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28
00128 임시 합류 =========================================================================
“요즘들어 한숨이 많이 늘으신것 같던데요.”
눈알을 굴리며 능청을 떨자 고연주는 연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머리가 조금 복잡하기는 해요.”
“머리가 복잡할때는 쉬는게 최고에요. 잠깐 일을 접고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는건 어때요?”
“어머, 설마 데이트 신청인가요? 평소에는 그렇게 꼬셔도 가만히 있으시더니.”
나와 그녀는 어느새 서로 다시 말을 높이고 있었다. 질질 대화를 끌기 보다는 슬슬 말을 일단락 짓자는 소리였다. 그말인즉슨, 고연주가 내 말의 의도를 어느정도 파악했다는 것과 일맥 상통했다. 나는 잠시간 그녀의 이마를 톡톡 두드린 후(이때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하. 어떻게 보면 데이트 신청이네요. 다음달에 도시 밖으로 다시 탐험을 나갈 예정이거든요. 우리 서로 손잡고 함께 나가보는건 어때요? 좋은데 알아놨는데.”
고연주는 내 말에 실소를 흘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용자 김수현에게 데이트 라는건 서로 손잡고 웃으면서 몬스터에게 칼을 휘두르는 건가요?”
“여관에 박혀서 궁상을 떠는것보다는 낫겠죠.”
“내가 말을 말아야지. 기간은 어느정도 생각 하시는데요?”
“3주요.”
고연주는 내 명료한 대답에 멍한 얼굴이 되고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여관 망하게 할 일 있어요? 이거 짓느라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데.”
“어차피 망했잖아요. 사용자들도 우리들 빼고는 별로 오지도 않고.”
“…칫.”
내 돌직구에 할 말이 없는지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여담으로 말하면 그녀는 아직도 내 무릎에 머리를 베고 있었다. 그녀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릴때마다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나는 내 중심으로 돌린 그녀의 고개를 다시 반대로 돌리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좋은데라고 했잖아요. 너무 걱정 말아요. 이 상태의 여관 3주를 운영하는것보다는 훨씬 이득이 남을겁니다.”
“하. 또 던전 하나라도 발견할 예정이신가 봐요.”
그녀의 투덜거림에 나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엇. 어떻게 아셨죠.”
“…….”
고연주는 할 말은 잃은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
아침에 명상을 마친 후, 대충 씻고 나오자 여관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나 있었다. 지금쯤이면 한창 달게 자고 있을 애들이 모두 일어나 불안한 얼굴로 1층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가자, 일행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리는게 보였다.
“오, 오라버니.”
“응 솔아. 왜 그러니.”
“큰일 났어요! 여관이 문을 닫는데요.”
“…풉.”
안솔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안현과 유정의 얼굴은 상당히 부스스 했지만, 안솔은 비교적 깔끔했다. 아마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1층으로 내려왔는데 고연주의 행동을 보고 놀란것 같았다. 그래서 다급히 일행들을 깨웠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이지 않자,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일행들을 깨웠을 것이고. 한눈에 그려지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태연히 자리를 잡았다.
“아…씨. 오빠. 여관 주인한테 뭐 들은거라도 있어?”
유정은 게슴츠레한 눈길로 내 옆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아마도 한창 자다가 억지로 깨 심기가 불편한것 같았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녀는 내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었다. 유정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게 보였다.
안현은 멍한 얼굴로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고 안솔은 안절부절한 얼굴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설마 전전긍긍한 이유가 유정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것에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연과 신상용은 가만히 테이블에 앉았다. 아마도 어젯밤의 일로 뭔가 짐작바는 바가 있는것 같았다.
곧이어 여관의 문이 삐걱 열리고 익숙한 사용자 한명이 모습을 보였다. 고연주는 열렸던 문을 꼭 닫은 후 내게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이윽고 내 앞에 가만히 선 고연주를 보며 나는 유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지런하게 움직이시네요.”
“네. 누구 덕분에요. 치사하게…. 휴. 아무튼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아요. 뭐 요즘들어 조금 귀찮기도 했고. 겸사겸사 에요.”
