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59
00158 초심으로 돌아가서 =========================================================================
안으로 진입할수록 초입에서 느꼈던 축축함과 불쾌한 습기는 희미해지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스산한 악기(惡氣)는 강해지고 있었지만, 언데드들과 몇 번이나 마주친 만큼 다들 웬만큼 적응 했을 것이다.
나와 안솔의 합의로 우리들은 오른쪽 길로 들어갔고, 장장 30분째 걷고 있었다. 포인트 를 통과하는 순간 대부분의 길은 모로 가도 과 연결 되어 있다. 물론 필수로 을 거쳐야겠지만 갈림길 선택에 대한 부담이 덜해지는 것도 사실 이었다.
추가로 10분을 더 걷자 어느 정도 목표 지점에 도달한 듯 감지 끝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자박자박 뒤를 따르던 일행들의 발걸음 소리도 동시에 멈추었다. 나는 마력의 밀도를 높여 한층 더 면밀히 살피고, 가라 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200미터. 정확히는 180미터 정도 앞. 감지에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몇 마리 인가요?”
“둘. 그런데 움직이지도 않고, 생명 반응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계속해서 한 자리에 우묵하게 서 있는데 조금 애매하네요. 아무래도 가까이 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또 레이스와 비슷한 놈들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연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전투를 준비 했다. 이 부분은 아주 약간 기억이 아리까리 했기 때문에 확실히 자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이었다. 잠시 동안 정비 시간을 배당한 후 일련의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캐러밴을 이끌고 나아갔다.
라이트(Light) 구체는 다시금 빛이 줄어 들었다. 그 대신 안력에 마력을 돋움으로써 어둠 속을 꿰뚫어 보았다. 장시간 안구에 마력을 담는 건 결코 좋지 못한 일 이었지만,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잠깐씩 사용하는 건 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조금의 거리를 남겨 두고 다시 정지 했다. 고연주는 앞으로 살짝 나오더니 전방을 유심히 살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지킴이 같은데요. 세로로 줄이 그어진 철문을 중심으로, 좌우 하나씩 서 있네요. 사용자 김수현의 말대로 따로 반응은 느껴지지 않아요.”
제 3의 눈으로 읽은 결과, 고연주의 말은 정답 이었다. 여기서 몇 발자국만 더 들어 갔으면 우리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움직였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한번 주억이고는 정하연을 호출 했다. 싸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 우리들이 서 있는 장소는 여태껏 거쳐왔던 통로들보다 공간이 협소해 전투에 썩 적합한 지형은 아니었다. 해서, 아예 반응도 못하게 원거리에서 처리할 심산 이었다.
“하연. 혹시 예전에 라돌로프(LadolRof)들을 상대로 썼던 마법 기억 하나요?”
“급속 연발(Rapid Fire)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한번 더 사용할 수 있겠죠.”
“물론이에요. 마침 잘 됐네요. 방금 전 정비에서 목걸이에 메모라이즈(Memorize) 했거든요.”
살포시 웃는 정하연을 보자 마음이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앞으로 잡아 이끌고는 문의 한 쪽 구석을 가리켰다. 하연 또한 마력을 일으키는지 눈동자가 물빛으로 잠시 물들었다가, 다시 본래의 검은빛을 되찾았다.
“저곳을 맞추면 되는 건가요?”
“네. 따로 마법적 보호 처리는 느껴지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최소 서너 발은 준비해주세요.”
“알겠어요. 지금 바로 영창에 들어갈게요.”
하연은 눈을 감고 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 했다. 나는 한 발 물러서 멀뚱히 서 있는 고연주와 함께 그녀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애들은 문이 있다는 말에 다들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소도시 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보상다운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뜬 것 같았다.
나 또한 카오스 미믹(Chaos Mimic)을 잡을 생각에 속이 조금 짜릿해지는걸 느꼈다. 되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 놈들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놈들 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운이 따라 준다면 체력을 올려주는 영약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얻게 된다면 일전에 얻은 벨페고르의 심장과 비비앙의 영단을 합쳐 연단을 부탁할 것이다. 뭐,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 ───. ───.”
