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44
00243 키워주는 시간은 지났다 =========================================================================
1. 오늘 후기 있습니다. 한번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고은솔의 이름은 임한나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연의 안내를 받아 다음에 도착한 곳은 솔직히 말해 별볼일 없는 장소였다. 광장의 거리에 건물이 있는 만큼 입지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부지가 굉장히 좁았고 건물(사실 건물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지만.)도 하나뿐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9명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지만 문제는 좌우로 빽빽이 들어선 상점가들로 인해 증축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하연에게 두 번째 장소의 가격을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1, 2만 골드 차이가 있다고 해도 앞으로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 장소가 더욱 끌리는 게 사실이었다.
‘문제는 이스탄텔 로우의 호의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인데.’
두 장소를 모두 돌아본 후. 나는 하연과 둘이서 오붓하게 돌아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연은 웬만하면 받아들였으면 하는 눈치였다. 물론 재정이 문제가 된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에 비추어보면 딱히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비앙의 말대로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게 되면 자유 용병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출범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머셔너리가 클랜 하우스를 구매했다. 이 속사정이 드러나게 되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 호의를 받아도 되는 합당한 명분이 있다면 모를까.
여러 방향으로 가늠해봤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제의였다. 한소영에게는 미안하지만 거절하고 원가에 구매하리라 마음먹은 찰나 옆에서 맑은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들어왔다.
“수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네? 아. 이스탄텔 로우의 제안을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후훗. 너무 일에 관한 생각만 하지 마시고 머리 좀 식히세요. 벌써 러브 하우스에 도착했어요. 배도 너무 고픈데 일단 늦은 점심이라도 드시는 게 어떨까요? 임 마담의 요리 솜씨가 제법 괜찮답니다.”
“그래요? 기대되는군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하연 말대로 어느새 도착한 러브 하우스의 계단을 차곡차곡 오른 후, 꾹 닫힌 문을 살짝 열어젖혔다.
그렇게 입구로 들어서자 마침 1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안현과 마주칠 수 있었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아는 체를 해왔다.
“앗 형! 지금 오셨어요?”
“응. 다른 클랜원들은?”
“다들 지금 하는 일들 마무리하느라 정신 없어요. 아 그런데요. 형 혹시 비비앙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비비앙? 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되묻자 하연이 소리를 죽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안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형이랑 같이 나갔었잖아요. 그런데 펑펑 울면서 혼자 돌아오길래….”
“울면서? 이상하다. 왜 울었지?”
“모르겠어요. 아. 엉거주춤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던데요. 혹시 어디 다친 게 아닐까요?”
‘확실히 축구공 차듯이 걷어차 버리기는 했지. 너무 심하게 걷어차 버렸나?’
계속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꼬락서니가 보기 좋아서 몇 번 뻥뻥 걷어차주었을 뿐인데, 설마 꺼이 꺼이 울면서 달려갈 줄은 몰랐다. 심란한 마음에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자 줄곧 입을 가리고 웃던 하연이 간신히 입술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쿡쿡.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신 거에요?”
“자꾸 일부러 들이미는 것 같아서요. 정하연은 그렇게 느낀 적 없나요?”
“알게 모르게 있기는 했죠. 그래도 너무 심하셨어요. 달래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글쎄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자 하연은 결국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직 안현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
하연과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나는 비비앙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달래주려고 간 것도 있지만 본론은 그녀가 연금술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왼손에 유니콘의 뿔을 든 채 비비앙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비비앙.”
“누구야!”
“나야. 들어간다.”
“들어오지마!”
곧바로 날카로운 반응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는 자세로 끙끙 앓고 있는 비비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두 눈두덩은 퉁퉁 부어있었고 볼에는 눈물 자국이 그득했다. 그 처량한 모습에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 나는 가까이 다가간 후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지금 내가 괜찮아 보여?”
“아니. 많이 아파 보여.”
“그래. 그럼 이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잘 모르겠는데.”