아마 어젯밤 마지막에 목숨값으로 흥정한걸 두고 치사하다고 하는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잔뜩 돋혀 있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얼른 남은 날짜 환불해 주세요.”
내 말에 고연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를 날카롭게 째려 보았다.
“흥. 보아하니 일행들도 다 모인것 같은데 아침이나 먹어요. 뭐 먹을 거에요?”
“언제나 똑같이. A코스 7인분.”
“A코스 8인분. 나는 뭐 입도 아니에요?”
그녀는 내 가슴을 한번 쿡 찌르고는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애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음표를 동동 띄웠다. 다만 신상용은 진중한 표정을 짓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리더.”
“네.”
“참 수완이 좋으신것 같습니다.”
“하하….”
어설픈 웃음을 흘리자 그때까지 긴가민가 하고 있던 하연이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했다.
“수현…씨. 설마 그녀를….”
“아니요.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요?”
하연은 미심쩍은 얼굴로 반문했다. 나는 한번 고개를 주억인 다음 아직도 서있는 애들을 보며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멍한 얼굴로 고개만 기울이던 안현과 불만스러운 눈길로 유정을 보던 안솔은 내 신호를 보고 얼른 의자에 앉았다.
“자세한 거래 내용은 아직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그녀는 최소 3주 이상 여관의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 말에 일행들은 모두 수긍하는 낯빛을 띠었다. 확실히 그들이 보기에도 요즘 여관에 사용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그녀는 우리 캐러밴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5년차 사용자인 만큼 캐러밴에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 합니다. 일단 간단하게 말씀 드렸습니다만 상세한 사항들은 그녀가 돌아오면 얘기하도록 하죠. 혹시 질문 있으신 분?”
내 말에 비비앙은 곧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그녀의 질문을 허락 했다.
“김수현. 물론 네가 받았으니 나름 생각이 있겠지만, 한가지 걱정이 있어.”
“무슨 걱정?”
내가 되묻자 비비앙은 일행들을 한번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3주 이상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 사용자를 다음 탐험에 데려갈 수도 있겠네?”
“아무래도 그렇지.”
“그러면 그 사용자가 5년차라고는 하지만, 우리 캐러밴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꼴랑 여관 주인이나 하는 사용자 인데…. 솔직히 조금 불안해.”
비비앙의 말에 하연과 신상용은 동시에 미소를 흘렸다. 그러나 비비앙의 생각은 아주 경우가 없는것도 아니었다. 인간으로 변한 이후 그녀 나름대로 현대의 홀 플레인에 적응하기는 했지만, 가끔 고대의 홀 플레인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혀를 쯧쯧 차고는 모두를 보며 입을 열었다.
“휴. 비비앙.”
“엉.”
“네가 방금 그 여성 사용자를 상대로 10분 이상 우세를 점할 수 있으면 내가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않으마.”
“으, 응?”
“네?”
“뭐?”
“어.”
비비앙, 안솔, 이유정, 그리고 안현은 차례대로 탄성을 질렀다. 하연이 새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비비앙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캐러밴의 2인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평소의 맹한 성격으로 2인자의 포스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실제 탐험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항상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런 비비앙보다 여관 주인을 내가 윗선으로 판단했으니 다들 놀란것 같았다.
솔직한 내 심정으로는 비비앙도 실력이 좋기는 하지만 에 이른 고연주의 상대는 아니었다. 최고의 군단이라는 1군단을 소환한다고 해도 고연주 또한 특수 능력가 있었으며, 상위 군단을 소환할 시간을 줄지도 의문이었다.
아무튼 고연주와 비비앙이 싸운다면 고연주의 압승으로 끝날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실력은 내가 장담할게. 어때 비비앙?”
내 말에 비비앙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그, 그건 싫어.”
“응?”
“그, 그건 싫다구.”
“자. 그럼 다음 질문?”
