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23
00422 10. 마지막 이야기(9/9). =========================================================================
하늘은 연한 붉은빛이었다. 해도 슬슬 계절을 타는지 얼른 서쪽으로 넘어가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에 물든 황혼 빛 구름이 드문드문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에 미약한 어스름이 섞여 든 것 같았다.
“하늘을 보고 계십니까? 머셔너리 로드.”
가만히 하늘을 보며 상념에 잠길 즈음, 걸쭉한 남성의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었다. 흘끗 곁눈질을 하자 한 인상 좋은 사내가 털레털레 걸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내리고는 마주 미소 지었다.
이름은 이종학. 이스탄텔 로우의 핵심 클랜원으로 1회 차 때 나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사용자였다. 또한, 어찌 보면 내 스승이나 다름없는 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이형환위(移形換位)를 가르쳐준 사용자가 바로 이 사람이었으니.
“예.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요.”
“아하. 그렇군요. 혹시 제가 방해라도 한 건 아닐지….”
“아니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젓자 이종학이 머쓱히 웃는다. 그리고 살살 눈치를 살피는 게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분도 연초를 참 좋아하셨지.’
돌연히 떠오른 생각에 연초 두 대를 꺼내자 이종학은 반색하며 받아 들었다.
이윽고 우리는 사이 좋게 연초를 피우며 느린 걸음으로 언덕을 내려갔다.
“이번에 보여주신 실력에 정말로 놀랐습니다. 솔직히 전쟁 후 돌아다닌 소문이 어느 정도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눈앞에서 보니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과찬입니다. 아무튼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과찬은요. 정말 장난이 아니던데요. 저 말고도 모든 이스탈텔 로우 클랜원들도 크게 놀랐습니다. 특히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기술은…. 혹시 어빌리티입니까?”
“아. 이형환위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고유, 특수, 잠재 능력이 아닌 직접 개발한 어빌리티가 맞습니다.”
맞는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이자 이종학이 크게 탄성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게 어지간히 배우고 싶은 모양이다.
마음이 급한 걸까. 이내 연초를 쭉쭉 빨아들인 이종학은 진중한 낯빛으로 날 응시했다. 형형한 눈동자를 보아하니 날 찾아온 이유가 대강은 짐작되었다.
“머셔너리 로드. 실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돌려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방금 이형환위라 말씀하신 어빌리티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2년 동안 개발 중에 있었습니다. 하여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있어 잠시 묻어둔 상태였습니다. 즉 실제로 상용화시키지는 못했다고 할까요?”
“그렇군요.”
“한때 너무 답답해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한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 머셔너리 로드를 보니, 제가 개발한 어빌리티의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혹시 제가 막히는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도움을 원하는 이종학의 시선에 나는 잠시 1회 차를 회상했다.
‘수현아. 내가 지금 이 어빌리티를 너에게 전수해주는 이유는…. 그녀의 부탁도 있지만 네가 죽지 않기를 바래서 이기도 해.’
이종학의 이형환위를 전수해준 덕에 도대체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던가.
긴장한 얼굴로 목울대를 움직이는 이종학을 보며 나는 미미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그렇군요. 하하. 괜찮습니다! 솔직히 제가 너무 실례…. 예?”
“어느 부분이 막히시는지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나는 그렇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고, 이종학은 잠시 동안 나를 멍하니 응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입 꼬리가 한껏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뛸 듯이 기뻐 보이는 게 당장에라도 껴안을듯한 기세…. 아니. 정말로 양팔을 벌렸다.
“우, 우와!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때였다.
“사용자 이종학.”
은은한 색기 어린 여성스러운 음색. 그러면서도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위엄 서린 목소리가 한 줄기 흘러들었다. 그 순간 이종학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추더니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흡사 뱀 만난 개구리 같은 모습이었다.
“크, 클랜 로드.”
이종학은 하필 지금이냐는 어투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얼른 시선을 돌리자, 보는 이를 빨아들일듯한 기이한 마력이 서린 두 쌍의 흑 수정, 아니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무표정하지만 서릿발 같은 눈길로 이종학을 보는 여인은 다름 아닌 한소영이었다.
