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28
00427 10. 마지막 이야기(9/9). =========================================================================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눈앞에 놓인 거대한 두 언덕 중 하나를 약하게 베어 물었다.
“합.”
“으응.”
한나가 움찔했다. 그러나 곧 입술을 꼭 무는 게 어떻게든 참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의 등을 간드러지게 쓰다듬으며 나는 젖을 머금은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커도 너무 큰 터라 한 입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입을 움직였다.
“으응, 으흐응.”
꾹 닫힌 입술 틈으로 참을 수 없는 비음이 새어 나온다. 나는 남은 손을 들어 남은 가슴 하나를 움켰다. 그리고 혀로 젖꼭지를 핥으며, 젖을 입 속 깊숙이 빨아들였다.
“아, 안 돼…. 아, 아아아아앙!”
한순간 아래로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좌우로 거세게 찰랑인다. 동시에 머리를 밖으로 밀어내려는 미약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끈질기게 달라붙어 집요하게 가슴을 희롱했다.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를 잡아 늘리고 혀는 둥글게 굴려 무덤 전체를 핥아 올린다. 물론 중간중간 적절히 흡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으으으응!”
힘의 방향은 순식간에 반대가 되었다. 어떻게든 밀어내려던 한나의 손이, 이번에는 반대로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덜덜 떨면서도 이따금 정수리를 토닥이는 게 조금만 살살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푸하.”
이내 젖에서 입을 떼어 고개를 들자 숨을 헐떡이는 한나가 눈에 들었다. 그녀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침 범벅 된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새하얗던 언덕에 붉은 자국이 들어선 게, 생각보다 심하게 한 모양이다.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많이 아프니?”
“역시…. 언니들 말이…. 맞네….”
“응? 말이라니?”
“너…. 가슴…. 엄청 좋아한다고…. 후후….”
한나는 숨을 가다듬으면서도 묘하게 눈꼬리를 휘었다. 나는 한두 번 헛기침을 한 후 아직 젖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떼었다. 그녀가 킥킥 웃는다.
“왜? 더해도 되는데…. 너 정말 귀여웠어. 이런 모습 처음 봐.”
“…칭찬으로 들리지는 않는데.”
약간 머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딱히 할 말도 없다. 잘 생각해보면 그녀들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항상 가슴부터 찾아댔으니. 어쩌랴. 자업자득인걸.
아무튼, 가슴으로만 전희를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또한 한나는 아직 한 번도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 처녀였다. 나중에 삽입할 시 어느 정도 고통을 줄여주려면 미리 고루고루 애무해두는 게 나을 것이다.
“또 키스해주라….”
마침 때맞춰 요청이 들어와 나는 금세 한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책상이 춥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곧 덥혀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상체를 앞으로 쓰러트렸다.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 좋은 압박감을 느끼며 한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음…. 으음….”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건지 한나의 입술이 달싹달싹 움직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움직임에 나는 조금 더 대담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하여 부드러이 입술을 비비다가, 벌려진 틈으로 천천히 혀를 집어넣었다. 가늘었던 그녀의 눈이 크게 떠진다.
한나의 입안으로 침입한 후, 나는 곧바로 그녀의 혀를 찾아 움직였다. 한나는 이리저리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안으로 들어온 이상 끝난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내 매끈하면서 부드러운 살의 감촉을 맛보았을 때, 나는 재빠르게 혀를 감싸 얽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흡입.
“응, 쩝…. 쩝…. 꿀꺽! 으응, 쩝…. 쩝…. 꿀꺽!”
나는 한나의 목을 받쳐 고정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주며 그녀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방금 보였던 호응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한나는 다시 수동적으로 변하였다. 혀는 빨아들이는 대로 이끌리고 타액은 주는 대로 받아 마신다.
이윽고 한나를 다시 책상에 걸터앉혔을 때, 나는 비로소 맞붙였던 입술을 떨어뜨렸다.
“푸하! 하, 하, 하….”
한나는 고개를 껄떡이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눈동자가 몽롱하게 젖어 들고 숨결은 더웠다. 아무래도 딥 키스가 굉장히 인상에 남은 모양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이 정도로 충분히 전희를 즐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바로 삽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여 조금 더 한나의 몸을 덥히기 위해 나는 옆에 앉아 그녀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허벅지 위로 가볍게 안착시켰다. 서로의 몸을 겹치듯, 내 위로 그녀가 앉은 것이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젖가슴과 딥 키스의 충격이 컸는지 한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하다.
나는 천연덕스레 입을 열었다.
“네 하의를 벗길 거야.”
“하, 하의는 왜?!”
“알면서.”
