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st RAW novel - Chapter 5
04. 정사의 사정
연석은 담뱃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셔츠 단추를 성의 없이 두어 개 풀고선 사무실 테이블 위로 다리를 얹었다. 그가 움직이자 소파가 작게 삐걱거렸다.
사무실에서 한잔하는 중인데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윤 회장이 찾았다. 그곳에서 자리를 채우고 오느라 자정이 지났다.
송나연은 잠들었나. 하긴 시간이 몇 신데. 섹스 내내 희열에 찬 눈으로 신음하던 그녀가 떠올랐다. 2년 정도 사귄 전 애인이 하나 있다고 했었지. 성식에게 보고받은 바에는 그랬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파 송나연은 병원과 학교를 오가다시피 했다. 하나 있던 이복 오빠가 사라졌던 것도 그때쯤이라고 했다.
그 새끼랑 할 때도 송나연이 그렇게 몸을 부대껴 오고 신음을 지르며 허리를 흔들었을까. 불쾌함은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치솟았다.
그의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성식이 자꾸 힐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뒤통수 뚫린다.”
“죄, 죄송합니다. 형님.”
연석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라이터에 눈이 닿았다. 술집에 놓고 나온 걸 또 언제 챙겼는지 조심스레 내밀던 나연이 생각났다.
하여튼 처음 만나 저 큰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그를 바라볼 때부터 기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여자였다. 그렇게 룸살롱을 나오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던 그녀의 눈이 신경이 쓰였다. 자꾸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들어와 틈만 나면 생각이 나는 건 눈물을 흘리고 싶은 눈으로 입술을 꾹 물던 그 얼굴이었다.
성식에게 모텔에 대해 한번 알아보라 지시를 내렸다. 남자 하나가 다녀간 이후 모텔방이 난장판이 되었고, 그 이후로 송나연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녀는 크게 복잡할 것 없는 가정사를 가졌지만 순탄하지도 않았다. 그 중심엔 아빠의 피를 나눠 가진 오빠, 송태성이 있었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다가 성식에게 지시를 내렸다.
“송나연 마킹 잘 해라.”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송태성인가 그 새낀.”
“목은 따지 말라 하셔서 살려 두긴 했습니다.”
“그래.”
연석은 잠시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붙였다.
아직 몸에서 송나연의 체향이 나는 기분이다. 그녀를 방 안에 내려 두고 나올 때, 그를 바라보던 눈이 생각났다.
“내가 나가면….”
“문단속 잘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입술이 퉁퉁 부어서는. 연석은 눈을 감아도 들리는 듯한 나연의 목소리를 상기했다. 심신이 어지럽다. 난데없이 그의 생활에 나타난 송나연이 원인이다. 하여튼 귀찮게 굴지.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고.
상체를 일으키자 그만 집으로 가겠다는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 성식이 바짝 다가왔다.
아까 제법 만족스럽게 물을 뺐는데도 아래가 발딱 섰다. 다시 떠올린 송나연 때문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
교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리했던 논문들을 마지막으로 넘겨 보는데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는 찾지 못할 줄 알았는데 핸드폰도 지갑도 돌아왔다. 그리고 이틀 전 밤에는….
“나연아.”
속닥거리는 귓속말에 나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옆 열람실에 있던 민아였다.
“나가자. 커피 한잔하러.”
핸드폰과 지갑만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단하게 마실 커피 한 잔과 조각 케이크를 사 들고 카페에 앉았다. 방학이라도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뭐야. 핸드폰 찾았네? 소매치기당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줄 알았는데, 있더라고.”
“뭐야.”
공부에 지친 건지 민아는 무기력하게 기지개를 켰다.
“너 소개팅 진짜 안 해 볼 거야?”
“그, 패션디자인?”
“그래. 아까워 죽겠어서 그래. 진짜 잘생겼단 말이야.”
“됐어. 난 괜찮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홀짝였다. 분명 섹스를 하며 전화 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전화를 건 누군가에게 금방 가겠다고 답을 했는데, 사정을 하고도 제법 한참 동안을 그의 가슴에 안겨 지쳐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열이 식을 줄 모르는 심줄 좋은 페니스를 안에 품고 있었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명함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그가 별말 않고 핸드폰을 가져가 번호를 입력해 주었다. 태성이 들고 간 걸 그도 알고 있을 테지. 그래도 명함 하나를 다시 달라고 했다. 나연은 커피를 마시다 말고 다리를 꼬았다. 아래, 은밀한 그곳이 얼얼해 그날 밤 잠을 설쳤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아무 생각도….”
“상윤 선배도 부를까? 커피 마시게.”
“그냥 우리끼리 마시고 들어가자. 어차피 금방 들어갈 건데 뭐.”
“너 선배 불편하지.”
“어?”
“하긴 나도 막 편한 건 아냐. 하태민 때문에 친해지게는 됐지만 너랑 태민 선배 그렇게 안 좋게 끝나고….”
“상윤 선배가 내가 좋대.”
“…뭐?”
대번에 좋지 않은 소리가 날아왔다. 자기 친구 여자 친구였던 사람에게 그럴 수가 있냐는 둥 완전 기회주의자 아니냐는 둥, 그 말에 동조를 할 수도 부정을 할 수도 없었다.
