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97)
“잘한다는 거 말곤 할 말이 없네.”
“좋다. 이래야 진짜 마지막 경연답지.”
이어지는 멘토들의 호평 속에서 팀원들은 숨을 헉헉대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짤막하게 소감을 이야기하던 멘토들 중 상세한 소감을 위해 가장 먼저 운을 뗀 건 랩 멘토인 브리디였다.
“솔직히 이게 웬 밸런스 붕괴 팀인가, 했는데. 다들 메인 포지션 한 번씩은 해 본 애들이잖아요. 그런 애들이 한 팀에 몰려 있으니 각자 튀어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잘하죠?”
이어지던 말을 제인이 맞장구를 치듯 받자, 브리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진짜 잘해요. 오히려 다들 잘하는 애들이다 보니 각자 개성도 살면서 누구 하나 무너지는 애 없이 전체 기량이 높아 보여.”
“메인 포지션들은 각자 메인 포지션 값 제대로 하고 있고, 그렇다고 서브 포지션인 친구들이 자기 파트를 못 살리는 것도 아니고. 각자 역할 잘하고 있어. 좋은데?”
“머리 굴린 티도 난다, 이거 동선 지금 변경된 거지? 지혁이랑 현진이가 했나?”
“네.”
“잘했다. 더 너희한테 잘 맞고 화려해졌어.”
댄스 멘토인 제인과 리오의 평가에 이어 보컬 쪽 멘토인 도민과 차미나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곡 해석 방향 좋다, 열정이 팍팍 느껴져.”
“아직 좀 더 다듬을 필요까지야 있겠지만, 그건 1조가 연습하면서 맞춰질 것 같네요. 코멘트는 없어도 되겠어요.”
“그런데 영오야.”
“……! 네!”
그때 도민이 순간적으로 부른 것에 황영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흠, 잠시 침음하던 도민은 곧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많이 좋아졌다.”
“……!”
“중간중간 1조랑 2조 연습 과정 전달받았을 땐 영오가 헤매나, 싶었는데 잘하는데? 이번에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
“…그… 냥, 마지막 경연이니까 후회 없이 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떠보듯 묻는 질문에 황영오가 그렇게 답하자, 도민은 그 말의 진의를 가늠하듯 잠시 황영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황영오가 약간은 머쓱한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기만 하자, 도민은 슬쩍 다시 고개를 돌리곤 입을 열었다.
“잘했어, 이번엔 튀는 느낌도 안 났고. 조절 잘했네. 매 경연마다 이야기했던 단점이 이번엔 안 보였어. 성장한 것 같다, 영오.”
“역시 마지막이 되니까 애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죠.”
“얘들이 괜히 파이널까지 살아남은 건 아닐 테니까요. 성장했기 때문에 남았구나 싶어요.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 이 팀은.”
“전 그리고 한 가지 더 칭찬하고 싶은 게…….”
그때 끊임없이 칭찬을 쏟아 내는 멘토들 사이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인이 꺼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듯 바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제인은 드물게 환하게 웃고는 말했다.
“센터 존재감이 진짜 한몫한다, 너희 팀은.”
“아, 완전 공감.”
“솔직히 유하가 센터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고 보면 첫 인상이 딱 센터 감이었잖아요, 지금까지 안 해 본 게 놀라운 일이지.”
다른 멘토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인은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인트로부터 중앙에서 분위기 잘 잡고 시작 끊어 준 다음 킬링 파트도 잘 살려 내니까 전체적으로 곡의 분위기가 뭔지 잘 보여. 팀의 얼굴, 그 역할 정말 잘해 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센터뿐만이 아니야. 포지션 다들 잘 뽑았다. 이 팀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 이대로 무대 올려도 되겠는데?”
그 말에 팀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제인은 매번 멘토 내에서도 평가가 박한 편에 속했으므로, 그런 제인에게서 이 정도의 칭찬이 나오는 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수고했어, 모두. 파이널까지 이 기세 이어 가기만 하자.”
“감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인사를 하고는 연습실의 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에 이어 비척대며 일어선 2조는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리와 자리를 교환해 무대의 중앙에 섰다.
“2조도 기대되는데, 얼른 볼까?”
“네!”
그 말에 따라 유찬희는 대형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준비 단계부터가 어수선해 멘토들은 대놓고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아니, 형 그쪽이 아니고 이쪽…….”
“중심 줄 거기 아닌데.”
2조는 서로 제자리를 못 찾고 헤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 후, 마침내 정리를 끝내고 퍼포먼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너희 하기 싫어?”
그 끝에 결국 분노 섞인 멘토들의 실망 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 * *
“하…….”
“…….”
“…하…….”
