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73
00172 예상치 못한 만남(2) =========================================================================
애들이 대충 금화와 보석을 모두 집어 넣을 즈음, 마법사들도 장비 감정을 모두 마친 것 같았다. 이윽고 감정 주문서에 적힌 장비 설명서를 읽은 일행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탄성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또 다시 레어 클래스를 발견 했다는 것은 정말로 기적이 따르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 이었다.
매우 고무적인 일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도대체 1회차 시절의 나는 왜 이렇게 발견할 수 없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곧바로 떨쳐버리고,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일행들이 들뜨는 모습들을 바라 보았다. 1회차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불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2회차, 즉 현재가 중요 했다.
한동안 요란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일행들은 다들 긴장한 낯빛으로 서로를 주시하기 시작 했다. 워낙 좋은 물품들이 나오다 보니 누가 어떤 장비를 가져갈지에 대해 민감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속으로 어떻게 장비를 분배할지 정리하던 도중 문득 조금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지금 나온 장비들은 내가 모든 능력치들 중에서 왜 그렇게 마력을 강조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마력 능력치 1 포인트에 벌벌 떠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근접 계열, 그것도 탱커들이 착용하는 장비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우리 일행들 중에서 안현이 가장 제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비들에는 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안현이 호프론의 전설이라는 방패를 든다고 해도, 녀석의 마력 능력치를 웃도는 사용자에게 타격을 입으면 반사 효과는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아마 내가 어느 정도 힘을 담아 후려 갈기면 반사는커녕 그대로 나동그라질 것이다. 물론 추가로 행운 능력의 보정을 받는다고는 해도 애초에 불확실한 면은 제외를 하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 말인즉슨 애들이 성장함에 따라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장비들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끝내고서 막 분배를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가만히 나를 응시하던 정하연이, 갑자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수현. 이번에 다른 사용자들을 대표해서 건의하고 싶은 게 있어요.”
나는 막 열려던 입을 닫고 하연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침착했지만 눈동자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대표한다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은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껏 얻은 성과들은 리더를 맡고 있는 수현의 결정 아래 이루어졌어요. 물론 그것이 대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만큼은 저를 비롯해 다른 사용자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싶어요.”
“그, 그래요 형. 이번에는 우리들의 의견도 반영하게 해주세요.”
하연의 말이 끝나는 순간 안현이 곧바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곧이어 안솔, 이유정, 신상용, 비비앙도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하연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는걸 볼 수 있었다.
“흠.”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는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클랜으로 발돋움 하면서, 그리고 소수 정예 클랜을 지향하면 다시 재조정해야 할 문제들 이었다. 조금 일찍 터져 나온 게 의외라면 의외였다. 그래도 지금껏 최대한 많이 몰아 주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약간 머쓱한 감정이 없잖아 있긴 했다. 그래도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 이고는 어디 한 번 얘기해 보라는 듯 한 걸음 물러서 주었다. 우선 얘기라도 들어볼 요량 이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내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각자 동시에 앞에 놓여 있는 장비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용자 개인의 클래스나 능력치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하는데, 지금 하나씩 집은 것을 보니 다들 중구난방 이었다. 특히 하연이 투구를 든 것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지금 뭘 하는 거냐고 묻기로 했다. 그렇게 천천히 입을 열려는 순간 이었다.
“이얏!”
다시금 입을 열려던 나는, 을 든 채 내게로 달려드는 유정을 보며 당황하고 말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고연주를 제외한 일행들은 모두 내 주위로 몰려들어 나를 미친 듯이 더듬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반항하려고 했지만, 여러 손이 나를 붙잡고 있는 상태였고 근거리에 있는 만큼 크게 힘을 쓰면 다칠 것은 자명한 일 이었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만큼 과하게 손을 쓸 수는 없었다.
“너, 너희들 지금 뭐 하냐. 하연. 투구 치워요! 왜 억지로 씌우려는 건…. 야, 너 가슴에서 손 안 치울래?”
“가만히 좀 있어 보세요. 자꾸 빗나간단 말이에요.”
“맞아요 형. 또 이번에는 형께 다 드릴 거란 말이에요.”
“아니 그게 무슨….”
“그대로 형한테 맡기면 또 우리들한테 줄 거잖아요.”