이종학은 머쓱히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언제부터 계셨던 겁니까?”
“두 분이 연초를 피울 때부터요.”
“…그럼 혹시 들으셨습니까?”
“그렇다면요?”
고저 없는 음색이었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뭔가 모르게 상대를 압박하고 몰아치는 느낌이랄까?
상황은 금세 정리됐다. 이종학이 몇 번 머리를 꾸벅하더니 신속히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곧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그를 보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한소영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이종학을 응시했다. 그녀가 무섭기는 어지간히 무서운가 보다.
잠시 후, 한소영은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에게 걸어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머셔너리 로드. 클랜원의 철없는 부탁에 곤란을….”
“아, 잠시만요.”
그 순간 나는 더욱 가까이 다가서 한소영의 가녀린 팔을 잡았다. 이어서 녹아 내릴 것 같은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 잡히는 순간 막 떨어지려던 그녀의 고개가 멈췄다.
사실 앞으로 몇 년 후 이종학은 결국 단점을 극복하고, 원하던 어빌리티를 개발하게 된다. 그러니 어차피 알게 될 거, 약간이라도 도움을 주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속셈도 있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틀어져버렸다.
“여러 클랜원들이 보고 있습니다. 사과는 괜찮으니 이만 넣어두시지요.”
“…어빌리티는 가족이라도, 같은 클랜원이라도 가르쳐주지 않는 게 관행이에요. 하물며 머셔너리 로드와 사용자 이종학은.”
“그렇다면 제가 좋게 거절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허락한 것도 저고요. 이스탄텔 로우 로드께서 고개를 숙이실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그런데…. 아파요.”
한소영은 눈을 한두 번 깜빡이더니 갑작스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시선은 내가 잡은 왼팔에 향해있었다. 나는 아차 싶어 얼른 팔을 놓았다. 안 그래도 농염한 여인의 향기가 난다 싶었는데 너무 거리를 줄인 모양이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내 몇 걸음 물러서자 한소영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어느덧 클랜원들은 언덕을 거의 내려간 상태였다.
천천히 내려가던 도중, 한소영은 내가 잡았던 부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리고 부드러이 주무르며 조용히 입을 떼었다.
“감사해요. 머셔너리 로드는 참 친절하세요.”
“…예?”
그것은 매우 갑작스럽고 또한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소영은 그렇지 않은 듯 날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간 게 뭔가 묻고 싶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나는 얼른 속을 가다듬었다.
“생각해보니까…. 조금 전도 그렇고, 이번에 이스탄텔 로우에서 유적을 탐험할 수 있었던 건 머셔너리 로드 덕분이었죠. 배려에는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하하. 우리에게도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한소영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내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몇 달 전 클랜원들에게 다시 탐험을 개시하겠다 공지한 후, 나는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도 타 클랜과 협력하겠다는 것이었다. 탐험할 유적은 ‘잃어버린 낙원’, 그리고 협력 대상은 해밀이 아닌 이스탄텔 로우였다.
클랜원들과의 회의를 끝낸 후 나는 곧바로 이스탄텔 로우를 방문했다. 그리고 한소영에 사정을 설명하고 나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추측성 기사를 담은 기록들이 머셔너리를 겨냥할 경우, 여차하면 이스탄텔 로우에서 발견했다는 걸로 해달라는 것.
한소영은 또 유적을 발견했다는 말에 크게 놀랐지만 예상대로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사실 대부분의 성과는 우리가 가져갔지만 떨어지는 떡고물을 사양할 여인은 아니었다. 더구나 떡 공장이 유적이라면 더더욱.
‘잃어버린 낙원’의 탐험은 ‘발할라의 탑’처럼 순조로웠다.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으며 양클랜에서 참가한 인선도 호화롭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단숨에 낙원 내부의 괴물을 처리한 후 성과를 챙겨 룰루랄라 돌아오는 중이었다.
아무튼.
한소영은 자꾸만 고개를 갸웃했다. 설명은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배분도 2할이면 만족하는데 굳이 3할까지 늘려주셨고, 핵심 장비도 하나 건네주셨어요.”