“에이든. 한숨 그만 쉬고, 갈 거면 가고 남을 거면 남고.”
“매정하다…….”
에이든 리는 연습실에 널브러져 있다가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답지 않게 피곤한 얼굴로 연습실 거울에 기댄 채, 에이든 리는 손끝에 걸린 가사지를 미끄러뜨렸다.
“진짜 재미없어…….”
중간 평가가 끝난 직후, 2조는 바로 긴급 회의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받은 평가가 너무나 심각했던 것이다.
-난 너희 이대로 무대 못 올리겠는데.
-어쩌려고 그래? 1조랑 너무 비교되잖아. 같은 시간을 줬는데 왜 한쪽은 저렇고 한쪽은 이렇지? 너희도 심하다는 생각 안 들어?
-뭐부터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다 별로라서.
그에 오늘 하루 종일 연습을 하는 것 같더니만, 저녁 시간이 되자 다시금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었다. 에이든 리는 답답해 죽겠다며 제 연습실을 탈주해 남이 연습하는 곳에 들어와 있었고.
나는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린 듯 보이는 에이든 리를 바라보다가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완전히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듯 보이는 놈 때문에 나도 얼결에 연습이 잘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연습하러 온 거냐, 푸념하러 온 거냐?”
“둘 다?”
“그럼 빨리하고 너 할 일 해라.”
“진짜 매정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에이든 리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있잖아, 다들 데뷔하고 싶은 거 아냐?”
“데뷔하고 싶으니까 [디어돌>에 왔겠지.”
“다들 무대 하고 싶은 거잖아?”
“그렇겠지.”
“근데 왜 그래?”
많은 게 생략된 물음이었지만, 에이든 리의 질문은 간단했다. 왜 다들 태도가 저 모양 저 꼴이냐는 거겠지. 같은 연습생들인데 팀의 분위기가 왜 이리 다른지에 대한 궁금증도 내포돼 있을 테고.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상황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니까.”
만약 2조에서 현재 농땡이를 부리는 녀석 중 한 명이 1조에 왔으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팀에 어떻게든 맞추려 들었겠지.
현재 1조에 있는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2조에 가면 그쪽에 휩쓸려 아마 의욕을 잃고 지금 같은 연습량을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 분위기는 누구 하나만을 탓할 수는 없다. 다수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는 시작이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애매하니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내 말에 그렇게 중얼거리는 에이든 리를 보며, 나는 문득 놈이 과거 데뷔를 이뤄 냈음에도 불구하고 2년 차부터 탈주자가 되었던 일을 떠올려 낼 수밖에 없었다.
[디어돌> 초기, 나는 에이든 리가 당시 그룹에서 탈주한 이유가 소속사의 길들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에이든 리가 원하는 활동 방향과 소속사가 밀어붙이는 방향이 달랐을 테니까.하지만 생각해 보면, 에이든 리가 탈주자가 된 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아이딘은 개인 활동이 허용되는 연차가 되자마자 뿔뿔이 흩어졌었어.’
아이딘은 3년까지는 그룹 활동을 중심으로, 그 후의 2년은 개인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년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붙어 있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직후의 2년간 멤버들은 세 번의 컴백을 제외하곤 각자 철저하게 개인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는 듯했고.
‘도지혁도 4년 차부터 아예 연기자 쪽으로 길을 틀었으니.’
팀 내의 불화는 유명했다. 팬덤조차도 찢겨 있는 듯한 모양새로 각자 멤버들의 계약 기간이 다 채워지기만을 기다렸으니, 팬들도 멤버들에게 끈끈함 따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멤버들끼리의 유대 관계가 왜 쌓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나는 김민기가 소속되어 있던 그룹 아이딘의 멤버들이 각자를 어떻게 생각했고, 어떤 식의 관계도를 쌓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하지만 분명 좋진 않았겠지.’
에이든 리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재미없다’ 생각하며 2년 차에 탈주를 할 정도로.
관계도뿐만이 아니다. 아마 그 구성으로 무대를 하는 게 에이든 리에게는 별다른 자극을 주지 못했겠지.
그건 도지혁이 4년 차에 아예 무대에서 벗어나 탈주를, 직후 계약 기간을 다 채운 강현진이 아예 연예계 활동을 그만둔 이유와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고.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프로젝트 그룹은 일찍이 ‘끝’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계약 기간, 그걸 채우면 서로 언제 그랬냐는 듯 찢어져 갈 길을 가게 되는 거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건 결국 매사 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단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만큼 몇몇 멤버들은 지금처럼 ‘적당히’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져 주려고?”
그건 언제나 최선을 생각하는 놈들과 상충되는 결과를 낳았을 거고.
