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04
00403 4. 모여드는 인재들(4/4) =========================================================================
탑의 10층은 9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보이는 광경은 무척이나 달랐지만, 중간에 막힌 곳 없이 넓게 트여있다는 점은 비슷했다.
“언니. 여기는 유난히 추운 것 같아요.”
갑작스레 심해진 한기에 한나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꼭 감싸 안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나를 돌아보았고, 양팔에 살짝 뭉그러진 가슴에 시선을 빼앗겼다. 양팔을 둘렀음에도 채 가려지지 않는 그녀의 젖가슴은 온화한 풍요로움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무척 따뜻할 거야.’
그렇게 시답잖은 상상에 빠져있을 때, 문득 누군가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에 따라 시선을 돌렸고 한두 번 헛기침을 했다.
“…….”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나서, 하연의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얘는. 살도 많으면서 엄살은….”
“별로 좋을 건 없어요. 어깨만 아프고…. 후후. 언니는 편해서 좋겠어요.”
“한나야? 언니가 농담 좀 해봤어. 그리고 나 정도면 작은 건 아니란다?”
“언니. 저도 농담이었어요. 그리고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호호호호.”
“후후후후.”
두 여인은 서로를 쳐다보며 화사한 웃음소리를 내었지만, 주변에 휘몰아치는 기운은 전혀 화사하지 않았다.
“혀, 형. 이상하게 자꾸만 추워지는 것 같아요.”
옆에 서 있던 안현은 뭔가 굉장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고, 그저 조용히 전방을 응시했다.
얼음의 탑은 9층이 끝이 아니었다.
9층에서 원혼을 처리한 후, 난 제 3의 눈으로 10층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찾을 수 있었다. 하여 하연에게 탐색(Scan) 마법을 부탁했고, 이렇게 통로를 찾아 10층으로 올라온 것이다.
10층은 9층처럼 굉장히 넓게 트인 곳이었지만 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저쪽 끝에서 보이는 몇 가지 시설들과 방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 그러한 것들이 못해도 기백 개는 되어 보인다.
더구나 방의 중앙에 놓인 얼음덩이는 다른 덩이들보다 최소 3, 4배에 달하는 크기를 갖고 있었다. 아마 10층이 유난히도 추운 이유는 바로 이 얼음 덩어리들이 내뿜는 한기의 영향일 것이다.
‘아마 이곳이 본거지였던 모양이군.’
제 3의 눈으로 혹시나 모를 위험을 대비한 후, 나는 중앙에 놓인 얼음덩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주변에 놓인 것들을 살펴보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수히 놓인 얼음 덩어리 안에는, 바로 ‘사람’이 들어있었다.
아니.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얼음덩이들에서는 요정, 수인 등 인간과 비슷한 모양의 여러 종족들도 발견되었다.
“오호라. 이건 꽤나 흥미로운 연구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연금술사의 호기심이 발동됐는지 비비앙은 연거푸 감탄을 터뜨렸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여기가 어떤 연구를 하던 곳일 것 같아?”
내 물음에 비비앙은 “흐음.” 신음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짐짓 새초롬한 얼굴로 대답했다.
“글쎄. 차후 자세히 봐야 알겠지만, 일단 연구 자체는 매우 깊이 있게 느껴져.”
“그렇군.”
“하지만….”
주변에 놓인 얼음덩이 하나를, 비비앙은 찌푸린 눈길로 응시했다.
나 또한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안쪽에 갇힌 한 수인 남성을 볼 수 있었다. 무에 그리 억울했는지 얼음 속에서 눈을 부릅뜬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완전히 지나친 순간 비비앙의 씁쓰름한 음색이 이어졌다.
“이곳의 책임자는 아무래도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네.”
금단의 영역이라.
순간 호기심이 일어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켜야만 했다. 어느덧 중앙에 놓인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도착한 것이다. 하여 나는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제 3의 눈을 활성화했다.
『거주민(A Native), 이아노르 라 에라헬(사망).』
“와. 엄청 예쁘다.”
안현의 말대로, 가장 거대한 얼음 안에는 가히 경국지색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여인이 갇혀있었다.
눈처럼 흰 볼에 흘러내린 하늘빛 머리카락. 가늘고 긴 속눈썹에 도톰히 돋아난 연한 분홍빛 입술. 눈을 감은 상태라 눈동자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의 미모였다.
