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04
00203 Attention =========================================================================
“남부 소도시 모니카의 대표 클랜, 이스탄텔 로우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머셔너리 클랜 로드 김수현입니다.”
“고마워요. 저도 만나서 반갑군요. 이스탄텔 로우 클랜 로드 한소영이라고 해요. 늦었지만 머셔너리 클랜의 창설을 축하 드려요.”
한소영은 내 말에 대답한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또한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가벼운 악수를 나눴다. 간만에 잡아보는 그녀의 손길에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감촉은 이내 스륵, 사라지고 말았다.
한소영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또한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에는 어딘지 모를 냉랭한 빛이 보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받는 순간 온 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
그러고 보니 2회 차 시절 나와 그녀는 이번이 첫 번째 만남이었다. 즉 서로 초면이라는 소리였다. 나야 그녀를 살릴 이유로 1회 차에서 되돌아올 만큼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일방통행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혼란스럽던 내 마음은 깊게 침잠해 들어갔다.
문득 저 멀리서 서글픈 마음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무사한 모습을 보면서 퍽 안도감이 들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 뜻 모를 아픔이 전신을 엄습하고 있었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당연한 현상이었다. 시간을 되돌린 것은 오직 나 하나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1회 차 시절 나를 보던 그녀의 시선과 현재의 차가운 시선에서 비롯한 괴리감을 그냥 받아들이는 건 내게는 너무도 힘든 일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정하는 수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비록 그녀와의 관계가 백지로 돌아갔지만, 최소한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 간신히 태연한 얼굴을 가장한 나는 곧 속을 수십 번 가다듬었다.
이제부터는 어디까지나 애초의 목표였던 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었다. 방금 전과 같은 사적인 감정을 조절할 수 없으면 앞으로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위의 전제하에 앞으로 나와 그녀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재정립한 관계는 1회 차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한소영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다행히 그녀는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용자였다. 내가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내 쪽에서 호감을 표시할수록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자마자 “그냥 믿고 따라오세요.” 가 아닌, 첫 만남부터 차근차근 신뢰도를 쌓아나가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활성화시킨 제 3의 눈을 한소영에게로 돌렸다. 일단은 그녀의 사용자 정보부터 자세히 파악할 요량이었다. 한소영 또한 추후 10강에 이르는 사용자인 만큼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1. 이름(Name) : 한소영(4년 차)
2. 클래스(Class) : 전장의 지휘자(Maestro Of BattleField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
4. 소속 단체(Clan) : 이스탄텔 로우
5. 진명 · 국적 : 철혈(Blood And Iron)의 여왕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7)
7. 신장 · 체중 : 174.8cm · 55.8kg
8. 성향 : 신념 · 철혈(Belief · Blood And Iron)
1. 카리스마(Rank : A Plus)
1. 칵키드 피스톨(Cocked Pistol) : 여왕의 군대(Queen’s Army)(Rank : S Plus)
1. 초감각(Rank : EX)
2. 전장 지휘(Rank : S Plus)
3. 대(大) 마법(Rank : A Plus Plus Plus)
4. 항마력(Rank : B Plus)
1. 김수현 : 542 / 600~
[근력 96(+2)] [내구 92] [민첩 98] [체력 72] [마력 96] [행운 90(+2)]
(능력치 포인트가 12 포인트 남은 상태 입니다.)
2. 한소영 : 528 / 600~
[근력 78] [내구 84] [민첩 94(+2)] [체력 86] [마력 98(+2)] [행운 88]
(능력치 포인트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녀의 능력치는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자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이정도 능력치라면 이미 10강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녀가 10강의 반열에 드는 것은 조금 더 후의 일 이었다.
이 말인즉슨 그녀도 예전의 나처럼 엎드린 상태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정 나설 일이 있으면 같은 시크릿 클래스인 연혜림을 내세워 그녀의 명성을 높였을 것이다.
그녀는 과감할 때는 한 없이 과감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단히 철저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비록 지금 한소영의 정확한 속내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녀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한소영의 사용자 정보를 읽은 후에야 나는 완전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헝클어졌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자그마한 실 하나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그녀에게 어리광 부리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기필코 달성해야 할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주변 상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소영은 다시금 내게 말을 걸었다.
“머셔너리 로드.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홍보 기록을 읽었는데 머셔너리 클랜은 자유 용병형 클랜이라고 기록되어 있었어요. 클랜을 왜 그렇게 설정 하신 건가요?”
“자유 용병의 갖는 의미를 생각해봤는데, 기존 클랜의 형식보다 여러모로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나는 일부러 말을 완곡히 돌렸다. 물론 왜 그런 형태의 클랜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내가 갖고 있는 위치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그녀 휘하의 클랜원이 아니라, 어엿한 하나의 클랜을 이끄는 로드의 신분을 갖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앞으로 한소영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언행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즉 한쪽에서의 일방적인 개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나름의 준비과정 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 명료한 대답을 들은 한소영은 이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는지 한두 번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각 사용자마다 어느 가치에 무게를 두는지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왈가왈부할 거리는 아니군요. 하지만 자유 용병이 된 이상 여러 혜택들을 포기하셔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쉽지 않으신가요?”
“물론 아쉽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를 동시에 고를 수 없다면, 하나를 선택한 만큼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겠죠.”
“그래요. 하지만 찾아보면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네?”