“몰…! 꺅!”
혹시라도 앙탈을 부릴까 재빨리 하의를 벗기자 한나는 펄쩍 뛰어올랐다. 이제야 좀 정상적인 비명이 나온다고 생각하며 나 또한 차분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앞에 놓인 그녀의 뒤태를 감상했다.
한나 몸매의 큰 장점은 단연코 커다란 젖가슴이지만, 아래로 이어지는 라인 또한 아름답다.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원숙한 S자 곡선. 특히 복숭아를 연상케 하는 하얗고 둥그런 엉덩이와 보기 좋게 살이 붙은 탐스러운 허벅지는, 그야말로 한껏 무르익은 여성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한나의 양 옆구리에 지체 않고 손을 대었다. 그러자 그녀가 이리저리 허리를 비틀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깜짝 놀랐잖아. 할 때 미리 말 좀 해주고 하면 안 돼?”
“아깐 말하지 말고 하라며.”
“그, 그랬었나?”
한나는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대답하곤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한동안 그녀의 희멀건 한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희고 고운 어깨에 턱을 올렸다. 그리고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아무 걱정도 하지마.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알겠지?”
일순 간지러운지 머리를 떨었지만, 한나는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여 보였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옆구리를 잡은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구리에서 복부로, 복부에서 배꼽으로, 배꼽에서 더욱 아래로. 조금 전 보았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쓸어 내려간다.
이윽고 더욱 깊은 곳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뭔가 꾹 닫힌 저항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소중한 곳을 방어하려는 본능인지, 한나가 허벅지를 오므린 것이다.
“한나야.”
“하, 하지만.”
“괜찮으니까…. 응?”
그럼에도 허벅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힘은 살짝 풀었는지 더는 거센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대번에 허벅지를 비집고 들어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손끝으로 가슬가슬한 음모의 감촉이 느껴졌다.
손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다시금 강해지기 시작한다. 말캉말캉하면서도 따뜻한 감도가 전해져 나는 빙그레 웃었다. 잠시 동안 그 촉감을 즐기다가, 다시 천천히 출발. 더욱더 아래로, 여성의 가장 소중한 곳으로.
그러자 비로소 중지 끄트머리에 계곡의 균열이 시작되는 부분에 도착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한 번 살짝 긁어보았다.
한나의 몸이 연거푸 움츠러들고 허벅지는 더욱더 죄어든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안쪽으로 파고든 이상, 제한은 있을지언정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이내 쭉 아래로 내려가자, 균열에서 이어진 세로로 갈라져 내려가는 틈이 느껴진다.
그 틈을 따라, 나는 단번에 그리고 갈라진 틈 끝까지 손을 훑었다.
“흐엉!”
그때였다. 마침내 한나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코에서 흘러나오는 비음이 아닌, 내부서부터 끓어오른 달뜬 음색이었다.
나는 왼팔로 한나의 허리를 감았다. 그러고 그녀의 어깨에 괸 얼굴을 들어 조용히 물었다.
“아까는 끄앙. 지금은 흐엉. 너 되게 독특하다.”
“흐, 흐으, 흐으. 노, 놀리지마?”
“하하. 기분은 어때?”
“하아…. 남자가 만져주니까…. 기분이 되게 생소해…. 확실히 차이가 있네?”
“…남자가 만져주니까?”
“얘는. 나는 살면서 수음 한 번 해본 적도 없는 줄 아니.”
뜻밖의 고백에 잠시 멍하였지만,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야 평소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내면의 본 모습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나만해도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안솔을 예로 들 수도 있을 테고(순간 안솔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라, 나는 거세게 머리를 흔들었다).
어느새 손을 죄는 압박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그토록 굳게 닫혀있던 허벅지가 스스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나는 여전히 앞만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꼭 시치미를 떼는 것 같아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아무튼.
이제 어느 정도 대담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지를 고리 형태로 구부렸다. 그리고 단단히 닫힌 살 틈으로 밀어 넣어 들어갈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틈은 단단하게 다물려 있어, 중지의 입성을 거부하고 있었다. 자그맣게 힘을 주었음에도 끝 마디만 약간 들어갈 정도로 뻐덕뻐덕했다.
‘아까 그대로 넣었다면 엄청 아파했겠지?’
내심 안도하며 나는 허리를 감은 왼손도 아래로 떨어트렸다. 허벅지는 계속 벌어지는 중이라,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나는 왼손으로 옥문(玉門)을 좌우로 벌렸다. 한나의 엉덩이가 비틀렸다.
“으?! 벼, 변태.”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걸.”