“처음 모니카에 자리를 잡을 때 이스탄텔 로우에서 많은 편의를 봐주었으니까요. …혹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으신지요.”
주면 조용히 받아먹어라 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의심이 있는가 싶어 물어본 말이었다.
한소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다만 궁금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므린 손을 코앞에 갖다 대더니 살짝 입김을 불었다. 허연 김이 발개진 그녀의 손을 덮는다. 문득 찰찰 한 머리카락 사이로 비죽 솟아나온, 마찬가지로 발갛게 변한 귀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소영이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그냥 유적 건도 그렇고…. 아까 사용자 이종학에게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머셔너리 로드는요.”
“?”
“왜 이렇게 저에게, 이스탄텔 로우에게 잘해주세요?”
“예…?”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한소영의 말에 정곡을 찔린 탓이다.
이윽고 한소영도 덩달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심유(深幽)한 눈동자로 날 빤히 주시하는 게 꼭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솔직히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기에 나는 한순간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챙겨주는 이유는 명백했다. 작게는 1회 차 때 받았던 호의를 갚고, 크게는 전력을 상승시켜 추후 지구로의 귀환에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뭐, 뭐라고 해야 되지?’
“그 이유는 내가 알고 있지.”
그 순간이었다.
조용히 침만 삼키고 있던 찰나 연혜림이 사이로 슬쩍 끼어들었다. 나와 한소영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갑자기 등장한 ‘처형의 공주’는 “냐하하하.” 웃으며 한소영의 볼을 쿡 찔렀다.
“그건 바로 우리 클랜 로드 때문 아니야? 머셔너리 로드?”
“연혜림.”
순간 뜨끔했지만 한소영은 헛소리로 치부한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연혜림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그녀의 몸을 질주한다. 얼굴에서 가슴을, 가슴에서 잘록한 허리를. 그러더니 종래에는 전신을 순식간에 훑는다. 가히 10강다운 손놀림이었다.
“봐봐. 이렇게 얼굴도 예쁘지, 가슴도 크지, 몸매도 죽이지, 분위기도 도도하지. 즉 남자라면 한 번쯤은 정복해 보고 싶은 욕망이….”
“사용자 연혜림! 당장 안 물러나?”
결국 한소영이 소리를 질렀다. 항상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던 얼굴인데, 드물게도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찌푸려졌다.
“이크. 우리 클랜 로드 화났네~.”
그제야 장난이 너무 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연혜림은 다급히 물러섰다. 이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는 유려히 발을 놀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뜻하지 않은 도움. 어물쩍 넘어가는 상황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소영 몰래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연혜림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화답했고 이내 이종학처럼 신속히 도망쳤다.
“후….”
그러나 한소영은 그렇지 않은 듯,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미안해요. 머셔너리 로드. 우리 클랜원들은 왜 이렇게 철이 없을까요. 머셔너리 클랜원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묵직하던데….”
‘아니요. 우리도 그런 애들 많습니다.’
다만 데려오지 않았을 뿐.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계속해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위로 차 입을 열었다.
“우리 분위기가 너무 심각했나 봅니다. 이스탄텔 로우 로드. 너무 괘념치마세요.”
“아니요. 괘념해야겠어요. 가끔 보면 연혜림은 너무 막 나가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리 머셔너리 로드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제 말은 들어먹지를 않으니 언제 한 번 따끔히 일러주시면 안될까요? 이건 부탁이에요.”
“하하. 글쎄요. 아무래도 어렵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용자 연혜림의 말도 틀리지는 않는데요. 기분이 상한 건 아니니, 너무 나무라지는 마세요.”
“…틀린 말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고로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니까.
한숨은 멈췄지만, 한소영은 여전히 얼굴을 감싸 쥔 상태였다. 이내 약간 벌어진 손가락 틈새로 그녀의 눈이 나를 곁눈질하는 게 보였다.
이윽고 한소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머셔너리 로드가 생각하시기에도, 제 가슴이 크고 몸매가 죽이나요?”
“…잠시만요.”
“한 번 정복해보고 싶은….”
