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047
01046 Omnibus – Sovereign Of Sword. =========================================================================
오늘 후기는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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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연합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준 만큼, 남부 연합도 상응하는 보답을 했다.
고연주는 정말로 북부 연합과 사생결단을 낼 듯한 기세였지만, 김수연은 일단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아가 동부 클랜을 산하로 받아들인다는 공식 발표를 하고, 일부는 성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애틀랜타에 거주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까지.
즉 북부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보여 주기랄까.
먼저 숙이고 들어온 이상 동맹으로서 동등하게 대우해준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그림자 여왕은 테라 원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동부를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다.
일련의 과감한 결정은 언제든지 애틀랜타를 탈환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이뤄진 행동이었다.
설령 동부가 배신해도 김수현이 있는 이상 되찾는 건 시간문제였으니까.
그리하여 주력을 이끌고 북 대륙으로 복귀한 김수연은 동부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순식간에 근거지를 수복할 수 있었다.
물론 북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남부가 돌아오는 동시에 나름의 행동을 개시했다.
가장 먼저 관리하는 도시의 워프 게이트 연결을 끊었고, 일반 도시 파멜라와 소 도시 뮬로 전 병력을 집결했다.
결사 항전으로 보기에는 약간 묘한 배치였다.
여차하면 북 대륙을 포기하고 미개척 지역으로 도망치겠다는 움직임에 가까웠으니.
그러니 김수연의 관자놀이가 아파져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제로 코드를 쉽게 얻으려면 성스러운 여왕도 꼭 필요한데, 잘못했다가는 말짱 도루묵이 될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막말로 놓치기라도 하면 악마를 물 먹인다는 계획은 백지가 될 테니까.
이 상황에서 김수연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병력을 근거지에 주둔시킨 채 최대한 북부를 자극하지 않는 것과 대화 좀 하자고 수차례 통신을 넣은 정도였다.
하지만 받아들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북부 연합은 수일이 흘러도 묵묵부답, 요지부동이었다.
“이럴 거라 예상은 했어.”
시큰둥한 음성이었다.
“단순히 감정의 골이나 갈등을 말하는 게 아니야.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뭐라 불리는지만 봐도 딱 감이 오잖아.”
한소영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멍하니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폭군과 성후. 우리와 게네는 달라도 너무 달라. 극과 극은 섞일 수 없는 거야. 물과 기름처럼.”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한소영은 눈동자만 돌려 힐끗 옆을 바라봤다.
이내 안 그래도 반쯤 감겼던 그녀의 두 눈이 더욱 게슴츠레해졌다.
오늘 이 자리를 요청한 남자가 이야기에 집중하기는커녕 자신의 허벅지를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한숨을 내쉰 한소영은 천천히 의자를 돌려 김수현과 마주했다.
살이 도독하게 붙은 허벅지를 망사 모양으로 감싼 강철 사슬이 쇳소리를 냈는데도, 김수현은 여전히 그녀의 허벅지 안쪽 살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한소영은 코웃음을 쳤다.
하반신에 살그머니 힘을 주다가, 가랑이를 순간적으로 활짝 벌렸다.
“푸!”
불의의 기습에 김수현이 펄쩍 뛰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두 손을 의자에 사뿐 짚은 한소영은 허벅지를 벌린 그대로 엉덩이를 들어 올린 것이다.
쫙 벌어진 둔부가 서서히 올라와 김수현의 시선과 맞춰졌다.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인 그녀는 선명한 분홍색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리고 배시시 웃어 보였다.
“자.”
김수현은 당황했다.
“예, 예?”
“코, 박아도 좋아. 여기에.”
“아니, 괜찮습니다.”
“……내 음부 냄새 맡고 싶은 거 아니었니?”
몹시 야하고, 적나라한 말이었다.
두어 번 기침한 김수현은 서둘러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한소영은 김샜다는 표정을 짓더니 느릿느릿 자세를 바로 했다.
김수현은 흥이 빠진 얼굴을 한 여인을 조심스레 응시했다.
며칠이나 지났지만, 첫 만남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특히 양 갈래로 묶어 길게 늘어트린 머리 스타일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눈앞의 여성이 한소영이라는 걸 내심 인정하고 있었다.
원래 세계의 한소영은 초감각이 전해주는 정보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감정을 봉인하고 기질을 숨겼다면, 이 세계의 한소영은 정반대였다.
초감각에 맞서서 숨기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성질을 노출했다.