“뭐? 몰라? 지금 나 놀려?”
“응.”
담담한 얼굴로 대답하자 비비앙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러더니 곧이어 빽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이 절반 이상 섞여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굉장히 기막히고 억울하다.” 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너무 화내지 말라고. 정신 건강에 안 좋아.”
“!@#$%^&*()_+”
“알았어. 알았다고. 살살 문질러줄게. 엉덩이 들어.”
“뭐, 뭐? 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유니콘의 뿔을 한쪽에 내려놓은 후 나는 그녀의 골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비비앙은 깜짝 놀란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저항을 가볍게 뚫고 골반을 잡은 순간 그녀는 허리를 들며 엉덩이를 치켜 올려주었다. 마치 벗기기 편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자세처럼 보였다.
“…….”
어이없는 얼굴로 쳐다보자 그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허리를 내렸다. 그러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무척이나 창피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비비앙을 비웃으면 더 놀릴 거리가 생기겠지만,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기분을 풀어준다는(?)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녀를 방문한 진짜 목적을 얘기할 차례였다.
골반에서 손을 떼고 다시 유니콘의 뿔을 집어 들자 비비앙은 퍼뜩 일어나며 자세를 잡았다.
“비비앙. 오늘 아침에 회의에서 말한 것 말인데.”
“…뭐.”
“네 영단만으로는 벨페고르의 심장과 호렌스의 마정석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럼 이건 어때?”
“이게 도대체…. 어? 아 맞다! 유니콘의 뿔! 이게 있었지.”
처음에는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유니콘의 뿔을 꺼내 들자마자 비비앙의 눈동자가 급변했다.
“와! 그런데 진짜 이거 써도 돼? 이거 되게 귀한 거거든. 마법사들이 보면 아마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걸?”
“효과만 확실하다면.”
내 말에 비비앙은 진중한 얼굴로 뿔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긴. 어차피 마족이나 호렌스의 상극에는 이만한 것도 없긴 한데…. 문제는 마정석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느냔데. 2:2 구도가 아니라 2:1:1 구도가 되 버린다고…. 김수현!”
“깜짝 아. 왜.”
“있잖아. 차라리 심장과 마정석의 힘을 조금만 정화시키는 게 어떨까? 왜냐하면 그게 훨씬 더 안전성이 높거든.”
“힘을 줄이면 그만큼 성과도 낮아질 것 같은데.”
“걱정 마. 나라면 못해도 본전은 뽑을 수 있어.”
본전이라. 현재 연단에 들어갈 예정인 영약은 총 두 개로 각각 체력에 관해서 +2, +4의 상승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인즉슨 본전이라면 +6을 노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확실히 천사의 눈물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상승치 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비앙. 단순히 본전만으로는 부족해.”
“어, 어?”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영약 연단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야.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야 체력. 체력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알겠지?”
“응, 응.”
“다른 능력 상승치는 필요 없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거든. 아무튼 정화하는 건 어렵진 않지만 일부러 힘을 떨어뜨릴 수는 없어. 조금 복잡해도 유니콘의 뿔을 섞는 방향으로 생각해봐.”
내 목소리가 진심이란 것을 느꼈는지 비비앙의 표정이 굉장히 신중해졌다. 이로서 연단에 들어가는 물품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영약 2개, 비비앙의 영단, 벨페고르의 심장, 호렌스의 마정석, 유니콘의 뿔. 장비를 제외하고 지금껏 탐험으로 얻은 알짜배기들이 모두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간 셈이다.
연금술사로서 한번쯤 꿈꿔 보고픈 연단을 눈 앞에 두고 있었지만 비비앙은 부담스럽기 그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꾸 강조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체력 부족은 그만큼 내게 절박한 문제였다.
“공방 건설 비용이 8200골드라고 했나?”
“응.”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그 배가 든다고 해도 지원해줄 테니까.”
“아, 아니야!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그래? 알겠다. 그럼 아무쪼록 잘 부탁한다.”