“하긴, 하태민 너 좋다고 따라다닐 땐 언제고 얼마나 매정하게 버렸어. 뭐, 상윤 선배 사람은 나쁘지 않잖아. 지켜보면서 자기도 화가 났겠지.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미안하다고 했어.”
“잘했어. 하태민이랑 관계없는 완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나아. 어차피 곧 졸업이잖아.”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상윤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거절했다.
“난 오늘 집에 가면 자기소개서나 마무리해야겠다.”
“이따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그래.”
나연은 테이블 위로 올려 둔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다시 받은 명함이 안에 있었다. 왜 받은 걸까. 어차피 한 번의 일탈, 원나잇, 그런 거였는데. 연인도 아닌 사이에 했던 섹스니까 원나잇이거나 섹스 파트너. 하지만 그와 다음을 기약한 적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원나잇 쪽이라고 해야 맞으려나.
“너 좋아하는 딸기무스케이크잖아. 왜 안 먹어.”
나연은 민아가 건네는 케이크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이상하게 공부도 케이크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교내 카페를 나와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을 잡았다. 어둠을 뚫고서 캠퍼스를 걷는데 익숙한 차 한 대가 보였다. 그 차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선 남자 또한 낯이 익었다. 슈트 차림의 남자. 어둠 가운데 눈이 마주쳤다. 나연은 나란히 걷던 민아를 돌려세웠다.
“응?”
“나 전화가 와서 너 먼저 들어가 봐.”
“알았어. 금방 들어와.”
고개를 끄덕이자 민아가 시야에서 멀어져 도서관으로 걸었다.
나연은 천천히 연석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를 만나러 왔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대학교에 또 그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늘 그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던 성식도 보이지 않았다.
“뭘 그렇게 찾아?”
“아, 성식 씨가 없어서….”
차체에 기대어 있던 상체를 일으켜 세운 그의 미간이 조금 구겨진다.
“기대한 사람이 안 와서 실망했나 보네.”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늘 같이 있으니까.”
“보고 싶어? 불러다 줄 수 있어. 그날처럼 지키고 서 있으라고….”
“아,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래? 그런 뜻이었으면 실망하려고 했는데.”
농담처럼 입술을 올리면서도 뒷좌석에 타라고 턱짓을 했다. 따뜻한 듯하면서도 시니컬한 사람이다. 룸살롱에서의 그녀가 신경 쓰여 학교까지 찾아왔으면서도 난도질을 하는 듯이 성기를 내리꽂던 사람. 그 차이에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종잡기가 힘들다.
머리가 시트로 처박혔다. 짐승처럼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보지가 빨렸다. 거의 며칠째 물 한 모금 못 마신 사람처럼 구멍에 입을 박고 애액을 받아 마신다. 혀의 돌기가 밑구멍을 휘저으며 돌릴 때마다 꼴딱꼴딱 숨이 넘어갔다. 단지 혀가 들어온 것뿐인데도 숨이 막힐 만큼 머릿속이 어찔하다.
그의 혀가 촉수처럼 안을 쑤시며 예민한 살을 문지를 때마다 애액을 샘처럼 줄줄 싸지르는 기분이었다. 단지 기분만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입술 주위가 흥건해질 만큼 질 구멍은 끈적한 점액을 뱉어 댔다. 나연은 슬쩍 엉덩이를 아래로 밀어 회음에 파묻고 있는 그의 안면과 밀착시켰다.
“후으… 이사… 니임. 응….”
그녀가 원하는 대로 촘촘하게 속살을 흡입하던 그가 입을 떼지 않은 채 진한 신음을 냈다. 자극적인 목소리, 나연은 양손으로 제 구멍을 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착하다며 입술을 입구에 대고 비벼 주는 그가 혀끝으로 느릿하게 소음순을 밀어 문질렀다. 쪽쪽거리는 차진 소리가 났다.
“손에 힘 풀린다.”
나연은 활짝 입구를 벌리면서도 입으론 다른 소리를 했다.
“다른 데, 흐읏, 가서….”
“꼴에 학교 앞이라 이거야?”
조소가 야멸찼다. 차 밖으로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꾸만 주눅이 들었다.
“그간 여기로 다른 새끼 먹었어?”
“…아뇨.”
“넣지도 않았는데 보짓물 흐른다.”
“그런 말 좀 하지 말아요.”
“그런 말 때문에 넌 더 흥분한 거 같은데요?”
그녀의 애원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이 남자는 뻐끔뻐끔, 애액이 고인 질 구멍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안으로 푸욱 넣었다. 그저께 밤을 기억하는 아랫구멍은 그 손가락 하나에도 좋아 죽겠다며 조이고 들었다.
“부었을까 봐 왔더니, 생각보단 많이 안 부었네.”
이러면 안 되는데, 그가 헤집어 놓은 안이 후끈거린다. 가려웠다. 이건 그를, 엄밀히 말하자면 그날 넣어 주었던 그의 성기를 원한다는 소리였다. 위험하다. 자신이 이렇게 섹스에 목이 말랐었나.
“이렇게 음란한데 그간 어떻게 참고 살았어, 너.”
