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42
00341 Middle Or West =========================================================================
‘스케일이 커질 것이다 라고….’
사실상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에는 형은 꽤나 심각한 낯빛을 띠고 있었다.
“휴…. 수현아. 솔직히 말해서 네게 이 말을 꺼낼까 말까 많은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합리화라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변명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거든….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래.”
형은 성격답지 않게 완곡히 말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말을 꺼내는 이유를, 심정을 어렴풋하게 알 것 같기도 했다. 문득 속에서 쓴 물리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미리 말을 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설령 네가 나에게, 그리고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않아.”
나는 낮은 음색으로 이어지던 형의 말을 단호히 잘라버렸다. 그러자,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형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게 보인다.
속에서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간신히 삼킨 후, 나는 한 번 더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홀 플레인이라는 세상이 어떤지는….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할게. 형이 어떤 말을 하든 간에 내가 실망할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적어도 형에게만큼은, 절대로.”
“수현아.”
형은 내 이름을 불렀다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곤 지그시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
문득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홀 플레인에 대한 실망? 그런 것에는 초월한지 오래였다. ‘사용자’라는 신분으로써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당장 나 하나 살아남고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는 것에도 벅찬데,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게 느껴진다.
홀 플레인이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곳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형보다도 훨씬 더.
한동안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형의 시선은 애매하고도 복잡했는데, 언뜻 보면 대견해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더불어 쓸쓸해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이윽고, 형이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언제…. 다 컸구나.”
‘이제.’가 아닌 ‘언제.’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그 한 마디의 차이가 내 가슴을 쿡 찔러 들었다.
“그렇게 얘기해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아.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하나도 미안할 것 없어.”
“그래…. 그럼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네…. 혹시 얼마 전 황금 사자가 지원 요청을 해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
다시금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 행동은 깊은 생각에 잠길 때 보이는 일종의 습관이었다. 말로는 편안해졌다고는 했지만, 지금 형의 얼굴에는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는 빛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응. 내용을 들어봤는데, 솔직히 조금 웃기더라.”
“그랬겠지. 아마 조만간 동부와 남부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를 할 생각이야.”
“공식 입장? 어떻게 발표할건데?”
“이번 주 안으로 바바라와의 워프 게이트를 끊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남은 북부의 도시도 함께하기로 동의했어.”
‘북부까지?’
공식 입장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어진 답변으로 충분히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워프 게이트를 끊는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다만 북부가 동참했다는 소식은 확실히 예외였다.
형은 말을 마치고 난 후 잠시 내 반응을 살피는듯한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일전에 마음먹은 바가 있기에 나는 일부러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계속 말하라는 신호로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통통.
그때였다. 형이 펼쳐놓은 블록 필드(Block Field)가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는지 어색이 서 있는 웨이트리스가 보였다.
“원래는 말이다. 남부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동부에서는 침략한 놈들을 그냥 놓아주자는 의견도 있었어. 순수히 복수를 위해서 온 것이라면 괜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지.”
“…….”
“하지만 네 덕분에 놈들의 진정한 속내를 알게 되었고, 그런 만큼 모두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온 모양이다.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말이야. 그래서 얼마 전 우리는 원래의 계획을 파기하고, 새로운 작전을 하나 짜내었지.”
‘첩자들이 없어진 것도 한 몫 했겠지.’
나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도 전전긍긍이 기다리고 있는 웨이트리스를 위해 형에게 슬쩍 눈짓을 보내주었다.
“작전이라. 기대되는데.”
“작전명은 신세계.”
“신세계?”
“그래. 이번 북 대륙을 침공한 서 대륙 놈들에게 신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미야.”
내 신호를 받은 형은 이내 흘끗 옆을 돌아보고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번에 침략한 놈들을 단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모조리, 깡그리 쓸어버리기로 의견을 모았거든.”
*
‘원래는 네가 참가하지 않아주었으면 했지만…. 아마 그럴 수는 없겠지?’
