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80
00279 조금 쉬세요, 제발 =========================================================================
눈을 뜨자 천장이 빙글 돌았다. 온 몸에 힘이 없고 머릿속이 심하게 어지럽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배를 짓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 돌겠네 정말.”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허탈한 감정이 찾아 들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현기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몸의 구석구석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마력 회로는 괜찮고…. 감각도 이상 무. 그런데 힘이….’
양손을 몇 번 쥐었다가 펴보자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은 고유의 성능도 있지만 행운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들의 출력을 배가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체력은 그것을 버티고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기둥이요 근간이다. 그런데 체력이라는 ‘뿌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화정이라는 고효율의 마력을 운용했다. 당연히 몸이 배겨날 리가 없다. 아마 그 동안 쌓아온 인내와 ‘쓰러질 수 없는’이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비로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하룻밤을 자고 나니 몸이 회복되기는 했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상태가 괜찮으니까. 하지만 예전만큼 회복되지는 않았다. 즉 회복력이 떨어졌다는 소리였다. 아마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뭔가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날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
나는 근시일 내로 체력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설령 모든 잔여 포인트를 체력에 투자하더라도, 더는 좌시할 수 없었다.
가만히 누워 눈만 깜빡이자 뱅글뱅글 돌던 천장이 이내 원래대로 고정됐다. 어지럼증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복부를 꾹 누르고 있는 중압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아래를 쳐다보자, 나를 덮고 있는 이불의 중앙이 둥그렇게 솟아오른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래위로 천천히 들썩이고 있다. 얼른 이불을 걷어내니 아니나다를까. 배 위로 몸을 동그랗게 만 채 꿈나라로 여행을 간 아기 유니콘이 보였다.
“규우…. 규우….”
“…네가 범인이었냐.”
나는 새근새근 잠자는 아기 유니콘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녀석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일으킨 후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그렇게 밖으로 걸어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덥석.
“응?”
언제 잠을 깼는지, 아기 유니콘은 비몽사몽 한 눈으로 내 뒤꿈치를 물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치자 “뀨.” 하고 울며 뒤꿈치를 놓았다. 졸린 와중에도 나를 빤히 응시하는 것을 보니 자기만 혼자 두고 가지 말라는 뜻 같았다.
나는 곧장 녀석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방문을 열었다. 그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아기 유니콘은 까닥까닥 고개를 주억이며 복도를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어휴, 바쁘다 바빠.”
복도로 나서자마자 어두운 그림자가 앞을 휙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비비앙이었다. 그녀는 뭐가 그리 바쁜지 연신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계단 쪽으로 걷고 있었다. 나는 일단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아! 깜박하고 뭘 놓고 와버렸네? 어쩔 수 없지.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가져와야겠어!”
이윽고 복도를 모두 통과하고 계단에 점점 다다를 즈음, 비비앙의 걸음이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지기 시작했다.(슬로우(Slow) 마법에 걸렸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러더니 결국 계단 앞에 다다라서는 손뼉을 짝 치며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기까지. 아침부터 내 속을 웃겨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며, 보답으로 기대에 부응해주기로 했다.
“비비앙?”
“응안녕김수현잘잤어좋은아침이네.”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돌아보는 비비앙. 미리 준비해둔 티가 풀풀 나는 아침 인사였다. 속으로 웃겨 죽을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 너 뭐가 그렇게…. 킥. 바빠?”
“아~. 그냥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근데 그건 뭐야?”
“유니콘. 어제 못 들었어?”
“아! 들었어! 어제 진짜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고연주가 김수현 방으로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꾹 참았지 뭐야.”
비비앙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헤이스트(Haste) 마법이라도 부린 모양이다. 이윽고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허리를 슬쩍 숙이며 아기 유니콘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유니콘도 이제 완전히 잠이 깼는지, 본연의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비비앙을 응시했다.
그렇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헤~. 얘가 바로 유니콘이구나. 예쁘다…. 이름이 뭐야?”
“아직 공식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어.”
비비앙은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쳐다보다가, 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뀨.”
“안녕?”
“뀨?”
“안녕!”
“뀨!”
‘그만해, 제발.’
비비앙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아기 유니콘의 눈꼬리 또한 살짝 휘었다. 도대체 둘의 대화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건지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는 순간, 그녀가 허리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활짝 웃음꽃을 피우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야~! 너 정말 좋은 녀석, 아니 유니콘이로구나?”
“뀨~!”
“호호! 마음에 들었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비비앙 라 클라시더스 바로 이곳의 2인자…. 일지도. 아, 아무튼 앞으로 내가 네 뒤를 봐주도록 하겠어. 그러니 마음 놓고 지내도록 해!”
“뀨뀨~!”
‘뭐, 뭔가 통하고 있어?’