대놓고 비웃는 그가 손가락을 뽑아냈다. 긴 손가락으로 덕지덕지 묻은 애액을 빨아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는 팬티를 입혀 주었다. 허리를 끌어안아 시트에 앉혀 주는 남자는 퍽 다정했다. 흥분과 쾌감으로 시뻘게진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어 고개를 돌리자 또 픽 웃는다.
“좋아서 엉덩이 흔들어 놓고 끝나면 영 다르다, 너는.”
그가 참았다는 듯 담배를 물었다. 나연은 서둘러 배까지 말려 올라간 원피스를 내렸다. 이러려고 원피스를 입은 건 아니었는데. 물끄러미 담배를 피우는 그를 바라보자 창문을 내리다 말고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왜. 아, 키스를 안 했나?”
“…했어요. 하기 전에.”
팬티를 내리기 전에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했으면서 능청스레 묻는다.
“뭐 하기 전에.”
“…….”
“기억 안 나. 너 혼자만 기억하고 있으려고?”
“입으로 해 주시기 전에요.”
그가 연기를 뱉으며 바람 소리를 낸다.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건지.
“우리 대딩, 공부는 많이 했고?”
“…하려고 하는데 붙잡았잖아요. 그리고 저 시험 봤어요. 이제 취직 준비 하느라 바쁜 거예요. 바쁜데 이사님이 붙잡아서….”
“좋다고 밑구멍 벌리고 치댄 사람이 누구더라.”
말을 말아야 한다. 나연은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칼을 바라봤다. 그저께 밤, 땀에 젖어 흔들리던 머리칼에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남자의 향.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가방 가지고 나와.”
“혼자 갈 수 있어요.”
“진짜 집에 데려다주려고 그러겠어?”
그럼 왜.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추궁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다정함이 섞인 어조. 나연은 얼른 차에서 내려 도서관까지 걸었다. 열람실 안으로 들어와 가방을 챙긴 뒤 집에 같이 가자고 했던 민아의 말이 떠올라 옆 열람실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민아가 보였다. 톡톡, 하고 어깨를 두드리자 퀭한 눈으로 고개를 든다.
“가게?”
“응. 잠시 만날 사람이 있어서 먼저 가야겠어.”
아쉬워하는 민아를 뒤로하고 서둘러 도서관을 나왔다. 도서관을 나오자마자 곧장 그의 차와 마주했다. 그새 운전석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는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조수석에 앉아도 되는 건가. 문손잡이를 잡고 잠시 고민을 하는데 그가 고개를 돌렸다. 나연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허락이라 생각하고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차 안엔 그의 향기가 가득하다. 섹스를 할 때도 났던 그의 체향. 그날처럼 따로 향수를 뿌린 건 아닌 것 같은데, 나연이 가만히 생각에 잠긴 사이 그는 곧바로 핸들을 돌려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나연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이불부터 깔았다. 첫 만남 때와는 달리 친절하게 구두까지 벗은 그가 그녀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성식이 그랬던 것처럼 문을 박차지도 않았다. 맨바닥엔 못 앉는다던 그가 생각나 이불부터 깔긴 했지만 곧장 앉을 생각은 않고 넥타이를 푼다.
“뭐, 오자마자 하자고?”
“…맨바닥에 못 앉는다면서요. 전 하던 일이 있어서 정리 마저 해야 해요. 근데 왜… 여기까지….”
풀어 헤친 넥타이를 책상 위에 얹은 그가 자연스레 목 아래 단추를 풀었다.
“뭘 여기까지야. 내 방인데.”
“네?”
그러고 보니 장기 투숙 한다며 거액을 두고 갔었다. 다시 돌려주고 싶어도 돈은 이미 태성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일단 끝내야 하는 것이 있으니 집중해야 한다. 시계를 푸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가방을 열었다. 이제 정리가 거의 끝나 가는 논문들과 노트북, 자기소개서 양식들을 책상 위에 얹었다.
최대한 그가 있는 쪽은 신경 쓰지 않기 위해 고장 난 로봇처럼 의식적으로 노트북만 응시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한쪽에 놓여 있는 넥타이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연은 결국 들여다보던 논문을 덮었다.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의 남자가 한방에 있는데 논문이고 자기소개서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
보던 것들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녀의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남자는 목 아래 단추만 푼 채 셔츠 차림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정말 자고 갈 생각인가.
이 모텔에 개인 화장실이 달린 방은 그녀가 쓰는 이 방이 유일했다. 주인 방. 그래서 첫날, 그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나연은 대충 샤워를 하고 수면 원피스를 입었다. 얼마 전에 미주가 시장에 가서 사 왔다며 선물로 줬는데 인조 밍크지만 제법 푹신하니 괜찮았다.
“…….”
화장실을 나온 나연은 창문을 닫으며 창문 아래 사이드 테이블을 가만히 쳐다봤다.
원래 잘 때 속옷 잘 안 입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위험하다면 아주 위험한 남자가 곁에 있으니 팬티 하나는 입어야겠지. 갑갑한데.
잠깐 고민 끝에 개중 가장 편안해 보이는 팬티를 골라 다리를 넣고 재빠르게 올려 입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이 방이 원룸인 걸 알고나 누운 건지 모르겠다. 그럼 자신은 어디서 자라고. 하긴, 이미 그보다 더한 것도 했는데 한방에 나란히 눕는 것 정도야. 이미 깊이 잠든 것 같으니.
