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2
00032 보스 몬스터. =========================================================================
징그러운 이빨을 쩍 벌리며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보스 몬스터를 보며 내 왼팔은 놈의 상단을 향하고 있었다. 한 번에 연달아 쏠 수 있는 화살은 총 3발이다. 그리고 지금 내 화살은 일반 강철이라도 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마력을 버무린 상태였다.
조준하고, 발사한다.
파앙! 파앙! 파앙!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나아간다. 시간차는 있었지만 놈의 미간 정 중앙에 정확히 들어가는걸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텅! 텅! 텅!
내가 날린 화살은 강한 쇳소리를 내며 허무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즉 보스 몬스터의 외피를 뚫을 수 없었다. 물론 충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내부로 투사 되는 마력 충격파를 느꼈는지 보스 몬스터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아무리 소량의 마력을 담았다고는 해도 일반 화살의 배는 되는 위력을 외피만으로 견디는 건가. 무슨 이 딴 놈을 통과 의례에 놔둔 건지 천사들의 뇌가 궁금했지만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았다. 점점 가속을 붙이며 쫓아오던 놈의 움직임을 묶는 데는 분명히 성공한 것이다.
보스 몬스터는 충격의 여파에 해롱거리는지 몸이 더욱더 움츠러들고 있었다. 이 문제는 나중에 세라프한테 단단히 따지기로 하고 일단 나도 바로 몸을 돌려 일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전방을 보자 일행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남은 거리를 보니 조금 있으면 100미터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나는 아슬아슬할지 몰라도 애들은 확실히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막 스퍼트를 올리던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큰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고 충격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할 텐데 놈이 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문득 나는 놈이 움츠러든 모습과 어제 전투에서 나를 향해 뛰어오르던 망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뒤에서 바람이 치솟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후우웅!
혹시나 한 예상이 현실로 일어났다. 보스 몬스터는 영악하고 치밀한 놈 이었다. 놈 또한 이대로 가면 한 명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놈이 몸을 움츠러든 건 내 화살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 큰 도약을 준비하는 자세였다.
내 몸을 포함한 주변 공터에 거대한 그림자가 깔렸다. 보스 몬스터는 나를 넘어 앞서 달리고 있는 일행들을 보고 있었다. 안현이 선두에 달리고 있었고 한별이와 유정이 그 뒤를 비슷하게 쫓고 있었다. 안솔도 열심히 는 달리고 있었지만 기본 체력이 달리는지 어느 정도 후미에 처진 상태였다. 다른 세 명은 몰라도 안솔은 위험할 수 있는 거리였다.
내가 주의를 줄 틈도 없이, 긴 호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던 보스 몬스터는 이내 안현 일행의 후미로 있는 힘껏 착지했다. 땅을 뒤흔들고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앞서 달리던 안현도 몸을 휘청거릴 정도의 거대한 진동이었다. 그 광경을 보자 내 머릿속은 순간 하얗게 물들었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하나의 메시지가 내 눈 앞에 떠올랐다.
『잠재 능력 심안(정)(랭크 A+)이 발동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외형을 보는 게 아닌, 대상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 자신을 관조하고 만물을 살피거나 감지하는 능력 또는 비슷한 작용을 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극한으로 다스려진 마음은 S랭크 이하의 정신 오염 마법 아래서도 평정 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
……….
“후…….”
뜨거운 머리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다. 하얗던,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던 머리에 냉정한 이성이 가득 차오른다. 조금 전까지 편협했던 시선이 확장되고 눈에 들어오지 않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걱정했던 걸까? 고작 이까짓 상황이 뭐라고. 더 험난했던 순간도, 더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더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번 겪었는데.
두렵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무리하지 않는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선을 긋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내가 1회 차 홀 플레인을 플레이 할 때 신조로 여겼던 말 이었다.
홀 플레인에서는 어설픈 강함은 통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꽃 피우기도 전에 죽어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절대로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아무도 내가 소드 마스터지만 마력이 48 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나는 철저히 음지에서 생활했다. 홀 플레인에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그런 태도는 어느새 일종의 강박 관념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아직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다만 그러면 예전의 나와 다른 게 없었다. 똑같은 방법으로는 똑같은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다.
친형을 지키지 못했을 때, 믿고 따르고 사랑했던 클랜 로드를 눈 앞에서 잃었을 때 나는 무척이나 후회했다. 그런 길을 다시는 답습하고 싶지 않았고 필연으로 바꾸기 위해서 나는 되돌아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한순간 모든 전장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행동을 계산한다. 필요한 마력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끌어올려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드러내는걸 답답할 정도로 숨길 생각은 없었다. 필요하면 한다. 물론 들키면 곤란할 수 있지만, 그러면 방법은 간단했다. 걸리지 않으면 된다.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있는 능력도, 자신도 있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분석을 마쳤다. 안솔의 위치도 파악했고, 생존 상태도 확인했다.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은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먹는 일. 어차피 놈의 육중한 몸에 내 모습은 일행의 눈에서 가려진 상태였다. 나는 한껏 마력을 끌어올려 놈의 외피를 파고들만한 마력을 화살에 갈무리했다. 이제는 조준하는 척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시위를 당겼다.