나는 비비앙의 어깨를 서너 번 토닥거린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유니콘의 뿔을 꼭 쥐고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호승지심으로 불타오르는 눈동자와 함께 입을 열었다.
“좋아. 까짓 거 다시 해주겠어. 김수현. 약속이나 잊지 말라고.”
“아아.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곧이어 비비앙은 나보다 한발 앞서 방을 달려나가 큰 목소리로 고함쳤다.
“신상요오오옹! 스승님의 호출이다아아! 얼른 나와라아아아!”
문을 뚫고 들어오는 비비앙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살짝 웃어버리고 말았다.
*
밤이 깊었다.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지만 바바라를 떠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일단 클랜 하우스에 대한건 잠정적으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비비앙의 연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클랜원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일들은 다시금 마무리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다.
다만,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다.
고개를 들자 눈 앞에서 고연주가 나를 보며 쉴 새 없이 입술을 달싹거리는 게 보였다. 그녀는 일전에 내가 부탁했던 김유현의 행보와 서 대륙에 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아무튼 수현이 말한 사용자 김유현의 행보에 관한 정보는 방금 전 이야기한 게 전부에요. 아. 얼마 전에 황야의 사막에서 피라미드형 고대 유적을 발굴했다는 소식을 빼먹었네요. 그 때문에 요즘 동남부 소도시 다나가 떠들썩하다고 해요.”
“그렇군요. 이제 왕의 무덤을 발견했나….”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김유현에 관한 별다른 소식은 없나요? 아무 거라도 좋아요.”
재빨리 말을 바꾸며 화제를 돌리자 고연주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글쎄요. 행보는 방금 전에 전부 말씀 드렸고. 개인 정보에 관해 말씀 드리자면 2년 차 사용자며, 마법사 계열 시크릿 클래스 뇌제(雷帝)라고 불리고 있어요.”
“2년 차 사용자면 별 것 아니겠군요.”
“수현. 절대로 아니에요. 지금껏 그가 이루어낸 실적만 봐도 웬만한 고년 차 사용자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에요. 그리고 아직 클랜은 창설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사용자들도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사용자들 이에요.”
“그런가요? 대단하네요. 하하.”
나는 순순히 수긍했다. 고연주는 더욱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나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현재 형의 신변에 이상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나는 한껏 기지개를 펴며 몸을 뒤틀었다. 뼈마디가 뒤틀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렸다.
“알겠습니다. 서 대륙은 그림자가 닿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고. 뭐 김유현은 개인적인 관심이 있어서 부탁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흠. 그러고 보니 김수현 그리고 김유현. 이름이 비슷한데요? 뭔가 관계라도 있나요?”
“후후. 그저 개인적인 관심입니다.”
나는 싱겁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조금 쉬고 싶은 마음에 이대로 축객령을 내리려는 찰나 번뜩 떠오른 하나의 생각에 다시금 입을 열고 말았다.
“아. 사용자 고연주. 한가지 부탁할게 더 있습니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에요. 클랜 로드. 어떤 것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다른 건 아니고 내일 아침에 이스탄텔 로우에 전령을 넣어주시겠어요? 오후 즈음에 제가 찾아 뵙는다고요.”
“아. 이스탄텔 로우에 방문하실 예정이신가요?”
“네. 정하연에게 들어보니 제가 없는 동안 이것저것 많이 신경 써주셨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매듭지을 일도 있지만…. 어쨌든 감사의 표시도 할 겸 찾아 뵐 생각입니다.”
하연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는데, 클랜 하우스 건을 도와준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몇 번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한소영 나름의 속내는 있겠지만 일단은 도시를 대표하는 클랜인만큼 답례로 방문할 필요는 있었다.
“알았어요. 내일 아침 일찍 전령을 보내놓을게요.”
“네. 자세한 건 내일 아침 식사 시간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세요. 저도 오늘은 이만 쉬고 싶군요.”