나는 천연덕스레 대꾸하며 드디어 노출된 속살을 조심스레, 정성 들여 매만졌다. 그러다 다시 구멍 안으로 느릿하게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이윽고 보들보들한 살 주름과 탄력적인 살결에 중지가 파묻히는 게 느껴졌다. 마치 어쩔 수 없이 허락하겠다는 듯, 그녀의 내부가 밀어 넣은 손가락을 옥여 바싹 죄어온다.
손가락을 들이미는 건 한 마디에서 끝냈다. 마음 같아서는 여성의 최고 성감대라는 지 스팟을 공략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처녀막 뒤에 있는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마디만 걸친 상태서 부드러이 중지를 휘젓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그러나 뜻밖에도 한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하여 슬그머니 얼굴을 살피자 아미를 한껏 모은 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이따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손은 꾹 말아 쥔 상태였다. 내 몸에 기댄 등에서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게, 흘러나오려는 꼭 신음을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는 모습이다.
설마 아까 놀려서 이러는 건가? 어떻게든 신음이 나오려는 걸 막으려고?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조용히 얼굴을 들었다. 옆을 보자 어여삐 솟아나온 한나의 귀가 보인다. 길게 흘러내린 머릿결 틈으로 비죽 새어 나온 게 참 탐스러운 모양새였다. 결국 참지 못해, 나는 그녀의 귀를 덥석 물었다.
“으읍!”
성공할뻔했지만, 실패했다. 아쉬운 마음을 누르며 나는 넌지시 귀 둘레를 우물거렸다. 그리고 살금살금 타고 내려가 부드러운 귓불에 입을 맞췄다.
“으으…. 흐으으…. 으흐으응….”
조금씩이지만 비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언뜻 들으면 흐느끼는 음색이었지만, 파르르 떨리는 귓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왼손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입구를 벌리던걸 멈추고 신속히 틈을 더듬었다. 이내 처음 만졌던 균열에서,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좁쌀만한 돌기가 도드라진 게 느껴졌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어느 순간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돌출된 부분을 세게 쥐었다.
“으아앙!”
순간 한나의 허벅지가 크게 들썩였다. 동시에 자세가 흐트러져, 나를 쓰러트릴 기세로 기대어오기까지.
다시금 터져 나온 신음에 나는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꾸준히 휘젓던 오른 손가락에서 매끈매끈한 액체의 감촉을 느꼈기 때문이다. 샘솟아 흘러나온 진득한 애액은 바듯했던 질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었다.
나는 안을 젓는걸 멈추고 침착히 중지를 빼었다. 소중한 곳을 애무하던 손을 들어올려, 한나가 볼 수 있도록 눈앞에 갖다 대었다. 손끝에는 번들번들한 액이 묻어있었는데, 엄지를 한 번 대었다가 떼자 애액이 실을 끌고 눅진히 이어진다.
“어때?”
한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만 수그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입을 벌려 마디 끝을 머금는다. 곧 살며시 중지에 묻은 애액을 빨아들이는 게, 어디서 본건 있는 모양이다.
“이제 슬슬 시작할까?”
“…응.”
과연 ‘시작’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걱정이 들었지만, 한나는 조용히 허락해주었다.
이미 서로 옷은 전부 벗은 상태였다. 그리고 내 음경 또한 기지개를 편지 오래였다. 기둥에 진한 붉은색이 비치는 게 피가 몰릴 데로 몰린 모양이다.
나는 한나의 엉덩이를 들어 내 쪽으로 딱 붙도록 끌어당겼다. 곧 내 복부와 일어난 기둥 사이의 공간에 그녀를 걸쳐놓은 순간 약한 비명이 들렸다.
“이게 뭐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그, 그렇기는 한데.”
“생물학적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면, 곧 네 안으로 들어갈 거야.”
친절히 덧붙여주고 나서, 나는 찬찬히 책상에 몸을 눕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한나의 몸도 따라 내려오고, 이내 어둠이 스며든 천장에 눈에 보였다.
그러한 와중에도, 이따금 거북이 부분을 살짝살짝 만지거나 콕콕 찌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처음 보는 음경이 어지간히 신기한 모양이다.
아무튼 천천히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나는 은근히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손이 뿌리를 잡아 조준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몸을 겹쳐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 터라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살려 나는 침착히 국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몸 전체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
한나의 몸이 떨고 있었다. 그녀도 이제 시작한다고 느꼈는지 다시 긴장이 치솟은 모양이다. 나를 생각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몸은 정직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데 사용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여태껏 물고 있던 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적당히 긴장을 풀어줄 요량이었다.