‘아무튼 잘 생각해봐. 너희들은 자유 용병이니 따로 얽매일 것은 없을 거야. 그리고 혹시 마음을 정하게 되면, 나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주었으면 좋겠다.’
“후유.”
머릿속을 꽉 채우는 생각에 나는 들고 있던 기록을 놓고 책상 의자에 몸을 묻었다. 복잡하다. 아까부터 클랜원들이 제출한 기록을 검토하고는 있었지만, 어제 형과 대화를 나눈 영향인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은 마음에 들게 흘러가는데….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킥.’
“수현. 많이 답답하세요?”
시답잖은 생각에 실소를 터뜨린 후 지그시 눈을 감으려는 찰나, 앞에서 아리따운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었다. 나는 금방 꺼뜨리려던 고개를 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자, 테이블 소파에 얌전히 앉아있는 단아한 외모의 여성이 시야에 들었다.
푸른색 눈동자와 푸른색 머리카락. 정하연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수현이 안 좋을 때 들어왔나 봐요.”
“그냥 조금 복잡해서 그렇습니다. 하연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에요.”
“에이, 아쉽다. 이 기회에 둘만의 정기적인 티 타임이나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보류해야겠네요.”
“하하하. 아니요. 하연과의 티 타임은 충분히 휴식이 되고 있습니다.”
사심이 다분히 묻어나는 정하연의 말에 나는 어설픈 웃음을 흘렸다.(사실상 정하연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다 준 차를 한 모금 홀짝이려다가, 어느새 식어버린 것을 느끼곤 단번에 들이켰다.
“후후.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떤 것 때문에 수현이 한숨까지 푹푹 쉴 정도로 고민하는 거예요? 장비 문제 때문이세요?”
이윽고 자박자박 내 옆으로 걸어온 정하연이 살며시 고개를 들이밀며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책상 위에 펼쳐진 기록 더미를 보다가, 갑작스레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주저하는가 싶더니 이내 내 허벅지 위로 서서히 엉덩이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싱겁게 웃고는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양다리를 약간 빼주었다.
“으음.”
“으응….”
서로 미묘한 신음을 흘릴 즈음, 허벅지에 아주 약한 압박감이 전해져 옴과 함께 연한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이 목을 간질이는 게 느껴졌다. 정하연의 몸에서는 시원한 물처럼 신선하고 청량한 내음이 난다. 콧속을 은은히 찔러 들어오는 정하연의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나는 그녀의 배를 조심이 쓸어 내렸다.
“신청한 내역은 많아 보이는 것 같은데…. 응! 아, 아무도. 아니, 의외로 겹치는 게 별로 없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죠.”
정하연은 잠시 몸을 움찔했지만 곧 태연한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중간에 말이 미묘하게 끊긴 것과 지금 몸이 살짝 떨리는 것으로 보아, 내심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만성 할아버님은 창고 내 보석들에 대한 감정을 신청했고…. 신재룡씨는 이번에 새로 얻은 리아트리스의 나무 지팡이를 신청했네요. 확실히 사제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니 괜찮은 선택일 것 같아요.”
“예. 그런데 하연이 신청한 것도 있더군요.”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자, 꽤나 간지러웠는지 정하연은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이번에 새로 얻은 네프로네피스의 거울을 신청했어요. 한 번 사용해보고 싶어서요…. 응?”
그때였다. 기록을 훑던 정하연의 시선이 어느 하나에서 딱 멈추고 말았다. 그녀의 눈길을 따라 흘끗 시선을 내리자 다른 사용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빼곡히 적혀있는 장비 신청서를 볼 수 있었다.