에이든 리를 비롯해 몇 멤버들은 그 분위기에 먹혀 버렸을 거다. 그중 에이든 리는 가장 먼저 싫증을 내고 팀을 바꾸지 못한 채 스스로 떠나 버렸고.
“응?”
“너도 거기에 맞춰서 져 줄 거냐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번 파이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에이든 리는 제 기준에 맞지 않는 팀에게 염증을 내며 무대 직전부터 벌써부터 의욕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2조의 다른 연습생들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에이든 리가 그 물살에 휩쓸려 침몰하길 바라지 않았다.
“…어?”
“너 지금 딴 사람들 분위기에 말려들어 간 거잖아. 재미없다며?”
“내가?”
“그럼 네가 지금 이렇게 연습도 안 하고 뒹굴대기만 하는 게 분위기에 말려들어 간 거 아니면 뭐냐.”
“…….”
“이번 무대에선 최선을 다할 생각이 없어?”
지금 2조를 휘어잡을 수 있는 건 에이든 리밖에 없었으니까.
‘1차 경연 때는 사람을 그렇게 들들 볶더니.’
에이든 리는 특유의 마이페이스로 1차 경연 내내 나를 툭툭 건드리곤 끝내 내가 무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사람을 꿰뚫어 보고 자존심을 건드려서 결국 행동하게 만드는 건 에이든 리가 자각도 못 하면서 내내 해 온 짓이었고 그건 놈의 특이한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1차 때는 다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욕이 있었고 에이든 리는 그 분위기를 타고 상황을 제 마음대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었으나, 지금은 포기를 상정한 놈들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에이든 리는 아마 뭐든 해 보려고 했겠지만, 결국 팀을 바꾸지 못했다. 그에 제 페이스를 잃고 만 거고.
아무리 놈이라 한들 다수에 의해 잡힌 분위기는 어떻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에이든 리 또한 분위기에 잘 말려들어 가는 놈이었다. 이번 파이널 경연을 위한 합숙이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태도만 봐도 딱 보이지 않나.
‘2조가 망하든 망하지 않든, 그건 놈들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지만…….’
그렇다 해서 에이든 리까지 거기에 말려들어 가는 건 좀 곤란한 일이었다. 내가 생각한 데뷔조엔 에이든 리가 포함돼 있었으니까.
게다가.
“너 여기서 페이스 회복 못 하면 팀에서 수납될 것 같은데.”
“…….”
에이든 리가 제 기세를 되찾지 못한다면, 놈은 제 기량을 충분히 뽐내지 못할 터였다. 생방송 무대에서 그만큼 좋지 않은 일은 없었고.
물론 에이든 리는 수납될 만한 실력이 아니고, 가지고 있는 기존 등수와 팬덤이 있는 만큼 마지막 경연 무대에서 평소의 기량을 뽐내지 못한다 해서 예견된 데뷔를 놓치지는 않겠지만…….
‘다른 놈들한테 표가 쏠리는 건 좀 싫은데.’
다만 에이든 리는 자신이 받을 수도 있는 표들을 다수 놓쳐야 할 터였다.
원래대로라면 에이든 리는 아이돌 메이커들을 비롯해 생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2조 내에서 표 몰이를 할 것이다.
하지만 에이든 리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그 눈길은 분산된다. 분산된 표는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할 테고.
‘아이딘의 전철을 밟을 순 없지.’
나는 그 분산된 표가 ‘적당한’ 놈들에게 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아이딘의 말로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그 길로 향하는 가능성을 조금도 남겨 둘 순 없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데뷔를 이뤄 내야만 하고, ‘적당히’ 하려는 놈들과 팀을 하는 건 이미 한 번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말에 에이든 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걸 보곤 조금 더 강하게 말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너 대신 다른 사람이 데뷔하는 거 보고 싶어?”
“……!”
그에 에이든 리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이번에는 내가 성공적으로 놈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럴 만하지.’
에이든 리는 지금 2조의 팀원들의 거의 대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을 텐데, 그중 누군가가 자신을 누를 수도 있단 말을 용납할 수 없을 테니까.
“…나, 질 생각 없는데?”
그에 불퉁하게 내뱉는 에이든 리의 말을 듣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가사지로 시선을 돌렸다.
“연습도 안 하는 게?”
“나 해.”
그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에이든 리는 씩씩거리며 연습실을 나갔다. 늘어져 있던 방금 전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꺼진 의욕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제야 작게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목을 가다듬고 연습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까지 연습실에서 나가지 않았다.
-1등을 그냥 뺏길 생각은 없어, 나 1등하고 싶거든!
누구에게든, 나 또한 뭘 뺏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