시원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귀 밑과 목을 살짝 덮는 하연의 단발 머리가 보인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선을 감상하고 있자, 이내 모든 준비를 끝냈는지 하연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목에서 미약한 불빛이 번쩍이고 청아한 목소리가 통로 안을 조용히 울렸다.
“얼음의 창(Ice Spear)! 급속 연발(Rapid Fire)!”
예전에 보았던 길쭉한 송곳 모양의 얼음들이 차례대로 생성 되는 게 보였다. 그러나, 하연의 주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어스(Pierce)!”
“흠.”
“어머? 피어스(Pierce)까지? 쓸만한 응용 주문은 대부분 익혔나 보네.”
옆에 있던 고연주는 하연의 추가 주문을 보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다른 사용자들은 나를 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는 특전을 부여 받아 이룩한 실력 이었다.
하연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고 평가 했다. 그만큼 그녀는 마법사 사용자로서 2년차 답지 않았고, 실력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연이 살짝 지팡이를 휘젓자 한 발씩 차례대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 했다. 아마 시간차를 둘 생각인 것 같았다.
이윽고 첫 번째 얼음의 창이 쏘아지고, 그들의 감지 거리 내로 들어왔는지 그긍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우묵하게 서 있던 기사 동상은 이내 목을 우리 쪽으로 비틀며 투구 안 붉은 빛을 번쩍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침침한 목소리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 했다.
두 동상 기사가 우리들을 향해 재빠르게 몸을 돌리는 순간, 하연이 쏘아 보낸 첫 발이 내가 지정한 철문의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쾅! 콰쾅! 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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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콰쾅! 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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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이 쏘아낸 여섯 발의 창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문을 두드렸고, 종래에 이르러서는 철문 속에 박혀 있던 중추를 부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문 한쪽을 박살내고 말았다. 가히 무시무시한 위력 이었다.
그리고, 막 위풍당당하게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린 기사들은 구슬프게 들리는 소음을 내며 그대로 몸을 허물어트렸다. 마력을 공급 받지 못하는 놈들은 말 그대로 동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끝난 건가요?”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도 빨리 나온 결과에 정작 마법을 사용한 당사자인 하연이 당황하고 있었다. 제 3의 눈으로 놈들의 상태를 확인한 후,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거듭 말하지만 제 3의 눈이 있는 이상 2회차에서 끝을 보는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제 3의 눈이 없었다면 전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놈들을 움직이는 근원, 즉 중추를 사전에 읽고 파괴함으로써 손 쉽게 해결한 것이다.
*
얼떨떨해 하는 일행들을 데리고 나는 철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하연이 한쪽 문을 열어놨기 때문에 따로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철문을 통과하는 순간, 여태껏 거쳐왔던 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울퉁불퉁하고 어그러져 있는 통로가 아닌 네모 반듯한 길들과 각진 모서리들. 애들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요상한 기분이 드는 듯 연신 고개를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히 사람의 손을 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이 바로 의 분기를 가르는 중간 지점 이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살핀 후 앞으로 곧게 뻗어 있는 길을 향해 천천히 캐러밴을 이끌었다.
가는 도중, 나는 오른쪽 벽면에 차분히 손을 짚었다. 그리고 톡, 톡, 가볍게 두드리면서 걸었다. 옆에서 걷고 있던 고연주가 갸웃하는걸 느꼈지만, 이내 그녀도 짚이는 바가 있는지 반대편으로 가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 했다.
톡, 톡, 톡, 톡, 톡.
리드미컬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분명 캐러밴의 리더가 분노에 친 주먹질이 여기 어디쯤 이었을 텐데. 애들은 뭘 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대답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비비앙 이었다. 그녀 또한 한동안 던전에서 살았던 만큼 나와 고연주가 하고 있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그래도 “쉿. 비밀의 방을 찾고 있는 거야.” 라는 말은 나를 꽤나 웃기게 만들었다.
톡, 톡, 통, 통, 톡.
