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13
00412 6. 101(4/4) =========================================================================
『수라마창(壽拏魔槍)』
(일반 설명 : 천 년의 전설을 이어 내려온 신창 수라(壽拏). 고대 홀 플레인에서 천마대전의 신화에 기록된 하나의 신성(神聖) 무장(武裝)입니다.
그러나.
일천 년의 시간을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 수라(壽拏)는 가히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의 혈통(血統)을 머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인 피에 취한 수라(壽拏)는, 어느 순간 마성(魔性)에 물들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수라(壽拏)는 더는 신창이 아닙니다. 착용자에게 끈임 없이 피를 갈구하고 파괴를 부르짖는 하나의 마창(魔槍).
즉 수라마창(壽拏魔槍)입니다.)
(주의 : 수라(壽拏)에 잠재된 불길(不吉)은 착용자에게 지속적인 고난과 시련을 부여합니다. 조심하십시오. 마성(魔性)을 극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마창(魔槍)이 그대를 가차없이 삼킬 겁니다.)
(상세 설명 : 1. 착용자의 근력을 ‘무조건(unconditional)’ 6만큼 상승시켜줍니다. 2. 착용자….)
*
공찬호, 성하얀과 한적한 곳으로 이동한 후.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주변에 비치된 자리에 앉자마자 공찬호의 하소연이 들려왔다. 안색에 전전긍긍한 빛이 가득한걸 보니 “두고 보자.”라는 말이 자못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일단 그림자 여왕의 판단을 기다려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한없이 불안한 듯 공찬호는 나와 성하얀을 번갈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이내 절망하는 그의 등판을 성하얀이 걱정스런 낯빛으로 토닥토닥 다독인다.
‘이건…. 전혀 대화할 태도가 아닌데.’
아니 그전에. 이 공찬호가, 정말로 그 천하무쌍이 맞는 건가?
낯설게 다가오는 ‘천하무쌍’의 모습에 나는 짧게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차분히 사망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려면 먼저 현 상황을 정확히 주지시키는 게 나을 듯싶었다.
“관건은 바로 저 여인이 창을 만졌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말을 꺼낸 순간 공찬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간절히 빛나는 눈빛이 흡사 동아줄이라도 보는듯한 눈동자였다.
“사용자 김민희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이 여인이 만졌을 때는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사용자 강성훈이 만진 순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정도의 커다란 반발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사용자 공찬호의 무죄는 입증될 겁니다.”
공찬호는 어느 정도 알아들은 듯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시무룩해 보이는 게 아무래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그게 말입니다…. 실은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흠.”
“후유. 머셔너리 로드님.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일단…. 지금 제 옆에 있는 여인은 아직 사용자가 아닌 교육생 성하얀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소개였지만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성하얀은 날 물끄러미 보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성하얀이에요.”
“…머셔너리 클랜 로드. 김수현입니다.”
한치의 티도 느껴지지 않는 청아한 목소리. 흰 눈이 떠오를 만큼 맑고 고운 음성이었다.
아무튼. 얘가 어쨌냐는 의미로 눈썹을 슬쩍 올리자, 공찬호가 쑥스러워하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별것 없는 이야기였다.
공찬호는 근접 계열을 가르치는 교관이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교관 업무라 초기에는 실수도 잦고 많이 허둥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찬호는 야외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수라마창을 깜박해 놓고 왔다. 하여 다시 찾으려 급히 돌아왔을 때 마침 수라마창을 들고 있는 성하얀을 보았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혹시 반발 효과가 일어났다면…. 아. 물론 왜 안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잠시 말을 멈춘 공찬호는 성하얀을 바라보며 쑥스러이 웃었다. 그녀 또한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마주 미소 짓는다.
그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난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그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친해졌을 것이다.
순간 까닭 없는 짜증이 치솟아 한층 날카로이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공찬호는 금세 웃음을 지우더니 다시 심각한 기색을 비쳤다.
“역시…. 부족하겠지요?”
“…으음.”
나는 잠시 이마를 매만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결국 진실의 수정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진실의 수정을 구할 여력이….”
“그걸 사용자 공찬호가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확실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다면 상대 쪽에서 스스로 구해올 겁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유죄로 입증된다면….”
차오르는 불안감을 해소할 데가 없는지 공찬호는 자꾸만 가정(假定)을 말했다. 하여 나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뜻으로 목에 힘을 주었다.
“현 상황에서 유리한 건 사용자 공찬호입니다. 왜냐하면 무기를 만지지 못하게 했음에도 사용자 강성훈이 억지로 만졌으니까요. 그 부분을 참작하면 아마 부주의로 인한 사망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총 교관, 고연주는 머셔너리 클랜원입니다. 아까 잠시 얘기를 나눠봤는데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찬호는 불쌍히 눈을 끔뻑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말…. 낯설다….’
솔직히 말해서.
공찬호와의 첫 대면은, 엄청난 실망이었다.
공찬호가 누구인가. 바로 북 대륙 전역을 떨쳐 울렸던 최강의 풍운아, ‘천하무쌍’이 아니었던가?
