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85
00384 전쟁의 끝 =========================================================================
화르르르르르르륵!
‘영역 선포(Area declared)’를 외친 순간, 눈부실 정도의 맑은 불꽃이 하늘을 물들였다. 마력으로 안력을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시야가 멀었다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빛이 약간이나마 잦아들었을 즈음, 간신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
하늘 아래 보이는 허공은 어느덧 붉은 황혼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그것은 이따금 물결이 부드럽게 굽이쳐 움직이는 것처럼, 잔잔한 리듬이 느껴진다.
눈앞 광경은, 보이는 대로 오롯한 화정(火正)의 흐름이었다.
“이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게냐!”
스스로도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는지, 네르갈의 비명이 들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화정은 곧바로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허공을 넘실대던 찬란한 발광(發光)이, 이내 둥글게 퍼지면서 내려와 하나의 막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꼭 붉은 하늘이 떨어져 내리는듯한 광경에, 네르갈은 다급한 목소리로 고함쳤다.
“크림슨 템페스트(Crimson Tempest)!”
쿠르르르르르르르!
네르갈의 몸을 휘돌던 불의 폭풍이 한층 거세어진다. 공기의 진동이 한층 심해지고 회전 속도도 빨라지는 게, 금방이라도 발출될 듯한 기세였다.
그때였다.
투쾅!
맑은 불빛이 물결처럼 미끄러지듯 내려와, 그대로 대지에 내리 꽂혔다. 나와 네르갈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비로소 완성된 ‘영역 선포’는, 마치 연한 붉은빛이 감도는 유리그릇을 거꾸로 덮은 것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뭐, 뭐냐?!”
네르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설핏 얼굴을 보니 얼굴은 황당 그 자체였다. 어느덧 불의 폭풍은 행동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크림슨 템페스트!”
“…….”
“크림슨 템페스트! 크림슨 템페스트!”
“…….”
“크, 크림슨 템페스트으으으으!”
손을 마구 휘젓는 모습이, 이제는 우스꽝스러운걸 넘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웬만하면 조금 더 보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나는 곧바로 왼손을 들어올렸다.
‘영역 선포’는 몸에 엄청난 부담이 걸리는 능력이다. 아무리 ‘기적(Miracle)’을 맞았다곤 해도, 추후 닥쳐올 부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나에게는 하등 유리할게 없으니까.
‘내 의지에 따른다고 했었지….’
“이, 이 비겁한 인간 같으니라고! 당장 이것을 풀지 못할까!”
“미친놈.”
간단히 대답한 후, 들어올린 왼손으로 네르갈을 겨냥한다. 그리고 나직이 말을 이었다.
“물들어라.”
화륵! 화르륵!
그러자 네르갈을 감싸던 검붉은 불꽃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단번에 색채가 변화했다. 변화된 색깔은 맑은 빛을 띠고 있는 화정의 색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터져라.”
그 순간이었다.
꽈앙!
제자리에 멈춰있던 불의 폭풍이, 거세게 폭발했다.
그것은 시야를 가득 메울 만큼 거대한 폭발이었다. 귀가 멀어버릴 듯한 폭음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는 이번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작 두 마디를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청명한 불길은, 20미터는 족히 넘을 정도로 크게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네르갈의 서 있던 대지에는, 폭발의 여파로 움푹 파인 커다란 구덩이가 보였다. 그에 따라 흙먼지가 공중으로 피어올랐고, 이내 사방을 점령한 불길에 흔적도 없이 녹는다.
화르륵! 화르르륵!
네르갈? 놈은 보이지도 않는다. 비명은커녕, 핏줄기도 보이지 않는다.
폭발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화정은 폭발 후에도 여전히 허공에 남아있었다. 마치 복잡하게 얽힌 전깃줄처럼, 어른거리는 아지랑이를 피우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5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안 그래도 붉게 물든 하늘에 진한 황혼 빛이 드리웠을 즈음, 이내 미약하게 솟아오르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보였다.
그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약하게 숨을 내쉬었고, 곧바로 ‘영역 선포’를 해제했다. 그러자 반투명한 막이 곧바로 걷히었고, 전방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던 화정도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
어느덧 네르갈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진득하게 녹아 내린 대지와 서서히 사그라지는 흙먼지만이, 조금 전의 폭발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놈은 “끽.” 소리도 못한 채 1초 만에 터져나간 것이다.
물론 네르갈이 가장 약한 타이밍을 노리기는 했다. 그래도 이것은 나로서도 놀라운 결과였다.
‘체력을 101까지 올리면 화정을 다룰 수 있다고 했던가?’
돌아가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전투는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벨페고르와의 전투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족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목숨을 갖고 있다. 1회 차 때는 이 사실을 몰라 한 번 죽인 마족을 그대로 놓친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네르갈은 한 번 더 소생해야 정답이었다.
그러나 제 3의 눈으로 네르갈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아무 정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 말인즉슨 조금 전 화정의 폭발로 놈을 확실히 사살했다는 방증이었다.
마족을 확실하게 죽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목숨이 두 개인만큼 따로따로 두 번을 죽이는 번거로운 방법.
