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50
00150 절규의 동굴(1) =========================================================================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들 에게 보통 무기들은 통하지 않는다. 놈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제의 축복을 받거나 신성을 가진 무기를 사용하는 것 이다.(대표적으로 은제 무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마력을 담은 무기들도 일정 데미지를 주는 게 가능하다.
푸른 산맥의 내부에는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와 일행들이 밟는 풀 소리뿐. 아주 가끔 귓가를 사늘하게 울리는 울음 소리들이 간헐적으로 들려 왔지만, 나와 고연주의 조언으로 다들 의도적으로 흘려 듣고 있었다. 울음 소리에 이끌리는 순간, 반시를 만나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아…. 하아….”
안솔은 어느새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일부러 행군 속도를 늦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러는걸 보니, 아무래도 사기의 영향을 다른 사용자들보다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간간이 걸음을 멈추기도 하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믿기지가 않아. 정말로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이 아까 밖에서 봤던 푸른 산맥이 맞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거지?”
“언데드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죠. 이 푸른 산맥은, 저주 받은 땅 이에요. 한걸음 내디딜 때 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원망, 악의가 밀고 들어오는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불길해요.”
고연주의 대답에 비비앙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나마 둘 정도가 되니까 이렇게 대화라도 주고 받는 거지, 다른 일행들은 안솔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다. 에 있던 망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였으니까.
1회차 시절. 당시 내가 있던 캐러밴은 길을 선도하던 궁수 사용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로 입성할 수 있었다. 당시 캐러밴의 대장 이었던 사용자는 성질이 열혈이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는 사용자로 기억한다. 그 사용자의 활약 덕분에 캐러밴은 맨 마지막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동굴의 끝에 있던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들은 악몽을 만나고 말았다. 그 악몽에 의해 항상 열성적으로 우리들을 이끌던 대장은 갈갈이 찢겨졌고, 남은 캐러밴 인원들은 감히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쫓기듯 도망치고 말았다. 의 추적에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추가로 찢긴 후에야 남은 인원들은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뭐, 동굴 밖도 안전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라버니. 위험해요.”
산맥부터 계속 나와 길을 맞추던 안솔은, 긴장한 낯빛으로 걸음을 멈췄다. 기특하게도 안솔은 예감만으로 앞으로 일어날 길흉을 거의 때려 맞추고 있었다. 입술을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나는 차분히 오른손을 들었다. 전투를 준비 하라는 신호였다.
“사용자 김수현. 좋지 않아요. 반시는 아니지만 땅을 주기적으로 울리는 소리, 스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어요.”
“죽음의 기사. 아니면 리치. 최악의 경우 두 놈 모두 올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아니기를 바래야죠. 리치는 반시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워요. 벌써부터 네임드 몬스터들의 출현이라. 도대체 이 산맥은 어떻게 돼먹은 거에요?”
“저도 처음 오는 곳 입니다. 저라고 다 알겠습니까.”
“으이구. 내가 정말 못살아.”
내 말에 고연주는 엄살을 부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약간의 뻥을 치고는 천천히 생각에 잠겼다.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다. 맞선다. 피한다. 맞서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작 문제는 전투시 일어날 소음이 문제가 된다. 안 그대로 우리들이 들어온 후 예민한 신호를 보내는 놈들이 깔렸는데, 지금껏 해온 전투들처럼 요란한 폭음을 낸다면 그 길로 곧바로 포위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반시 같은 상대하고 싶지 않은 녀석들도 더러 끼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하는 건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겠지만, 두 놈이 한번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설령 등장한다고 해도….
나는 이내 마음을 정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들어가기 시작 했다. 지금껏 전투한 어떤 놈들보다도 위험할 수 있었다. 고연주의 예상대로 죽음의 기사와 리치가 나온다면, 마냥 여유롭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다른 놈들이 채 몰려들기 전에 빠르게 언데드들을 제압하고 그 자리를 벗어 나는 것.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5분 정도 걷자, 이윽고 솔이가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기 앞에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 기다란 대열이 우리를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잠시 동안 놈들의 전력을 살펴본 나는, 예상이 반만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의 기사는 보이지 않았지만, 유령마를 타고 머리에 왕관을 쓴 로브를 입은 깡마른 해골이 있었다. 리치였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나름대로 장갑을 갖춰 입은 해골 병사들이 이빨을 딱딱거리며 리치를 호위하고 있었다.
