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
00004 특전을 사용하다. =========================================================================
『알 수 없는 기운이 당신의 근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근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당신의 민첩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민첩이 소폭 상승 합니다.』
『내부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력이 대폭 상승 합니다!』
『행운의 여신이 당신에게 미소 짓습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행운이 대폭 상승 합니다!』
메시지들을 보니 근력과 민첩은 큰 상승을 기대할 순 없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첩 96포인트는 홀 플레인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마력과 행운은 자못 기대되었다. 이벤트 성이 짙긴 했지만, 특수 메시지가 출현했다.
‘정말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이란 걸 느껴보는군. 체력이 오르지 않은 건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처음에는 특전을 부여 받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이 정도만해도 엄청난 것이었기에,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바로 사용자 정보창을 갱신했다.
1. 이름(Name) : 김수현(0년 차)
2. 클래스(Class) : –
3. 소속 국가(Nation) : –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자격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자, 예비 사용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3)
7. 신장 · 체중 : 181.5cm · 75.5kg
8. 성향 : 질서 · 혼돈(Lawful · Chaos)
(변경 전) [근력 86] [내구 92] [민첩 96] [체력 78] [마력 48] [행운 36] (변경 후) [근력 94] [내구 92] [민첩 98] [체력 78] [마력 90] [행운 88]
‘근력 8포인트 상승, 민첩 2포인트 상승, 마력 42포인트 상승, 행운 52포인트 상승. 총합 104포인트 상승.’
좋다. 아주 좋다. 초라한 수치를 보이던 능력치들은, 메시지 이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기뻐해야 할 상황이 맞지만 체력 능력치가 눈에 밟혔다. 다른 능력치들과 비교하자 마음 한 켠에 자꾸만 아쉬움이 남았다.
‘차라리 행운 말고 체력이 올라갔다면….’
체력은 다른 모든 능력치의 ‘기둥’ 또는 ‘뿌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마력을 차의 엔진에 비교한다면 체력은 차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내 체력 능력치는 78포인트로 굉장히 어중간한 수치였다.
‘출력은 그럭저럭 뽑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후유.’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전보다 훨씬 나은 능력치를 가지게 됐는데도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불만은 그만두기로 했다. 받아야 할 특전도 아직 많이 남은 상태. 이렇게 어슬렁어슬렁 시간만 죽이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사용자 김수현. 다음 특전으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음. 그럼 그래 볼…. 아니, 잠시만.”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능력치야 내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이니 바로 들어갔다고 해도, 지금부터는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런 만큼 하나하나의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세라프. 통과의례까지 남은 시간 좀 말해봐.”
“1시간 42분 23초입니다.”
“잠시만, 잠시만 생각 좀 하자. 30분…. 아니 10분이라도.”
“사용자의 뜻대로.”
나는 곧바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홀 플레인에서 나는 강자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힘이 있었기 때문에 제로 코드를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강자라 불릴 자격은 있지만, 그래도 ‘최고’ 또는 ‘최강’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저히 낮은 마력 능력치는 언제나 내 발목을 잡았다.
지금 마력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딱 여기까지일 수도 있다. 지금 내 육체는 이미 한계를 맞은 것과 다름없다. 겉으로는 0년 차로 표기되어있지만 실제로 10년 차 육체를 로드 했으니까. 보상, 장비, 영약 등 따로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있어도,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통용되는 ‘수련’으로 상승을 꾀하기는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불리하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을 내보면 70포인트~80포인트 사이서 수련으로 인한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경우를 감안한다면 현재 내 능력치는 초호화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고.’
어디서나 예상을 뛰어넘는 특별한 경우가 존재한다. 시작부터 능력치가 70포인트를 넘어가는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아니, 앞으로는 그런 경우들과 시선을 맞춰 생각해야 한다. 1회차에서 겪었던 기적과 우연들이 이번에 또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내가 원하는 바를 위해서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힘은 꼭 필요했다.
눈을 떴다. 세라프는 여전히 제단 위에 앉아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라프, 다음 특전으로 클래스 선택을 요청하겠어.”