피잉! 피잉! 피잉!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놀랐는지 놈이 흠칫 고개를 돌리는 게 보인다. 그러나 날아가는 화살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놈을 노리고 있었다.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세발의 화살은 보스 몬스터의 가슴팍에 꽂혀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남은 게 있다.
펑! 펑! 펑!
마력을 듬뿍 먹은 화살은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내며 놈의 외피를 가볍게 부수고 들어갔다. 효과는 곧바로 볼 수 있었다.
끄라라라라라라라라라!
아프지? 아플 거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보스 몬스터를 보며 나는 신속한 속도로 달렸다. 제 3의 눈으로 본 결과 안현, 한별, 유정은 비틀거리면서도 용케도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안솔이 낙오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튼 좋다. 오히려 이편이 더 나한테….
잠깐. 안현이 멈췄다.
“솔아! 솔아! 솔아 대답해!”
막 안솔이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는지 안현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속으로 멍청한 놈이라고 생각한 후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삽시간에 놈과의 거리가 줄어든다. 울부짖던 보스 몬스터는 내가 달려오는걸 보고는 거대한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는 게 어지간히 분노한 모양이다.
아직 죽지 말라고 일부러 강도도 약하게 한 건데 은혜도 모르는 놈 이었다. 물론 놈이 내 생각을 알리는 없었고 거침없이 나를 향해 손을 내리쳤다. 번쩍이는 손가락의 날은 잘 벼린 사신의 낫처럼 나를 목표로 매섭게 베어오고 있었다. 일반인이 보면 오금이 저리겠지만, 내 눈에는 하품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나는 가속한 그대로 한 발로 지면을 찬 후 재빠르게 하체를 구부려 지면과 평행이 되도록 기울였다. 내 얼굴 위로 손가락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머리카락 몇 올이 베였는지 허공으로 팔랑 이며 비산한다.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회피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깔끔한 슬라이딩 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는 양손을 땅으로 짚은 채 기침을 하고 있는 안솔의 모습이 보였다.
“콜록! 콜록!”
주변에는 흙먼지가 자욱한 게 놈의 착지할 때 일으킨 여파인 것 같았다. 예전이라면 안솔을 보듬고 안심시키려는 행동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생각도 없었다. 나는 빠르게 그녀를 안아 일으킨 후 공주님 안기로 품에 들었다. 그녀는 내가 올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란 얼굴이 되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수…. 수현이 오빠…?”
“조용히 해. 일단 이놈한테서 떨어지고 보자고.”
말을 마치고 나는 달려오면서 장전한 화살 세발을 다시 뒤쪽으로 뿌렸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흙먼지를 헤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녀석의 구슬픈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게 또 어딘가 아픈데 명중한 것 같았다.
안솔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눈에 눈물은 방울방울 단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구세주라도 보는 것 같았다. 유정이와 한별이의 만류를 뿌리치고 막 다시 돌아오려던 안현은 이내 흙먼지를 뚫고 나오는 나를 발견하고 입을 헤 벌리고 말았다.
웃긴 건 나를 보는 안현의 표정 변화가 굉장히 다변화적 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멍한 얼굴을, 그 다음에는 안도하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울먹이는 얼굴로 바뀌는데 같은 동성이 그러니까 속이 거북했다.
아무튼, 마치 남매가 쌍으로 울음 파티라도 벌일 것 같았다. 속으로 꼴깝 떤다고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그때, 김한별이 나를 보며 급한 목소리로 무언가 외치는 게 보였다. 등 뒤로 사늘한 느낌이 드는 게 역시나 놈은 우리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보스 몬스터의 꼬리가 내 등을 후려치려고 채찍처럼 낭창낭창 휘어진다. 꿈틀거리며 휘어지는 꼬리를 맞으면 나는 괜찮아도 안솔은 내 몸을 투과하는 충격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문득 이놈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잡지 못한 홀 플레인의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면 업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고, 무언가 소정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걸 떠나서도 한 명의 사용자로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와 안현 일행은 잠시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 공격을 그대로 맞아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윽고 놈의 꼬리는 강하게 내 등을 후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커다란 충격이 내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내 몸은 반사적으로 튕겨나갈 것이다. 그 위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력을 일으켜 몸 내부로 침투한 충격을 받아 들였다. 기본 원리는 사량발천근(넉 냥의 힘으로 천근을 다룬다.)을 참고한 원리지만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한 내부로 들어온 힘을 조절하고 나누는 기술 이었다. 원래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을 때 충격을 전신에 퍼뜨려 완화하는 기술이지만 이런 식으로도 활용한적이 있었다.