놈들의 숫자는 열둘 정도 되었지만 대열이 질서 정연하고 엄중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한 듯 일직선으로 오고 있었고 이윽고 어느 정도 거리를 남기고 서로 행군을 정지 했다. 놈들은 멈춰선 와중에도 간헐적으로 뼛소리를 울렸는데, 안솔은 침을 삼키며 지팡이를 조금 앞으로 들었다.
리치 또한 선두에 선 내가 대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 같았다. 움푹 파여 있는 눈구멍 사이로 시퍼런 불길이 나를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뼈만 남은 리치의 구강이 서서히 열리는걸 볼 수 있었다.
뭐라고 말을 했는지는 알아 들을 수 없겠지만, 좋지 않은 것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주변에 있던 중무장한 해골 병사들이 하나같이 무기를 치켜들며 우리에게 적의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기야 우리들은 애초에 무기들을 빼 들고 있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분위기는 절대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다가 선공을 당하고 시작하는 건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해서, 나는 검을 중단에 들어 맞춘 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고위 계열 언데드, 리치 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일단 전술만 바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진형은 근접 계열 사용자들은 저를 선두로 봉시진을, 원거리 계열 사용자들은 후방 지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사용자 고연주는 키퍼로 두겠습니다. 리치는 제가 맡을 테니 나머지 해골 병사들은 애들의 좋은 상대가 되어줄 겁니다.”
내가 빠른 목소리로 입을 열자 리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손에 들린 낡은 지팡이가 서서히 올라오는 게 보이자, 나는 지체 없이 돌진 명령을 내렸다.
“안현과 유정은 각각 좌우로 달려 들도록. 그럼 간다.”
나는 말을 마치고 곧장 리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 들었다. 그러자 주위의 해골 병사들이 더욱 경계를 단단히 함과 동시에 지팡이를 들지 않은 리치의 다른 손이 나를 겨냥하는 게 보였다.
스스슷. 파앙! 파앙! 파앙!
놈이 내민 손바닥에 검은빛 구체가 동그랗게 모이고, 이내 나를 향해 연발로 쏘아졌다. 다크 캐논(Dark Canon)이군.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는 거지만, 다른 일행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가볍게 검을 휘둘러 터뜨려 버렸다. 해골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 놈이 흠칫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장 먼저 달려 들었으니 가장 먼저 도달하는 건 당연한 일 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해골 병사들을 강하게 발을 굴러 뛰어 오르자 나를 향해 지팡이를 조준하고 있는 리치를 볼 수 있었다. 이형환위를 쓸까, 아니면 한번 더 허공을 발돋움 할까.
선택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이어 놈의 지팡이 끝으로 쏘아진 뭉클한 검은 기운이 나를 덮쳐 드는걸 보고, 나는 곧바로 발에 마력을 담아 허공을 강하게 박차 올랐다. 그대로 공중제비를 돌아 리치의 뒤로 돌아서자 뒤에서 고연주의 것으로 추정 되는 탄성이 들렸다. 그녀 정도라면 방금 전 내가 벌인 행동이 어느 정도의 클래스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대로 한 바퀴 빙글 돈 나는, 원심력을 이용해 놈의 정수리 쪽 방향을 향해 검을 일직선으로 내려 그었다. 그 순간 리치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반투명하게 물들였고, 구강이 씩 열리는 게 보였다. 나 또한 마주 웃어 주고는 더욱 힘을 주어 검을 하강시켰다.
스팟!
내 검은 단숨에 리치의 몸을 두 쪽을 냈고, 놈의 몸은 마치 연기가 갈라지듯 좌우로 흩어져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검만 통과하거나 설령 갈라지더라도 다시 붙어야겠지만, 리치의 몸은 다시 붙지 못했다. 내친김에 유령마의 몸까지 베어버린 탓에 리치는 금방 몸을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리치는 죽지 않는다. 라이프 배슬을 파괴하지 않는 한, 몇 일 시간이 흐르면 다시 부활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말 이었다.
놈의 몸은 현재 난리가 나 있었다. 유체화 마법으로 내 물리 공격을 피하려고 했는데, 여지 없이 잘라져 버리고 말았다. 반으로 갈라진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놈을 보며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퉁겼다. 곧이어 전신이 맑은 불꽃에 휩싸이는 리치를 보자 절로 가벼운 휘파람이 나왔다.
