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30
00429 2부 프롤로그(Prologue) : 악마들의 회담. =========================================================================
악마(The Devil), 그리고 마족(Asmodians).
악마란 악을 대표하는 존재로 신에 반(反)하여 인간을 타락시키려는 존재를 일컫는다.
마족이란 악마들의 피조물로써 악마의 명을 받들고 의지를 수행하는 존재를 일컫는다.
악마들의 계급 구조는 거미줄과도 같이 복잡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힘’이라 볼 수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 우승열패(優勝劣敗).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고 환경에 적응하는 자들만이 살아남는 살벌한 생존 경쟁.
나은자는 이기고 못한 자는 패한다. 패배자에게 선택권은 없다. 죽음이든 멸망이든 봉사든, 패배자의 권한은 일체 승리자에게 돌아간다.
그게 바로 마계를 지배하는 법칙들이다.
‘힘’을 척도로 계급을 나누자면, 마족은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피조물들을 다스리는 존재는 당연히 악마들인데, 마족을 다스리는 악마는 총 14명이며 그들을 ‘악마 14 군주’라고 칭한다.
또한 ‘악마 14 군주’를 통제하는 대군주급 악마들도 존재한다. 마계를 7분할로 나눠 다스리는 그들은 각각 ‘7대 악마’라 불리며, 각각의 이름과 칭호는 이렇다.
‘모든 악마의 왕’, ‘적대자’ 사탄(Satan).
‘잔혹한 파괴자’, ‘동쪽의 왕’ 바알(Baal).
‘음욕’ 아스모데우스(Asmodeus).
‘타락 천사’ 루시퍼(Lucifer).
‘분노의 악마’ 아스타로트(Astaroth).
‘밤의 여왕’, ‘대 탕녀’ 리리스(Lilith).
‘폭식’, ‘탐욕의 왕’ 벨제부브(Beelzebub).
마족은 악마의 피조물인 만큼 창조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지닌다. 눈앞에서 “죽어라.” 명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
마족을 만들어내는 역할은 원래 ‘악마 14 군주’들의 역할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악마 14 군주’는 ‘7대 악마’의 영향하에 있는데, 각 세력의 성세에 따라 ‘악마 14군주’를 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장 세력이 약한 ‘밤의 여왕’, ‘대 탕녀’ 리리스는 아래 단 한 명도 군주급 악마가 없어, 스스로 마족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가장 세력이 강한 ‘모든 악마의 왕’, ‘적대자’ 사탄은 아래 4명의 군주급 악마를 두고 있다.
마계(魔界).
변화 없는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이루어지는 정글과도 같은 자연의 세계. 생기, 활기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칙칙하고 불길한 기운만이 감도는 세상.
하늘은 검푸른 보랏빛으로 물들어있고 쩍쩍 갈라진 대지는 황폐화된 황야와 같다. 물론 모든 지역이 이와 같은 건 아니지만, 어느 곳이든 적어도 하나의 공통점은 존재한다.
그건 바로 ‘빛’이 없다는 것이다. 나무나 풀은 시퍼런 빛을 띠고 있었으며, 강에 흐르는 물 또한 새까맣기 그지없었다.
이따금 보이는, 척박한 대지에 세워진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황무지라 부를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방에 우거진 잡초와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되지 않는 복잡함이 어우러진 장소.
간신히 눈에 띄는 건 붕괴 직전으로 보이는 오래된 고성밖에 없다. 개중에서 딱 하나 볼게 있다면, 바로 고성의 규모였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세워진 고성의 키는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는 언제 봐도 정이 안 간다는 말이야.”
성의 어두운 통로를 걷던 청년이 빙긋 웃었다. 아니, 외양으로 보면 온전한 청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까? 얼굴부터 발끝까지는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딱 한 가지가 다르다.
청년의 정수리에는 검붉은 빛이 감도는 뿔이 뾰족하게 돋아나 있었다. 청년이 아닌, 청년의 모습을 한 악마였다.
악마는 한가로이 통로를 지나치고는 앞쪽 활짝 열린 문을 향해 걸었다. 개방된 문이었지만 내부는 암흑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악마가 문에 다다른 순간 좌우를 지키던 두 명의 마족이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 외양이나 풍기는 기도는 그들이 최상급 마족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스타로트 님.”
“그래. 벌써 다들 도착했나?”
“밤의 여왕님을 제외하고는 전부 안에 계십니다.”
“밤의 여왕님은 무슨. 그냥 창녀라 불러, 창녀. 마계 공식 창녀인데 여왕님의 호칭은 너무 과분하잖아? 대 탕녀라면 모를까.”
