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069
01068 9. 비비앙 외전(完). =========================================================================
방송을 켠 상태에서 찾아왔다면 또 모를까.
방송을 껐는데 벌칙을 받으려고 찾아왔단다.
이해가 안 가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김수현은 방금 경기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상대도 똑같이 죽으려 했다면 질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은 경우랄까.
그렇다면 비비앙은 왜 고의로 죽으려 했던 걸까?
그렇게 지는 걸 싫어하는 승리욕 강한 여인이, 어째서 일부러 데스를 늘린 걸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이미 제 3의 눈으로 속을 낱낱이 읽어낸 김수현은, 우물쭈물하는 비비앙을 와락 덮쳤다.
“꺅-!”
화들짝 놀란 비명이 왕왕 울려 퍼졌다.
하긴 갑자기 달려들었으니 깜짝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침대에 강제로 눕혀진 비비앙은, 얼굴을 지지는 듯한 이글거리는 눈초리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어느새 목덜미는 물론이고, 양 뺨에도 홍조가 스몄다.
가슴도 까닭 모르게 두근두근 방망이질한다.
잠시 후 비비앙의 양팔을 억누르던 굳센 손길이 가슴께로 이동했다.
“옷 예쁘게 입었네.”
흰색 남방셔츠와 상앗빛 치마를 칭찬한 김수현은, 옷깃의 단추부터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왜, 왜 이래~.”
비비앙은 짐짓 싫다는 듯이 허리를 요리조리 비틀며 앙탈을 부렸다.
물론 힘은 손톱만큼도 들어가지 않은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든 단추를 푼 김수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셔츠를 해제시켰다.
치마도 휙 걷어 올려서 단숨에 벗기는 데 성공했다.
부지불식간에 속옷만 남은 비비앙은 살에 후끈한 공기가 닿는 걸 느꼈다.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우윳빛 살결의 흐름에 감탄하던 김수현은, 문득 그녀를 반 바퀴 굴려 엎드리게 했다.
“자, 잠깐만!”
기함한 비비앙은 급히 고개 돌려 뒤를 돌아봤다.
“하지-.”
마! 라고 외치려는 찰나.
“아……. 읍.”
돌연히 입을 닫았다.
김수현은 뜨거운 눈동자를 한 와중에도 싱긋 웃고 있었다.
다년간 괴롭힘을 당한 처지로서 비비앙은 저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김수현은 이미 자신의 속을 훤히 읽고 있다.
만약 여기서 입으로라도 거부하는 순간 그는 아 그래? 라며 못 이기는 체하고 손을 뗄 것이다.
그럼 속이 끓는 것은 누구도 아닌 비비앙 자기 자신이었다.
애가 타 애원하는 것도 나름의 맛은 있지만, 지금은 익을 대로 익은 욕구 불만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살짝만 건드려줘도 톡 터질 것 같은데, 위세 부릴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비비앙은 조용히 베개에 얼굴을 묻는 것으로 행동을 대신했다.
등허리의 브래지어를 더듬거리는 손길에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추스르며.
“…….”
하지만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잠깐에 불과했다.
상의와 하의는 그렇게 쉽게 벗겼으면서 브래지어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뭐가 그리 급한지 손은 더듬더듬하기만 할 뿐, 헤매는 기색이 역력하다.
‘거기! 아니, 거기! 거기라고! 왜 이렇게 후크를 못 잡아!’
결국에는.
“가, 간지러워!”
먼저 인내심이 바닥난 비비앙이 몸을 크게 흔들며 왼손을 은근슬쩍 등 뒤로 돌렸다.
이내 툭,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비비앙이 다시 얌전해졌을 즈음, 김수현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실은 애 좀 태우려고 일부러 헤매는 척 좀 하는 중이었는데, 어느 순간 후크가 저절로 풀려 있다.
그는 머리를 갸웃하면서도 힘없이 늘어진 브래지어를 치웠다.