“와아. 와아. 오라버니 옷을 벗겨라아. 헤헤헤.”
“김수현! 이거 체력 올려준대! 얼른 먹어봐! 아~. 어서 아~.”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개를 돌려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고연주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 했는지 미묘한 미소만 흘리고 있었다. 그 미소에 되려 불안해진 나는 얼른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거두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고연주의 감정을 자극한 것 같았다.
“호호. 모두 살짝 비켜보렴. 원래 남자 옷은….”
곧이어 그녀의 신형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보이더니.
“이렇게 벗기는 거란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몸을 무언가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곧바로, 간단하게 입고 있던 상의가 절반으로 북 찢어지는걸 볼 수 있었다. 일행들은 고연주의 솜씨에 환호 했다.
“수현. 머리 좀 이쪽으로….”
“형. 이것부터….”
“와아. 와아. 드디어 오라버니 가슴이….”
“화내지 말고 이거부터 먹….”
내 옷이 찢겨져 나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순간 내 상체의 알몸은 고스란히 노출이 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일행들이 지르던 환호도 점차적으로 줄어드는걸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내려다 보았다.
내구가 높아진 만큼 예전보다는 나아 졌지만, 그래도 온 몸은 희미한 상처들로 가득 했다. 오래 전에 입은 상처들은 차마 원래대로 되돌아 가지 않는 모양 이었다. 심지어 하연도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일전에 그녀랑 한 번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두운 방 안에서 관계를 가진 터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로비 천장에 달린 라이트 스톤이 비추는 빛 아래서 내 몸의 무수한 상처들은 일행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지고 있었다.
신나게 떠들던 일행들은 어느덧 쥐 죽은 듯 다들 침묵 했고 얼굴에 어색한 빛을 띄우기 시작 했다. 그리고 그네들의 얼굴에는 공통적으로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묵묵히, 뒤에서 유정에 의해 반쯤 걸쳐진 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비비앙이 들고 있던 를 잡아 챈 후 을 꼭 동여 매었다. 옷은 마치 내 몸에 맞춘 것처럼 아주 잘 맞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일행들의 얼굴을 천천히 돌아 보자 애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당황해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비비앙은 볼을 긁적이며 무안한 얼굴을, 고연주는 입맛을 쩝 다시고 있었다. 이윽고 신상용이 크게 한숨을 내쉬는걸 기점으로 하연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귓가로 들렸다.
“수현. 미,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아, 아까 도시로 나갔을 때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입을 맞췄어요. 이번에 나오는 장비들은 웬만하면 수현에게 모두 몰아주자고…. 수현이 항상 양보하기만 했으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드리고 싶었는데….”
“그 마음은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하실 필요는 있었을까 싶네요. 말로 하셔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연은 내 말을 듣더니 이내 한 걸음 살짝 물러서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망울이 덜덜 떨리는걸 보니 곧 눈물이라도 쏟을 기세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다독여 주었다.
솔직히 불쾌한 감정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상처를 보이는 게 큰 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좋은 의도에서 한 행동이기 때문에 이번 한 번은 그냥 넘기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내 기색을 눈치 챘는지 장갑을 들고 있던 신상용 또한 나를 보며 직각으로 허리를 숙였다.
“리, 리더. 정말 죄송합니다. 사용자 정하연은 그저 대표로 나섰을 뿐 이 의견을 처음 낸 사용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 또한 찬성한 사용자 중에 한 명 입니다. 저희 딴에는 나름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너무 우리들의 입장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까지 사과를 받으니 그나마 일었던 불쾌한 감정이 많이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일행들은 어디까지나 나를 생각해서 벌인 일. 행동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는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내 기분이 조금 가라 앉았다는 걸 눈치 챘는지, 곧 애들 대표로 나온 것 같은 유정이 입을 열었다.
“오빠 미안해. 솔직이 이 의견을 맨 처음 낸 사람이 바로 나야. 신상용씨 말대로 사용자 정하연이 우리들을 대표했을 뿐이고. 그러니 내가 제일 잘못한 거야. 그래도….”
유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오물거리는 입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자, 계속 하라는 허락으로 알아 들었는지 유정은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었다.