나는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 한소영은 시선이 꾹 닫혀 있는 방문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왠지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싶었는데, 아마 언제 다른 클랜이 소집령에 응할지 모르니 그 전에 내게 뭔가를 제안할 생각인 것 같았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머셔너리 클랜이 자유 용병형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도 기존 사용자들과 비슷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소리에요.”
“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방법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간단해요. 그건 바로 해당 도시를 관리하는 대표 클랜에서, 해당 클랜에게 직접적으로 편의를 봐주는 방법이죠.”
“…….”
“참고로, 저는 남부 도시 모니카의 대표 클랜을 맡고 있어요.”
한소영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로 말했는데 어지간히 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눈치를 채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말인즉슨 남부 도시 모니카로 오라는 소리였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간다고, 선뜻 대답했을 테지만 지금은 조금 망설임이 일었다. 그녀는 직접적인 영입 제의를 하지 않았다. 일단은 우리들을 모니카로 부르고 그 후 자리를 잡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 클랜의 성격을 파악한 게 분명했다.
그녀가 내건 미끼는 일반 소규모 클랜들한테는 대단히 유혹적이었다. 단순히 도시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대표 클랜에서 이런저런 편의를 봐준다고 하니 분명 솔깃할 법도 했다.
나는, 일단 한번 튕기기로 했다.
거듭 말하지만 머셔너리는 자유 용병 클랜이다.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가장 큰 가치로 볼 수 있었다. 만일 아까와 같은 상태로 모니카에 갔다면 그녀의 도시에 묶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하면 지금은 나만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으니까.
나만 안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녀도 안달을 내야하고, 결과적으로 서로 안달을 부려야 한다. 그래야만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쌍방향적인 관계로 수평을 이룰 수 있다. 나는 그녀와 그러한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 서서, 옆에서 나란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금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요. 일단은 황금 사자 클랜의 소집령을 들어볼 생각이라서요. 행동 지침은 그 이후에 수정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수정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원래 계획이 있었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네. 그것은….”
내 보류에도 불구하고 한소영은 전혀 기분 나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궁금하다는 어조로 다음 말을 이었을 뿐. 그녀의 물음에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였다. 부드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고개를 돌리자, 한 무리의 사용자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낭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성유빈의 모습도 잠깐 보였다. 나는 갑작스럽게 몰려온 사용자들을 향해 멍한 시선을 보냈다.
*
회의실에 다른 사용자들이 입장한 순간 나와 한소영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말을 건네는걸 중지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거진 10명은 되어 보이는 사용자들이 한 순간에 입장한 것이다. 한 클랜당 데려오는 인원을 최소 두 명, 최대 네 명으로 감안한다면 두세 클랜 정도가 모여서 왔다는 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있는 일 이었지만, 소집령이 지니는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단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윽고 그들을 필두로 다른 사용자들도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텅 비어있던 회의실에 사용자들이 들어올수록 불안한 기류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수술을 앞둔 수술실처럼 사늘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와 고연주를 힐끗힐끗 보는 사용자들도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대표 클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중대사인만큼 다들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한꺼번에 들어온 인원들을 남몰래 살폈다. 그 중에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얼굴도 있었고, 얼굴은 본적 없지만 다소나마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사용자들도 보였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한꺼번에 입장한 사용자들이 동쪽 대표 클랜들의 클랜원이라는 사실이었다. 각각 걸치고 있는 장비에 그려진 문양들을 살피니 고려, 달밤, 한 클랜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오른쪽 어깨에 그믐달 문양을 달고 있었다. 황금 사자의 우호 클랜 중 하나인 그믐달 클랜. 그네들 또한 오른쪽 테이블을 점령한 비 참가 클랜들을 보고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소집령에 응한 클랜의 숫자는 비 참가 클랜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들어오는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어느새 비어있던 테이블은 사용자들로 꽉꽉 채워진 상태였다.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웅성거리는 소음을 만들고 있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참가 클랜과 비 참가 클랜들의 반목이 뚜렷하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아예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속으로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때였다.
“쯧쯧. 뭐가 이렇게 시끄럽나?”
잔뜩 쉰 목소리가 회의실 전체를 강타했다. 그 목소리에는 마력이 충만하게 담겨있어, 회의실 내부에 있는 사용자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을 것이다. 곧이어 목소리를 낸 사용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확인한 사용자들의 소음은 단번에 멎었다.
살짝 통통하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여성 사용자의 오른 가슴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자 문양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휘적거리는 발걸음으로 당연하다는 듯 상석에 앉았고, 뒤를 따르던 박현우와 성유빈은 상석 뒤로 조용히 시립했다.
드디어 이 회의를 주관할 황금 사자의 대표가 도착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 하루만 리리플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회 리리플은 다음 회에 합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아,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예비군 훈련을 다녀 오느라 시간도 늦었고, 몸 상태도 엉망이네요. 널널하게 생각하고 갔다가 크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세상에 단독 군장에 산을 타고 행군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말이죠. 왕복 두 시간 거리이다 보니 집에 들어오니 녹초가 되버리더군요. 중간에 조기 퇴소하는 인원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이번 회를 쓰면서 다섯 번은 졸은 것 같네요. 하루 휴재 공지도 한 번 썼다가, 그래도 어제 제 부탁에 많은 조언을 남겨주신 독자 분들이 생각나 이 악물고 썼습니다. ㅜ.ㅠ 그럼, 다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저는 후딱 자러 가겠습니다. 쿨쿨.
PS. 카리스마는 고유 능력이지만 예외로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인 요인이 아닌 으로 발생 되는 경우 잠재 능력의 한 칸을 소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