너무나도 뛰어나, 너무나도 강력해 모든 클랜들의 견제를 받았던 ‘천하무쌍’ 공찬호. ‘무신’ 차승현과 ‘미친년’ 반다희의 합격을 물리치고, 일인 군단이라 불리었던 그 위명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야 상대할 맛이 나지 않겠나. 하하하!’
또한 함정에 빠졌을 때. 자신을 둘러싼 수천의 사용자들을 향해, 나직이 웃으며 오연히 ‘수라마창’을 뽑던 모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돼있다.
그런데. 그러할진대.
“하하…. 부디 잘 부탁합니다. 머셔너리 로드님!”
지금 이 비굴한 모습은 대체 무어라 말인가?
한동안 쓴맛이 감도는 입을 다시다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간신히 안심한 걸까. 공찬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나에게 꾸벅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덧붙이기까지.
이내 덩달아 머리를 숙이는 성하얀을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시 후,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난 한참 동안 테이블을 두드리다가 고요히 감도는 적막을 깨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전쟁에서 활약이 대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예?”
“공적을 인정받아 교관으로 들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아하…. 아이고. 그저 자그마한 공일뿐입니다. 머셔너리 로드에 비할 수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나를 관찰하듯 슬쩍 쳐다보는 공찬호.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소리.
나는 살짝 고개를 갸울였다가 한 번 더 말을 이었다.
“아직 소속한 클랜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홀로 활동하시는 겁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럼…. 아직 캐러밴이란 말씀이시군요.”
“얘. 그래도 클랜을 곧 창설할 계획은 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실적 평가에서 밀리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하하.”
역시 그랬던가. 실은 이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공찬호의 사용자 정보는 엄청나다. 근력 능력치가 101이라는 것만으로도 10강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사용자가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실 생각할 것도 없다. 그에 대한 정답은 단 하나뿐이었으니.
그건 바로, 공찬호가 지금껏 자신의 능력을 일부러 숨겼다는 것이다.
아마 홀 플레인 초반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즉 자신의 기반이 확실히 잡힐 때까지 조용히 살겠다는 것. 아니면 성향상 그럴 수도 있고.
물론 수라마창을 언제 얻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공찬호 혼자서 이렇게 잘 숨겼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변에 뛰어난 동료들이 도와줬을 가능성이 높다.
‘신효찬…. 아냐. 홍주희일 가능성이 높겠군. 가장 오랫동안 공찬호를 보좌했으니.’
불현듯 스친 생각에 나는 성하얀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미 교류를 나눈 것 같기는 하지만, 혹시 아직 스카우트된 게 아니라면….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용자 성하얀. 보아하니 아카데미에서 꽤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아, 아니에요.”
“혹시 스카우트를 제의한 클랜이 있나요?”
“아, 그게….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러나 성하얀은 조심스레 말끝을 흐렸다. 모습을 보자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미 미래는 변했고 공찬호는 더는 내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101이라는 위력을 체감해본 나에겐, ‘천하무쌍’이라는 변수를 이대로 가벼이 넘기기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추후 저 수라마창이 나와 내 동료들을 겨눌지 겨누지 않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아…. 하하. 머셔너리 로드. 실은 제가 이미 스카우트한 상태거든요. 아카데미 수료 후 저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내 침묵이 불안했던 걸까? 조심스레 이어진 공찬호의 설명은 마지막 지푸라기마저 깔끔히 잘라냈다. 동시에 나를 향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미래의 천하무쌍.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뭔가 조사하는듯한 뉘앙스의 질문을 연이어 했고, 이미 깊은 관계처럼 보이는 성하얀에게 추파(?)를 던졌으니.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다가 일단은 한 걸음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다.’
하여 일단 화제를 돌리려는 순간 공찬호의 허리에 걸린 수라마창이 눈에 띄었다.
‘수라마창을 대비할 수만 있다면….’
수라마창은 공찬호 사후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 장비였다. 사용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잡듯 뒤졌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만큼 가장 베일에 싸인 장비이기도 했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수라마창을 파악해두기로. 그럼 입술에 침을 먼저 바르고….
“후유. 알겠습니다. 이미 스카우트하셨다면 어쩔 수가 없군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그럼 다시 얘기로 돌아가볼까요?”
“예? 얘기라뇨?”
“그 창처럼 생긴 막대기 말입니다.”
고갯짓으로 수라마창을 가리키자 공찬호는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솔직히 믿기지 않는 것도 있고, 저도 호기심이 일어서…. 사용자 공찬호. 제가 그 무기를 한 번 볼 수 있겠습니까? 잘하면 조금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 예? 아. 물론입니다.”
공찬호는 일순 당황했지만 얼른 수라마창을 들어 내 앞으로 내밀었다. 너무 쉽게 주는 듯싶어 나 또한 당황활 뻔했는데, 이내 창 양쪽을 꾹 쥐는걸 보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절대로 눈으로만 보십시오. 혹시나 가까이서도 위험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거리를 두시는 게 좋습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수라마창, 수라마창. 그놈의 수라마창.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잠재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미 제 3의 눈으로 능력치는 낱낱이 살핀 상태였다. 다만 실제로 쥐고 휘두르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한 번 직접 만져 반발 효과를 느껴볼 생각이었다.