“그 동안 나온 장비들이나 그런 것들 있잖아. 지금껏 오빠한테 간 건 반지 하나 빼고 아예 없었어. 그래서 이번에는 오빠한테 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 미안해. 그래도 이제는 너무 우리들것만 챙겨주지 말고, 오빠도 몇 개 가졌으면 좋겠어. 예전부터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 오빠 몸에 난 상처들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
다른 사용자들은 딱히 다른 말을 달지는 않았다. 그러나 살짝 고개들을 까닥이는 게 다들 유정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
신선한 기분 이었다. 1회차 시절 초보 사용자일 때는 캐러밴을 이리저리 전전하며 다니는 게 일상 다반사였다. 당연히 그 때는 어쩌다 좋은 장비나 물품들이 나오면 서로 가지려고 눈치를 보고, 견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불평등한 분배를 받은 적도 있었고. 물론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이런 태도들을 보니 나름 생소한 감정이 들었다.
일행들은 아까처럼 요란을 떨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손에 쥔 물건들을 내게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살짝 헛기침을 하고는 조용히 그들이 건네 준 장비를 하나씩 몸에 걸치기 시작 했다.
*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비로소 장비들의 분배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근접 계열 장비들이 많이 나온 만큼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 했지만, 그들도 지금껏 받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딱히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마음이 걸리는 사용자가 있다면 신상용 이었는데 나는 조만간 비비앙과 따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 이었다. 슬슬 얘기를 들어보고, 를 줄만하다고 판단 되면 그에게도 레어 클래스를 선물할 것이다.
이번에 나는 최고로 많은 수의 장비들을 분배 받을 수 있었다. 유정의 말대로 일행들은 이번에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와. 오빠 정말 멋지다.”
“칠흑색 도복에 붉은 허리띠라. 나름 잘 어울리네요. 호호.”
“헤에…. 오라버니 멋있어요오.”
내 주변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여성 사용자들의 칭찬에 나는 멋쩍은 미소를 흘린 후 사용자 정보 창을 개방 했다. 일단은 변화한 능력치를 한번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1. 이름(Name) : 김수현(0년 차)
2. 클래스(Class) : 검술 전문가(Secret, Sword Specialist,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검(劍)의 주인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4)
7. 신장 · 체중 : 181.5cm · 75.5kg
8. 성향 : 질서 · 혼돈(Lawful · Chaos)
1. 통과 의례 보스 몬스터
1. 제 3의 눈(Rank : S Zero)
1. 신검합일(Rank : EX)
(능력 포인트가 1 포인트 남은 상태 입니다.)
1. 백병전(Rank : A Plus)
2. 쓰러질 수 없는(Rank : A Plus)
3. 심안(정)(Rank : A Plus)
4. 전장의 가호(Rank : EX)
엄밀히 말해서 이번에 카오스 미믹(Chaos Mimic)으로 인해 득을 본 사용자는 나와 안현 둘 뿐 이었다. 총 16개의 물품들이 나왔는데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8개를 내가 차지하게 되었다. 그 목록들을 나열해 보면.
『행운의 네 잎 클로버(A Four – Leaf Clover)』
『TOPG(트윈 헤드 오우거 파워 건틀릿(Twin Head Ogre Power Gauntlet))』
『코트 오브 플레이트(Coat Of Plate)』
『하늘의 영광(Glory Of Heaven)』
『태양의 영광(Glory Of Sun)』
『영약(체력)』
『무검』
『일월신검』
이렇게 총 8개의 장비 및 물품에 대하여 나는 사용 권리를 받을 수 있었다.
남은 8개의 장비들 중 모두가 일행들에게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그 중 세 병의 엘릭서와 페가수스의 알, 유니콘의 뿔, 레어 클래스(황혼의 무녀), 파사(破邪)의 활, 호프론의 전설(Legend Of Hoplon) 또한 내가 관리 차원에서 보관하기로 했다. 당장에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일행들에게 돌아간 물품은 두 개에 불과 했다. 용맹의 투구(Helm Of Courage)와 위대한 태양(Mighty Sun)이 바로 그것 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에 조금 욕심이 나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안현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내구 능력치가 체력 능력치 정도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지금 입은 옷들이 활동하는 데는 훨씬 편했다. 무엇보다 안현을 딜탱으로 키우기로 마음 먹은 이상, 괜한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안현에게 을 입히는 게 정답인 것 같았다. 결국 안현이 과 를 가져감으로써 모든 장비 분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아까부터 느껴지는 요상한 시선에 고개를 올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헤실 헤실 웃고 있는 안솔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단 안솔 뿐 만이 아니었다. 다들 무에 그리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가느다란 호선을 그린 채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하나도 받지 못한 사용자들도 나를 보면서 웃고 있는걸 보니 괜히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라면 그네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나 마음 속으로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성향이 다들 선해서 원래 그러는 건가 별 생각이 다 들 정도였다. 이 좋은 장비들을 본인이 가지지 못하게 되면 아쉬운 마음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내가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행들은 모두 만족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나는 의미 없는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리고, 내 손에 곱게 쥐어 있는 체력 영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먹으면 당장 체력 능력치를 76 포인트까지 올릴 수 있다. 사용자 아카데미를 이수한 보상과 맞먹을 정도의 영약 이었다.