“공주님이네.”
그때 가만히 보고 있던 비비앙이 한 마디 툭 내뱉었다. 무슨 뜻이냐는 기분으로 돌아보자, 그녀는 건방지게 고갯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입고 있는 옷이 신관용 복장이야. 그것도 아주 특별한 사람한테만 허락되는 복장이랄까?”
“그럼 공주님이 아닐 수도 있잖아. 여왕일수도 있고, 귀족일수도 있고.”
내 반론에 비비앙은 차분히 고개를 흔들었다.
“차고 있는 목걸이에 왕가의 표식이 붙어있어.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하얀색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순결한 여성을 뜻해. 그러니 공주님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 뭐, 아니면 말고.”
비비앙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매듭지었고, 나는 다시 얼음을 응시했다. 공주님이라.
‘별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이미 죽은 존재들이다. 나신으로 있다면 모를까, 생전에 사용하던 것들을 그대로 장비한 채 갇혀있다. 더구나 공주 정도의 존재면 분명 뭔가 괜찮은 물품을 갖고 있을 터.
주변에 널려있는, 가능성 높은 복권의 현장을 보며 나는 이 얼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하나씩 깨부숴야 하나….’
그때였다.
찬찬히 얼음을 뜯어보던 도중, 문득 묘한 것이 내 시선에 잡혔다.
묘한 것의 정체는 바로 수정처럼 보이는 보석이었는데, 얼음의 아랫부분에 박혀있었다. 중앙 부근을 중점으로 살펴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얼음과 색이 비슷하기도 했고.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허리를 굽혔고 감각을 한껏 끌어올렸다.
‘…흠.’
매우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있어, 쭈그려 앉아 더욱 자세히 느껴보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수정 보석은 손톱만한 크기였는데, 주변에 감도는 한기의 흐름과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은 얼음덩이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나는 지체 않고 보석으로 손을 뻗었고, 이내 집게 손가락 끝으로 뭔가 단단하면서 차가운 게 집혔다.
사아…. 사아아….
역시나. 이대로 순순히 뽑힐 생각은 없는지 한순간 싸한 감각이 손끝을 물들였다. 하여 나는 곧장 화정의 힘을 일으켰고, 금세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상태서 약간 힘을 주자 수정은 절반 정도 뽑혀 나왔다.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박혀있어서 그런지 단번에 뽑히지가 않는다.
그때였다.
쩡!
다시 힘을 주려는 순간 귓가를 때려오는 날카로운 소음. 흘끗 고개를 들어보자 세로로 크게 금이 간 얼음덩이가 보였다. 아마 이 보석이 주변의 얼음들을 유지하던 매개체인 모양이다.
“조심하세요.”
나는 뒤에서 기다리는 클랜원들에게 나직이 경고한 후, 다시 힘을 주어 손을 잡아당겼다.
바직! 바지직!
여전히 저항감은 느껴졌다. 하여 나는 한층 더 힘을 주었고, 이내 보석이 완전히 뽑혀 나오는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쩌정! 쩌저정!
수정 보석을 꾹 쥔 채 허리를 피자 이제는 사방팔방으로 금이 간,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얼음덩이가 보였다.
퍽!
파사사…! 파사사사…!
그러더니 일순 퍽!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얼음 덩어리들.
나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백 개에 이르는 얼음들이 일거에 부서지는 광경은 장관이라 부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윽고 사르르 흩어지는 얼음 가루들과 온전히 드러난 시신들을 보며 나는 클랜원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한 시라도 빨리 탑을 나가고 싶을 텐데요…. 그러니까 얼른, 후딱 끝냅시다.”
“네…?”
“예, 예?”
비교적 최근에 들어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한나와 신재룡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러나 하연은 이미 가방을 내려놓고 있었다. 비비앙 또한 굉장히 무서운 기세로 책장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그리고 안현은 건장한 수인 남성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가, 옆의 아름다운 요정을 보며 목울대를 꿀꺽 움직이고…. 아니 저 자식이?
나는 쯧쯧 혀를 차며 시선을 내렸고 얌전히 누워있는 공주를 응시했다.
보석이 알알이 박힌 머리띠, 특별한 사람들만 입는다는 신관 복장, 하얀 면사 장갑, 왼쪽 약지의 반지, 그리고 목에 걸린 목걸이.