“Yes. 사용자 김수현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통과의례, 홀 플레인에 입장하기 전 클래스를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됩니다. 또한, 일시적으로 모든 비밀에 감싸인 클래스도 공개하겠습니다.”
클래스 선택은 사용자 설정으로써 자격을 증명해야만 할 수 있는 일종의 과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면 원래는 통과의례에서 살아남은 후 홀 플레인으로 입장하기 전, 소환의 방에서만 거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즉 나는 그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시작부터 정보 설정에 들어가는 셈이다.
난 이번에도 검사와 관련된 클래스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마력이 높아짐으로써 다른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열리긴 했다. 그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검사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 번 가본적이 있는 길이다.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허공으로 빼곡한 정보가 적혀있는 차트가 주르륵 떠오른다. 볼 것도 없이 Rare 차트는 꺼버린다. 그리고 Secret 차트만을 남겨두고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직업 목록(Secret)』
[전투 마법사(War Mage)]
[전장의 지휘자(Field Maestro)]
[진혼의 암살자(Requiem Assassin)]
[영혼 명령자(Soul Commander)]
[보석 마법사(Jewel Mage)]
[복제술사(Copy Archimage]
[죽음의 기사(Death Knight)]
[광휘의 사제(Brilliance Priest)]
[………….]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다…. 흠…. 분명 그놈이 갖고 있던 클래스가….’
시크릿 클래스가 이렇게 많았던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클래스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결국 혼자서 낑낑거리며 찾다가, 이러다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아 세라프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세라프. 시크릿 중에서, 검사 클래스들만 따로 보이게 할 수 없을까?”
“어려울 건 없습니다. 혹시 검사 관련 시크릿 클래스로 선택하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면?”
“권장합니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바로 선별해드리겠습니다.”
내가 클래스에 이리 목을 메는 이유는 바로 특수, 잠재 능력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능력치에 따라 클래스를 결정하고, 클래스에 따라 특수, 잠재 능력을 결정한다. 이게 바로 내가 정한 순서였다. 나는 그 중 ‘고유 능력’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뽑힐 두 가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대비해야 했다.
“선별 작업이 끝났습니다. 차트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응.”
나는 세라프가 걸러준 클래스들을 다시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마법사를 상대하기 용이한 클래스였다. 1회차에는 마력과 행운 수치가 낮아 마법사들과 전투할 때마다 항상 애를 먹어야만 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릴 정도로 오소소한 소름이 돋았다.
‘찾았다.’
그리고 목록이 중반을 넘어갈 즈음, 드디어 원하던 클래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크릿 클래스는 각 클래스마다 고유한 ‘권능’이 존재한다. 두 클래스 모두 1회차에 등장했고, 강력함은 사방을 떨쳐 울릴 정도였다.
검술 전문가의 권능은 검과 관련된 모든 행동에 이점이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다. 주문 저격수의 권능은 일정 확률로 마력 완전 저항이라는 내용이었다.
주문 저격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면 75포인트 이하의 마력 능력치로 펼치는 모든 마법을 저항할 수 있다. 그리고 85 포인트 이하는 80% 손해를 경감해주며, 심지어 90포인트 이하는 50%를 줄여준다.
아마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클래스 특전을 받았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 저격수를 선택했을 것이다. 잠재 능력 중 하나인 항마력과 권능을 중첩할 경우, 마력의 극한을 달리는 대마법사를 제외하곤 일반 마법사들은 허수아비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생각을 거친 후 내 마음은 검술 전문가로 급격히 쏠리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다는 권능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나는 검술 전문가로 활약했던 사용자를 떠올렸다. 그의 무위는 정말로 대단했다. 수많은 마법을 자르고, 베며, 상쇄했다. 그를 상대했던 수많은 마법사들이 마치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갈 정도였다.
주문 저격수도 좋지만, 검술 전문가도 만만찮다.
“…….”
한동안 심사숙고를 했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검술 전문가였다. 어떻게 보면 모험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지만, 나는 뭔가에 홀린 듯 홀가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검술 전문가로 하겠어.”