그녀는 여분의 베개를 꺼내 그의 옆자리에 놓고 불을 껐다. 너무 어두우면 이따 나갈 때 힘드려나. 나연은 잠깐 고민하다 일어나 발아래 스탠드 조명을 약하게 켜 두고선 자리로 돌아왔다. 비가 많이 오거나 천둥이 치면 켜 두는 조명이었다.
다시 눕지 않고 길을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이부자리 위에서 망설였지만 마땅히 따로 누울 곳도 없었다. 나연은 그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고, 이불 없이 자고 있는 그에게도 자신의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 주었다.
또 비가 올 생각일까. 창문 밖으로 똑똑,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다행히 금방 그칠 것처럼 빗줄기가 약했다. 슬쩍 좀 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그가 있으니 비든 눈이든 무섭지 않아서 좋다.
그를 따라 스르륵 눈을 감는데 옆방에서 얄궂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앙, 하으응, 앙!
격양되고 들뜬 신음 소리. 미주가 새로 만나는 섹스 파트너와 함께 있는 모양이었다. 왜 하필 오늘이야.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미주는 자주 그랬다. 그렇지만 혼자서 미주의 사생활을 듣는 것과 옆에 누운 이 남자와 함께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분이 그랬다.
한번 시작되면 제법 오래가는데. 어서 잠드는 것이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습관처럼 자세를 모로 돌려 눕는데 그녀를 향해 돌아누워 있던 연석과 눈이 마주쳤다.
“꺄악!”
“쉬….”
조용히 하라 입을 가리는 그가 미묘하게 웃고 있다. 매섭게 뻗은 눈매가 유연하게 휜다.
“너 때문에 옆방 흥 깨지겠다. 조용히 해 줘야지.”
“안 주무셨어요?”
하긴 옆방이 저리 요란한데 얌전히 잠이 드는 게 더 희한한 일이긴 하다.
“집에 가셔서 편히 주무시지. 여긴 방음이 그렇게 좋질 못해서요.”
미주는 신음 소리가 좀 요란한 편이었다. 신음 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마주 보고 자는 탓에 자꾸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나연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자연스레 원피스 안으로 들어온 손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른다. 생리가 며칠 안 남아서 그런가, 유두가 스치기만 해도 다리가 꼬이고 음부가 찌릿거린다.
“아….”
“빨아 주는 것보다 만져 주는 게 더 좋은가 본데.”
새삼 알았다는 듯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지독하게 낮다. 그래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우고 살살 돌리는 그가 밭은 숨을 내쉰다.
“자꾸 만지면… 젖어요.”
“이미 젖었잖아.”
사실 그가 허리를 감아 당겼을 때부터 아래가 축축했다. 뭘 했다고 그가 만지기만 해도 젖는 걸까. 거기다 미주가 저리 신음을 흘려 대니 자꾸 아까 차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아, 너무 서서 좆 아프네.”
그가 하는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 눈을 끔뻑거렸다. 지금 그의 바지 속 사정도 그럼…. 이불은 이미 말려 내려간 지 오래였다. 그가 답답한지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슈트 아래 억압되어 있던 페니스가 불룩하게 솟은 것이 드로어즈만 보아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의 앞섶도 축축하게 젖어 엉망이었다.
“뭘 그렇게 음란하게 쳐다봐. 남자 좆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무식하게 크니까 그렇지.”
“뭐?”
나연은 새치름하게 아무 말도 안 한 척 스윽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너 내가 우습지.”
기가 찬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묻는 모양새가 선뜩했다. 나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조금 편해진 건 있지만 성식 같은 남자가 꼼짝도 못 하고 빌빌거리는 것만 봐도….
“네 손으로 좋다고 넣었으면서 그런 말 하기야? 섭섭하네.”
하나도 섭섭한 어조가 아니었다. 외려 웃고 있기까지 하면서. 처음엔 분명 단순히 섹스만 생각하고 그와 처음을 시작한 게 맞긴 한데. 정말 욕정에 몸이 달아서 이러는 건가. 자꾸 그와 몸을 맞대고 있으니 야릇한 생각만 든다. 저 크고 단단한 것을 제 안으로 넣었을 때의 그 짜르르했던 기분이 또 상기된다.
“생긴 거랑은 다르게 허리 놀리는 게 장난 아니던데.”
모로 누운 채 머리를 괸 그가 대놓고 조롱했다. 하여튼 아랫도리나 입이나 무지막지한 건 똑같다.
“예전에 만난 사람이랑은 그러지 않았어요. 이사님처럼 섹스할 때 짐승 같지도 않았고 아끼고 사랑하는, 플라토닉에 가까운….”
다른 커플보다 섹스를 늦게 튼 편이었다. 플라토닉 러브에 가까운, 제가 떠올리고도 웃기지만 그랬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의 기억 속에선. 그래서 더 잊기 힘들었다. 괜히 허튼소리를 할까 나연은 말문을 걸어 잠갔다.
“그래.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서 널 버리고 떠나? 그것도 딴 여자 옆에 끼고?”
“알아요. 나쁜 놈인 거. 어차피 끝난 지 오래됐어요. 뭐, 이제 저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요.”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선 마음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런 놈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워했었단 사실이 비참해서였다.