(원래 세계의) 한소영이 김수현에게 마음을 연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따져보면 딱히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단지 그 차이일 뿐이었다.
한동안 미련이 남은 눈으로 힐끔거리던 김수현은 적잖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원래 이 정도로 갈등이 심했던 겁니까?”
“아니.”
한소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즉답했다.
“사이가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하는 만큼, 서로 만나서 의견을 나눌 때도 있었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 일?”
김수연과 유현아가 관계를 맺었던 적이 있었다?
김수현으로서는 자못 생소한 이야기였다.
한소영이 말을 이었다.
“북 대륙은 현재 동부, 남부, 북부 연합이 남아 있잖아. 중앙은 황금 사자 클랜 해체 이후 무주공산이 됐지만……. 그런데 서부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고 보니.”
“간단해. 우리가 멸망시켰어. 혹시 악마의 씨앗이라고 알아?”
“압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천사가 지구에서 소환한 인간을 대리인으로 내세우자, 악마는 씨앗을 심어 역으로 오염시키는 수단으로 반격했었다.
실제로 적잖은 효과를 거둔 방법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서부 연합의 수뇌부가 악마의 씨앗에 감염됐어. 그때만 해도 악마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때라서 눈치챈 사람은 극히 적었었거든. 뭐, 어쨌든 알아차린 이상 김수연이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하잖아? 그래서 서부를 말살할 계획을 세웠는데…….”
말을 흐린 한소영이 침으로 끈적거리는 선명한 분홍빛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핥는다.
오랫동안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돌연히 탁자에 엎드렸다.
“아-. 귀찮아.”
한창 경청하던 김수현은 탁상에 고개를 처박은 한소영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응시했다.
“저, 이스탄텔 로우 로드?”
“몰라.”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몰라. 기억 안 나. 나만 얘기하고, 너는 듣기만 하고. 불공평해.”
“뭔 말도 안 되는.”
“아 몰라. 계속 듣고 싶으면 너도 그만한 성의를 보여.”
몰라 몰라만 연발하는 한소영을 보며 김수현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냥 본인한테 듣겠습니다.”
“말 안 해주니까 나한테 온 건 아니니?”
“김유연 누나한테 들으면 됩니다.”
“글쎄. 그래도 여동생이라고 적당히 포장해서 말할 것 같은데. 자세한 속사정을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한소영은 소리 죽여 키득거렸다.
“……뭔 성의요.”
결국, 김수현이 백기를 들었다.
그러자 한소영은 탁자에 상반신을 엎드린 채로 하반신만 의자에서 일어섰다.
의외로 관능적인 자세였다.
“의자에 머리 올려. 얼굴이 천장 보는 방향으로.”
김수현은 정말로 싫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의자에 뒤통수를 걸쳤다.
한소영은 씩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대로 엉덩이를 다시 붙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김수현의 얼굴을 깔고 앉았다.
“!?”
설마 이럴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지 한소영의 둔부가 격렬하게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엉덩이에 힘을 주며 지그시 짓누르니 반항은 곧 가라앉았다.
“음…. 아…….”
엉덩이를 꽉 채우는 감촉과 거친 콧숨으로 소중한 부분이 뜨거워지는 감각은, 한소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지게 했다.
“어때?”
김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입이 막혔으니 말하는 게 불가능했다.
한소영은 아무래도 좋다는 양, 볼기를 좌우로 움직이며 설명을 재개했다.
“그래서……. 응……. 거기서 의견 차이가……. 아, 아…….”
잠시 후 장난기로 빛나던 눈동자가 풀리더니 석륫빛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김수연은 모조리 죽이고……. 하으……. 유현아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아앙…….”
억눌린 신음은 금세 달뜬 교성으로 변했다.
그에 따라 한소영의 허리 놀림도 점차 진해졌다.
이제는 숫제 엉덩이가 원을 그리며 쓱쓱 문지르고 비비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결국에는 김수연이 독자적으로 움직였는데, 윽!”
말 반, 신음 반으로 설명하던 한소영의 두 눈이 별안간 찢어지라 크게 떠졌다.
갑작스럽게 틈으로 푹 박힌 코를 느낀 탓이다.
분위기에 취해서 평소 이상으로 흥분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유현아가 몰래 서부 연하아아아악-.”
탁자를 꽉 잡으며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한 번 시작된 불길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신으로 퍼졌다.
김수현이 정(精)의 반지를 끼고 있다는 걸 간과한 게 불찰이라면 불찰이었다.