“소드 스페셜리스트 말입니까? 나쁘진 않지만, 주문 저격수도 상당히 괜찮은 직업입니다. 사용자 김수현의 현 마력 능력치를 감안하면, 당신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마법사는 드물 겁니다.”
“그렇긴 해.”
“그럼 왜….”
“반대로 말하면 결국 있긴 있다는 소리잖아.”
“…….”
세라프는 여전히 탐탁잖은 얼굴이었다. 언뜻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바로 다잡고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예를 하나 들어줄 테니까 생각해봐. 일정 이상의 성공이 보장된 타겟 시스템이 있고, 컨트롤에 좌우되는 논 타겟 시스템이 있어. 전자는 어느 정도 안전성이 있다고는 해도 명백한 한계가 있지. 하지만 후자는 순수 내 실력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거든.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지?”
“이해는 했습니다.”
“그럼 검술 전문가로 할게.”
“사용자의 뜻대로.”
세라프는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이내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정보가 갱신됐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시크릿 클래스, 검술 전문가(Sword Specialist)를 얻었습니다. 사용자 정보가 갱신됩니다.』
메시지를 보자 이상하게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첫 고비를 무난하게 넘어서 그런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바로 다음 특전을 준비했다. 다음 특전은 내 의지가 일정 부분 개입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금 긴장을 끌어올렸다.
‘3. 특수 능력과 잠재 능력에 관한 특전을 부여합니다.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수 능력 1슬롯과 잠재 능력 4슬롯을 가지게 되지만, 사용자 김수현에게는 잠재 능력 슬롯을 하나 더 추가로 개방하겠습니다. 이것 또한 숨겨진 능력 포함 특수 능력과 잠재 능력을 모두 개방하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는, ‘고유 능력’이란 슬롯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고유 능력은 특수 능력 상위에 해당하는 능력입니다. 고유 능력을 포기한다면 특수 능력 1개와 잠재 능력 5개 전부를 본인이 원하는 능력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이 때, 개방 슬롯은 자동적으로 잠재 능력에 포함 합니다.)’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를 천천히 곱씹는다.
특수, 잠재 능력은 추후 본인의 성향을 따라 하나씩 개화화는 특성을 지닌다. 즉 처음부터 능력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만큼 다른 사용자들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걸 의미하니까. 그러나, 그런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특수, 잠재 능력은 캐릭터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최고로 중요한 부분 이다. 자신의 클래스에 걸맞은 특성을 얻는다면 그만큼 사용자는 강해진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만큼 본 클래스의 효율을 이끌어낼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해지고 싶다면 능력치, 클래스, 능력 모두를 조화롭게 구성해야 한다.
“세라프. 다음 특전은 능력 부여로 하자고.”
“Yes. 그럼 묻겠습니다. 고유 능력 슬롯의 활성화 여부를 알려주십시오. 그에 따른 차이는….”
“알고 있어. 고유 능력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할게.”
“알겠습니다. 잠재 능력 슬롯을 하나 소비합니다. 또한 남은 네 슬롯 중 두 슬롯은 무작위로 선발됩니다.”
믿는 구석은 있다. 능력치의 상승에 사용자의 성장 정도를 따졌던 것처럼, 능력 개방에도 비슷한 법칙이 적용된다. 간단히 말해서 소드 마스터를 이룬 내 육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소리였다. 내 생각이 틀림없다면, 1회차에 가지고 있던 능력 중 2개가 선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속으로 주판을 튕기는 동안, 준비를 끝냈는지 세라프가 신호를 보냈다.
“고유 능력, 특수 능력, 잠재 능력 목록 차트를 불러왔습니다. 선택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잠재 능력 두 슬롯을 먼저 개방하시겠습니까?”
일말의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나는 잠재 능력 두 개를 먼저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잠재 능력 두 슬롯을 먼저 개방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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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홀 플레인과 김수현에 대한 내용 삭제.
2. 특수 능력 개화 내용 수정.
3. 오타 및 문맥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