팬티 양쪽에 손가락을 걸자, 잘록한 허리가 스리슬쩍 들어 올려졌다.
덕분에 딸기 무늬 팬티도 과일 껍질 벗기듯 쉽게 내릴 수 있었다.
“으응.”
종아리를 타고 하릴없이 떨어지는 속옷을 느낀 비비앙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나신이 드러남은 물론, 여인의 가장 소중한 곳까지도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싫다기보다는, 괜스레 부끄럽다는 감정이 치솟는다.
“이야.”
반대로 김수현은 눈앞의 백설 같은 둔부를 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신선한 푸딩처럼 흔들리는 엉덩이는, 소녀의 앳된 볼기처럼 토실토실함을 자랑스레 과시하고 있었다.
일전에 옷 위로 때렸을 때도 손바닥에 착착 감기는 차진 감촉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저절로 기대감이 들 만큼 사랑스럽다.
“이제 두 손 짚고 일어나서 엎드려 볼래? 그래야 때리기 쉬울 것 같아서……. 그래, 그렇지…….”
때리기 쉬울 것 같다는 말에 비비앙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곤 아차 턱을 젖혔다.
“시, 싫어!”
라고 외치는 순간이었다.
찰싹!
돌연히 엉덩이 왼쪽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아윽!”
비비앙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단단히 버티던 상반신이 와르르 무너졌다
불시의 기습.
엉덩잇살을 때린 감촉은 뒤늦게 물결처럼 퍼졌다.
낯설지 않은 얼얼함이 차츰차츰 존재감을 드러냈다.
“말……. 말이라도 좀…….”
끼잉 끼잉 훌쩍거리는 와중에도 한층 꼿꼿해지는 하반신은, 저속하면서도 남자를 흥분케 하는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살랑살랑 실룩거리는 엉덩이는 꼭 더 때리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벌써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그녀를 흐뭇이 구경하던 김수현은, 다시 한 번 손을 높이 들었다.
짝, 짝, 짝, 짝!
일말의 용서도 없는 연타가 이어지고.
“악, 아악, 욱, 아욱!”
꾹 참는 것 같은 색정적인 울음이 터졌다.
그런 말이 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
한 번 엉덩이를 맞아 본 이상, 비비앙은 빠른 속도로 통증에 익숙해졌다.
분명히 아프기는 아픈데.
둔부에서 샘솟는 고통은 달콤한 미약처럼 신속하게 뇌를 마비시켰다.
그녀의 의지와 다르게 몸이 부르르 떨리며 기뻐하는 게 그 방증이었다.
한편으로는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다섯 대를 맞았는데, 예전과 똑같이 모두 왼쪽만 맞았다.
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일부러 이러는 건지.
“으, 으으으응~.”
뭔가 부족하다는 듯이 오른쪽 볼기가 움찔움찔하며 끼를 부렸다.
김수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야, 비비앙? 여기도 때려 달라고 시위하는 거야? 응?”
“아, 아니야!”
그래도 아직 일말의 자존심은 남아 있는 터라, 비비앙은 강하게 부인했다.
김수현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고 아차 싶었지만.
“호오, 그래?”
“…….”
“그럼 오른쪽은 안 때려도 되겠네? 어차피 벌칙만 받으면 되는 거잖아.”
“……윽!”
정론이다.
반박할 말이 없다.
“그, 그렇다기보다는 골고루……. 한쪽만 때리면 아프니까…….”
아마 비비앙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다면 흠칫하지 않을까.
괴롭힘당하는 주제에 낯빛은 잔뜩 상기돼 있고, 입가에는 침이 맺혔다.
하물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까지 짓고 있다.
그녀는 현재 상황을 은연중에 즐기는 중이었다.
“그래? 하긴.”
뜻밖에도 김수현은 곧바로 수긍했다.
평소 성질머리라면 못해도 오 분은 놀리며 즐겼을 텐데.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때려준다는데 마다할 비비앙이 아니었다.