안솔이 견딜 정도의 충격을 전달 후 그대로 던져 앞으로 튕겨 나가게 한다. 그리고 남은 힘을 최대한 옆쪽으로 쏠리게 한 후 나도 몸을 크게 굴렸다. 둘이 동시에 튕겨 나가기 전, 나는 안솔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일어나면 바로 워프 게이트로 도망가.”
안솔이 대답할 틈도 없이 우리의 몸은 강하게 튕겨 나갔다. 나는 왼쪽으로, 그녀는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쓰잘데없는(?) 행운 포인트가 이때 발동한 건지 안솔의 몸은 정확히 안현의 품 안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 또한 땅바닥에 떨어진 후 바닥을 굴렀지만 바로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보스 몬스터는 여타 통과 의례에 등장하는 괴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위험 대상이라는걸 인식했는지 한방 먹였다고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 오른 것이다. 전신으로 살기를 진득하게 뿜어내는 게 어그로는 확실히 먹은 것 같았다.
콰아앙!
포탄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지축이 크게 울렸다. 당연히 피했지만 내 몸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맞지 않았다는데 더욱 화가 났는지 놈은 연속해서 내가 서있는 장소로 발을 굴리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이크. 에크. 이크. 에크.
얼쑤.
“오빠아아아!”
“혀어어어엉!”
왜에에에에.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지켜왔던 묵묵한 오빠 이미지를 위해 간신히 입을 다물 수 있었다. 평소라면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웃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빨리 도망가라는 의미로 손을 저었지만 일행들은 요지부동 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목청껏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빨리 도망가아아아! 이 바보들아! 워프 게이트로 달리라고오오오!”
내 말에 잠시 소란이 이는 것 같더니 이내 안현이 반항하는 한별을 억지로 끌고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저놈 보소. 안솔이 잡혔을 때는 뿌리치고 달려오더니 달려오는 척도 안 하네. 혀를 쯧쯧 차려는 찰나 나는 다시 빠르게 옆쪽으로 뛰었다. 놈의 발이 다시 내려찍기를 한 탓 이었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한테 그냥 피하고만 있다는 사실이 분했지만 일단은 참고 있었다. 어차피 잡기로 마음 먹은 이상 애들이 가기만 하면 제대로 조질 생각 이었다. 주변은 어느새 다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놈이 무차별적으로 발을 내려 찍었기 때문 이었다.
일단 깔끔한 시야를 확보할 목적으로 나는 마력으로 몸의 기척을 지우고 놈의 뒤로 빠져 나왔다. 한순간에 내 기척이 사라졌다. 눈이 없는 탓에 보스 몬스터의 머리가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필사적으로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놈의 틱 장애 짓거리를 본 후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안현이 김한별을 잘 끌고 갔는지 네 명 모두 워프 게이트에 막 도착한 것 같았다. 안현의 머리가 산발이 된 게 그녀가 어지간히도 손을 휘두른 것 같았다. 솔직히 그 꼬락서니를 보니 좀 웃기긴 했다.
일행이 도착하자 워프 게이트는 가동을 시작하는지 그들 주변을 반투명한 막으로 둘러친 후 중앙의 푸른 마력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소환의 방으로의 전송이 시작된 모양이다. 곧이어 그들의 몸을 휘감는 연한 푸른빛의 기운을 보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강이나마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어느 정도 흙먼지가 걷히는 것을 보며 나는 빠르게 흙 바닥으로 몸을 쓰러뜨렸다. 나중에 왜 워프 게이트로 빨리 오지 않았냐고 또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별이는 따지고 드는 능력이 제법이니, 꼬리를 맞은 충격이 커 당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라는 변명 거리를 만들 셈이었다.
어느새 흙먼지가 완연히 가라앉고 연한 푸른빛이 더욱 진해진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처음 준비의 방에서부터 전송 되는 것처럼 발 아래부터 서서히 몸이 지워지고 있었다. 나는 흙 바닥에 몸을 댄 상태서 약간만 상체를 일으키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잘 가고 나중에 보자는 일종의 신호였다.
그런데…. 갑자기 안현이 한 손으로 눈을 쓱 닦고, 이유정이 주저앉아(발이 안보였는데 주저 앉으니 조금 신기했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김한별 역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어깨를 들썩였으며 안솔도 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휘저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뭐, 뭐지? 절대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 작품 후기 ============================
1. 오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