아스타로트의 거침없는 발언에 두 마족은 가만히 서서 입만 벙긋거렸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악마와 마족은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더구나 그 대상이 정점에 선 ‘7대 악마’중 하나라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여간 루시퍼의 권속들은 따분하다니까. 아스모데우스나 벨제부브의 권속들같이 받아넘기는 맛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다시 정중히 머리를 숙이는 마족을 보며 아스타로트는 쯧쯧 혀를 찼다.
“죄송할 필요까지야. 아무튼 들어간다.”
“분노하는 악마에게 타락의 영광을.”
아스타로트는 으스스 몸을 떨었다.
루시퍼는 원래는 천사였지만 스스로 타락해 악마가 된 존재이다. 과거에 천사였다고 해서 딱히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딱 하나 참지 못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루시퍼가 천사였을 때 들였던 습관이었다.
항상 누구를 부를 때마다 “타락의 영광.”이라는 말을 붙이는데, 아무리 넉살 좋은 아스타로트라도 이런 격식은 견디기 힘들었다.
“영광은 개뿔.”
아스타로트는 조용히 뇌까리며 문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육안으로는 꿰뚫어볼 수 없는 캄캄한 암흑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빛이 없는 공간인데, 이곳은 특히 심하다고 볼 수 있을까? 칠흑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색도 찾을 수 없는 게, 마치 어둠만이 존재하는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스타로트는 여유만만이었다. 여러 번 와본 적이 있는지, 아까 통로를 지나칠 때처럼 한가로이 걸었다.
그렇게 5분간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 문득 고요한 목소리가 어둠을 울렸다.
“늦었군. 아스타로트.”
“이 목소리는…. 루시퍼?”
아스타로트는 걸음을 정지했다. 그리고 전방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서 말이야. 또 불시에 소집된 회의잖아? 그러니까, 고작 몇 분 늦은 것 가지고….”
“회의는 6일전 통보가 갔을 터. 연락을 받지 못한 건가?”
“아, 거참 짜증나게 구네. 너 정말…!”
“목소리를 줄여라, 아스타로트. 그대는 분노의 악마지만, 이 공간의 주인은 바로 나. 오직 나만이 소리를 높일 자격이 있다. 그러니 분노를 터뜨리는 건 때와 장소를….”
“미안.”
아스타로트는 바로 사과했다. 그리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저 융통성 없는 외곬의 결정체와 말을 나누느니 깔끔하게 사과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대군주급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히 잘못을 인정하는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스타로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발 좀 닥쳐.”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이내 ‘분노의 악마’는 한껏 움츠러든 몸으로 자리에 앉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어느새 아스타로트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의자가 있었다.
아스타로트는 한숨을 돌리고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기운을 느꼈다. 적대, 파괴, 타락, 음욕, 탐욕. 총 5개의 이질 된 기운이 보내는 흥미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자신까지 포함하면 6명.
아스타로트는 의자에 한껏 몸을 묻으며 다리를 꼬았다.
“자. 그럼 어떤 일로 회의를 개최했는지, 천천히 얘기를 들어볼까?”
“아직. 한 명. 리리스.”
그때 아직 앳된 어린 여성의, 그러나 차가우면서도 고저 없는 음색이 아스타로트의 말을 받아 쳤다. 연초를 꺼내던 ‘분노의 악마’는 힐끔 왼쪽을 주시했다. 그리고 서서히 마기를 일으켰다.
이윽고 커다란 의자에 앉은 채, 곰인형을 꼭 안고 있는 작은 체구의 여자 아이가 눈에 들었다. 그녀의 큼직한 눈 또한 아스타로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백금 색 머리칼은 단발로 짧게 쳐 머리띠로 가지런히 정리했다.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과 젖살이 통통히 오른 볼. 착 가라앉은 푸른색 눈동자가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외양만 본다면 번쩍 안아 들어 어깨에 올리고픈 자그마한 체구였다.
아스타로트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연초에 불을 붙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바알.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귀여워졌네.”
“농담. 재미.”
“하하.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걸?”
“진심. 날려.”
일순 여자 아이, 아니 ‘동쪽의 왕’ 바알에게서 파괴적인 마기가 치솟았다. 아스타로트는 혼비백산한 얼굴로 두 손을 들었다.
“실은 농담이었어. 재미있었지?”
파괴적으로 치솟던 마기가 삽시간에 가라앉는다. 아스타로트는 연초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유. 아무튼 늦은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대충 시작하자고.”
“그럴 수는 없다. 더구나 리리스라면 어둠의 숙녀. 몸단장하는 숙녀를 기다리는 건 응당 신사가 해야 할 노릇이지.”
다시 한 번 고요한 목소리가 흘러들었지만, 아스타로트는 코웃음으로 응대했다.
“숙녀는 개뿔. 설마 공식 창녀가 몸단장이라도 하고 올까? 분명 회의는 잊고, 어디선가 신나게 박고 있겠지. 꼴사납게 마기를 구걸하면서 말이야. 아스타로트 님~. 죄송해요~. 부디 이 천한 창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나 그때 아주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스타로트는 한껏 가는 음색을 내어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거기다 몸까지 비비 꼬자, 여태껏 가만히 있던 두 악마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켈켈켈켈!”