두 번째는 첫 번째로 목숨을 빼앗을 때, 두 번째 목숨까지 한 번에 날려보낼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구사하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바로 “터져라.”가 아닌 “물들여라.”라는 과정을 거쳤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려는 내 염원이, 화정의 특수성과 결합하여 네르갈을 순식간에 터뜨렸다. 그 결과 놈의 두 번째 목숨까지 단번에 앗아간 판정이 나온 것이다.
어쨌든 네르갈은 죽었다. 제 3의 눈으로 확인한 이상,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더 없는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때,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벨제부브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시몬이 지금껏 어떤 행보를 거쳐왔는지는 모른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또는 어떻게 ‘악마의 씨앗’을 받게 되었는지. 그러나 그 또한 통과의례를 거쳤을 시절이 있을 테고,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연히 소환된 벨페고르와는 다르게 네르갈은 놈들이 철저히 계획한 하나의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얼만큼 시간이 걸렸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이번 전쟁을 통해 저지했으니, 이 사실을 알게 된 군주 급 악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호기심이 일었다.
“후유….”
기다랗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든다.
조금 전까지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덧 다시 푸르른 색채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멍한 기분으로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있자, 한순간 머리에 띵한 현기증이 찾아 들었다.
나는 어지러운 와중에도 쓰게 웃었다. 최고조에 이른 몸이었다고 해도, 역시나 ‘영역 선포’를 감당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팍!
‘빅토리아의 영광’을 대지에 꽂아, 무너지려는 몸을 지탱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쓰러지려는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담담히 보이려 애쓰며 호흡을 골랐다.
그나마 미리 대비를 해두어서 그런지, 전처럼 속절없이 기절했던 때에 비하면 힘들게나마 버틸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 아직 전투는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부스럭!
그렇게 잠깐 숨을 골라 여력을 만드는 와중,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지만, 일단 선수를 치겠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와라.”
– …….
“…Out.”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한순간 맞는 표현일까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마른 잎을 밟는 소리가 들리는 게, 다행히 알아들은(어쩌면 알아들어 준) 모양이다.
이윽고 내 앞으로 한 여인이 성큼성큼 다가와 모습을 보였다. 나는 여력을 끌어올려 검을 겨누었다.
그러나 여인은, 곧바로 양손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 잠깐만. 항복하겠다. 지금 나에게 당신과 싸울 의사는 없다.
이어지는 유창한 국어에 나는 잠시 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보아하니 마법사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번역 마법을 걸은 모양이다.
“항복이라고?”
– 그렇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을, 나는 잠시 동안 지그시 응시했다.
항복이라고 말하는 것치곤 여인의 태도는 썩 당당했다. 그와 동시에 꽤나 미인이었다.
흡사 황금을 녹여 뽑아낸 듯한 매력적인 가는 웨이브 머리에, 서구 특유의 하얀 피부가 돋보인다. 눈동자는 태양을 담았는지 밝은 주황빛이 반짝였고, 입술 또한 잘 익은 앵두처럼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비록 이곳저곳에 피가 묻어있긴 했지만…. 그것은 전혀 아름다움을 퇴색시키지 못할 만큼, 그 정도로 여인의 미모는 빼어났다.
나는 잠깐 동안 여인의 얼굴을 보며 시간을 끌었다. 최소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검을 휘두를 힘을 비축해야 했기에.
“언제부터 숨어있었던 거지?”
사실상 내가 깨달았을 때는 바로 ‘영역 선포’를 이루었을 때였다. 내 물음에 여인은 한두 번 눈을 깜빡이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 간신히 포위망을 뚫었을 때는 이미 총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름대로 추적해온 결과, 그는 나무에 꽂혀있더군.
“그럼 그때부터 봤던 건가?”
– 그렇다.
“웃기는군. 네 주인이 당하는데 지켜보다니. 그리고 다 끝난 지금 와서 항복이라.”
내 이죽거림에, 여인은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나서려고는 했었다. 하지만 막 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총대장이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현한 괴물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건 도대체 뭐지? 신화에서만 나오는 악마인가?
“그렇다면…?”
여인의 말에 바로 말을 이으려는 순간, 나는 곧장 도로 집어넣었다.
‘하기야 숨겼을 수도 있으니까.’
– 그리고….
그러자 여인은 내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이내 차분히 입을 열었다.
– 혹시. 당신…. 그때 그 괴물이 아닌가?
“괴물?”
– 공성전 당시…. 내가 발동한 스피릿 브레스를 막은 자가 있었지. 조금 전 본 광경으로 미루어보아, 그때 그 괴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만.
“내가 발동한? 스피릿 브레스?”
뜻 모를 말에, 나는 한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이어서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재빠르게 제 3의 눈으로 여인의 사용자 정보를 띄웠다.