“오해입니다. 그냥 여성으로서 아름답다는 말이었습니다.”
한소영은 “푸.” 소리를 내고는 세차게 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활짝 핀 손바닥으로 몇 번 부채질을 하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그녀의 정신을 붕괴해준 연혜림에게 감사했다. 한소영의 이런 모습은 5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했으니.
한소영은 한참 동안 머리를 털더니 다시 본연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왠지 모르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2회 차에 들어서 그녀와 처음으로 일 얘기가 아닌 사담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클랜원들에게 가볼게요. 오늘은 너무 추태를 보였네요. 부디 잊어주세요.”
“추태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러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이자 한소영은 급히 발을 놀려 앞쪽으로 걸었다. 나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남은 언덕을 천천히 내려갔다.
그렇게 앞서가던 클랜원들을 따라잡고 슬쩍 오른쪽을 쳐다보자, 먼저 도착한 한소영이 이스탄텔 로우 클랜원들 사이로 여전히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때였다.
“수현아. 무슨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저분 완전 급하게 뛰어오시던데.”
들려온 목소리에 이번에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2열 종대로 행군하는 머셔너리 클랜원들과, 옆으로 은근슬쩍 팔을 감아오는 한나를 볼 수 있었다. 이내 왼팔에 살짝 닿는 크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별 얘기 안 했어.”
“으응. 그렇구나. 아. 이제 곧 도시에 도착한대. 클랜에 연락 넣었어.”
“잘했네. 고연주는 돌아왔대?”
“연주 언니? 그 소식은 못 들었는데…. 왜?”
“돌아가면 총 결산과 함께 축제를 열 생각이거든. 그래서 귀환 시기를 고연주가 돌아오는 날에 맞춘 거야.”
“축제라…. 와, 기대된다. 후후.”
배시시 웃는 한나를 보며 나는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너는 더욱 기대해도 좋아.”
“뭘 기대해도 좋아?”
“이번 결산 때 섭섭지 않게 챙겨줄 거거든. 이제 슬슬 클래스를 계승할 때도 됐으니까.”
“얘는. 내가 언제 섭섭해했다고. 누가 보면 꼭 조른 줄 알겠어.”
한나는 나를 곱게 흘겼다. 그리고 난 약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때 장비 요청서에 당당히 적은 게 누구였더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왠지 엄청 삐칠 것 같아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아무튼 연신 웃음을 흘리는 게 지금은 기분은 좋아 보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을 즈음. 무에 그리 좋은지 상냥히 웃던 임한나에게서 미약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있잖아…. 수현아. 이번 축제 때….”
“도시가 보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앞쪽에서 누군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전방을 응시했다.
하늘이 내려앉은 곳에서 구름을 찌를 듯 솟아오른 까마득한 건물이 잡혔다. 그리고 조금 더 걷자 하늘과 함께 황혼 빛으로 물들은 도시가 아스라이 보였다.
드디어 도시로 돌아온 것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코멘트를 보니 힘이 납니다. 의외로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 분들이 많네요. ㅜ.ㅠ 저도 나쁜 기억은 훌훌 털고 얼른 본 페이스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
Q1. 여태껏 탐험한 유적들에서 얻은 장비들이 궁금합니다.
Sol) 다음 회에 몇 가지 핵심 장비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
Q2. 도대체 깃발 회수는 언제 합니까?
Sol) 다음 회에 나올 예정입니다. 대상은 남다은입니다.
Q3. 그럼 응응은요?
Sol) 다 다음 회에 나옵니다. 대상은 임한나입니다.
Q4. 외전은 언제 끝나나요? 그리고 2부는 언제 시작합니까?
Sol) 이제 2편 남았습니다. 끝나면 바로 2부로 돌입합니다.
Q5. 비비앙.
Sol) …죄송합니다. 이번 외전에는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제가 아직 그 부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상태라 잘 쓸 자신도 없었고요. 그러니 언제 한 번 날을 잡고 과감히 끝내버리겠습니다. 그때는 2부 연재 중 외전 형식으로 연재가 되겠지요. 그런데…. 이거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동영상이라도 봐야 하나요?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