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003
01002 Omnibus – Seraph. =========================================================================
밤하늘을 가리는 두 눈이 지그시 내려다보자, 세라프는 갈팡질팡하는 기색으로 시선을 피한다.
사내의 눈동자 속 타오르는 뜨거운 정열에 두근두근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이리라.
그 와중에도 김수현의 손은 꾸준히 움직였다.
옷고름을 흘리고, 치마 이음새를 푸는 손길은 몹시 떨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난폭하게 찢어발기고 싶은 걸 꾹 눌러 참듯이.
그리하여.
비로소 겉옷이 사라졌을 때.
남자의 두 손이 갑자기 정지했다.
밤을 밝히는 촛불의 불빛은 드러난 살결에 살그머니 들러붙어 와 희게 빛낸다.
고운 진주를 연상케 하는 순백의 살 색에 연한 주홍빛이 물들었다.
김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여인의 등 뒤로 손을 넣었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천사는 바로 허리를 비틀었으나, 무의미한 저항에 불과했다.
툭, 온종일 신경 써서 고른 흰 브래지어가 무심하리만치 몇 초 만에 떼어졌다.
살짝 기울어진 속옷을 두 손으로 붙잡고 떨어뜨리자, 양 가슴이 넘쳐흐를 듯 약동하며 부각된다.
그 광경을 눈앞에서 바라본 김수현은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처음으로 보는 천사의 젖가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풍요로웠다.
제비처럼 날렵한 호를 그리며 내려가는 가슴선은 위로 들려진 유두를 찍고, 아래로 내려가며 완곡한 부채꼴을 선보인다.
그 압도적인 부피에 산의 한가운데 도드라지는 유두나.
또는 그 둘레가 머금은 진한 살구색 유륜이 유방에 비해 작다고, 김수현은 무심결에 생각해버렸다.
그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넘치는 가슴이었다.
“수현….”
빤히 보고 있으려니 아련하다고 표현해도 부족한 애타는 음성이 희미하게 퍼졌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는….
입속말을 흐리며 세라프는 애처로운 빛을 띤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겠다는 듯, 김수현은 일언반구도 없이 여인의 풍유한 유방을 덥석 움켜쥐었다.
급격히 숨을 들이켠 그녀의 허리가 떠들리고, 그는 신음 섞인 숨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선명한 감촉이었다.
손의 안쪽에 부드러이 번지는 따뜻한 온기도.
손바닥을 긁는 돌출된 부분의 단단한 느낌도.
대단한 탄력이 전해지는 질감이나, 꽉 힘을 주면 이대로 녹아내릴 것 같은 촉촉한 속살의 조화로움도.
이 모든 것이 사내의 내부를 발열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요소였다.
살짝 힘을 주는 것도 잠시.
김수현의 눈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안간힘을 다해 표정을 유지하는 천사가 걸렸다.
만지작거리는 걸 포기한 건 아니었지만, 오른손을 떼는 대신 천천히 귀를 갖다 붙였다.
그리고 들뜬 피부의 표면에 고동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걸 듣는다.
긴장하고 있구나.
빙긋 웃은 남자는 달고 향기로운 젖 내음에 흠뻑 취해 아이처럼 볼을 비비며 입을 벌렸다.
한동안 눈을 감고 하아, 하아 심호흡하더니 부지불식간에 젖을 한 입 가득 물었다.
“응!”
탄식과도 같은 비명.
이리저리 비틀어지며 움츠리는 듯한 감각이 사내의 얼굴을 밀어내려 애썼으나, 역시 어림없었다.
이미 천사의 여체에 흠뻑 취한 남자는 젖병을 흡입하듯 힘차게 빨아 젖히는 중이었으니까.
때때로 혀를 굴려 유륜을 희롱하거나, 이빨로 유두를 질근 깨물 때마다 천사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풍선처럼 부푸는, 처음 맛보는 오싹한 감각에 표정이 느슨해지는 걸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이따금 고개를 꼬거나 몸을 떪으로 신호를 보낼 뿐.
“응, 응, 으윽, 으으으응…!”
흐르는 선율처럼 올라가는 간드러진 교음을 반주 삼아, 남근도 드디어 기지개를 켤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몰리는 피에 힘입어 찌를 듯 세워진 남성이 성을 내며 점액을 분비한다.
그때 사내의 목을 세게 껴안고 있던 세라프의 깍지가 탁 풀렸다.
힘겹게 뜬 눈은 몸을 일으킨 김수현의 탄탄한 윗몸을 볼 수 있었다.
흐린 눈동자도, 그리고 상대가 어느새 옷을 벗었다는 사실도.
거기까지 인지했을 때, 세라프는 이제야 자신이 거의 알몸에 가깝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채 느끼기도 전, 상반신에만 머물던 김수현의 큼직한 손이 천사의 몸을 쓸어내렸다.