『장비 신청서(클랜원 : 임한나)』
1. 찬란한 섬광(Brilliant Flash) : 라우라 필리스(Laura Phylis)
2. 위그드라실의 나뭇잎을 이어 만든 옷(Yggdrasil’s Leaves Clothes)
3. 리자 부츠(Rhiza Boots)
4. 황혼의 무녀(Rare Class, Medium Of Twilight)
5. 오정색(五正色) – 흑(黑) : 북쪽의 겨울 타이츠(Winter Tights Of North)
(특이 사항 : 오른팔 부분이 일부 잘려진 상태입니다.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는 물리적 기능에는 이상 없습니다. 원래 근력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효능이 있었지만(+2, 근력 90이하 제한), 귀속 기능도 있는 터라 따로 해제하기 전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나씨…. 역시 은근히 욕심쟁이라니까.”
“하연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요? 음~. 개인적으로 찬성하고 싶어요. 한나씨는 참 사람도 좋고, 실력도 있으니까요. 수현은요?”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뭇잎 옷이나 북쪽의 겨울 타이츠는 과연 입을 수나 있을지….”
나는 임한나의 사용자 정보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저 고연주를 능가하는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생각했을 뿐이지, 순수한 걱정에 흘리듯 뱉어낸 말이었다. 그러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정하연이 나를 곱게 흘겨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얼른 화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진짜 문제는 황혼의 무녀입니다. 다른 장비는 빌려주는 것으로 돌릴 수 있지만, 레어 클래스는 그렇게 하기 어려워요.”
“그렇죠. 한 번 습득하면 끝이니까요. 아무튼 수현이 좋은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라 믿어요.”
아마 지금 내 허벅지에 앉아있는 여성이 고연주였다면 기회는 이때다 싶어 실컷 놀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하연은 잔잔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상냥한 미소를 보이곤 내 장단에 맞춰주었다.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예. 조금 더 고민해보고, 사용자 임한나랑은 따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후 난 잠시 동안 정하연의 체취를 음미하다가, 그녀를 잡고 있는 손을 위로 슬쩍 들어올렸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는 신호였다. 정하연은 일순 서운하다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다행히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었다.
“좋았는데.”
그래도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지, 미약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나 들으라는 의미가 담뿍 담긴 혼잣말이었다.
“저도요. 하지만 이건 오늘 안으로 끝내야 돼서요. 더 이상 끌 수는 없는 노릇이라….”
“분명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가슴으로 매정하다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정하연은 자신의 맘을 몰라주는 게 야속한지 연신 투정을 부렸지만, 사실 얼마 전부터 그녀의 애정 표현이 늘어난 것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그러는지 이유 또한 알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하면 되죠.”
“그게 과연 언제가 될까요~. 앞으로 무척 바빠지실 텐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다시 기록을 들고 시선을 내리며, 흘리듯 말했다.
“오늘 밤.”
“…………네?”
잠시간의 정적. 정하연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여전히 기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말씀 드렸잖아요. 오늘 밤을 새서라도 이걸 끝낼 생각이라고. 새벽에도 계속 집무실에 있을 생각입니다.”
*
아기 유니콘은 요즘 따라 부쩍 쓸쓸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감정에 예민해서 그런지 반짝이던 눈동자는 시무룩하게 죽어있고, 상시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꼬리도 축 늘어져 있었다.
아기 유니콘은 서운했다. 예쁘다, 귀엽다면서 쭉쭉 빨 때는 언제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들이 자신을 갖고 놀아주지 않는다. 물론 인간들이 요즘 따라 바쁜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모여 즐겁게 어울려 노는 일에 챙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직은 어린 유니콘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로 아기 유니콘을 찾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어린 아이는 이미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일부러 구석에 숨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만일 찾아주었다면 적당히 져줄 마음도 없잖아 있었지만 말이다.
“뀨….”
아기 유니콘은 문득 서글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인간들은 나빠.
그렇게 생각한 아기 유니콘은, 이내 깊은 밤 아무도 없는 복도를 터벅터벅 가로질렀다.
현재 아기 유니콘이 향하는 곳은 태고(太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굳세지만 포근하고, 뜨겁지만 터럭의 타락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정화의 기운.