걸렸다. 두드리면서 지나가던 벽면들 중에서 다른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걸음을 정지 했다. 잠시 몸을 뒤돌아 보자 모두 기대에 찬 얼굴들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연주 또한 내 쪽으로 다가와 몇 번 벽을 두드려 보고는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이 부분들이 다르네요. 비밀의 방을 찾았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비밀의 방이라고 해서 절대 안전한 건 아니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감을 잡은 거에요? 나도 깜빡 놓치고 있었는데.”
고연주는 이제 영악하게 말을 돌리고 있었다. 어떻게 알아냈냐는 사실이 아닌, 어떻게 감을 잡았냐고 완곡히 우회해서 물어온다. 거기에 당할 내가 아니란다. 나는 언제나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 했다.
“그냥 감이요. 그렇잖아요. 갑자기 사람의 흔적을 탄 장소가 나오는데 방이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져서요. 그냥 혹시나 했어요.”
“지금 저랑 농담해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사용자 아카데미 에서요.”
그녀의 말을 끊고 대꾸하자, 고연주는 그 예쁜 눈으로 나를 흘겨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푸욱 쉬고는 힘 없이 대열로 돌아 갔다.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 밑천이나 다름 없는 것들을 가르쳐줄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그렇게 고연주를 돌려 보내고는, 나는 제 3의 눈과 감지로 차분히 내부를 살폈다. 안에서 느껴지는 반응은 총 셋. 아마 카오스 미믹(Choas Mimic)들 이리라. 침을 꿀꺽 삼키고, 벽면을 더듬는다. 이윽고 다른 곳들과는 무언가 다른 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나는 주저 않고 그 부분을 꾹 눌렀다. 그러자, 한 면이 움푹 들어감과 동시에 벽면 일부의 틈새가 살짝 벌어진걸 볼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조금 더 힘을 주자 그 틈이 더욱 더 벌어지는 게 보였다.
“들어가죠.”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일행들을 보며 한마디 툭 던지자, 그네들의 눈동자에 기이한 열망이 깃드는 게 보였다. 여담으로, 솔직히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
틈을 더욱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비밀의 방이 나왔다. 서랍도, 침대도, 책장도 있는 방. 바닥이나 면이 차가운 대지인 만큼 온전한 방이라고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로서 에 거주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 되는 순간 이었다. 물론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건 나중에 조사단들이 할 염불 이었고, 사용자들은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면 되는 일이다.
세 개의 라이트(Light) 구체가 허공 위로 떠오르자 어둠이 깔려 있던 방은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게 시야가 확보 되는 순간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한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보물 상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보물 상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들썩들썩 숨을 내쉬고 있다는 점 이었다.
“미믹(Mimic)이네요. 땡 잡았어요.”
고연주가 조심스럽게 속삭였지만 나는 그저 미미한 미소를 흘릴 뿐 이었다. 과연 땡 잡은 정도로 끝날까? 겉으로 화려한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단 상자를 보자 애들은 반색하며 달려들 기세였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애들에게 신호를 보내 입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모두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낸 후, 혼자서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
카오스 미믹(Chaos Mimic). 겉보기에는 일반 미믹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180도 다른 녀석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놈들 이었다. 이놈 한 마리만 잡아서 가공만 잘 하고 종속 마법 각인만 새겨 놓으면, 따로 주렁주렁 배낭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훌륭한 배낭이 될 수 있었다.
더불어 혼돈(Chaos)을 이용한 흡수 계열 방어 마법도 있고, 외양도 화려한 만큼 여성 사용자들 특히 사제나 마법사 사용자들 이라면 누구나 오매불망 갖고 싶어하는 물품 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쓸모가 있는데 속까지 꽉 찬 놈이니 정말로 바람직한 몬스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깊이 잠들어 있었던 듯, 놈들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곧바로 허리를 숙여 한 놈을 집어 들었다. 내 손이 닿는 순간 녀석은 깜짝 놀란 듯 상자(?)를 이리저리 바동거렸다. 이윽고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중간에 갈라진 입구를 몇 번 들썩거린 녀석은, 바동거리던 몸을 딱 멈추었다. 왠지 모르게 놈이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곧 지금 상황을 파악 했는지, 카오스 미믹(Chaos Mimic)은 순식간에 크게 입구를 벌렸다. 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은 내부가 보인다. 그리고….