“크륵크륵! 크륵크륵!”
추악한 음욕과 지저분한 탐욕이 묻어나는 웃음소리였다.
그때였다.
– 쾅!
어디서 났는지 모를 폭음과 함께 추악한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분명한 거대한 폭발이었지만 정작 악마들은 태연했다.
아스타로트가 연초를 힘껏 빨아들이자, 연초는 삽시간에 재로 변해 부스스 흘러내린다. 이윽고 ‘분노의 악마’는 짐짓 태연자약한 얼굴로 천연덕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고. 우리 대 탕녀께서 행차하셨군요. 이번에는 어인 일로 이렇게 늦으셨는지요.”
볼 것도 없이 ‘밤의 여왕’ 리리스의 등장이었다. 이내 또각또각 걷는 소리가 공간을 울리고 6명의 악마가 모인 장소로 가까워졌다.
아스타로트는 비로소 연기를 코로 흘려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마침 잘 왔어. 네가 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했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지. 직접 경험한 이로서, 네가 스스로 얘기를 들려주는 건 어떨까?”
“켈켈, 켈켈켈켈! 듣고 싶다! 듣고 싶다!”
음욕 어린 목소리가 추임새를 넣는다.
리리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한 곳으로 이동해 자신의 자리에 얌전히 몸을 앉혔다.
아스타로트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는 검은 실루엣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비열하게 웃어 젖혔다.
“이야. 정말 몸단장이라도 하느라 늦었나 보네. 꼴이 그게 뭐야? 어울리지 않게. 이제 공식 창녀라는 직함을 버릴 생각인가?”
“아스타로트.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네 시비 받아주러 온 거 아니니까.”
비로소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야릇하면서도 색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억양의 높낮이가 일정한 게 시큰둥한 말투이기도 했다. 아스타로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 이제 성깔 좀 부린다 이건가? 어디서 좋은 악마라도 잡았나 봐? 누구냐? 리리스의 치마폭에 쌓인 7대 악마가?”
아스타로트가 두 손을 들어 과장하며 손을 흔들자 그쳤던 웃음이 다시 이어졌다.
리리스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웃음이 그치기만을 기다리더니 이내 키득 웃으며 말했다.
“한심한 꼬락서니들하고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닐 텐데?”
“오호.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소식 들었지. 애당초 이 회의가 개최된 것도 다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무어?”
한순간 리리스의 시선이 세 악마를 재빠르게 훑었다. 조금 전까지 신나게 웃던 악마들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한 놈은 모두가 공들였던 서 대륙을 한 번에 말아먹었고.”
‘탐욕의 왕’, 벨제부브가 몸을 흠칫했다.
“또 한 놈은 되지도 않는 북 대륙에 힘을 쏟다가 씨앗만 잔뜩 잃었지. 아! 얼마 전에는 악마 14 군주 중 한 명을 잃었다며? 그것도 북 대륙 사용자한테. 어떡해. 마몬만 불쌍하게 됐지.”
‘음욕’ 아스모데우스가 머리를 수그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은, 조금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한때 지옥의 제후랍시고 기세 좋게 홀 플레인의 지옥으로 들어갔다가, 와장창 깨지고 돌아왔지. 그뿐이니? 마찬가지로 악마 14군주인 메피스토펠레스까지 헌납했잖아?”
‘분노의 악마’ 아스타로트가 주먹을 쥐었다.
“호호호호.”
리리스는 여전히 시큰둥한 목소리로 비웃더니 갑자기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멍청한 새끼들.”
“이…!”
그에 분노한 아스타로트가 벌떡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였다. 그 순간, 예리한 기운들이 의자 주변으로 동시에 내려 꽂혔다.
“…인간들의 말 중에.”
어둠 너머, 그러니까 아스타로트의 정 반대편 쪽.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지.”
깊디 깊은 심연 속에서, 나지막이 기어올라온 듯한 음성이 칠흑의 공간을 웅웅 울렸다.
아스타로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반대편에는 열손가락을 서로 엇갈리게 맞추어, 이마에 기댄 채 앉은 남성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 그 자체였지만, 주변의 기도나 목소리에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법칙에 충실한 모양새는 보기 좋지만…. 마냥 좋다고 생각하기에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 미안하다. 사탄.”
“오늘따라 유난히 사과를 많이 하는군. 아스타로트.”
“…으음.”
아스타로트는 침음을 흘렸다.
한 쪽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분노의 악마’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은 가만히 있어야 할 때라고.
“그럼 다들 모였으니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루시퍼?”