드디어, 드디어! 라고 속으로 환호하며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이었다.
쫙!
또 한 번, 가슴을 미처 추스르기도 전에 강렬한 강타가 오른쪽 볼기를 후려갈겼다.
“이히히힝!”
비비앙은 본능에 따라 채찍 맞은 말처럼 울부짖었다.
찌릿, 하는 전기와 비슷한 감각.
빛살처럼 쇄도하는 전류 같은 자극이 정수리를 쪼갤 듯한 기세로 머리끝까지 솟구친다.
뇌가 살살 녹아내리는 듯한 경험은, 마약이 주는 쾌감처럼 몹시 중독적이었다.
‘위, 위험해…….’
비비앙은 본능적으로 위태로움을 감지했다.
기분이 좋아서도 아니고, 반대로 나빠서도 아니다.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하던 오른쪽 궁둥이를 맞았건만, 충만감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뻥 폭발할 것만 같았는데 터지기는커녕 맛만 본 기분이었다.
‘부족해……. 부족하단 말이야…….’
뭔가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더 필요했다.
“히이이이!?”
불현듯 비비앙이 재차 적나라한 비명을 질렀다.
느닷없이 소중한 곳을 침범하는 미끌미끌한 감촉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김수현이 두 엉덩이 사이 갈라진 틈으로 코를 묻고 있었다.
“야, 야아……. 아아!”
자기도 모르게 교성을 지른 비비앙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막았다.
빙긋 웃은 김수현은 살짝 벌린 입으로 액에 푹 절은 그녀의 음부를 덮었다.
혀를 내밀어 까끌까끌한 음모를 핥다가, 혀끝으로 세로로 갈라진 금을 쭉 훑어 올리기까지.
그러자 금세 성이 난 공알이 볼록하게 도드라졌다.
김수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혀로 툭툭 건드리거나 상하좌우로 굴리며 희롱했다.
“흑……! 끅……!”
비비앙은 소리 죽여 울었다.
가녀린 허벅지는 푸들푸들 경련하고, 음부는 군침을 떨구며 야한 냄새를 풍겼다.
“기분 좋아?”
“모, 몰라아아…….”
비비앙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녀는 한 여인이 음란한 암컷으로 변하는 과정을 몸소 체감하는 중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김수현은 마치 선생님과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이거라고, 네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귀엽네.”
끈적한 꿀을 뚝뚝 흘리는 음부에 입을 맞춘 김수현은, 이윽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혔다.
“!”
비비앙은 숨을 멈췄다.
자신의 구멍에 조준되는 우람하고도 뜨거운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내 안을 찌른다고?’
무섭다.
두려워 몸서리가 쳐질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희 비슷한 욕구도 부글부글 끓는다.
저 불타는 쇠몽둥이 같은 것이 안을 꽉 채우면 어떤 기분일까?
저런 걸로 마구 쑤셔지면 이 까닭 모를 부족함도 해소되지 않을까?
거기다 엉덩이까지 맞는다면?
아마도, 아마도…….
상상은 마구잡이로 번져 나갔다.
공포와 욕망이 뒤섞여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다음 순간, 허리로 육중한 무게가 실리는 감이 전해졌다.
구멍의 압박도 가일층 강해져서 비비앙은 이를 악물었다.
귓가에 뭐라 속닥거리는 속삭임도 들리지 않고, 젖가슴을 쥐어짜듯 주무르는 손길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벽을 안간힘을 다해 노려보는 게 지금 비비앙이 할 수 있는 최대였다.
그리고.
푹!
비비앙의 두 눈이 찢어지라 커졌다.
찰나의 순간, 거대한 이물감이 얇은 점막을 무참히 찢는 것과 동시에 뿌리 끝까지 완전하게 틀어박힌 것이다.
“끄으으으……!”
왁 벌려진 입에서 끓는 듯한 침음이 새어 나왔다.
김수현도 마찬가지였다.