비아냥거려도 할 말이 없었다. 누가 봐도 나쁜 놈이다. 첫사랑이라서 조금 상처가 늦게 아무는 거다. 그가 떠난 후 애증으로 원망하고 울던 밤도 이제 끝이다.
가만 눈을 내려 감고 있던 나연은 슬며시 드는 의문점에 고개를 들었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제 뒷조사 하신 거예요?”
“어.”
“왜요? 저번에는 내가 네 뒷조사라도 했을까 봐? 그러셨잖아요.”
어쭙잖게 흉내까지 내니 그가 고개까지 숙이고 웃어 댄다.
“도살장에 소 끌려오듯이 끌려와서 울지나 말든가. 명함은, 잘 갖고 있어?”
“새로 주신 명함이요? …네.”
어느새 허리를 일으켜 앉은 나연이 그가 묻는 말에 조곤조곤 대답했다. 그가 아무 말도 없이 머리만 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여 드릴까요?”
“됐어.”
그녀의 물음을 가볍게 물리친 그가 다시 베개 위로 머리를 눕히곤 긴 숨을 내쉰다. 팔을 머리맡에 넣고서 바로 누운 그가 빨리 누우라고 그의 옆자리를 턱짓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신경이 쓰인다.
“정말 이러고 잘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커서 신경이 쓰이는데, 발기를 한 데다 바지 버클까지 풀어 헤친 상태라 바지 사이로 두툼하게 일어선 아래쪽이 신경 쓰여 힐끔거리며 운을 뗐다.
“플라토닉한 사랑이 좋았다 하시는 분이 발기한 남자 좆이 신경 쓰이나 봐?”
그는 흉측하게 발기한 아래쪽을 감출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좀 가리든가, 이불이라도 덮든가.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
하앙, 아, 하응.
여전히 옆방은 몸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눈 둘 곳이 없다. 이미 팬티는 젖을 대로 젖었고, 조금만 더 눈을 내리면 보란 듯이 발기한 그의 성기가 있다. 팬티 안에 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천 조각 하나로 덮었다고 무시할 수준의 크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선을 올리자니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열린 단추 사이로는 그의 단단한 가슴이 보인다. 제 시선은 하염없이 방황하는데 그는 어찌 저리 여유로운지 모르겠다.
“저리로 돌아누워 주무시면 안 돼요?”
“자지가 커서 좋아요, 울면서 허리 돌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지셨나 봐.”
그날 밤, 그녀가 뱉은 말을 따라 하며 피식거리는 낯빛은 태생이 부끄러움이라곤 없는 얼굴이다.
“네가 돌아누워 자면 되잖아.”
“아.”
바보처럼 탄성을 뱉었다. 몸을 틀어 벽 쪽을 바라보며 다시 이불 위로 누웠다. 미주의 신음을 자장가 삼아 차연석의 옆에서 눈을 감아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웃겼다.
발아래까지 내려간 이불을 당기려 몸을 일으키는데 내내 그녀를 신경 쓰이게 했던 머스크 향이 등 뒤로 달라붙었다. 목덜미를 지분거리는 뜨뜻한 혀가 이내 쭈읍, 춥 살을 빨아들이며 분탕질을 친다. 동시에 잠옷 안으로 들어와 팬티를 벗기는 손은 서두르지 않았다.
느릿느릿, 벗기는 건지 그냥 만지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그는 팬티 끈을 손에 감고서 엉덩이를 만져 댔다. 둔부 한쪽을 쓸어 만지는 손길에도 뜨거운 숨이 나왔다.
“하읏… 아, 안 돼….”
“우리 대딩은 거짓말이 참 서툴러서 좋아.”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휘감는다. 보이는 건 벽뿐이지만 몸은 아니다. 어느덧 그의 손이 사타구니까지 넘어왔고 귀를 핥는 촉촉한 혀가 느껴졌다. 시야가 제한적이라 더 흥분되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오감이 온통 차연석에게로 향해 있었다.
“평소에도 옆방 떡 치는 소리 들으면서 자위하고 그래?”
“…안 그래요.”
어느새 그가 벗긴 팬티가 골반 아래에 어정쩡히 걸쳐졌다. 그의 손이 단숨에 음모를 헤치고 추적추적 물기 고인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앙!”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젖어?”
옆방 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만져서 그런 거라고 정정하기 싫어 나연은 입을 닫았다.
큭큭대면서 묻는 목소리는 다분히 잔악했다. 사실 우리는 애인 사이가 아닌데. 미주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 했지만 이게 맞는 건지 판단력이 흐려지는 기분이다. 그를 만난 이후 내내 그랬다.
“넣어 달라는 말을 참 돌려서 한다. 너도.”
“…내일 아침에 일 있어서 학교 가야 해요. 오늘은 안 되는….”
구멍 속에 그의 손가락을 끼우고 하는 소리치고 대담했다. 다른 의미론 도발이기도 했다.
아아앙!
미주가 절정에 올랐다. 헉헉, 하고 몰아치는 숨소리도 들렸다.
