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44
00144 MenTal IllNess =========================================================================
최주현은 한동안 서럽게 울었다. 그러나 내가 위로도, 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스스로 조금씩 울음을 그치기 시작했다. 점차적으로 잦아드는 울음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깐 동안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이곳에 들어 왔을 때 공격을 받거나, 아니면 뒤따라가서 함정에 빠지는 스토리를 예상 했는데. 하지만 놈들은 이렇게 한 명을 우리 쪽에 포함 시키겠다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튼 나 또한 대응 방식을 조금 변경하기로 했다. 아마 지금쯤 주변에서 쥐 죽은 듯 보고 있을 터. 그렇다면 되려 뛰쳐 나오게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주현은 양 볼에 그득한 눈물 자국을 슥슥 지우고는, 목 메이는듯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냥 죽을 생각으로 있었는데,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 드려요. 이왕 이렇게 살게 되니, 저도 사용자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인지라 조금 욕심이 생기네요. 그러니 한 번만 더 보호를 해주시면 안될까요? 방금 전 부랑자들은 분명히 다시 습격해 올 거에요. 저와 일행들이 저지른 일은 정말 죄송하지만 허무하게 당한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내가 곤란해하는 표정을 봤는지 최주현은 한층 애처로운 얼굴로 애걸했다. 그 말인즉슨 내 일행에 자신을 포함시켜 달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렇게 해줄 생각은 없었고, 해서 나는 그대로 최주현의 양 팔에 손을 얹었다. 최주현은 몸을 살짝 움찔거렸다.
“사정은 딱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신도 그 부랑자들과 똑같은 사용자 입니다. 그런 사용자를 함부로 일행에 받아 들이는 건 많이 곤란하네요.”
“하지만 이대로 다시 혼자가 되면 저는 틀림없이 다시 습격을 받을 거에요. 아니면 몬스터들한테 변변한 저항도 못해보고 쓰러지겠죠. 염치 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아요. 그래도 최소한 부랑자들이 다시 왔을 때 한쪽에서 거들기만 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조금이지만 놈들의 정보도 알고 있는 게 있으니, 분명히 도움이 될 거에요.”
대본을 외우듯 줄줄 읊는 그녀를 보며 나는 앞으로 한걸음 더 옮겼다.
깊은 밤. 깊은 산 속. 그리고 나체로 있는 여성 사용자. 방금 전까지 정사를 벌인 탓인지 미묘하게 더운 열풍은 여태껏 공터를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가 나는 찬찬히, 위에서 아래로 그녀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최주현의 얼굴은 제법 예쁘장하다고 볼 수 있었다. 현대에서는 충분히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법한 미모였다. 잠시 동안 품평하듯 쳐다보던 나는, 조금 비열하게 들릴 수도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글쎄요 굳이 그런 것들이 아니라도, 당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요.”
히죽 웃으며,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을 쓸어 내린다. 뜻밖에도 최주현의 얼굴 표정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들도 계산 안에 두고 있었던 건가. 그녀는 곧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눈을 슬쩍 내리 깔았다. 그리고, 조그마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이미 버린 몸. 보호만 확실히 해주신다면….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가렸던 팔을 천천히 풀어 내렸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과 도드라진 둔덕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미안한 말 이지만, 나는 최주현을 품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애초에 영입할 생각 이었다면 당장에 옷이라도 걸쳐줬을 것이다.
이쯤에서 슬슬 시작하자는 생각에 나는 상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싫어요.”
“네?”
“싫다고요. 너 같은 더러운 몸 안으면 내 남성한테 미안하잖아요. 그러니까 안고 싶지 않아요.”
“그, 그게 무슨. 아니, 그럼 어떻게.”
최주현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나는 쓸어 내리던 보드라운 손을 그녀의 양팔에서 멈추고, 세게 움켜 쥐었다. 그녀는 아픔을 느끼는 듯 미약한 신음 소리를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귓가에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로 이렇게.”
말을 끝내고 곧바로 팔을 잡은 손에 크게 힘을 주었다. “뿌지직!” 무언가 거칠게 뜯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외마디 비명이 공터를 크게 울린다. 최주현은 갑작스러운 해체에 균형을 잡지 못한 듯 몸을 휘청거렸다. 나는 양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툭 떨어트리고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똑바로 세워 주었다.
“아아…. 흐아악. 흐아아악!”
“주, 주현아!”
최주현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수풀 안에서 검은 인영이 훌쩍 뛰어 나왔다. 예의 보았던 김승범이 다급한 얼굴로 튀어 나오는 게 보였다. 아마도 내가 따라가지 않자 가는 척만 하고 주변에 숨어 있었던 것 같았다.
김승범은 경악에 찬 얼굴로,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너, 너 이 자식!”
“어. 다시 왔네. 부랑자.”