짝!
얼씨구. 이제 하이파이브까지.
무에 그리 좋은지, 둘은 서로를 보며 방실방실 웃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나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아야 했다.
*
소소한 해프닝은 있었지만, 비비앙을 아침 복도에서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녀를 통해 아침 식사를 방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바쁘다고 한 비비앙이 자기 몫까지 들고 온 것은 에러였지만, 그래도 아기 유니콘과 너 한입 나 한입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흐뭇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물론, 식사 도중 영약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원래는 각자 아침 식사를 해결하게 하고 간단한 결산 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클랜원들 대부분이 점심 즈음이 되어서야 비척비척 일어나고 말았다. 딱히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어제 도를 넘을 정도로 먹고 마신 것은 부차적인 이유다. 그들 또한 원정에서 쌓인 피로가 있을 테니, 잠을 통해 충분히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하연이 늦게 일어난 것은 조금 의외였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내가 결산 회의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점심을 한참 지나고 나서였다.
“유니야아, 유니야아.”
“뀨뀨, 뀨뀨.”
“아침 점심 맛있게~. 먹었니~. 먹었니~.”
안솔은 아기 유니콘을 자기 앞으로 세우고는, 양손으로 앞다리를 쥔 채 인형 춤을 추게 하고 있었다.
아기 유니콘은 클랜원들 앞에 내놓자마자 인기를 독차지했다. 벌써 비비앙, 이유정, 김한별을 거쳐 안솔에게로 건너간 상태였다. 그쯤 되면 약간 귀찮을 법도한대, 녀석은 그런 내색 하나 없이 연신 즐거운 얼굴로 뀨뀨거리고 있었다.
“수현.”
안솔과 유니콘이 놀고 있는 것을 보던 도중, 정하연의 청아한 목소리가 귓가를 살며시 노크했다. 고개를 돌리자 푸른빛을 띠는 맑은 눈동자가 보인다. 원래 단아한 외모였는데, 증폭의 보석을 각인한 뒤로 이지적이고 신비스러운 인상이 강해졌다. 가만히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자 그녀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왜, 왜 그렇게 보시는지….”
“그냥이요. 그나저나 왜 불렀어요?”
“아. 혹시 유니콘을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생각해두셨나 해서요.”
“글쎄요. 일단은 클랜 하우스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숨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내 양 옆으로는 각각 고연주, 정하연이 앉은 상태였다. 크게 기지개를 피며 물어보자, 둘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각자 생각하는 바를 내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음~. 어차피 공개할 생각이시면 굳이 숨길 이유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우리들만 알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다른 사용자들도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소문은 퍼질 거예요. 혹시 한나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염려 붙들어 매세요. 제가 잘 말해 놓을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어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불쌍한 아이잖아요. 가둬놓고 답답하게 하면 오히려 우울증이 심해지지 않을까요? 그냥 자유롭게 놔두는 게 우리들이나, 아기 유니콘이나 낫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둘의 말이 정론이었다. 나는 언제나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 버릇은 원정을 다닐 때나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생활에서는 불편할 적이 많다.
아마 정하연은 몰라도, 고연주는 내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밤의 꽃들 중에는 손버릇이 나쁜 여성들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기야, 지금껏 물건을 도둑맞은 일은 없으니까. 확실히 공개를 앞당겨도 상관없기도 하고. 오히려 이번 원정을 홍보하는데 도움도….’
속으로 주판을 튕기다가, 결국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완공 전까지 굳이 대놓고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숨길 필요도 없다. 물론 유니콘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은 앞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야, 그런데 이름이 유니는 좀 아닌 것 같아.”
“뭐, 뭐라고요? 왜, 왜요오~?”
“사실이 그렇잖아. 유니가 뭐니, 유니가. 솔직히 너 이름 진짜 못 지어. 그리고 또 뭐냐. 누누? 그 하얀 구슬 덩어리. 걔 이름도 이상해.”
“누, 누누요? 루루거든요! 그리고 유니가 어때서 그래요오….”
이유정과 안솔의 사이로 찌릿한 전기가 흐른다. 안솔이 유니콘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에 불만이 생겼는지, 아니면 정말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지. 솔직히 나도 유니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심 이유정의 말이 반갑기도 했다. 차라리 뀨뀨라면 모를까?
둘이 툭탁 이는 것을 구경하다가,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연주.”
“네, 수현. 자! 모두 조용히.”
고연주는 곧바로 대답한 후,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입이 떨어진 순간,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사그라졌다. 유니콘도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꼈는지, 안솔의 품에서 쏙 빠져 나와 곧바로 나에게 달려왔다. 역시 영리한 녀석이었다.