거침없이, 그러나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손길은 꼭 나신으로 햇빛을 받는 것 같아, 거듭 놀라려던 몸이 이상하리만치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애무에 푹 빠진 세라프는 더듬더듬 양팔을 뻗으며 상대를 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사내는 상처투성이인 팔을 마주 뻗어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강하게 껴안아 올린다.
자신을 소중히 감싸는 그 모든 것에 더 없는 안락함을 느낀 여인은 눈앞의 가슴에 파고들 듯 고개를 묻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얽히고설킨 두 남녀 사이로 불현듯 다부지고 억센 손이 살금살금 아래로 내려간다.
어깨부터 쇄골을 훑고, 배 위로 흘러내려, 달빛을 반사하는 은발처럼 가지런한 은빛 수림까지 지나쳤다.
그러더니 기어코 은밀한 균열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그때였다.
“?”
놀라지 않도록, 그어진 금을 타고 서서히 내려가던 검지가 돌연히 멈췄다.
세라프의 소중한 곳은 예상과 다르게 매우 흥건하고, 미끄러웠다.
갸웃하던 김수현이 이윽고 손끝으로 조심조심 균열을 열며 시선을 내렸다.
정면에서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차츰차츰 드러나는 선홍빛 속살은 이미 흠뻑 적셔져 음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열기를 머금은 투명한 액을 구멍 밖으로 왈칵 토해내기까지.
검지와 엄지를 비볐다가 떼자, 척 달라붙은 질척질척한 액이 실처럼 길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안긴 천사를 멍하니 응시했다.
그러나 보이는 건 찰찰 한 은발밖에 없었다.
단지 왼쪽 어깨에 비스듬히 걸쳐진 사슴 같은 목덜미가 벌겋게 물들여졌을 뿐.
수치심에 젖었을 게 분명한 얼굴을 보는 대신, 그는 음부 위 꼿꼿이 부풀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분홍빛 돌기에 주목했다.
툭툭 건드려보자 축 늘어져 있던 등의 날개가 흠칫 펼쳐져 펄럭거렸다.
그 신선한 반응에 사내는 소리 없이 웃었다.
이 이상 하는 건 단순히 괴롭히는 짓에 불과했으며, 기실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급한 이는 여인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움켜잡고, 위로 한껏 들어 올렸다.
이어서 도로 천천히 내려 조준하며 붉어진 귓가에 속삭인다.
“세라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허락을 구하는 것과 세라프가 미세하게나마 고개를 끄덕거린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남성을 처음 맞이하는 점막이 다치지 않도록, 들어 올린 둔부를 조준한 남근으로 조심해서 떨어트렸다가.
“으읏!”
바로 멈췄다.
아직 귀두만 들어갔을 뿐인데, 남자의 목과 옆구리에 가해지는 압박이 한층 강해졌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여전히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 여인의 고개를 익숙하게 끌어와, 뻐끔거리는 입술에 익숙하게 입맞춤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천사의 정신이 분산된 틈을 타, 재차 힘 있게 허리를 올리고, 상대의 둔부를 짓눌렀다.
“큭!”
남자는 꿀처럼 끈적거리고 포동포동한 속살이 남근을 옥죄는 감각에 탄성을 터뜨렸다.
“윽…! 흑…!”
여자는 여린 속살을 반으로 갈라 젖히는 투박한 이물감에 소리 죽여 비명을 질렀다.
우직.
이어서 세라프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머릿속의 모든 것이 지워졌다.
조금 기다리니 파과의 혈흔이 구멍을 틀어막은 버팀목의 접합부를 비집고 나와, 페니스의 표면을 타고 몇 줄기 흘러내린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얇은 점막이 찢어진 것이다.
하지만 푹 들어가는 남근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동굴에 삼켜져, 종래에는 뿌리 끝까지 사라졌다.
마침내 한 몸이 된 가운데, 저편으로 날아갈 것만 같은 의식을 간신히 붙잡은 세라프는 참았던 숨을 길게 토했다.
온 신경이 하부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으로 쏠렸다.
믿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그 작던 구멍이 저 길고 굵은 기둥에 맞춰져 동그랗게 벌어진 광경은 몹시 생소한 장면이었다.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일 터.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근의 길이와 두께에서 전해지는 꽉 찬 충족감도 부인할 수 없었다.
한창 고통과 쾌락 사이로 줄타기하던 세라프는 문득 의식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아니, 가물가물한 시야가 실제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상하 흔들림의 강도가 난폭해질수록 입에서 자연스레 앓는 소리가 터졌다.
“아, 아, 아, 아…!”
교성에 맞춰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부딪치는 소음이 리드미컬하게 밤하늘을 울렸다.
거의 끝까지 뽑혔던 남근이 다시 쑤셔 박힐 때마다, 아픔과 기쁨이 섞인 짜릿한 감각이 육체 구석구석 퍼졌다.
적당히 달궈진 잔잔한 바다에 물살을 가르며 나타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그 감각은 사내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중이었다.