“무슨 짓이야! 이 개 자식아!”
“응? 아. 네가 그랬잖아. 얘가 우리들 뒤 따라온 애라며. 그래서 죽이려고 이랬지. 왜?”
“아파! 아파아! 도와줘! 승범아 도와줘어어어! 아아아악!”
능글능글한 얼굴로 묻자 김승범은 일순 말문이 막힌 얼굴로 나를 바라 보았다. 그러나 최주현의 비명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이내 이를 빠득 깨물며 으르렁거렸다.
“놈…! 좋은 말로 할 때 주현이를 이리 내놔라. 조금이라도 더 손을 대는 순간, 네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뭐야. 강간하던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그새 떡 정이라도 든 거야?”
“잔말 말고 당장 그녀를 이쪽으로 보내라. 크윽!”
김승범은 정말로 단단히 화가 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 이고는 순순히 대답했다.
“알았어. 줄게.”
나는 천천히 최주현의 목으로 손을 옮겼다. 내 손이 이동할수록 놈의 얼굴에 이상함이 물들었다. 그리고 사슴 같은 그녀의 목이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나는 정지연에게 그랬던 것처럼 힘차게 주먹을 쥐었다. 내 근력 능력치 94 포인트를 전부 동원해서.
카득, 카드득!
“껙! 께엑!”
“자. 여기.”
툭. 데구르르.
부러지다 못해 아주 작살이 난 목덜미를, 나는 마치 볼링을 하듯 머리를 굴려 놈에게로 보냈다. 목에서 흘러나온 피는 가느다란 혈선을 그리며 풀 밭을 데굴데굴 굴렀다. 김승범은 굴러오는 머리를 멍하니 보다가, 이내 크게 충격을 먹은듯한 얼굴로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주, 주현아.”
“이름이 주현이 였구나. 이름 한번 예쁘네.”
“아, 아니야 이건. 이럴 리 없어. 주현아. 주현아? 대답해 주현아. 주현아. 주현아…? 주현…주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연신 여성의 이름을 부르던 김승범은, 곧 처절하게 절규하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는걸 보니 곧 나에게 달려들 모양새.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차분히 검을 들었다. 오자마자 저 꽥꽥거리는 입에 검을 쑥 찔러줄 생각 이었다.
그때였다.
“경거망동 하지 마라. 김승범.”
막 내게로 달려 오려는 김승범을 제지하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날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바위, 나무, 수풀 등 이곳 저곳에서 하나씩 몸을 드러내는 인영들이 보였다. 드디어 메인 이벤트의 등장 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렇다면 김승범과 최주현을 합쳐 총 7명이라는 소린가. 아까 제 3의 눈을 활성화 시키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해두었기 때문에,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놈들의 클래스와 능력치를 빠르게 훓어 보았다.
“흠.”
별거 없군. 나름 연차와 능력치가 되는 놈들이 있었지만, 딱 그 뿐 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내 상대가 되는 놈들은 없었다. 해서 나는 한층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무신 차승현이 800명의 사용자를 앞에 두었을 때가 이런 느낌 이었을까.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김승범은 온 몸을 바동거리며 자신을 붙잡은 손길들을 뿌리치고 있었다.
“저놈이, 저놈이 주현이를!”
“알아. 아무래도 우리의 계획이 간파 당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일단 진정해. 어차피 놈은 우리에게 포위돼 있어.”
눈 앞의 사용자는 푸근한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한구석에 어두운 그늘을 갖고 있었다. 그의 다독거림을 받은 김승범은 한번 숨을 크게 몰아 쉰 후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지금 보니 어느새 녀석은 간단한 옷과 본래 자신의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다. 처음의 울부짖던 눈동자가 살기 어린 시선으로 바뀌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검사 한 명. 궁수 한 명. 도끼 전사 한 명. 마법사 한 명. 전투 사제 한 명. 일반 사제 한 명. 지금은 사망한 최주현까지 합하면 나름 괜찮은 캐러밴이라고 볼 수는 있었다. 이윽고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마법사 사용자가 음울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설마 우리들의 속셈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불침번을 바꿀 때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꿍꿍이가 있었군.”
“후후. 네 계획도 제법 괜찮았어. 배우들의 연기력이 문제였지만.”
“가증스러운 놈. 웬만하면 새로운 성과를 발견할 때까지 그냥 놔두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 어디 한번 우리에게 붙잡히고서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보겠다.”
“붙잡는다고? 처참하게 죽이는 게 아니라?”
음울한 놈의 말에 김승범이 날카롭게 반문하자, 그는 음침한 목소리로 키득 웃었다. 아무래도 김승범만 제외하고 다른 놈들은 나름 태연한걸 보니 확실히 부랑자가 맞기는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김승범은 최주현의 연인 비슷한 관계일 테고.