양물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질의 감도는 언제 느껴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앞선 전희로 충분히 미끌미끌하고 질척거려 한층 만족스럽다.
곧 귀두까지 조심스레 남근을 빼낸 김수현은, 다시금 힘껏 허리를 들이박았다.
푹쩍, 들러붙듯 딸려 나오던 질 주름이 단숨에 도로 들어가며 음란한 소리를 울리자, 비비앙의 상반신이 펄떡거린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안을 꽉 채우는 남근은, 아픔과 함께 여태껏 불만족스러웠던 감각을 확실하게 자극한다.
하지만, 아프다.
이제껏 한 번도 남성을 허락하지 않은 성역은, 갑작스러운 침입에 극심한 격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알음알음 느꼈었던 쾌감을 싹 날아가게 할 정도로.
손톱을 바짝 세워 벽을 박박 긁는 비비앙을 보던 김수현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괴었다.
전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첫 경험은 언제나 고통을 수반하는 법이다.
문득 아프로디지아가 떠올랐으나 머리를 가로저었다.
굳이 강력한 미약을 사용하기보다는 더 좋은 게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김수현은 어느 정도 힘을 담아 왼쪽 볼기를 세게 쳤다.
“하으으으!”
짝! 소리와 함께 비비앙이 턱과 허리를 휙 젖혔다.
찡그린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걸 봤지만, 김수현은 굳게 마음먹고 오른쪽 볼기도 내리쳤다.
철썩!
“으으으음!”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이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김수현은 아예 양손을 들고 엉덩이 두 쪽을 번갈아 가며 쳤다.
둔부에 율동적으로 꽂히는 손맛을 느끼며 비비앙은 허리를 배배 꼬았다.
엉덩이에 새빨간 꽃이 피어날수록 그녀의 신음도 점점 커졌다.
강제로 침범당한 고통이 알게 모르게 가라앉는다.
묘한 흥분감이 미세하게나마 치골을 타고 찌릿찌릿 흐른다.
어느새 멈췄던 애액이 파과의 흔적이 섞여 방울져 흐르는 게 그 증거였다.
이미 삽입도 끝났겠다.
김수현은 인내심을 갖고 길을 들이는데 꾸준히 몰두했다.
타격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안으로 들어간 남근을 원을 그리듯이 조심스레 휘젓는다.
비비앙은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헐떡거렸다.
질 내부를 넘어서 배 전체가 휘저어지는 자극은 처음 맛보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렇게 삼십 분 가까이 흘렀을까?
조금이나마 호흡을 가다듬은 비비앙이 살그머니 눈을 돌렸다.
눈물 자국이 선명한 눈동자로 말문을 연다.
“더…….”
“?”
“이제 더 세게 해도 되는데…….”
“…….”
자못 맹랑한 요청에 김수현은 킥킥 웃었다.
비웃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기뻐하는 웃음이었다.
둔부를 가볍게 두드리던 손길이 갑자기 쫙, 세게 후려쳤다.
“힉!”
“윽!”
두 남녀는 함께 신음을 흘렸다.
김수현으로서는, 갑작스럽게 기둥을 뿌리까지 뽑을 정도로 세게 쥐어짜니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 이게.’
괜히 분하다는 감정을 느낀 김수현은 곧바로 응징에 돌입했다.
허리를 쭉 뺐다가 올려치면서 양손을 힘차게 휘둘렀다.
“아아!”
이제는 확실히 달라졌다.
비비앙은 온몸에 맺힌 땀방울이 흩뿌려질 정도로 거세게 몸을 떨었다.
완곡한 호선을 그리는 눈매와 시트를 적시는 눈물.
그리고 입가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침의 향연은 쾌락에 굴복당한 모습 그 자체였다.
쾌감이 통증을 역전한 것이다.
“좋아, 너무, 좋아, 좋아아아……!”