‘좋아. 일단 다섯 개.’
그래도 예의상 속옷은 남겨두기로 하고, 나는 하연이 내미는 아기 카오스 미믹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라는 의미로 톡톡 두드리자, 오히려 입구를 꼭 다무는 녀석이 느껴졌다.
나는 한숨과 함께 양 주둥이를 붙잡은 다음, 단숨에 쫙 찢으며 말을 이었다.
“삐엑!”
“벗깁시다.”
아기 카오스 미믹의 고성에 묻힌 듯, 두 명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삐이…. 삐에에….”
나는 입구 안으로 수정 보석을 흘려 넣으며 하연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그녀는 어느새 둘을 향해 마법 배낭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주변에 장비들이 널렸잖아요. 그러니까 벗기고, 챙기시면 됩니다.”
그런 내 말에, 하연은 쓰게 웃어 보였다.
*
“그래서 그렇게 장비들을 챙기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조금 말을 길게 해서 그런지 목이 제법 건조해졌다. 해서 테이블에 놓인 물컵을 들어 목을 축이자, 문득 반짝반짝 시선을 빛내는 두 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한 명은 ‘부랑자 학살자’ 김덕필, 다른 한 명은 ‘타로 카드 마술사’ 선율.
“와. 좋겠다. 그럼 고대 장비들 되게 많이 얻었겠네?”
“머셔너리 로드. 혹시 마법의 탑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이 있을까요? 잘 쳐드릴게요.”
김덕필과 선율이 애절한 눈빛으로 응시했지만, 현재 난 제법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해서 엿이나 먹으라는 심정으로 콧방귀를 낀 후, 대번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중앙 도시 바바라, 그리고 황금 사자의 클랜 하우스였다.
왜냐하면 ‘얼어붙은 숲’에서 돌아온 후. 이후 며칠의 시일이 흐르고 나서, 참으로 공교롭게도 이효을이 주재하는 회의가 잡혔기 때문이다.
약간 길어지는 회의인 탓에 중간에 쉬는 시간이 부여됐고, 조용히 연초나 태우려 했던 난 두 명의 방해꾼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돌아오자마자 신전에 보고했던 게 화근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우리가 새로운 유적을 발굴했다는 사실은 널리 퍼지게 되었고, 꿀맛 같은 쉬는 시간에 저 두 명이 탐험 얘기를 해달라고 졸라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율이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안주 삼아 심심한 입을 달래고 있을 무렵, 김덕필이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렸다.
“머셔너리 로드, 머셔너리 로드. 그런데 말이야. 네가 그랬잖아. 원래는 의뢰를 받아서 간 건데, 그 의뢰인이 뒤통수 때렸다고.”
“그렇죠. 그런데요?”
“그럼 이스탄텔 로우에서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몰랐다고는 해도…. 이러나저러나 도의적인 책임은 있는 거지.”
“성의까지야…. 의뢰를 수락한 건 전데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나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사실 신전에 보고를 한 이상 이미 한소영의 귀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100%였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괜히 참석하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 요즘 들어 굉장히 바쁘다는 방증이었다.
아무튼 그거야 불가항력인 일이라 생각하고, 설령 성의를 보인다고 해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딱히 손해 본 것도 없고 반대로 이득만 잔뜩 얻어서 돌아왔으니.
“아니 잘 생각해봐. 어쩌면….”
“그럼 휴식은 이만 마치고, 다시 회의를 시작할게요. 괜찮겠죠? 사용자 김덕필?”
마침 이효을이 돌아왔는지, 그녀는 단상에 선 채 내 쪽을 응시했다. 부산스럽게 떠들던 김덕필은 바로 입을 다물었고, 나는 처음으로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효을은 나를 향해 한 번 싱긋 웃어 보이고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말씀드린 데로, 여러분들 덕분에 북 대륙이 차차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먼저 그 점 깊이 감사하는 바에요…. 물론 입으로만 감사하려는 속셈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은 뭔가 기분이 좋은지, 이효을은 생글생글 웃으며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원래는 알려드리면 안되지만…. 이번에 한해서 특별히 한 가지 희소식을 전해드릴게요.”
