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43
00342 Middle Or West =========================================================================
고요한 밤이었다. 어두운 하늘에 떠오른 달은 창문을 통해 은백색 빛을 비추고, 은은한 달빛 사이로 정하연의 모습이 희끄무레하게 잡힌다.
츄릅…, 쯉…, 쪽…. 츄릅…, 쯉…, 쪽….
“우음…. 움…. 꼴깍….”
“읏….”
정하연은 중간중간 침을 삼키는지 잠시 빨아들이는 것을 멈췄고, 목 울대를 꿀꺽 움직인다. 문득, 그 소리가 굉장히 야하게 들렸다.
이윽고 한 번 숨을 고른 정하연이 다시금 천천히 내 남근을 혀로 감싸 안는 게 느껴졌다.
다시금 시작된 구강 성교.
정하연 스스로의 제안으로 행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펠라티오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런 기교도 보이지 않고 입과 혀의 놀림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저 단순히, 그리고 열심히 내 남근은 핥고 빨아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장에라도 사정할 것만 같은 굉장한 압박감을 느껴야만 했다.
정하연의 입 속은 따뜻했다. 남근에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기운은 이내 내 등골을 타고 올라와 전신을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의 문제였다. 비록 행위 자체엔 서툴더라도 정하연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나를 생각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져 있었다.
소중하고, 정성스럽다.
혹여 이빨로 상처를 낼까 봐 조심조심 입을 오물거리는 것도, 나를 최대한 만족시켜주려고 쉬지 않고 혀를 놀리는 것도. 그런 정하연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느끼며 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수리에 손을 얹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쓸어 내렸다.
츄릅, 쯉, 쪽. 츄릅, 쯉, 쪽.
그러자 처음에는 입에 넣는 것도 버거워하던 정하연의 고갯짓이 점차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까닥까닥 흔들리던 머리카락은 이내 사위로 휘날릴 정도로 속도가 높아졌고, 상의를 탈의해 드러난 새하얀 젖가슴도 덩달아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내 남근에 전해지는 자극 또한 더더욱 심해졌다.
애당초 고연주라면 모를까. 조신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던 정하연이 이런 행동을 보이자 더욱 더 강한 흥분이 터져 나온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살며시 그러쥐었다. 아랫도리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남근은 더욱 부풀어 팽창할 것만 같았다. 오르가슴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분위기에 취해버린 나로서는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이윽고 나는 결국 나직한 신음을 흘림과 함께 힘껏 분출해버리고 말았다.
“흡!”
그 순간 정하연은 눈을 크게 부릅뜨며 입을 움찔거렸고 동시에 고갯짓도 멈추었다.
강렬한 쾌감이 전신을 휘몰아칠 때마다, 요도 구멍에서 정이 솟구쳐 뿜어 나온다. 나는 반사적으로 정하연의 머리를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간신히 손을 뗄 수 있었다. 지금껏 하느라 충분히 힘들었을 텐데 개인적인 욕심으로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정하연의 행동은 내 눈을 휘둥그래 만들었다.
“움…. 우움…. 꼴깍…. 꼴깍….”
“하, 하연?”
당황한 목소리로 부르자, 정하연은 꿇어앉은 상태 그대로 나를 살짝 올려다보았다.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운지 그녀는 귀 뒤로 부드럽게 쓸어 넘기더니 서서히 고개를 뒤로 젖힌다. 이윽고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남근이 완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하연이 내 것을 마셨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기분과 함께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마셔요.”
“수현 것이니까요.”
“그래도 속이 안 좋을 텐데. 맛도 없고.”
“후후. 왜요? 나름 괜찮은데요?”
쪽.
정하연은 아직도 꼿꼿이 서 있는 내 남근을 보곤 배시시 웃고는 이내 요도 구멍에 수줍게 입술을 맞추었다. 그녀의 볼에는 숨길 수 없는 홍조가 발갛게 피어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적극적인 정하연의 태도에, 그 동안 어지간히도 쌓였구나 라는 생각이 설핏 들었다.
그때였다.
“뀨!”