위험한 뜻을 내포한 비비앙의 거부에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다른 일행들이 부디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유정은 처음 뮬에 온 날을 회상하는지 “그래…그때 확실히 이상했어….”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현과 안솔은 멀뚱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고, 신상용은 언제쯤 고연주가 오나 자꾸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다만 오직 하연만이 눈을 감고 있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도 어느정도 고연주의 행동에 놀란감은 있었다. 말하고 나서도 조금 시간은 걸릴줄 아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화끈한 면이 있었다. 아, 의외라고 하기는 좀 그런가.
그때 마침 주방에서 고연주가 카트를 밀고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안현은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희번덕 뜨고는 재빨리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혀, 형. 저 좀 씻고 올게요.”
“먹고 씻지 그래.”
“아, 아니에요. 빨리 다녀 올게요.”
안현은 내 대답도 채 듣지 않고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어느때보다 신속한 모습을 보이는 안현에 혀를 내두르고는 나는 산뜻한 기분으로 아침을 기다렸다.
이윽고 카트를 우리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온 고연주는 들고온 음식을 차분히 세팅한 후 남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무심한 얼굴로 일행들을 한번 둘러본 그녀는 이윽고 자신을 흘끗흘끗 보는 안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안녕 아가. 네 오빠는 어디 갔니?”
“그…잠시…씻으러….”
안솔이 쭈볏거리며 대답하자, 고연주는 안들리는듯 귀를 더욱 기울였다.
“응? 뭐라고? 좀 더 크게 말해보렴.”
“히잉….”
역시나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안솔은 입술을 삐죽이며 내게 구원을 요청했다. 유정은 그런 안솔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걔 씻으러 갔어요.”
“아하…귀엽네. 아무튼 사용자 김수현. 저에 대한 말은 이미 하셨나요?”
“어느정도는요. 나머지는 지금 직접 하시겠어요?”
“어차피 지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죠 뭐. 나중에 식사 후 모두 모였을때 할게요. 일단 어서들 들어요. 따뜻할때 먹어야 맛이 좋답니다.”
내 말에 고연주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어제에 비해서는 그녀는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옷도 다시 정숙하게 입었고, 표정도 평소처럼 나긋했다.
그런 고연주라 상냥하게 먹으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수저를 들지 않았다. 그녀가 이상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일행들은 모두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수저를 들어, 가볍게 스프를 한숟갈 떠먹었다. 그리고 내가 한숟갈 먹고난 이후에야 일행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들을 본 고연주도 태연히 식사를 시작했지만, 입가가 실룩이는게 웃음을 참고 있는게 분명했다. 기필코 이 악습(?)은 조만간 근절하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유정을 살짝 원망했다.(그녀가 이 악습을 시작한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위층에서 우당탕 안현이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에 아직 물기가 선명한게 급하게 물만 대충 묻히고 나온것 같았다. 이윽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던 소리는 1층에서 점차 잦아들더니, 이내 절도 있는 걸음 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로비를 지나 우리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온 안현은, 고연주를 보고는 지금 발견한척 놀랐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엇. 오늘은 같이 식사를 하시는군요.”
“네. 그렇게 됐어요.”
고연주가 예쁘게 웃으며 대답하자 안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0년차 사용자 안현 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뭐…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현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유정은 한창 스튜를 뜨다가 비위가 상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안솔은 자신의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척을 하려는 태도가 선명했다. 그 모두의 반응이 웃긴지 고연주는 입을 가리며 쿡쿡 웃다가, 이내 나른한 어조로 대답했다.
“반가워요. 5년차 사용자 고연주라고 해요. 직업은…그림자 여왕이에요.”
“아 그러시….”
“푸웁!”
그순간 물을 마시던 안솔은 입 안에 머금었던걸 격하게 내뿜어 버렸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몰라도, 역시나 우등생 안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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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네. 죄송합니다. 128회는 리리플을 쉬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저는 3월 12일 12:00이 되는 순간 올렸는데, 올라간걸 보니 3월 11일 11:59로 되있더라구요. 하아…. 차마 그것을 참을 수 없어 한편 더 올립니다. 오늘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미치겠네요. ㅋㅋㅋㅋ.
가끔 보면 제가 결벽증이 있는것 같습니다. 아이고. ㅜ.ㅠ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