나는 곧바로 삼키지 않고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 보았다. 일전에 폐허의 연구소에서 능력치 70 포인트 이하의 사용자가 복용하면 체력을 2 포인트만큼 올려주는 영약을 얻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GP에서 구매한 체력 전용 상승 영약을 덜컥 섭취함으로써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그때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후 나는 곧바로 영약을 복용하는 일을 지양하고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능력, 능력치 포인트를 올리지 않은 이유도 그와 비슷했다. 그때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해서, 나는 비비앙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에게는 아직 비비앙의 영단, 벨페고르의 심장, 체력 영약 2개(70 이하 +2, 80이하 +4), 그리고 호렌스의 마정석이 있었다. 혹시라도 위의 재료들을 조합하면 더 나은 수준의 영약이 나올지도 모른다는데 얼핏 생각이 미쳤다. 나중에 신상용의 문제로 비비앙을 부를 때 같이 얘기는 꺼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덜컹! 끼이익.
“저기…. 혹시 이곳에 0년차 사용자 김수현 이라는 분이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 낯설지만 들어본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여관 입구를 타고 로비로 들어왔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나를 비롯한 일행들 전부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 시선이 닿은 곳에서, 차마 지금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용자를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하하. 많은 분들이 민폐녀에 대해서 걱정을 하시네요. 아마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수현이가 바보도 아니고, 눈 뜨고 돈이나 장비들을 빼앗길 애가 아니랍니다.(애초에 그런 내용은 생각지도 않았어요….)
아, 어제 급하게 적다 보니 이전회에서 몇개 수정을 했습니다. 장비들 한두 개에 살짝 수정을 가했으니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PS.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신분들 모두 감사 합니다. (__) 자정 연재에 성공한 탓인지 쿠폰이 우수수…. 황공하옵니다. 🙂
『 리리플 』
1. 쿠로시온 : 1등 축하 드립니다. 다시 1등을 탈환 하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
2. 사람인생 : 많이 슬프실것 같습니다. 부디 힘 내시기를 바랍니다. 그저 이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3. POWERED : 하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부분들은 이 챕터에서 나오지 않아요. 🙂
4. 현오 : 제, 제 엉덩이를 때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고정하소서.
5. wooyu01 : 수현이 이번에 많이 받아 갔습니다. 그래도 애들한테 떨어지는 게 한두 개는 있어야 겠지요? 🙂
6. 어설픈후니 : ㅋㅋㅋㅋ. 아마 그러면 수현이 가만이 있지 않을거에요. 곧바로 검을 휘둘러서 되려 가지고 있는 장비들 다 탈탈 털어갈걸요. ㅋㅋㅋㅋ.
7. 음월마군 : NO. 무검은 가방에 넣어둔 거고, 행운은 90이하의 사용자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8. 진지무적독자 : 수현이 바보 아니에요. 1회차 시절에 부랑자 죽이고 속옷까지 싹싹 벗겨 갖다 파는 녀석 인데요. ㅋㅋㅋㅋ. 너무 걱정하지 말아 주셔요.
9. RoCheu : 원래는 450~550회 정도로 잡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더 늘어날것 같습니다.
10. hohokoya1 :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쌍검도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쌍검을 사용하면 한손 검을 사용할 때 보다 효율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수현이 정도면 크게 의미는 없지만 엄밀히 말해서 실력의 고저는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쌍검도 앞으로 몇 번 가볍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손 검을 비중으로 다룰 예정 입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