이윽고 내 앞에 조용히 다리를 접은 유니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이유정과 안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름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자. 이 녀석 보기보다 영리하거든. 아마 자기가 마음에 드는 이름이 나오면 틀림없이 반응을 보일 거야.”
““네.””
둘은 얌전히 대답하고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모였을 즈음, 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말했지만 원정을 다녀온 클랜원들, 그리고 도시에 남아 일을 처리해준 클랜원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두의 표정에 간만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
“하지만 조금 자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당히 즐기는 것은 좋지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아직 일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잖아요? 아직 진행중인 일들이 남아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조용해지기는 했지만 전처럼 살얼음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냥 몇몇 애들이 머쓱해하는 정도? 그러나 나 또한 사기의 중요성을 알고, 눈치 없는 상사는 되고 싶지 않았기에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해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정하연을 향해 첫 번째 안건을 물으며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사용자 정하연. 클랜 하우스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고하세요.”
“네. 바로 시작할게요. 로드께서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셔서, 아직 완공된 클랜 하우스를 보여드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거의 끝낸 상태라고 보셔도 무방해요. 건물의 기본 골격은 유지했지만, 외부는 깔끔하게 재단장을 완료했고 내부는 개축 공사의 마무리만 남겨놓고 있어요.”
“떠나기 전 제가 추가로 요구한 것은 어떻게 됐나요?”
“개인용 수련 장소를 말씀하시는 거죠? 완공했어요. 늦어도 5일만 있으면 모든 공사가 끝날 거예요. 물론 내부에 들일 가구 및 고용인들의 문제가 남았지만….”
“알겠습니다…. 어차피 오늘 나갈 일도 있으니 돌아오면서 한 번 보도록 하죠.”
정하연은 두툼한 기록을 꺼내며 싱긋 웃었다. 나는 싱거운 웃음을 흘리며 손을 저었다. 살펴볼 생각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용자 신상용. 오늘 아침 비비앙에게 대충 듣기는 했는데…. 사실입니까?”
“네, 네? 어, 어떤 게….”
“비비앙이 그러더군요. 영약 연단을 성공할 확률이 원래는 5할이었는데, 신상용씨가 8할로 높였다고요.”
“하, 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애, 애당초 스승님께서 주도하셨고, 그저 성공 가능성만 높였을 뿐입니다. 우, 우연이었지요. 그리고 효능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음에도 신상용은 겸손히 대답했다. 그런 그를 보며 부드럽게 웃고는, 이번엔 비비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고 했지?”
“엉.”
“워프 게이트 문제라니. 무슨 소리야?”
“나도 잘은 몰라. 김수현이 돌아오기 전전날에 수정구로 소식을 받았거든. 그런데 바바라에서 주문한 재료들이 갑자기 늦게 온다네.”
“조금 더 자세히.”
“솔직히 조금 넉넉히 주문했었거든? 김수현이 막막 지원해준다고 했고, 미리 실험할 것도 있고 해서…. 그런데 갑자기 그러니까 뭐, 나도 조금 그렇지. 그래도 3일 안으로는 무조건 온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애초에 바바라에서만 공수해올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고.”
비비앙도 그 동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확률을 높이려 대도시 바바라까지 가서 재료를 찾고 연금에 필요한 기구들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워프 게이트에 이용 문제가 생겨 배송에 차질이 생겼다고 아침에 살짝 이야기를 들었다.
“흠….”
워프 게이트는 원칙적으로 도시의 대표 클랜에게 소유 권한이 있다. 즉 게이트의 이용에 차질이 생겼다는 말은, 황금 사자에서 중간에 야료를 부렸다는 소리였다. 나는 가만히 테이블을 두드리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차피 클랜 하우스가 완공돼야 연단도 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3일 안으로 무조건 해결된다는 소리지?”
“응. 그쪽에서 정 안되면 다른 도시를 경유해서라도 갖다 주겠다고 하더라. 히히. 많이 사니까 잘해주는 건가?”
‘다른 도시도 비슷할 것 같은데….’
황금 사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벌써부터 워프 게이트를 완전하게 끊을 리가 없다. 다만 통행에 뭔가 수작을 부렸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런 경우는 신물이 날 정도로 겪어봤기 때문에 새삼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대략적으로나마 진행 상황은 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나는 고개를 한두 번 주억인 후 모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방침을 여러분께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오늘 원정 보고 때문에 조금 바쁠 것 같습니다.”
“원정 보고요? 설마 벌써 작성하신 건가요?”
정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그래도 이스탄텔 로우에 지금쯤 소식이 들어갔을 겁니다. 아마 한시라도 빨리 해주기를 원하겠죠. 오늘 직접 신전을 방문하고, 구두로 약식 보고를 할 생각입니다. 아마 모니카에서라면 이것만 해도 충분히 조사단을 창설할 수 있을 겁니다.”