희소식이라는 말에 나는 살짝 눈을 떠 이효을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앞으로 3주 후에 새로운 사용자들이 들어올 예정이에요. 그것도 최근 몇 년과 대비해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로 말이죠.”
아무런 전조도 없는 직설적인 알림.
웅성웅성.
회의실은 삽시간에 소란으로 휩싸였다.
새로운 사용자들이 들어온다는 게 놀라운 건 아니다. 이쯤이면 슬슬 들어올 때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대규모로 들어온다는 말은 확실히 기존 사용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에 피해를 많이 입은 클랜이나, 두드러진 공적을 세운 클랜에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잠시 뜸을 들이려는지 말을 흐린 이효을은 나와 한 번 시선을 맞췄다.
그러더니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일단 여러분들의 생각도 들어볼까요?”
*
회의가 파하고 머셔너리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모니카로 이동한 후, 나는 천천히 번화가를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물론 우선 순위에 있는 클랜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되면, 기회는 공평하게 돌아갈 거예요.’
‘FA처럼 교관 참가 클랜에 우선 협상권을 주고, 그러한 권한을 사고 팔게 하자? 그것도 괜찮은데요?’
‘아직 3주라는 시간이 남았잖아요? 지금 바로 결정하는 것 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해요.’
사용자 아카데미. 그리고 신규 사용자.
이것은 현재 머셔너리의 상태에 많은 화두를 던지는 말들이었다.
즉 이것저것 거두절미하고 말해보면, 지금 우리에게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요 근래, 특히 ‘얼어붙은 숲’에서 돌아온 후 절실히 느끼던 문제들이었다.
지금껏 머셔너리는 많은 유적들을 발굴했고, 또한 전쟁에서도 한몫 단단히 잡은 상태였다. 오죽하면 창고에 장비를 둘 공간이 없을 정도이니 무슨 말을 할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모으는데 취미는 없다는 것.
아무리 시크릿, 레어 클래스나 좋은 장비들을 모아도 그저 쌓아두기만 하면 뭐하겠는가. 직접 사용해야 진가가 발휘되는 것들인데.
그러나.
‘장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크릿, 레어 클래스에 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회수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용자들에게 분배하는 게 정석이었다.
‘복잡하네.’
문득 고개를 들어 가볍게 기지개를 피자, 저기 앞에서 머셔너리 하우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여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생각들을 대강 정리했고 발걸음을 바삐 놀렸다.
좌우간 클래스 계승에 관해서는 조심스럽더라도, 일단 인재를 모아 클랜의 전력을 상승시키는 데는 다들 이견이 없으리라.
‘신규 사용자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어.’
이미 활동하는 사용자들 중에서도 가능성 있는 자들이 있을 터. 그들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야 한다.
방법은 많다. 홍보를 하는 방법도 있고, 스스로 돌아다니며 발굴하는 방법도 있으며, 아니면 한소영처럼 권유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튼 조만간 클랜원 확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난 어느덧 불쑥 다가온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막 손을 내밀어 문을 밀어젖히려는 찰나, 달칵 소리와 함께 오른쪽 문이 열리는걸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모습을 보인 사람은, 다름 아닌 한별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녀를 불렀다.
“한별아.”
한별은 예의 쌀쌀맞은 눈동자로 돌아보더니 이내 화들짝 놀란 토끼 눈으로 말했다.
“어. 오빠. 지금 돌아오세요?”
“응. 회의가 끝났거든. 그런데 너는?”
“신전에서 호출이 들어와서요. 잠깐 다녀올게요…. 아차. 오빠.”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지나치려는 순간, 한별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왜?”
“그러고 보니 30분전에 어떤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찾아왔다고? 누군데?”
한별은 잠깐 생각하는듯한 얼굴을 보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했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빠 소개로 찾아왔다고 하던데요?”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원래 간략히 적으려고 했는데, 적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
아. 그리고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도 죄송해요.
원래 공포물 기획이 아니었는데, 정말로 본의 아니게 그렇게 보인 것 같습니다. ㅜ.ㅠ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는 코멘트를 보고 마음이 많이 찔렸습니다.
저 그리고 독자분들. 오늘 금요일인데요. 토요일 업데이트 하루만 쉴게요…. 헤헤. ☞☜
PS. 코멘트 모두 읽었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성장 지수(아이템) 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