“글쎄요. 과연 쉬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네?”
갑작스레 들려온, 고연주의 뜬금없는 말에 되묻자 그녀는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윽고 고연주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 끝났어요. 보채지 말아요. 지금 나갈 테니까.”
고연주의 고개가 방문을 향한 걸로 보아 나에게 한말은 아닌 것 같았다. 곧이어 방문이 살짝 열리자마자 그녀는 아쉬운 얼굴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미안해요. 오늘은 져서 함께 있어줄 수 없어요.”
“아니 잠시만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 찰나 문 쪽에서 우리 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는 하연을 볼 수 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까닭 없이 숨이 멎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연은 잠시 동안 나와 시선을 잠시 마주치고는 이내 고연주를 향해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이군요. 일부러 시간 끄는 줄 알았는데요.”
“오늘은 제가 아깝게 졌지만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예요.”
“그림자를 이용해서 반칙패 하셨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알았나요?”
“흥. 난 그런 거 몰라. 수현. 그럼 잘 자요.”
고연주는 혀를 살짝 내밀며 입을 삐죽이더니 곧 살랑살랑 방문 밖으로 뛰어나가버렸다. 내가 어벙한 얼굴로 입만 뻐끔거리자, 하연이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내가 앉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하연. 이게 대체.”
“아아. 별거 아니에요. 그저….”
하연은 하던 말을 멈추고 입고 있던 옷을 살며시 벗기 시작했다. 이윽고 로브 안으로 감춰져 있던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고, 그곳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이었다. 멈췄던 그녀가 청아한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 들었다.
“수현이 없을 때 저와 고연주씨랑 많은 이야기를 했거든요.”
“…….”
“참고로 오늘은 제가 이겼어요. 종목은 가위 바위 보였죠. 세상에. 그림자를 써서 반칙을 하려고 했다니까요?”
하연은 예쁘게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가, 가위를 내었다가, 손을 활짝 피며 보를 만들었다. 곧이어 이겼다는 말과 함께 브이자를 그리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는 순간.
‘헉.’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오늘은 리리플을 하루만 쉬도록 하겠습니다. 후기에 중요한 내용을 적을 예정이니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 드립니다. 다음 회에 이번 회 리리플을 합쳐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성 캐릭터 인기투표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설문조사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독자 분들께서 참여해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1. 앞서 말씀 드렸지만 고은솔의 이름은 임한나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이름을 지어주신 감자띱 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2. “이제 초반처럼 던전 같은 데는 가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홀 플레인 이야기가 계속 되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일단 말씀 드리면 소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웬만하면 4편으로 나눠 챕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제 후기에도 말씀 드렸듯이 다음 챕터 때 도시를 나갈 예정입니다. 참고로 다음 챕터 소제목은 “첫 번째 의뢰”이니 날카로우신 분들은 앞선 회와 관련해서 대강 감을 잡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대답은 아니요 로 드릴 수 있겠네요. 아직 갈데 많아요….
3. 어제 오늘 노블레스 분위기가 많이 험악하네요. 분위기를 풀고 싶어 조금 오늘 글을 재밌게 써보려고 했는데, 보시면서 한두 번 피식 웃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직 조아라에서만 연재할 예정입니다. 몇몇 분들이 걱정하시는 코멘트를 달아주셨는데요. 그 부분은 걱정 붙들어 매셔도 좋습니다. 🙂
4.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ㅜ.ㅠ 지금 시험기간이 아니에요. 기말고사 치르려면 아직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범위가 굉장히 많고, 과제도 “콰오카옼왕콰아ㅗㅋ아ㅗ아ㅗㅋ” 하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일일 연재는 유지할 생각이오니 독자 분들의 하해와 같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코멘트를 쭉 훑어보니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부디 화를 가라앉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작품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저 죄송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_(__)_
PS. 쪽지가 폭탄처럼 쌓였습니다. 하하하! 하나씩 읽어보고 답변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