너도 밤나무와 뮬의 신전이 워낙 병신 같았을 뿐이지, 이스탄텔 로우가 구축한 모니카의 시스템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어쩌면 지금쯤 신전에 이스탄텔 로우 관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용자 고연주.”
“말씀하세요.”
“혹시 모르니까 워프 게이트에 관한 내용을 좀 알아오세요. 오늘 오후 늦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클랜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용자 백한결.”
“네, 네!”
“너는 회의 끝나고 나 좀 따라와. 같이 갈 데가 있다.”
“알겠습니다!”
무척 긴장하고 있었는지, 백한결은 뻣뻣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이번엔 애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현, 안솔, 이유정. 세 명에게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저 아기 유니콘을 잘 달래주고 있으라고만 했을 뿐. 하지만 안현은 유니콘의 보호에 대한 의도를 확실히 알아들은 듯, 걱정 말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저놈은 꼭 이럴 때만 번뜩인단 말이야.’
평소에도 그러면 좀 좋을 텐데. 아무튼 비비앙과 신상용이야 애초에 하고 있는 일들이 있으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 내가 아직 부르지 않은 클랜원은 두 명.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남은 두 명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용자 정하연. 사용자 김한별.”
““네.””
듣기 좋은, 고요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내가 그들에게 지시할 것은,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둘은 구즈 어프레이즐 주문서를 준비하세요.”
“구즈 어프레이즐 이라면…. 아.”
“그리고 창고에 있는 장비들도 모두 꺼내놓고요. 제가 돌아오는 즉시 성과 확인 및 분배를 실시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바로 나가볼 테니, 오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말을 마친 후 성큼성큼 문 쪽을 향해 이동했다. 그러자, 백한결이 급히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뒤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방문을 열어젖혔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아하하. 네. 실은 이번 소제목은, 제 심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하하. 하. 어헝헝헝. 저 방학 맞죠? 그렇죠? 독자님들. 어헝헝헝. ^_ㅠ 오늘 조아라 분과 통화를 했는데요, 제가 너무 징징거렸나 봐요. 이북 교정에 너무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위로까지 받았어요. ㅋㅋㅋㅋ. 근데 솔직히…. 초반 부분을 보면…. 으앜ㅋㅋㅋㅋ. 내 손 발ㅋㅋㅋㅋ. 으아아앜ㅋㅋㅋㅋ. 이런 상황이더라고요. 쳐낼 것도 많고, 많이 바꿀 예정이에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나 봐요. 그래도 초반을 잘 넘기면 점점 속도가 붙는다고 하시니, 열심히 해볼래요. 새삼 여기까지 같이 와주신 독자분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져요. 큭큭. 🙂 감사합니다!
Ps. 쿠폰 주신 모든 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리리플(277회) 』
1. 눈물강 : 1등 축, 축, 축, 축,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눈물강 님의 1등을 축하합니다! 능력치 포인트는, 오늘 수현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모두 사용할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체력은 보충해야죠. 🙂
2. 블라미 : Yes. 정령사는 Secret 클래스입니다. 존재합니다. 매우 강력크한 클래스입니다. 현재 설정으로 잡아놨는데, 비비앙이랑 1:1 뜨면 비비앙이 집니다. ‘지금의’ 비비앙이 말이죠. 후후.
3. 신유진 :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니콘이 팔이라니. ㅜ.ㅠ
4. 브리키오 : 아이템 정보는 다음 회에 나올 예정입니다. 😀
5. Lea : 그럼요~. 유니 방도 만들어야죠! 클랜 하우스도 최고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아, 지금 이북 교정하고 있는데요. 초반에 세라프랑 김수현 사이를 조금 부드럽게 할 생각이에요. 지금 보니까 수현이 완전 틱틱대네요. ㅋㅋㅋㅋ.
『 리리플(278회) 』
1. 민lkj : 엇. 1등을 하셨군요! 1등 축하합니다! 처음 뵙는 것 같네요. 하하하. 🙂
2. 라마루아 : 토닥토닥. 힘내세요. ㅜ.ㅠ 흑흑흑흑. 연참을 하지 못하는 이 죄를 어찌 청해야 하나요.
3. 사람인생 : 하, 하나 틀리면 잘하신 거잖아요. ‘ㅅ’ 물론 그 맘은 이해하죠. 하하. 아마 그분도 사람인생 님의 노력을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
4. uther : 네. 오늘 15KB 대령했습니다!
5. 타락한비둘기 :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표지 바꿨습니다. 물론 이것도 좋고, 고장난선풍기 님께서 그려주신 고연주 표지도 좋아요.(그건 정말 대박이었어요.) 원래는 안솔 표지도 올리고 싶었는데, 제가 글자를 그리는 것에 재주가 없어서요. ㅋ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