“삐에에에에에에에!”
놈은 거친 괴성을 토해 내었다.
“꺄앗!”
“뭐, 뭐에요 이 소리는?”
뒤에서 일행들이 낮은 비명을 질렀고, 고연주도 보통 미믹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고연주 정도라면 분명 카오스 미믹의 특징이나 차이점을 알고 있을 텐데. 내 예상은 곧바로 맞아 떨어졌다. 이윽고 “설마?!” 라고 외친 그녀는 열린 입구 안에서 뭉클한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걸 봤는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사용자 김수현! 그거 당장 버리고 물러서요! 미, 미믹이 아니라 카오스 미믹 이에요! 저게 어떻게…!”
“그렇군요.”
나는 담담하게 대답 하고는 몸을 풀쩍 뛰었다가, 아래로 강하게 발을 내질렀다. 내가 들어 올린 미믹의 비명 소리에 깨어난 다른 놈들이 도망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놈을 지그시 밟자 고연주는 속이 터지는 듯 한층 더 목소리를 높였다.(참고로 나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일단 그렇게 두 놈을 안전하게 확보한 후 나는 차분히 손을 들어 올렸다. 이내 내 오른손에 맑은 불꽃이 휘감아 들었고, 가볍게 한 번 휘저어 놈이 내뿜는 검은 기운들을 흐트러트렸다.
그리고, 흩어지고 불타오르는 기운들 사이로 보이는 놈의 입구 속으로 재빠르게 손을 찔러 넣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회 에서는 리리플을 쉬고, 다음 회에 같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마침 12시면 제가 한창 감성에 젖어 있을 시간인데, 겜마스터님의 코멘트가 제 심금을 울렸네요.
그 동안 겜마스터님의 달아주신 코멘트들을 쭉 읽어 보았습니다. 연참을 원하시는것도, 이해가 가지 않아 질문하신 것도, 에로 유진이라고 놀리신 것도, 한창 H신 문제로 힘들때 감싸 주신것도, 제 복선을 알아채신 날카로운 것도, 그리고 군대를 가신다는 코멘트도요.
저 또한 군대를 다녀 왔습니다. 올해 예비군 2년차 네요. 이미 주위의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겠지만, 저 또한 하나 말씀 드리자면.
군대는 몸 건강히 전역 하는게 최고 입니다.
저는 신병 교육대에서 크기가 제 배까지 오는, 음식 쓰레기가 가득 찬 짬통을 혼자 낑낑 들다가 허리를 삐끗 했지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설마 그게 2년이 넘도록 저를 붙잡을지 누가 알았을까요. 하하하.
나중에는 너무 아파서 다친 쪽으로는 돌아 눕지도 못했는데, 잠자다가 끙끙 거리니까 강제로 일으키더니, 앓는 소리 내지 말라고 베개에 강타 당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뭐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아무튼, 102 보충대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저는 306 보충대를 나왔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몸 건강을 우선 챙기셔야 합니다. 그리고 군대는 기본이 상하복명이 원칙으로 들어가 있는 곳 입니다. 조금 더럽고, 조금 힘들도, 조금 억울해도 참고, 인내하시면 언젠가 탁 풀릴날이 오실 겁니다.
문득 신교대 중대장이 해주었던 말이 떠오르네요.
아버지가 갔던 길, 형이 갔던길, 이제 내가 가는 길, 나중에 내 아들이 갈 길. 그게 바로 군대 입니다. 시국이 뒤숭숭해 불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성 분들이 다녀오는곳 인만큼, 그리고 그동안 보여 주셨던 겜마스터님의 유쾌함은 필히 즐겁고 건강한 군생활을 만드시리라 믿습니다.
아, 후기가 너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감성 포텐이 터져서 그래요. 하하. 오늘 아침 강의가 있는데, 가서 졸면 어떡하죠. 🙂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2년간의 군 생활 무사히 마치시기를 기원 하면서, 다음 휴가 나오실때 까지 분량은 잔뜩 쌓아두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군대 잘 다녀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