화해 본 연습생은 나와 경지원, 황영오까지 총 셋.
대안이 넘치는 만큼 황영오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실력 또한 비등비등한 수준이란 걸 서로가 잘 알고 있기도 했고.
“테스트라도 해 보면 안 될까요.”
경지원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경연인 만큼 도지혁의 한마디로 납득하고 넘어갈 순 없는 거다.
“테스트를 해 봐도 되긴 하는데.”
그에 도지혁은 예상보다도 더 선뜻 두 명의 말을 받아 주었다. 그리곤 어딘가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도 괜찮겠어? 유하는. 만약 다른 포지션 원하는데 내가 시키는 거면 아예 양보해도 돼. 테스트 없이 그냥 메인 보컬 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가만히 놈을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태도에는 어딘가 떠보는 듯한 기색이 만연했다.
놈이 뭘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죠, 테스트.”
어찌 됐든, 피할 생각은 없었다.
“저도 테스트 통해서 메인 보컬 포지션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인 만큼 서로 후회 안 남았으면 좋겠고…….”
내 말에 황영오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놈과 경지원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지원이랑 영오 형이 괜찮으시면 서로 경연곡 불러 보고 싶은데요. 그 후에 가장 괜찮은 사람으로 투표 진행하면 어떨까요.”
“…좋아.”
“저도 좋아요.”
두 명은 내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테스트를 위한 판이 깔리고, 나는 먼저 두 명에게 순서를 양보한 다음 눈앞을 바라보았다.
『특기(노래) 스텟 성장!』
특기(노래): A- → S- (스텟 3 상승, 잠금 해제-동기화 완료)
이번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어 낸, 또 한 번의 해금을 알리는 시스템 창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