1. 이름(Name) : Marcia Yesica(4년 차)
2. 클래스(Class) : 불의 정령술사(Secret, Elemental Shaman Of Fire,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네뷸라(Nebula)
4. 소속 단체(Clan) : Tyrant
5. 진명 • 국적 : 용의 축복을 받은 자 • 미국
6. 성별(Sex) : 여성(25)
7. 신장 • 체중 : 171.2cm • 54.7kg
8. 성향 : 중용 • 신념(Neutral • Belief)
(현재 과도한 마력의 사용으로 탈진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이 이상 무리한다면 능력치가 하강하는 후유증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충분한 회복을 요합니다.)
‘아.’
나는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사용자 정보를 보자마자 핑그르르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왜 그때 용염(龍炎)을 보고 떠올리지 못했던 걸까? 아마 갑작스런 화정의 각성에 잠깐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곤 해도…. 갑자기 항복이라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곤란한데.”
–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빠져 나왔을 때 동료들은 이미 거의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믿지 못할 광경을 보기도 했고…. 지금 내 머리는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나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대로 정신 없이 추적에 쫓기느니 차라리 항복하고 포로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
“…….”
– 먼저 침략한 입장에서 뻔뻔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부디 승자의 아량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에 따른 처벌은 어떤 것이라도 감내하겠다.
번역 마법이 완벽하지는 않은지 중간중간 어색한 번역 투가 들렸지만, 이해하는 게 크게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후. 계산을 마치고 나서, 나는 다시 여인을 응시했다. 그녀는 여전히 두 손을 높이 든 채 아름다운 황금색 눈동자로 나를 마주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용자의 체력이 30%이하입니다. TOPG의 잠재 능력, 분노가 활성화됩니다.』
『근력, 체력, 내구, 민첩이 잠시 동안 소폭 상향합니다!』
타이밍 좋게 발동한 능력에, 순간적으로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해서, 나는 겨누었던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 그리고 서서히 칼집에 집어넣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주변에 너와 비슷한 동료들이 있나? 항복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내 반응을 긍정적이라 생각했는지 여인의 얼굴에 일순간 밝은 빛이 스쳤다. 그러는 와중 나는 계속해서 제 3의 눈으로 그녀의 몸을 탐색하며, 천천히 다가섰다.
– 아니. 없다. 같이 탈출한 동료들은 몇몇 있었지만, 도중에 뿔뿔이 흩어지거나, 괴물을 보자마자 도망쳤다.
“그렇군. 알겠다. 그럼 이만 손 내려도 돼.”
내 말에 여인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들었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지척까지 다가온 나를 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가녀린 손을 내밀었다.
– 고맙다. 내 이름은 마샤 예시카. 비록 상황은 이렇지만,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항복을 받아주어서 고맙다.
나는 마주 손을 내밀며, 마력을 일으켰다. 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김수현이다.”
– 그렇군. 솔직히 그날부터 내 능력을 막은 자가 누군지 무척이나…!
그리고 내뻗은 손은, 마샤 예시카의 손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 오른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푹!
이윽고 손끝으로, 부드러운 살갗을 파고드는 감촉이 느껴졌다.
– 아…?
의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마샤 예시카. 나는 손을 한 번 휘젓곤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항복? 내가 미쳤냐?”
그리고 손에 잡힌 구슬을, 단숨에 뜯어 꺼냈다.
찌지직!
– 아아악!
비명과 함께 튀어나온 가느다란 핏줄기. 이어서 믿을 수 없는 눈초리가 나를 향하는 찰나의 순간.
나는 마샤의 머리를 향해, 지체 않고, 있는 힘껏 왼손을 휘둘렀다.
뻥!
전력을 다해서 그런지, 마샤의 머리는 여지없이 크게 터져나갔다. 그에 따라 봇물처럼 터지는 핏물과 함께, 피와 뇌수가 뒤섞인 분비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윽고 남은 것은 얼굴이 절반이나 넘게 날아간 시체뿐. 나는 아직 뜨거운 온기가 남은 시체를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털썩!
남은 절반에서 마샤의 눈동자는 여전히 크게 떠져 있었다.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불의 결정』
손에 쥔 구슬에서 진득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물끄러미 결정을 응시하다가, 느릿하게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번 전쟁으로 얻은 부수입은, 시크릿 클래스 3개.
어떻게 보면, 전쟁은 좋다. 이렇게나 얻을게 많으니까.
또한 슬프기도 하다. 그만큼 잃는 것도 있으니까.
‘…….’
이로서 모든 상황이 끝났다. 물론 전쟁의 종결 자체는 전장으로 돌아가봐야 알겠지만, 나로서는 이루고 싶은 것은 모두 이룬 상태였다.
…이 말인즉슨, 인정하기 싫은 현실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소리.
‘그만…. 돌아가자….’
이윽고 나는 달려 온 길을 따라, 비틀거리면서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핏물이 낭자한 숲길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환한 실루엣이 비쳐 들었다.
============================ 작품 후기 ============================
늦었어요! 죄송해요! 우헤헤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요! 우헤헤헤헤!(퍽퍽!)
아이고. @_@
죄송합니다. 잠시 정신 줄을 놓았네요. 흠흠.
자! 전쟁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죽일 사람들이 남았다는 게 함정!
과연 누구일까요? 우훗훗. 😀
PS. 오늘 묘하게 하이 텐션입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