찔꺽찔꺽, 그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아래에 물소리가 흥건하다. 외면해 봤지만 손가락 대신 그의 성기를 끼우고 미친 듯이 하는 절구질이 동하는 거다. 젖은 자신의 구멍 속에 크고 먹음직스러운 페니스를 깊숙이 넣고 젖가슴이 아프도록 흔들고 싶은 거다.
“…….”
결국 나연은 꽂힌 연석의 손가락을 밀어 빼고 팬티를 벗었다.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던 팬티를 스스로 끌어 내리는 것뿐인데 아랫배가 찌르르했다.
“어차피 벗을 거 왜 입나, 했다.”
또 그가 특유의 나직한 웃음을 띠고 있을 것 같아 뒤돌아보지는 못하고 원피스를 슬쩍 올리는데 뒤에서 후우, 하고 낮은 숨이 흘러나온다. 원피스가 올라가 드러난 하체가 서늘했다.
벗은 팬티 한가운데가 젖다 못해 애액으로 푹 고인 중앙부가 보였다. 얼른 남세스러운 팬티를 돌돌 말아 바닥 어디쯤에 둘지 머뭇대는데 그가 나연의 허리를 당겨 돌아 눕혔다. 자연스레 몸이 마주 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술이 먹혔다. 느긋한 어조와는 달리 혀를 사납게 쑤셔 넣다시피 했다. 키스를 할 때면 야만적이리만치 혀를 빨아들이고 그의 타액을 넘겨준다. 질척하게 서로의 타액을 넘겨받다가 입을 뗐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입술을 비비는데 그가 거칠게 중얼거렸다.
“자지 보면서 엎드려 봐.”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 그의 발끝을 보며 가슴팍으로 올라탔다. 나연은 그녀의 팬티 사정과 다를 바 없는 그의 드로어즈를 내렸다. 단박에 공중으로 치고 올라오는 페니스가 굳건하다. 옆방은 한판이 다시 시작된 건지 다시 신음이 시작됐다.
나연은 그의 얼굴 양옆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아 앉았다.
“너 근데 이렇게 좁아서 그제는 어떻게 받아 냈냐.”
안 찢어진 게 용하네, 질구를 벌리며 느긋하게 감상하는 그의 음성이 음험했다. 그가 나연의 골반을 그의 얼굴 위로 확 잡아당겨 눌렀다. 감탄을 내지를 만큼 잘생겼던 얼굴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아낌없이 묻혔다.
“구멍으로 내 입에 침 뱉는다고 생각해.”
“네? 그걸 어떻게.”
“뭘 어떻게야. 지금도 잘 하고 있구만.”
그가 애액을 받아 마시느라 뭉개진 발음을 했다. 나연은 저도 모르게 아래쪽에 힘을 꾹 조였다 풀었다. 오므렸다 벌어지는 아랫구멍 사이로 줄줄 범람하는 애액을 그가 개처럼 입을 박고 먹었다. 회음부에 눌어붙는 그의 눅진한 숨조차 아찔하게 느껴졌다. 연석에게 몸이 붙잡혀 있으면 하릴없이 온 신경 세포가 그에게로만 곤두선 기분이다.
그녀는 질구를 그의 입술로 조준해 슬쩍슬쩍 비비면서 천천히 귀두를 빨았다. 손안에서 후끈거리는 뿌리가 어서 입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울근거린다.
나연은 그가 보지를 잘 빨 수 있도록 엉덩이를 흔들며 크게 벌린 입 안으로 귀두를 밀어 넣었다. 흐벅진 기둥이 혓바닥에 착 달라붙어 꿈틀거렸다. 반쯤 눈을 감고서 잇새를 파고든 남자의 은밀한 살덩이를 쭈웁쭈웁 감빨았다.
엉덩이를 흔들던 속도가 느려지자 그가 그녀의 골반을 붙잡고서 빠르게 미당겼다. 활짝 바라진 음순이며 클리토리스까지 음부란 음부는 그의 혀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발정 난 개가 마킹이라도 하듯 추읍, 춥, 천박한 소리를 흘리며 그가 자신의 타액을 발라 댔다.
나연은 교성을 흘리면서도 자지를 빠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마치 한 몸이라도 된 양 그의 성기는 검질기게 혓바닥에 감겨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입으로 그득그득 품은 성기가 빨면 빠는 대로 맥동하는 그 느낌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크기도 얼마나 큰지 입 밖으로 삐져나가려 꿈틀거리는 기둥을 나연은 다소 우악하게 목구멍 안으로 욱여넣었다.
커다란 막대 사탕이라도 쥐듯 기둥을 쥐고 나연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성기를 혀로 눌러 핥아 올렸다. 아래로는 더욱 다리를 쩍 벌려 댔다. 요사스러운 자세라는 자각 같은 건 어느 순간 안중에도 없었다.
“아흐응… 아앙아!”
“귀두를 빨면서 밑을 동시에 흔들어야지. 흣. 그래.”
그의 말대로 귀두를 입 안에 넣은 채 혀로 굴리면서 두 손으로 기둥을 쩍쩍 문질렀다. 입술을 모아 귀두를 당겨 흡착하며 요도를 이리저리 굴리자 끈적끈적한 쿠퍼액의 양이 보다 많아진다. 물론, 두 눈으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혓바닥에 감기는 느낌이 그랬다.