드디어 원하는 반응이 나오자, 김수현도 바로 본 게임에 들어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쉬지 않고 왕복 운동을 하던 양물은, 종래에는 퍽퍽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우직하게 쑤셔 박히기 시작한다.
둔부와 사타구니가 맞부딪칠 때마다, 은밀한 곳에서 사방으로 물이 뿜어졌다.
“대, 대단해-!”
비비앙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중이었다.
음부와 엉덩이.
둘이 불타는 것 같이 뜨거웠다.
“뭐야, 이거-! 자궁이 꼭꼭 찔려-! 엉덩이 아파-! 아픈데 엄청나게 좋아아아-!”
박힐 때는 안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가, 뺄 때는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둔부를 손바닥으로 맞자마자, 그 아쉬운 느낌이 훨훨 날아간다.
즉 매 순간 새로운 쾌감이 찾아온다.
궁둥이로부터 시작된 자극은 순식간에 치솟아 관자놀이에 감돌고, 음부가 쑤셔질 때마다 머리에 감돌던 감각이 꽝 폭발한다.
연달아 때려오는 쾌감은 사고를 정지시키고, 정신을 붕괴시킬 만큼 강렬하고도 위험한 열락이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쩌면 이지를 상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 더 찔러줘-! 더 세게 때려줘-! 날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 마구마구 혼내줘-!”
그래서 비비앙은 필사적으로 나오는 대로 소리를 질렀다.
몸 내부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정체 모를 감각을 어떻게든 터뜨려야 했으니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았으니까.
“좋아해……! 사랑해……! 김수현……! 김수현, 김수현, 김수현, 김수혀어어언……!”
나중에 정신이 들면 기억하지도 못할 고백을, 비비앙은 고래고래 고함쳤다.
사실 의식은 진즉 날아갔고, 무의식에서 나오는 횡설수설이라 봐도 좋은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진심이기도 했다.
그에 힘입은 김수현의 행위도 곱절로 격렬해졌다.
안 그래도 투박하게 움직이던 허리가 휘몰아치듯이 거칠어졌다.
덕분에 비비앙의 상체는 벽에 꽉꽉 짓눌릴 정도로 압박이 심해졌다.
그뿐일까.
볼기를 리드미컬하게 치던 두 손바닥은, 이제 거의 난타라도 하는 것처럼 엉덩이를 마구잡이로 때린다.
비비앙도 그에 호응해 붉게 물든 엉덩이를 유혹하듯 좌우로 힘차게 흔들어 대는 중이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침대가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릴수록, 그녀는 소리 높여 비명을 질렀다.
그때였다.
“힉……! 끅……! 흐극……! 허꺽……!”
문득 비비앙이 숨넘어가는 신음을 냈다.
어느새 까뒤집혔는지 두 눈동자는 흰자위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계는 아까 넘었다.
도를 넘는 쾌감의 파도에 결국 몸의 통제권을 잃어버렸다.
“살려……. 아악……. 그만……. 아아아앙……. 제발……. 히극……. 그만……. 흐아아앙……. 더는……. 히윽……. 이제 몰라……. 히이이익……!”
그리하여.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악!”
활짝 벌어진 입에서 괴성이 나오고, 더 올라가기 힘들 거라 보였던 둔부가 곧게 상승한다.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쌓였던 것이 빵하고 폭발한다.
고개가 한껏 젖혀진다.
입에서는 흰 거품이 보글보글 흘러나오고, 시야의 모든 것이 새하얗게 덧칠된다.
그렇게 바라던 온몸이 해방되는 기분.
마침내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힉-. 힉-! 힉-. 힉-!”
꽉 수축한 음부 구멍에서 맑은 조수가 뿜어졌다.
아직 남근으로 틀어 막혀 있는데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두 번 세 번 분수를 찍찍 뿜는다.
그때마다 파르르 경련하던 비비앙은, 질 안으로 뿌려지듯 침범하는 새로운 감각에 전율했다.
끈끈한 액체처럼 느껴지는 그것은, 해일처럼 몰려와 안쪽을 가득히 채워갔다.