허리를 튕길수록 쾌락의 흐름에 휩쓸려 본능에 몸을 맡긴다.
갈 곳을 잃은 입술을 덮고, 혀를 밀어 넣어 침이 잔뜩 고인 설육을 맛본다.
있는 힘껏 껴안은 결과, 가슴에 맞닿은 말랑말랑한 젖가슴은 이미 반죽이 끝난 밀가루처럼 완전히 짓뭉개졌다.
격렬히 왕복 운동하는 남근은 꼭꼭 깨물어오는 질의 압력에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다.
그래, 지금 이 순간.
김수현은 진심으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라프를 느끼는 것이다.
이윽고 모든 것을 내맡긴 천사의 눈물 고인 두 눈과 마주했을 때, 더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사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얼른 터뜨리고 싶다는 고양감이 전신을 지배한다.
“세라프…!”
안 그래도 뿌리를 꽉 조이던 주름이 한층 강하게 수축하자, 김수현은 순간적으로 사타구니가 째로 뽑힐 것 같은 기분 좋은 격통을 느꼈다.
무심코 숨을 멈추며 부여잡은 엉덩이를 더 강하게 짓누른다.
그리하여 솟구친 물결이 끝내 정수리까지 치솟은 순간이었다.
곧 요도가 쾅 폭발하는 느낌과 함께 어둡던 시야가 새하얗게 칠해졌다.
“아…!”
그와 동시에 여인의 고개도 뒤로 세게 젖혀졌다.
세라프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안을 점령해오는 해일 같은 감각을.
사정은 한 번으로 끝나기는커녕, 열 번이 넘었다.
남근으로 트인 질 내의 길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까지.
아직도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칠 만큼, 곳곳으로 분출된 정액은 심지어 포궁(胞宮)이 있는 곳까지 닿아 확실하게 흔적을 남겼다.
진하디진한 액이 속살을 칠할 때마다 움찔움찔하던 세라프는, 무려 열여섯 번이나 떨고서야 힘없이 몸을 늘어트렸다.
등을 안아주는 팔에 체중을 싣고, 빳빳하게 치켜졌던 종아리는 하릴없이 낙하해 흔들거린다.
그리고 잠시 후, 거부할 수 없는 탈력감이 엄습했다.
한동안 색색 숨을 내쉬던 천사는 몽롱한 와중에도 문득 미소 지었다.
조용히 눈을 감자, 고였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른함에 취해 있던 김수현의 얼굴에 놀란 빛이 스쳤다.
“어….”
“아니, 아닙니다.”
서둘러 눕히려는 찰나, 느슨해졌던 세라프의 양팔이 다시 김수현의 목을 강하게 껴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젓는다.
“그냥…. 잠시…. 잠시만 이대로 있어주시면…. 제발….”
슬퍼하는 음성이 아니다.
충만감에 젖은, 환희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물끄러미 응시하던 김수현이 등을 토닥거리듯 어루만져주자, 세라프는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기쁜지, 아까 사내가 했던 것처럼 넓은 가슴에 아이처럼 뺨을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김수현도 미소 지으며 계속, 쉬지 않고 세라프를 보듬는다.
깊은 밤이었다.
“…세라프?”
환한 달빛 아래.
“자?”
절정 후의 여운에 만취한 두 남녀가.
“자는구나.”
서로 체온을 느끼며 스르르 잠드는.
“으음….”
그 어느 깊은 겨울밤이었다.
Omnibus Seraph(完)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전에 본편을 연재할 때 종종 느끼던 감정이지만, 참 뭐라고 해야 할까요.
가끔 소설을 적고 반복해서 퇴고 과정을 거칠 때, 입맛이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집필 때는 끙끙거리며 적어도, 막상 몇 번이고 읽다보면 ‘별 내용도 아닌데, 왜 어려워했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는 작가님은 ‘틈 없이 반복해서 읽다보면, 읽는 처지에서 내용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
사실 좀 더 노골적인 단어를 표현하려 하다가, 주말이라 가족이 하도 왔다가 갔다가 하시길래 제한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 연재가 늦은 점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2월부터는 주기를 좀 더 빠르게 끊어보겠습니다. _(__)_
그리고 메모라이즈 비주얼 노벨 출시 기념으로 2차 이벤트를 할까 합니다.
구글 Play 스토어에 ‘Memorize : 다시 길 위’ 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데요.(다시 길 위 라고 검색하시면 리스트에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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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리뷰를 남겨주신 분도 포함해서)현재 5월 출시를 목표로 2기가 제작 중인데,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칭찬이나, 아쉬웠던 점이나, 2기에 바라는 점 등 별점과 리뷰를 남겨주세요.
그리고 리뷰를 남기신 ‘이름 또는 닉네임(중요!)’을,
저한테 ‘코멘트 또는 쪽지’로 알려주시면 직접 확인한 후 딱지 50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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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번거로우시겠지만,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