“으음, 아, 츄읍, 음.”
그의 성기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허겁지겁 맛있게 빨고 있는 자신을 누군가가 본다면 망측하다 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입 안을 터질 듯이 채워 주는 따뜻한 이것이 좋았다.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모두가 다 떠나고, 태민마저 떠나고 밤마다 외로웠던 자신을 위로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쳤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흉악망측하다 못해 빠는 것만으로 목구멍이 뻐근한 이 성기가 자신을 위로하다니. 태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묵직하다. 찢어질 정도로 아래를 채워 주던 그것이었다.
“하아, 흣.”
혓바닥에 귀두 선단을 대고 그림이라도 그리듯 좌우 아래위로 연거푸 긋자 그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음했다. 곧 자신의 가장 예민한 안쪽을 긁고 찔러 줄 부분이었다. 음란한 그곳을 이내 입술을 모아 보란 듯이 쭙쭙대자 귀두와 마찰되어 나는 침 소리가 격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복근이 꿈틀거리며 가슴팍이 미세하게 튄다. 흡족한 반응이 뒤따랐다.
“후… 아래로만 잘 먹는 줄 알았더니 위로도 잘 먹네.”
“하아, 으응….”
점점 턱이 아프고 힘이 부쳐 속도가 떨어졌다.
“착하니까 박아 줘야지. 아까 차에서처럼 엎드려 봐.”
제대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리자 그가 손수 자세를 잡아 주면서 나연의 손에 이불을 꼭 쥐여 주었다. 엉덩이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든 채 상체를 납작 엎드렸다. 수치스럽도록 질구를 그를 향해 들이밀어 보였다. 음탕하기 짝이 없는 자세에 흥분도가 탄력이 붙어 올라갔다.
구멍 속으로 굵고 긴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가 연거푸 왕복했다. 아무래도 힘에 부쳐 하는 그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질을 넓히려는 것 같았다.
“음탕해, 송나연. 내 거 먹으려고 이렇게나 밑을 벌려 대고 말이야.”
항변할 여력도 없이 질구에 굵직한 귀두가 맞물려 들었다. 그녀의 침으로 범벅이 된 자지가 입구에 비벼지는 것만으로 음부 전체가 찌릿했다. 움찔거리는 질벽을 밀어 대며 페니스가 박차고 들어왔다.
“자, 잠깐, 어디까지…!”
푸욱, 깊숙하게 들어와 자리를 잡느라 성기가 약동하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랫배까지 꿰뚫고 들어올까 문득 나연은 겁이 났다. 그래도 안까지 꽉 맞물려 든 것이 빠져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들어찬 것을 조여 물었다.
연석은 페니스를 압박하느라 아랫배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녀의 배 언저리를 감싸 안고 좀 더 바짝 당겨 안았다. 뿌리까지 꿀꺽 먹느라 대번에 항문까지 꾹 오므라든다. 절로 그녀가 교성을 터트렸다.
성기를 잡아 죄며 안으로 거듭 끌고 들어가 밀착해 대는 점막에 연석이 입술을 깨물었다. 빠끔거리며 만족으로 벌렁대는 뒷구멍을 보자 하니 그건 또 그것대로 흥분으로 내달린다.
빠듯하게 질 안을 들쑤셔 밀려 나온 애액이 음모를 타고 내려가 방울방울 매달려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 광경을 감상했다. 적당히 난 음모마저 시선을 잡아끄는, 하여튼 이상한 여자다.
“이렇게 잘도 따먹으면서. 퍽도 안 된다.”
그가 쯧, 하고 낮게 읊조리듯 비웃었다.
입고 있는 잠옷 원피스가 그녀의 등허리까지 올라가 그나마 감추고 있던 가슴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슬쩍슬쩍 페니스를 흔들자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콧소리를 낸다. 시트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녀가 뺨을 바닥에 대고 그를 힐끗 본다. 뺨이며 입술이 발그스름해져선 영락없이 흥분한 얼굴이었다.
“너무 깊어? 안 그러면….”
“아, 안…!”
슬며시 박아 놓은 뿌리를 길게 빼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빠져나가는 기둥을 콱 물었다.
“기, 깊게 그냥….”
그게 또 부끄러운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플라토닉? 코웃음이 나왔다. 자지가 없이는 외로워 한시도 비워 둘 수 없는 구멍이다. 그의 좆 맛을 알아 조금만 빨아 줘도 시뻘겋게 과즙을 흘리는 구멍이 아닌가. 그는 흔들리는 고환이 떨어져라 발기한 성기를 박고 허리를 쳐올렸다.
“하아앙! 아, 하으아아!”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유두가 이불에 쓸렸다. 그녀는 이불을 빠드득 움켜쥐며 자지러지면서도 거친 삽입을 즐겼다. 그래도 더 먹겠다고 사정없이 조여 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먹고 빠질 때마다 애액이 덕지덕지 묻어 나와 한껏 윤활에 힘을 보탠다. 그것이 기특해 엉덩이를 두 손 그득 쥐고 주물러 주었다.
“듣겠다, 옆방. 송나연 물소리도 들리겠는데.”