내가 리치를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8초도 걸리지 않았다. 멍하니 나를 보고 있는 일행들을 보고 혀를 찬 후 해골 병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리치가 소멸한 해골 병사들은 더 이상 우리의 적이 아니었다. 제법 중무장을 갖추긴 했지만,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는 애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방금 전 우리들이 상대한 언데드들이 까다로운 건 어디까지나 리치가 자신의 병사들은 원호하면서 강력한 마법을 난사하는걸 전제로 했었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내가 리치를 먼저 잡음으로써 나머지 해골 병사들을 손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단락 지은 후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지만, 나는 가는 내내 고연주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조금은 질렸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는데, 그 심정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약간 진심으로 상대한 것도 있지만, 나 또한 이렇게 쉽게 리치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문득 내 몸에 있는 능력 하나하나가 정말 치트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번 전투로 나는 한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2회차 초반에 고민한보다 를 선택한 게 잘했다는 확신. 마법사 사용자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금 고연주가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방금 전 내 전투는, 홀 플레인에 현존하는 마법사들의 가치를 절반 이상 상실 시키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아마도 마법사들이 군단 급으로 떼거지로 덤비지 않는 이상, 일대일로 나를 잡을 수 있는 마법사 사용자가 과연 있을까.
애들의 분위기는 아주 조금이지만 가벼워져 있었다. 처음에만 해도 은근히 자신 없어 하는 애들 이었는데, 내가 리치를 격살하고 본인들도 해골 병사들을 처리하자 자신감을 회복한 모양이다.
초입 부에서 리치를 만났지만, 뒤이어 만난 두 무리의 언데드들은 그런 고위급 몬스터가 포함 되어 있지 않았다. 있어 봤자 심연의 기사(Abyss Knight)였달까.
그렇게 우리들은 나와 안솔이 서로 합의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산맥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언데드 들은 몰려 있었고, 우리는 처리하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뜨는걸 반복하고 있었다. 살얼음 같은 전투를 치르며 2시간 이상을 행군하자 어느새 두 번째 산 봉우리를 넘을 수 있었다. 즉 포인트 지점에 다다랐다는 소리였다. 나는 곧바로 제 3의 눈을 발동 시키며 주변을 차분히 탐색하기 시작 했다.
일단 찾아야 할 장소는 물이 흐르는 골짜기였다. 이 위치한 장소는 물이 흐르는 골짜기, 즉 산맥 안 계곡에 붙어 있었다. 깎아 지른듯한 절벽 형태의 계곡을 더듬다 보면 습지가 나오는데, 동굴 주변에는 여러 나무들과 수풀들이 동그랗게 군락을 이룬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예전 기억을 더듬은 후 살짝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가자 귓가에 미약하게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다. 그 소리를 따라가 고개를 아래로 내미니 예상대로 산 아래로 길고 움푹 들어간 지형이 눈에 들어 왔다. 이제는 계곡 하단부 어딘가에 형성 되어 있는 타원형의 좁은 통로를 찾기만 하면 되는 일 이었다.
“지금부터 계곡 안으로 진입 하겠습니다. 목표 지점에 도달 했으니,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말아 주세요.”
나는 조용한 음성으로 일행들에게 말을 건넨 후 안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 또한 계곡에 들어가는데 불만은 없는 듯, 조심스럽게 비탈길 아래로 한 걸음 내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중간 순위 발표로 리리플을 다음회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151회에 150회 리리플을 합쳐서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나왔습니다. 다음 파트에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금껏 로 들어가기를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얻고, 금은보화를 얻는 과정은 대단히 즐거울것 같네요. 😀 과연 에는 어떤 몬스터들과 재보들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
그리고 인기 투표 결과 입니다. 고연주를 제외하고 했는데 그래도 고연주에게 투표하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한별아 힘내! 아빠가 나중에 진짜 캐릭터 투표 하게 되면 표 많이 나오게 밀어줄게. ㅜ.ㅠ
안솔 : 21표
비비앙 : 15표
고연주 : 7표
김한별 : 6표
이유정 : 5표
정하연 : 5표
세라프 : 2표
암컷 원숭이 : 1표
순위 입니다. 중간 집계는 이렇지만, 나중에 캐릭터 투표에서 1등을 한 캐릭터에게는 아무래도 서비스가 있겠죠. 예를들어, 몇몇 독자분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같은거 말이죠. 하하하.
PS. 저, 저도 딱히 독자분들을 위해서 연참한건 아니에요. 이, 이건 그러니까. 네. 맞아요. 얼른 절규의 동굴로 들어가고 싶어서 연참한 거에요. 흐, 흥!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