“괜찮습니다 사탄. 공간의 주인은 저이지만, 당신은 충분히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자격이 있는 존재에요.”
아스타로트를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예의 바른 목소리가 화답했다.
칙, 치익.
어둠에서 아주 잠깐 불이 켜졌다가 사라졌다. 이윽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희뿌연 색 연기가 공간 속으로 녹아 들었다.
“후. 서 대륙이든, 북 대륙이든, 그리고…. 아무튼 상황 설명은 리리스가 대충 해주었으니 생략하도록 하지.”
“…….”
“이번에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시피, 얼마 전 아스모데우스 휘하 14 악마 군주…. 마몬의 소멸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켈, 켈, 켈, 켈….”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더더욱 얼굴을 숙였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덜덜 떠는 게, ‘7대 악마’라고 보이지는 않는 태도였다.
“그러한 결과에 이르기까지, 과정이나 잘못을 가리기 전에.”
딱!
사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텅 비어있던 바닥에서, 일순 짙푸른 마법 진이 그려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단,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어서 사탄이 말을 매듭지은 순간, 마법 진이 크게 일어나며 하나의 영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 끄아아아아아아악!
마법 진이 발하던 빛이 사그라졌다. 대신 한 광경을 비추는 영상과, 끔찍한 비명만이 사라진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불타는 마을이었다. 깊은 산속 불타는 마을에서, 오직 거세게 일어나는 불길과 새카만 연기만이 광경을 가득 비췄다.
– 흐어, 흐어어, 흐어어어!
“마, 마몬!”
익숙한 목소리였는지,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 시끄러.
– 아아아아아아아악!
차가운 일갈과 함께 다시 한 번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윽고 불길과 연기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광경에는, 비대한 몸집의 악마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사늘한 눈길로 악마를 오연히 내려다보는 한 사용자. 그는 손잡이만 보이는 검과, 주변에 맑은 불꽃을 두르고 있는 건장한 남성이었다.
– 화륵! 화르륵!
이내 불꽃이 맑게 타올랐을 때, 악마들은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 작품 후기 ============================
2부의 시작입니다.
1부가 탐험을 하고 힘을 쌓고 사용자와의 관계를 맺는데 집중했다면, 2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요약하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스토리라고 할까요? 하하.
아. 이브의 혈통은 제가 설명을 어렵게 적어놨나 봅니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잠시 후기를 빌리겠습니다.
1. 장비로 올라간 능력치는, 장비를 해제해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상승된 능력치에 한해서는 귀속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2. 이상, 이하는 경계 값이 포함되며, 초과, 미만은 경계 값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김수현의 능력치는 이렇습니다.
[근력 96(+2)] [내구 92] [민첩 98] [체력 92(+2)] [마력 96] [행운 90(+2)]이브의 혈통 세 번째 선택지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사용자의 여섯 능력치 중 하나가 무작위로 선정돼 2포인트 만큼 하락합니다.
→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차감된 포인트에 2를 곱해 4포인트 만큼 되돌아옵니다.
→ 이해하셨을 겁니다.
되돌아온 능력치 포인트는 자유롭게 올릴 수 있습니다.
→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해당 능력치가 하락한 능력치의 십의 자리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초과할 경우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 해당 능력치는 사용자가 올리려는 능력치를 지칭합니다. 하락한 능력치, 이 조건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래 조건에 적어놨지만, 정확히는 하락하기 전 원래 능력치 포인트를 지칭합니다. 하여 현재 수정한 상태입니다.
다만, 기준 값은 하락하기 전 능력치를 대상으로 잡습니다. 또한 십의 자리는 하락한 능력치를 따르되, 일의 자리는 0으로 계산합니다.
→ 바로 이 조건이죠. ab란 숫자가 있을 때, a는 십의 자리라 가정하고 b는 일의 자리라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조건을 따르면, a는 그대로 가져오고 b는 무조건 0으로 계산합니다. 즉 이브의 혈통 복용 조건으로 나오는 기준 값이 a0으로 계산되는 겁니다.
이것을 김수현의 능력치 전부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기준 값은 ‘하락하기 전 능력치’를 대상으로 잡습니다. 즉 하락하기 전 능력치를 기준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준 값은, 90, 90, 90, 90, 90, 90이므로 90을 초과하면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상승시키려는 능력치가 91이상이면 올릴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김수현이 근력, 민첩, 마력이 떨어지면 기준 값이 90으로 적용됩니다. 올릴게 행운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구, 체력, 행운이 떨어지면 똑같은 기준 값이라 하더라도, 각각 90, 90, 88포인트로 하락합니다. 즉 91을 초과하지 않으니 4포인트를 사용할 여지가 생긴다는 말이지요.
충분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PS. 사용자 정보는 다음 회부터 등장 인물마다 후기로 올리겠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 아마 그 방법이 독자 분들께서 가장 보기 편하시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