갑작스레 들리는 익숙한 울음소리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주먹 하나 정도의 크기로 벌어져있는 문틈과, 그 사이서 앞다리로 눈을 가리고 있는 아기 유니콘이 보였다.
“어, 어머?”
정하연도 마찬가지로 소리를 들었는지, 아래쪽에서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나 정하연이 어떻게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아기 유니콘은 잽싸게 자취를 감추었다.
이윽고 후다닥,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
“…….”
그렇게 나와 정하연은 한동안 멍하니 문틈을 응시했다.
고요한 밤이었다.
*
머셔너리 클랜의 아침 식사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식당에는 항상 고용인들이 상주하며 배가 고프면 가서 식사를 하면 된다.
그래도, 대부분의 클랜원들은 아침에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았고, 그런 만큼 시간도 대부분 비슷비슷한 편이었다.
좋은 기분으로 출발했던 정하연과의 관계는 결국 아기 유니콘이 출현한 이후로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말았다. 나야 들켰다고는 해도 사실상 유니콘은 동물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그저 약간 흥이 깨진 정도랄까?
하지만 정하연은 전혀 그렇지 않았는지, 내게 양해를 구하곤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곧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마 아기 유니콘을 찾으러 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간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는 오늘 아침 식당에 들어선 후 아주 진기한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뀨.”
“이, 이게 먹고 싶니?”
“뀨뀨.”
테이블에는 정하연, 임한나, 백한결 세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세 명과 한 마리가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아기 유니콘은 의자 하나를 차지한 채 꼿꼿이 서 있었는데, 입을 앙 벌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정하연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유니콘의 입가에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귀엽게 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기 유니콘의 태도는 거만하기 그지없었고, 순수했던 얼굴에는 심술이 뚝뚝 흐른다.
“아. 형님 오셨어요.”
“어머. 어서 오세요 클랜 로드. 식사 하려고 오신 거예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자 백한결과 임한나가 아는 체를 해왔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후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정하연을 향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는 의미 같았다.
“저기 아가야. 언니도 지금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뀨?”
정하연의 애절한 어조에 아기 유니콘은 흘끗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픽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오른쪽에 앉아있는 임한나를 톡톡 건드리는걸 볼 수 있었다.
“응? 나 부른 거니?”
“뀨.”
“왜?”
임한나가 상냥한 미소를 보이며 묻자, 아기 유니콘은 갑작스레 나를 척 가리켰다.
“뀨.”
“응? 클랜 로드님?”
“뀨.”
“이번엔…. 하연이 언니?”
“뀨뀨.”
아기 유니콘은 이어서 정하연을 가리켰고 이내 머리를 끄덕끄덕 주억였다. 그리고 뭔가 다른 행동이 이어지려는 순간, 정하연은 재빨리 유니콘을 향해 숟갈을 내밀었다.
‘…….’
유니콘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영리하고 감정에 예민한 신수이다. 도대체 어제 둘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몰라도, 정하연이 뭔가 실수한 게 틀림없다.
‘그러게 그냥 의연히 대처할 것이지….’
땀을 뻘뻘 흘리는 정하연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당황한 태도로 미루어보아 건수를 잡혔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기 유니콘이 그녀의 태도를 확실히 인지했고, 이 기회에 자신의 서열을 높여보려는 움직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일수도 있고.
나는 일단 정하연에게 맡겨보기로 하고,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개입하기로 했다. 솔직히 아기 유니콘이 이따금 나를 간간이 흘기는 게 아직까지는 허용범위 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클랜 로드. 오늘 아침 식사는 간단한 빵이랑 스프에요. 지금 다들 주방에 들어가 있어서, 제가 바로 다녀올게요.”
“아. 괜찮습니다. 직접 다녀오도록 하지요.”
공교롭게도 식당 카운터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얼른 몸을 일으키려는 임한나를 손짓으로 앉힌 후, 차분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클랜 로드님께서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제가 먹을 건데 제가 가져와야지요. 주는 거 받아오기만 하면 되는데요 뭐.”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임한나와는 장비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황혼의 무녀는 보류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딱히 약속이 없다면 식사를 마치고 바로 해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임한나. 혹시 오늘 아침에 따로 일정이 잡혀있나요?”