그녀가 시트 위로 입을 파묻었다. 신음이 한풀 접히자 교접 지점에서 바쁘게 찌걱거리는 물소리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렇게 조인다고 보짓물이 안 흘러? 조이지 말고 힘 풀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도 그녀가 골반을 그의 사타구니에 붙여 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가 따로 추삽질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성기를 꾸역꾸역 먹었다 쑤욱 빼내는 허리 놀림은 아직 엉성하지만 충분히 매혹적이다.
그녀가 두 사람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전쟁 중인 삽입 부분을 손으로 만져 본다. 깊이 박혀 들어가는 페니스를 확인하고서야 파르르 감은 눈을 떤다. 만족의 신호였다. 하여튼 요물.
그녀가 플라토닉하게 사랑했다던 남자가 문득 궁금해졌다. 몸도 마음도 다 갖다 줘 버린 그 새끼는 대체 어떤 남자길래. 못된 마음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날을 세워 올라왔다.
“내가 박아 주면 뭐라 말하라 그랬어.”
“…그런 말 하으… 시, 싫어요.”
“빼?”
“못, 됐어. 아아!”
“그럼 내가 착할 줄 알았어? 빨리 말해야 할 텐데.”
곧장 그만둘 것처럼 넣어 둔 걸 훅 꺼내는 시늉을 하니 그녀가 다급하게 엉덩이를 붙여 왔다.
“아응… 보, 보지가 기분, 흐… 좋아요.”
“왜.”
그 다음 대사까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잠시 생각을 하는지 말이 잦아든다. 이미 얼굴이 시뻘게져서 들지도 못하는 것이 보인다. 하여튼 귀엽다니까.
“…깊이 …넣어 줘서.”
이것만큼은 그의 강요가 한 톨도 섞이지 않은 순도 백 프로 진심.
“그래? 몰랐네.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녀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성기를 길게 내리박았다. 이미 목까지 올라가 버린 원피스 아래로 뽀얀 젖가슴이 그대로 이불에 뭉개지고 있다. 그의 성기를 대체 어찌 받아 낼까 의구심이 들 만큼 작은 체구에 작은 구멍이다.
몸을 꿰뚫듯 들어가는 그의 성기를 받아먹는 그녀가 온몸으로 신음하며 울었다. 두 손을 벌벌 떨며 넘어갈 듯하면서도 몰아치는 삽입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 애달픈 모습마저 남자의 정욕을 부추긴다.
흥분의 스위치는 오로지 그녀였다.
그가 깊은 침음을 흘리며 사정했다. 정액을 토하느라 페니스가 요동치자 그녀의 아랫배에도 잔경련이 일었다. 성기를 길게 뽑아내자 진한 정액이 그녀의 안에서 푸지게 쏟아져 나왔다. 흰 포말이 질구 주위에 너저분하게 묻어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무너져 내렸다. 연석은 풀어지는 몸을 끌어왔다. 후희까지 그녀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여튼 혼자 두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여자다. 그리도 이리로 걸음을 이끌게 하더니 이젠 이 품마저 자연스레 내어 주게 만든다.
연석은 바들거리는 나연의 음부를 부드럽게 만져 난폭하게 그의 성기를 받아 냈던 그곳을 달래 주었다. 지나치게 과열된 마찰로 아직 오물거리는 질구가 후끈거렸다.
“아, 괜찮… 아요.”
괜찮다면서도 그의 가슴에 기대어 쉬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고 좀 더 당겨 안았다.
후으, 후, 거친 호흡을 하며 힐끗 그를 올려다보는 나연과 눈이 마주쳤다. 연석은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충동은 무서우리만치 거셌다.
연석은 기절하듯이 잠이 든 그녀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의 시침은 새벽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테이블 의자에 걸어 둔 슈트 재킷을 드는데 작업을 하다 말고 덮은 노트북이 보였다. 오늘 뭐 써야 한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
그녀가 필기한 노트를 가져와 펼쳐 보았다. 제법 어른스러운 필체와 여기저기 꼼꼼하게 형광펜을 칠해 놓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엔 이력서가 놓여 있었다.
가만히 이력서를 보던 그가 재킷에 넣어 둔 담배를 꺼내 무는데 쌔근쌔근 잠이 든 그녀가 눈에 밟혔다. 결국 물고 있던 담배를 잡아 뺐다. 책, 노트북, 가방.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는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쥐고 조용히 방 안을 나오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혼자 두고 가기가 못내 마음에 걸려 나연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 들고 밖으로 나오자 세단 세 대가 골목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를 마중 나온 성식과 그의 부하들이 꾸벅 허리를 꺾고 고개를 숙였다.
“형님… 어, 송, 나연?”
성식이 연석의 품 안에 안긴 채 나오는 나연을 보고 눈이 커졌다.
“뭐 해, 가자. 춥다.”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이 새벽에 어딜 가겠어.”
“아….”
“꼭 말로 해 줘야 알아듣지.”
연석은 기절한 것처럼 눈을 감은 나연을 차에 싣고 같이 타려는 성식을 불러 세웠다.
“예?”
“넌 송나연 짐 챙겨서 뒤따라와.”
“예?”
“이 새끼가 아까부터 왜 자꾸 두 번 물어.”
“아, 네. 알겠습니다.”
연석은 룸 미러로 멀어지는 성식을 보며 쯧 혀를 찼다.
“굼떠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