하여 나는 지그시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무기를 직접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예…? 아! 저, 절대로 안됩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마법 저항력이 높은 편이거든요. 한 번 살짝 만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떼겠습니다.”
“안됩니다! 아무리 머셔너리 로드님이라고 하셔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안됩니다! 그, 그냥 눈으로만 보십시오. 제발…!”
적당히 구슬려보았지만 공찬호는 격렬히 반대하며 외쳤다. 어느새 다시 창을 거둘 기미를 보이는 팔을 보며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니. 걱정 마십시오. 이게 대체 뭐라고….”
이미 창과의 거리는 지척에 있었다. 나는 별거 있냐는 태도를 연기하며 신속히 팔을 움직였다.
공찬호는 재빨리 물리려 했지만 내 민첩 능력치는 98포인트였다. 하여 완전히 거두어지기 전에 성공적으로 수라마창에 손을 얹을 수 있었다.
“아, 안 돼…!”
파츠츳! 파츠츠츳!
『수라마창의 마기가 반발 효과를 발생합니다!』
『하늘의 영광, 태양의 영광이 대응하여 발동합니다! ‘일부 방어’로 판정합니다!』
『전장의 가호(Rank : EX)가 대응하여 발동합니다! ‘일부 방어’ 판정이 ‘완전 방어’ 판정으로 상향됩니다!』
“크헉!”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방전 현상에 놀란 걸까. 손아귀의 힘이 일순 느슨해지는 게 느껴져 부드럽게 창을 빼내자 사내와 여인이 날 멍하니 올려다본다.
혹시 몰라 화정을 사용할 준비를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다. 약간 마찰하는 감각은 느껴지지만 그뿐이다.
나는 검붉은 전류를 내뿜는 창을 한 바퀴 가볍게 돌렸다. 그리고 나를 멀거니 보는 이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봐요. 괜찮지요?”
“어, 어떻게…?”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 듯 떠듬떠듬 말을 내뱉는 공천호.
그러나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단순히 쥐는 것은 가능했지만 아직 실제 힘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 조용히 가슴을 추스르고 나서, 서서히 마력을 일으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파지지직!
“꺅!!!!”
“머, 머셔너리 로드! 지금 당장 놓으십시오!”
『수라마창의 마기가 폭주합니다!』
우웅! 우우웅!
『빅토리아의 영광이 마기에 대응하여 사용자의 몸을 보호합니다!』
‘큭!’
한순간 놓칠뻔했지만, 나는 ‘빅토리아의 영광’덕에 간신히 신음을 삼킬 수 있었다.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순간적으로 역류한 마기는 가히 무시무시했다.
과연 천 년 동안 내려온 신장 무기라서 이런 걸까? 오른손에 일거에 집중된 천 년의 힘은 정말로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보다 지금이 훨씬 버겁게 느껴질 정도.
파지지지지지지직!
우웅! 우우웅! 우우우웅!
손에 묵직하다 못해 수백 개의 바늘로 찌르는듯한 격통이 밀려온다. 간신히 시선을 내리자, 당장에라도 놓으라는 듯 마기를 삐죽이 솟구치는 수라마창. 그리고 그에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빛의 기운.
하지만 은은한 기운이 빠르게 사라지는 게 보인다. 여기서 기본 저항력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재 수라마창에 연결된 마력은 바로 내 마력이었다. 여기서 마력을 일으켰다간 수라마창의 힘 또한 덩달아 증폭되리라.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크읏, 크으읏!”
난동을 부리는 수라마창을 간신히 붙잡으며 나는 이를 바드득 깨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결국…. 화정을 사용해야 하는 건가?’
현재는 ‘빅토리아의 영광’으로 겨우 버티고는 있지만, 이 기운이 사그라지는 순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파직, 펑! 퍼벙! 퍼버벙!
이제는 폭발까지.
‘염병. 어지간히도 싫은가 보군. 검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더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 나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심장에 잠든 힘을 일깨우려는 찰나였다.
그때였다.
화륵! 화르륵!
– 어머?
파지지직! 파지직…! 파직…?!
– 어머, 어머 어머. 얘. 너 수라 아니니?
채 일깨우기도 전에, 내 심장이 말했다.
============================ 작품 후기 ============================
하하. 죄송합니다. 원래는 이번에 다음 파트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OTL.
실은 이번 파트는 101 사용자와의 인연을 만드는 동시에, 수현에게 102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기획했습니다. 즉 외전 1화(395회.) 천사들의 걱정과 연계된 부분이었지요.
아마 다음 회 잠시 ‘어떤 일’을 겪고, 수현은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겁니다.
다음 회에는 정말로 다음 파트로 넘어갑니다.(안 넘어가면 앞으로 한 달 동안 꼬박꼬박 2연참 하겠습니다.)
다음 파트의 제목은 ‘유현아의 그림자’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