“네? 아니요.”
“잘됐네요. 그럼….”
“식사가 끝나고 집무실에서 이야기 좀 하죠.”라고 말을 이으려는 순간이었다.
“클랜 로드! 클랜 로드!”
그때, 누군가 다급히 목소리를 내지르며 식당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의아히 고개를 돌리자, 온몸이 땀에 젖은 신상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 신상용?”
“헉, 헉! 크, 클랜 로드! 바, 밖이 이상합니다!”
“예?”
나는 뜬금없는 말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신상용은 숨을 고를 생각도 못하고 다급히 말을 이었다.
“오, 오늘 아침에 번화가에 잠시 일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예 예. 진정하시고, 차분히 이야기해보세요.”
“지, 지금…. 후유. 과, 광장부터 워프 게이트까지 걸쳐서, 이스탄텔 로우 클랜원 수백 명이 모여있습니다. 그것도 완전 무장한 상태로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시작이다.’
*
성현민은 잔뜩 초조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고 자꾸만 다리를 떠는 게, 평소 그의 침착한 성품을 생각해본다면 굉장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휴….”
“가만히 좀 있어라. 응? 아까부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왜 그래? 너답지 않게.”
결국 보다 못한 이효을이 톡 쏘는 목소리로 핀잔을 주자 성현민은 머쓱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죄송합니다. 조금 있다가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괜히 긴장돼서요.”
“나 참.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때랑 지금이랑은 다르잖아요. 그때는 저 나름의 신념 아래서 행동했지만, 지금은….”
성현민은 말을 잇던 도중 서서히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이효을을 살폈다.
“그러면 지금부터 벌어질 우리의 행보는 네 신념에 위배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성현민은 솔직히 대답했다. 이효을은 잠시 동안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느긋한 손길로 연초를 한 대 꺼내 물었다.
치익. 치이익.
불을 붙이는 소리가 방안을 나직이 울린다. 이윽고 이효을의 얇은 입술 틈새로 가느다란 잿빛 연기가 흘러나왔다.
“후. 현민아. 내가 3년 전에 너와 함께 있을 때 기억나니?”
“…예. 똑똑히 기억합니다.”
“내가 그랬지. 네 그 어줍잖은 신념이 사용자로서의 성장을 방해할거라고. 조금만 사고를 전환하는 버릇을 들이면, 너는 더욱….”
그때였다. 성현민의 눈동자에 번뜩이는 빛이 스쳤다.
“이효을. 개인적으로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의 말은 언제나 합리적이었고, 그것에 따랐을 경우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이란 사람을 직접 겪은 사용자로써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분명, 오늘의 처사로 불만을 품는 사용자들이 나올 겁니다.”
이효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현민이 의도적으로 말을 자르며 끼어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녀는 그다지 불쾌한 얼굴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현민아. 뭔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다.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
“애초에 너희들이 원한 일이었잖아? 물론 네 말마따나 합리적이라 생각해서 받아들인 건 맞지만 말이야.”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북 대륙이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결국 할 말이 없는지 성현민의 걱정 어린 말투로 대답을 돌리자, 이효을은 피식 웃어버렸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렴.”
“사용자 이효을.”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걸 내가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니?”
이 한 마디에 성현민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응? 과연 내 생각대로 흘러갈지, 네 생각대로 흘러갈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이윽고 담뱃재를 툭툭 떨군 그녀는 양손에 깍지를 끼고 위로 쭉 뻗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아직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성현민을 향해 힘차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 시답잖은 생각은 치워버리고 이만 나가자고. 이제 시작할 시간이야. 작전명, 신세계의 첫 걸음을.”
============================ 작품 후기 ============================
달콤한 일상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음 회부터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전쟁은 참혹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전쟁의 시작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느긋한 일상이 나오는 내용이 구상되어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이번 회가 수현에게 있어 1부의 마지막 휴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앞으로는 최대한 몰아칠 예정입니다. 🙂
(오늘 리리플은 하루 쉬겠습니다. 대신 다음 회 연재 분에 합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석 때문에 오늘 보강한 강의가 있어서 하루에 4강의를 들었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