“걱정 마. 결국에는 다 죽일 거니까. 하지만 그 전에 이놈을 붙잡고 곧바로 다른 놈들을 덮친다. 남자 놈들은 모두 죽이고, 여자들은…. 흐흐흐. 전에 도시에서 봤는데 제법 괜찮은 년들이 있더군. 복 받은 놈들이야.”
“웃기지마.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주현이는 내…. 크윽. 난 바로 죽여야겠어.”
“자자. 진정하라고.나라고 함께 하던 동료가 죽었는데 아주 감정이 없는건 아니야. 일단 이놈 사지를 잘라놓고, 놈이 보는 앞에서 그년들을 범하는걸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눈 앞에서 하나씩 목을 잘라주는 거지. 어때?”
이 말에는 꽤 솔깃했는지, 김승범은 얼굴을 찌푸린 상태로 몸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한두 번 고개를 주억이고는 이를 우드득 갈았다.
“으득. 좋아. 그것도 나쁘지 않군. 아니, 아주 좋은 생각이야. 똑같이 되돌려주마.”
김승범이 조금은 누그러든 태도로 검을 들자,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던 놈들이 차례대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미리 말하는데, 그 앵앵거리는 사제 년은 내 꺼다. 하면서 엉엉 울 것 같은 게 딱 내 취향이거든.”
“난 그 기 세 보이는 입담 좋은 년. 내 아래 깔렸을 때 뭐라고 울부짖을지 궁금해. 낄낄.”
참고로 말하자면, 6명중 5명이 남자였다. 조용히 활을 들고 있는 사용자만 여성 이었는데 이 여성이 바로 우리를 추적한 궁수 사용자인 듯 싶었다. 다른 남성 사용자들이 여유롭게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 동안, 그녀는 두건을 얼굴에 감고 시종일관 조용하게 있었다.
아무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놈들을 향해 나는 천천히 검을 들었다. 대충 배우도 다 나온 것 같으니 슬슬 막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모든 게 드러난 영화는 더 이상 재미가 없으니까. 내가 검을 드는 모습을 봤는지 리더로 보이는 마법사 사용자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꼴에 허세 부리기는. 알고 있었으면서 혼자서 이곳으로 온 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홀 플레인의 무서움을 단단히 알려주도록 하지. 그럼 얘들아. 적당히 손좀 봐줘라. 죽이지만 않으면 돼.”
“크아아악!”
마법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김승범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어떠한 자세도, 기술도 없는 능력치 우위의 자신을 바탕으로 하는 마구잡이 돌격. 멍청한 놈. 나는 콧방귀를 뀌고는 틈을 맞춰 검을 아래로 내리 그었다. 놈은 자신의 검을 위로 들어 올리며 안쪽으로 파고 들었고, 당연히 내 검은 놈이 들어 올린 검을 자르고 지나가 머리를 깨끗하게 두 쪽을 내 주었다.
김승범은 끽 소리도 못하고 땅으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 순간 자신만만하게 구경하던 부랑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동요가 일었다.
“김승범! 제길! 커트 마법인가! 마법 무구를 갖고 있었던 건가…. 당황하지 마라!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내 방어 마법을 기다려! 수적 우위를 살리란 말이야!”
“아니, 커트 마법 아닌데.”
나는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틀었고, 그와 동시에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화살 한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칠흑의 숲에서 전갈들에게 했던 것처럼, 앞으로 날아가는 화살에 살며시 검을 스치게 만들었다.
앞으로 쏘아지던 화살은 내가 힘을 흘린 곳으로 따라 완만한 곡선을 그렸고, 끝에 멍하니 있던 사제의 목을 보기 좋게 꿰뚫었다. 좋아. 명중이다.
“세 명 처리. 남은 건 네 명인가?”
“미친. 혀, 현승아!”
“안소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아, 아니! 나, 나는 분명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세 명을 연달아 쓰러뜨렸다. 그제서야 부랑자들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 번쩍이는 얼굴들로 무기를 들기 시작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봐줄 생각은 없었다. 놈들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최소 한두 놈은 더 끝낼 수 있겠지.
생각을 마친 나는 마치 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눈 앞의 마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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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아. 미치겠네요. 오늘 12시 30분에 약속이 있는데, 아직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친구한테 전화 오고 난리 났네요. 친구 녀석이 주선자 거든요. 30분은 늦는다고 했는데, 가자마자 까이지만 않으면 다행일것 같습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이번회 리리플은 쉬고, 145회에 5개씩 절반으로 나누어 하겠습니다. 얼른 나가봐야 겠네요. ㅋㅋㅋㅋ.
PS. 퀴즈퀴즈! 이번회 소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을 알아 맞추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요일 한편 더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정답자 분께는 앞으로 10회 동안 무조건 리리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