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후우…….”
이윽고 사정이 끝나는 순간 둘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와르르 허물어졌다.
아직 남근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김수현이 비비앙의 등을 덮듯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그를 밀쳐내지 않았다.
도리어 처음 경험하는 충족감과 따뜻함에 취해,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이대로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
광란이라고 봐도 무방한 밤이 지나가고, 다시 찾아온 새벽은 거짓말처럼 고요하다.
……돌이켜보면 상당히 격렬하게 몸을 섞은 것 같다.
사실 지금도 보기 약간 민망하다.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서 난 침대에 드러누운 채 창문을 응시했다.
먹구름이 끼었는데 달은 찬란한 빛을 발하고, 달빛이 스민 창틀은 은은하게 빛난다.
고즈넉한 밤 풍경을 보는 기분은, 썩 괜찮다.
“히…….”
문득 자그맣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힐끗 시선을 내리니 내 팔을 벤 채 히히 미소 짓는 비비앙이 보인다.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건방진 콧날도, 실룩샐룩한 입술도, 그리고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예쁜 눈동자도.
모두 날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다.
“왜?”
“응? 으으으응~.”
뜻 모를 비음을 흘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비비앙.
그러면서 무에 그리 좋은지 계속 헤실헤실 웃는다.
이번에는 내가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니 킥킥 웃으며 베개를 가져와 얼굴을 가렸다.
그래도 계속 바라보고 있자, 살며시 베개를 들었다.
도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꺅꺅거리며 몸부림을 친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귀엽네.
“이리와.”
살짝 끌어당기니 두 눈을 깜빡깜빡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하던 비비앙은, 첫날밤을 치른 새색시처럼 수줍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 쏙 들어온다.
난 그녀의 어깨와 등허리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아까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아직 식지 않은 미지근한 공기가 콧속을 찌른다.
“그렇게 좋아?”
“응? 응!”
“아프지는 않았어?”
“아팠어!”
그렇게 말한 비비앙은 내 손을 잡아 자기 둔부로 가져갔다.
뭘 해달라는지 알 것 같아서 난 부드러이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내 가슴에 묻은 고개를 문지르며 응석까지 부렸다.
“으응. 탄탄하다~.”
“…….”
“저기, 있잖아.”
“?”
갑자기 비비앙이 살금살금 날 타고 올라왔다.
반쯤 감겼던 그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떠졌다.
“나 왜 괴롭힌 거야?”
“……재밌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안 괴롭히면서, 유독 나만 괴롭히잖아?”
“그렇기는 해.”
틀린 말은 아니라 순순히 수긍했다.
비비앙은 양손을 팡 치며 눈을 반짝거렸다.
“그거,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 남자애가 여자애를 괴롭히는 이유!”
“……그래서?”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가 다 똑같더라. 원래 남자애는 여자애를 좋아하면 아무 이유 없어도 괴롭힌다며?”
“…….”
여기서는 뭐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괴롭히고 싶다.
뭔 헛소리야.
싫으니까 괴롭히지, 뭘 좋으니까 괴롭혀.
넌 그냥 하룻밤 상대였을 뿐이야.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도 비비앙도 역사적인 날이 아닌가.
또 저렇게 대놓고 기대하는데 다른 말 하기도 좀 그렇고.
하루쯤 솔직해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맞아.”
머리를 끄덕거리니 비비앙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다.
“그, 그럼 네가 날 좋아해서 괴롭혔다는 거네?”
“당연하지. 설마 모르고 있었던 거야?”
반대로 질문하자, 반색하던 걸 멈추고 뺨을 붉힌다.
“으, 응.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
“소문?”
“응. 솔직히 우리끼리, 그러니까 여자끼리 모이면 항상 너 욕하는 말만 들었었거든.”
“뭐라고?”
이건 또 뭔 말일까.