“천장에 무늬 보이지? 눈을 감고 하나씩 세고 있어. 눈 꼭 감고 하나씩 세고 있으면 끝날 거야.”
“…정말?”
“그럼.”
한나는 내 말대로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고요히 입술을 떼었다.
“하, 하나…. 둘…. 셋….”
…진짜로 세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아니 그전에, 눈을 감고 있는데 어떻게 무늬를 세는 걸까?
나는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성의 끄트머리가 어딘가에 걸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나를 양손으로 잡아 천천히 밀어 내린다. 그와 동시에, 페니스는 반대로 느릿하게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삽입의 시작이었다.
“열하나…. 열두우우…? 울윽!”
“으음.”
한나는 소중한 곳이 강제로 돌파되는 감각에 비명을 지르고, 나는 머리 부분을 조이는 뜨끈한 압박에 감탄을 질렀다. 순간 이대로 한 번에 뚫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지만, 가까스로 다스릴 수 있었다. 대신 돌입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좌우로 움직였다. 아까 흘려낸 애액을 묻혀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는 셈이었다.
한나를 앞으로 어떻게 대할지 자신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스스로 안기고 싶다고 다가온, 울타리 안에 있는 사용자요 여인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함께하는 동안만이라도 최대한 잘해주고 좋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것은 첫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유…. 여, 열셋…. 열넷…. 열다섯….”
하여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한나의 커다란 숨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다시 숫자를 세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다시금 남성을 찔러 넣었다.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한나의 내부는 상당히 좁아 들어가는 압박이나 조임이 상당히 심했다. 그러나 페니스는 꾸준히 진입했다. 내 것에 꿀이라도 발라놨는지, 미친 듯이 달라붙고 흡입하는 주름을 가르며 착실히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다. 약 사 분의 일 정도 들어갔다 싶을 즈음, 갑자기 미묘한 저항감이 생겼다. 살짝살짝 눌러보았으나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가지지 않는다. 약한 탄성과 신축성을 가진 끈끈한 점막이 내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게 뭔지 알 것만 같아, 나는 조용히 한나의 이름을 불렀다.
“한나야.”
한나는 더는 숫자를 세지 않았다. 청초하고 상냥했던 얼굴은 밀려오는 고통에 일그러진 상태였다. 여전히 눈은 감고 있었지만, 숫제 입술까지 세게 깨문 게 피가 흐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이제 들어갈게. 조금 아프겠지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알겠지?”
입을 열기도 힘겨운 듯 한나는 고개만 겨우 끄덕여 보였다.
이윽고 나는 침착히 페니스를 움직였다. 한없이 조심스레 밀어 넣었지만 이내 페니스와 처녀막이 맞닿을수록, 점막이 오목하게 늘어날수록 내부의 죄임이 더욱 심해진다. 반대로 내 페니스는 팽창할 만큼 팽창해, 이러다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팔부능선은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원래는 끝까지 느린 리듬을 타려고 했지만, 이리도 힘들어하니 빨리 끝내주는 게 더 나을 듯싶었다. 한순간 고통이 있겠지만 차라리 단번에 삽입 후 움직임을 멈추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나을 것이다.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한나의 탄탄한 엉덩이에 손을 대어 한두 번 고쳐 잡았다. 또한 내 엉덩이도 살짝 들어 강제 돌파의 준비를 모두 마쳤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까. 일순 한나의 고개가 돌아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지체 않고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내리는 것과 동시에, 페니스 또한 있는 힘껏 쳐올렸다.
“아악!”
잠시 숨이 끊어진 듯,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끝까지 저항하던 얇은 점막이 단번에 찢어지는 게 느껴졌다. 페니스는 점막을 찢고 들어가, 내 의도대로 단숨에 뿌리까지 파고 들었다. 드디어 끝까지 삽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나의 거친 몸부림이 느껴져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한나야. 끝까지 들어갔어.”
“아윽…! 아으윽…!”
우리는 마침내 한 몸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나의 머리는 거센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몸을 바싹 꼬며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고통은 가중되기에 나는 그녀의 몸을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껴안았다. 그리고 두 다리를 들어 한나의 다리를 감싸고 페니스를 깊게 묻었다. 그러한 상태서, 나는 한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리듯 기대었다.
잠시 후, 한나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고통은 여전한지, 아니 상상 이상인지. 그녀의 흰 볼에는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렇게 가만히 있다 보니 급격했던 숨소리가 사라지고, 대신 희미한 흐느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허여멀건 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많이 아파?”
“…으응. 갑자기 몸이 둘로 쪼개지는 기분이 드는 게…. 흑. 너, 너는…?”
“나는…. 무척 기분이 좋아.”