그렇게 경악하면서도 막 절정에 오르려던 한소영은, 문득 허리를 비틀던 자세 그대로 동작을 정지했다.
수직으로 쭉 솟구치던 희열이 한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자, 김수현이 얼굴을 살짝 뺀 채 담담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뭔 대단한 이야기인가 했는데, 별것 없는데요?”
“어, 어?”
한소영이 애처롭게 반문했다.
김수현은 어깨를 들먹였다.
“유현아는 악마의 씨앗에 당한 사용자를 피해자로 인식,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김수연에게 걸려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좀 더 나가면 북부 연합도 그 사건에 이용당했거나 휘말렸을 수도 있겠고. 그 후로 두 세력은 원수지간으로……. 맞습니까?”
횡설수설에 가까웠던 말을 용케 알아들었다.
한소영이 말을 잇지 못하자, 김수현은 “엇차.” 의자에서 빠져나왔다.
“자, 잠깐만!”
한소영이 손을 뻗으며 자못 애타는 목소리로 외쳤다.
손등으로 코를 훔친 김수현은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밖의 복도에서 여러 인기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소영은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뭔 일 있었어?”
“뭐가?”
김수연의 물음에 김수현은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아니, 되게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길래. 그런 얼굴 하는 거 처음 봤거든.”
“맞아요.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발정 났을 때 표정이던데.”
어젯밤 고연주의 눈을 피해 스리슬쩍 돌아온 제갈 해솔도 거들었다.
“뭐, 급했나 보지. 그나저나 이제 슬슬 움직이는 건 어때?”
“움직이자고?”
안 그래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김수연은 화제 전환에 잘도 걸려들었다.
“워프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니 직접 가는 수밖에 없잖아.”
“파멜라로 진군하자는 거야?”
확실히 그 방법밖에 없기는 했다.
문제는 유현아의 진영에 제갈 해솔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 또한 워프 능력이 있으니 작정하고 도망치면 일이 어려워진다.
그 걱정을 알아차렸는지 김수현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걱정하지 마.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접근하면 되니까.”
“할 수 있어?”
김수연이 반색하며 물었다.
김수현은 대답 대신 제갈 해솔을 돌아봤다.
“파멜라까지 도착하는데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습니까?”
“인원에 따라 달라지겠죠?”
“나, 당신, 형, 누나, 얘……. 다섯 명쯤 될 것 같은데.”
“어디 보자. 가장 가까운 도시로 이동한다고 치면 도보로 약 삼 주가량 걸리니까…….”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에 전념하던 제갈 해솔은.
“한 사나흘이면 될 것 같은데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김수연은 곧바로 부정했다.
이십 일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오 분의 일로 줄인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제갈 해솔의 왼쪽 눈썹이 살며시 치켜 올라갔다.
“하면 어쩔래요?”
약간 화난 듯한 음성이었다.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아직 당신의 능력은 가늠이 안 돼서. 뭐 진짜라면 대단하네요.”
적당히 대꾸했지만,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확히 나흘 후.
“……미친.”
김수연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제갈 해솔이 김수현의 요구대로 네 명을 데리고 정말로 성 인근까지 이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애초 그녀의 능력을 이 세계의 제갈 해솔보다 약간 높을 거라 예상하던 김수연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하기야 게헨나가 직접 수정해준, 기존의 능력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워프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터.
파멜라는, 이제 목전이었다.
“내부 경계가 꽤 삼엄한데. 워프 게이트를 중심으로 곳곳에 보초가 서 있어. 거의 전쟁 분위기야.”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이리저리 둘러보던 김유현이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김수연을 향해 뻐기는 미소를 날린 제갈 해솔은, 성을 관찰하는 김수현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할래요? 한 번 더 사용할까요?”
그렇다면 분명히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들키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김수현은 한동안 성만 바라봤다.
이내 결정을 내린 듯 허리춤의 칼자루를 움켜쥐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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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면 4월 15일(금요일) ~ 4월 23일(토요일)까지 9일 동안 휴재할 생각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다음 주부터 시험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요일에 전공 시험이 3개가 몰린 탓에 금요일과 주말 동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제가 글을 계속 쓰는 조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며 졸업할 것을 요구하셔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 이 옴니버스도 4, 5편밖에 남지 않은 만큼 서둘러 마무리를 짓고 싶지만, 시험의 부담이 생각보다 크네요.
열심히 준비하고, 시험 잘 봐서 4월 24일(일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부디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