“아, 가끔 너랑 어떻게 맺어졌는지 이야기하곤 하거든. 그런데 대부분이 넌 되게 철벽이 심하다고, 뭔 남자가 그렇게 눈치가 없냐고 투덜거렸었어.”
“누가?”
“어……. 전부 다 그러기는 했는데, 세라프랑 임한나랑 안솔이랑 한소영이랑……. 아, 특히 화정이 유독 심하던데?”
“그, 그러냐.”
솔직히 할 말은 없군.
하긴 비비앙과 관계를 할 때는 나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회차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덮친 상대라고 해야 하나?
워낙 반응이 독특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언가 홀린 기분이었다.
“다 내숭 떠는 거야. 오늘 겪어봐서 알잖아?”
“응응. 맞아 맞아.”
비비앙은 고개를 주억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임신하면 어떡하지?”
“푸. 야, 뭘 그런 걸 물어보냐.”
“무, 물어볼 수도 있지!”
“뭘 어떡해. 당연히 낳아야지.”
“정말로? 낳아도 돼?”
“기대되네. 널 닮으면 참 귀여울 텐데.”
그러고 보니 나와 비비앙의 아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엄마를 닮는다면 정말로 귀엽고 사랑스럽겠지.
“그러네……. 분명히 귀여울 거야…….”
비비앙도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윽고 잠깐의 침묵이 도래했다.
비비앙은 졸린 지 연신 입을 벌렸다가 닫는다.
그러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나…….”
“나?”
“앞으로도 계속 괴, 괴롭힐 거지?”
“……흐.”
이제 와서 뭘 부끄러워하는 건데.
아까는 관계 도중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절절하게 고백한 주제에.
난 약간 긴장한 것 같은 비비앙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내밀어 침 자국이 나 있는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한순간 눈을 크게 떴으나, 곧 이게 대답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흥……. 흐흥……. 흐흐흐흥…….”
한결 안심한 빛을 보이더니 허밍으로 콧노래를 부른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허밍은, 곧 색색거리는 고른 숨소리로 바뀌었다.
동시에 긴 눈꺼풀도 사르르 내려가 완전히 눈을 감는다.
비비앙이 서서히 잠드는 얼굴을 감상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빠 미소를 짓게 하는,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도, 행복했다.
“잘 자…….”
난 아내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껴안았다.
그리고 가슴을 간질이는,
꿈결처럼 들려오는 숨결을 반주 삼아,
조용히 잠을 청했다.
비비앙 외전(完).
============================ 작품 후기 ============================
네. 이로써 비비앙 외전이 끝났습니다. 사실 김수현 생일 파티까지 적고 싶었는데, 괜히 늘리기보다는 여기서 끊는 게 여운도 남을 것 같아 매듭지었습니다. 그나저나 용량이 거의 28KB에 가깝네요. 어제 오후부터 밤새 키보드를 두드린 생각을 하니 지금도 아찔합니다. 하하.
어쨌든 비비앙 외전을 끝으로, 메모라이즈 외전도 완전하게 끝났습니다. 사실 에필로그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비비앙 외전을 써야 해서 상당히 당황했었지요. 그래도 적는다고 약속을 드린 만큼 열심히 썼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
어쨌든 약속도 지켰으니 저도 후련한 마음으로 메모라이즈를 완결관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곧 다가올 기말 시험도 준비하고, 방학 실습도 나가고, 졸업도 하는 등등……. 많이 바쁘겠지만 오늘부터 전보다는 여유가 생기겠지요.
아! 끝났습니다. 2012년 말부터 시작했는데, 정말로 끝났네요. 기분이 좋은 건지, 아쉬운 건지. 후기를 적는 지금도 시원섭섭하네요. 눈물도 나올 것 같아요. 🙂
계속 적다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이만 후기를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껏 메모라이즈 본편은 물론, 외전까지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정말로, 진심으로 깊고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삼 년 동안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중에 조아라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 뵐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독자님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하고,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나날 보내세요!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