오늘 밤 간만에 주인님 품에서 잠들 생각을 하자, 느릿하게 걷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운이 느껴지는 곳 앞에 도착한 아기 유니콘은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언제나 굳게 닫혀있던 문이라서 뿔로 콩콩 두드릴 각오를 하던 참이었는데, 오늘따라 어떤 일인지 아주 살짝 틈이 열려있다. 틈새 사이로 흘러나오는 미약한 불빛이 어두운 복도를 약간이나마 밝혀주고 있었다.
안에서는 분명히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기 유니콘은 잠깐 동안 고민했지만 이내 결연한 눈빛으로 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틈새 사이로 뿔을 슬쩍 들이밀고 나서, 조심스레 옆으로 열어젖혔다.
끽….
문이 슬쩍 열리고 개방된 내부가 아기 유니콘의 눈에 들어온다.
안에는 예상대로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당연히 태고의 기운을 품은 주인님이었고, 다른 한 명은 물의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인간 여자였다.
막 달려가서 응석을 부릴 준비를 하던 아기 유니콘은, 갑작스레 느껴지는 은은한 열풍에 다시금 발걸음을 멈칫했다.
주인님은 의자에 앉아있다. 그리고 물 냄새가 나는 인간 여자는 주인님 앞에 무릎을 꿇어 앉아있었다.
혼나는 건가?
아기 유니콘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리곤 내부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물 냄새를 풍기는 인간 여자가 이상하다. 항상 거추장스럽게 걸치던 상의를 탈의한 채, 주인님 앞에 꿇어앉아 머리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언뜻 보면 뭔가를 머금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리카락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때였다. 문득 인간 여자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가 싶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머금고 있던 것을 천천히 빨아내었다. 이윽고 여자가 곧바로 혀를 내미는 바람에 다시 가려졌지만, 찰나의 순간 머리카락에 가려져있던 것의 정체가 드러나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비록 한순간이었기는 해도, 아기 유니콘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어린 암컷 유니콘은 갑작스레 마음에 차오르는 부끄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오른쪽 앞다리를 들어 눈을 가려버렸다.
“뀨!”
고요한 복도를 울리는, 짧은 비명과 함께.
============================ 작품 후기 ============================
본격 어른이 되어가는 소녀 유니콘의 과정.txt
그렇습니다. 아기 유니콘은 암컷이었습니다. 이름은 유미로 지을까 생각 중이에요.(퍽퍽!) @_@
금요일이 왔습니다. 오늘만 어떻게든 버티면, 다음 주 황금 같은 주말과 추석이 찾아옵니다. 하하.(교수님! 왜 하필 이때 과제를 내주신 거예요! 학생들이 추석을 쉬는 게 그렇게 보기 싫으셨나요!)
아. 방금 전에는 제 속마음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흠흠.
『 리리플 』
1. 데바란 : 1등 축하합니다. 교수님! 과제 좀 그만 내주세요! 부탁해요!(?!) ;ㅇ; 노, 농담입니다! _(__)_
2. 이슬며르 + 트레이더 : 쿠폰 감사합니다. 🙂 더욱 열심히 집필하겠습니다. 🙂
3. asldkfjalskdfj : 아. 죄송합니다. 제가 헛것이 보였나 봐요. 수정했습니다!
4. 타나투스 : ㅎㅎㅎ. 기대해주세요. 1부의 마지막인 만큼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
5. 상승불사조 : 조만간 지겹도록 나올 예정입니다. 일말의 마무리는 필요해서요. 하하.
6. 치우우현 : 일단 분량이 ㅎㄷㄷ 하게 많아서요. 레포트 제출이기는 하지만, A4용지 몇 장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후후.
7. 오피투럽19 : 하하. 참고한다고 무조건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이 맞다 싶은 것은 첨가하는 거예요. 🙂
8. Astrain : 동부 + 남부를 넘어서 수호자 기준으로 북 대륙에 최대한 유리하게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불어 주인공 보정도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9. 훈제달팽이 : 과연 어떻게 될까요? 하하. 저도 많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최대한 소신껏 연재할 생각입니다!
10. DaMam : 수행인원은 클랜 로드의 비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