그냥 사실대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한나의 안이 정말로 기분이 좋았으니까. 꿈틀꿈틀 하면서도 페니스를 완벽하게, 안락하게 감싸 안는다. 어찌나 예민한지 뜨겁고, 조이고, 바르르 떨리는 느낌까지 생생히 전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뜨거움에 녹아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몸을 감았던 팔과 다리는 풀었지만, 계속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자 조금은 적응이 됐는지 한나가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이, 이해가 안 돼…. 이게 도대체 어떤 게 좋은 건지…. 나는 아파 죽겠는데.”
“처음이라서 그래. 그리고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강도도 다르고. 익숙해지면 다른 게 느껴질 거야.”
“그렇구나…. 아, 아무튼 이제 끝이야?”
“끝이긴. 이제 시작인데.”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한나는 일순 멍한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나를 따라 환히 웃어 보였다.
“그래도…. 이러니까 되게 좋다. 후후.”
“…벌써 좋을 리는 없을 텐데? 혹시 색녀?”
“바보! …그게 아니라, 너한테 안긴 게 좋다는 거야.”
숨이 차는 듯, 한나는 잠깐 숨을 토해내곤 바로 말을 이었다.
“네가 그렇게 부드럽게 웃어주는 것도, 상냥하게 말해주는 것도…. 나한테는 처음이라는 거 알아?”
“예전에는 아니었나?”
“…테라스에서만 해도 거리감이 있었어. 어떻게든 줄이려고 했는데 줄여지지 않은 거리감. 그런데 이제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야. 응응. 꼭 특별해진 느낌이랄까…. 아, 물론 이따금 날 음흉한 눈으로 보기도 했어. 특히 가슴을 볼 때마다…. 으윽!”
잘나가다 갑자기 헛소리를 해, 나는 페니스를 아주 살짝 움직였다. 한나의 반응은 격했다. 일순간 몸을 푸들푸들 떨더니 공중으로 몇 번이나 헛발질을 시작한 것이다. 이내 잔물결이 이는 그녀의 복부를 매만지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말을 정정할 기회를 줄게.”
“너, 너. 정말 두고 봐. 나중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복상사 당할 각오…. 으응! 아, 아파! 미안해!”
다시 한 번 움직이자 한나는 내 허리를 몇 번이고 치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서로 웃었지만 사실 마음 한 켠으로 두려움이 들었다.
예전에 한 번, 고연주와 가졌던 관계에서 그녀를 울리고 실금까지 하게 만든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인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이후 우리는 한 번 더 관계를 가졌는데, 그날 각성한 고연주에게 정말로 복상사를 당할뻔한 적이 있다.
하여, 나는 투덜투덜대는 한나를 정성스레 껴안았다.
“어때. 이제 좀 움직여도 괜찮겠지?”
“…아까보다는 괜찮아. 여전히 아프지만, 조금은 적응한 느낌?”
“그럼 천천히 시작해보자.”
“으응.”
한나는 소극적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끝까지 뺐다가 넣는 게 아니라, 조금씩 넣었다 빼기 시작했다.
삐걱….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책상이다. 그리고 최대한 느리게 움직였음에도, 이음새가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응…. 윽…. 으응…. 흐윽….”
비음과 고통 젖은 신음이 번갈아 흐르기 시작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한나는 어떻게든 나를 받아들이려 애를 쓰고 있다는 것. 처음 해보는 섹스라 그런지 그녀는 어색하게나마 허리를 놀렸지만, 몇 번 엉덩이를 쳐주자 이내 가만히 모든 걸 내게 맡겼다.
아직은 빡빡한 한나의 안. 슬쩍 빼면 꽉 조였던 질이 서서히 풀리지만, 다시 밀어 넣자 대번에 수축한다. 풀었다 조이는 게 반복될 때마다 극에 달한 쾌감이 페니스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삐걱….
“아….”
삐걱…!
“아…!”
마치 추임새를 넣는 것처럼, 책상 소리가 날 때마다 한나의 신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조금도 추잡하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다. 오히려 괜찮으냐고, 아프지는 않냐고, 이제 그만할까고 물어 보고픈 애틋한 음색이었다.
“하~아.”
한나의 침 흐르는 입가에서, 뜨거운 숨결이 새어 나온다. 나는 곧장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벌려진 틈으로 따끈하면서도 달콤한 내음이 물씬 흘러들었다. 한나 또한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아픔을 잊으려는 듯 적극적으로 입맞춤에 호응했다.
삐걱…. 삐걱….
이내 책상 소리와 야릇하게 빨려 들어가는 침 소리가, 적막했던 방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자정에 바로 다음 회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