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41
00440 한결의 구출. 그러나…. =========================================================================
나와 남다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우 방향을 경계하고 있자, 이윽고 전신의 살갗이 갈라진 채 검붉은 안광을 흘리는 놈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또?”
아직 내 옆에 남아있던 남다은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떠 재빨리 좌우로 들어오는 놈들을 살폈다.
‘총 12마리.’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좌에서 6마리, 우에서 6마리가 출현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그것은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망인들이 들어오는 수가 6마리로 딱딱 정해져 있다는 것. 전투도 마냥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게 아니라, 일말의 반응은 보이고 있었다. 마치 정식 훈련을 거친 군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놈들의 이러한 반응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1회 차에서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에 비해, 2회 차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은근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남다은은 ‘설아’를 빙글 돌리더니 금방이라도 달려가려는 자세를 잡았다.
“클랜 로드. 앞쪽은 준영씨와 소림이에게 맡겼으니,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인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사용자 남다은은 좌 방향을 맡아주세요. 저는 우 방향을 맡도록 하지요.”
우리 둘은 서로 한 번 눈을 맞추고는 각자 지정한 방향으로 뛰었다. 이내 홀로 들어오는 나를 발견했는지, 망인들 또한 각자 창, 도끼 등을 치켜들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이윽고 선두와 맞부딪치기 직전, 나는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조절해 검을 크게 내리그었다.
망인은 역시나 머리 위로 방패를 들어올리며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내려친 검은 방패를 스치듯 그어 내렸다. 그리고 검이 끝까지 아래로 내려갔을 때, 나는 조금 더 밀어 넣은 후 위로 세게 올려 쳤다.
푸걱! 푸거거걱!
썩은 통나무를 베어 올리는듯한 느낌. 자세히 보니 살갗 속에 빛 바랜 쇳조각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단순히 살만 갈라터진 게 아니라, 생전에 착용했던 갑옷이 살결에 늘러 붙은 것 같았다.
잠시 후, 망인은 도끼를 치켜든 자세 그대로 낭심부터 머리 끝까지 두 조각이 난 채 갈라졌다. 그러나 검을 거둘 틈도 없이 나는 신속히 몸을 돌렸다. 갈라진 틈으로 울긋불긋한 창이 매섭게 짓쳐 들어온 것이다.
쉭!
그 와중에 머리를 노렸는지 창 끝이 귓불을 스치는 게 느껴졌다. 회피는 고개만 틀면 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일월신검을 왼손으로 옮긴 후, 허리를 살짝 낮추며 창이 질러온 방향으로 검을 마주 찔렀다.
푸욱!
검이 어딘가에 깊숙이 박힌 느낌이 들었다. 어디든 좋다. 이어서 주저 않고 마력 폭발을 사용하자, 찢어지는 폭음과 함께 검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비록 일부가 나에게 튀었지만, 나는 전혀 아랑곳 않고 검을 비스듬히 당겼다. 그러자 목 위가 끔찍하게 터져나간 망인이 스르르 몸을 허물어뜨렸다. 문득 볼에 묻어 흐르는 액체가 차갑게 느껴졌다.
이로서 순식간에 두 명을 처치했다. 이제 남은 망인은 네 명. 그러나 곧바로 다시 네 자루의 무기들이 날아들어, 나는 차분히 몸을 빼며 발악하는 망인들을 주시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망인이라 함은 원래 의식 없이 집념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나 아까 수준급 마법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지금도 연계가 가히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몇 걸음을 더 물려 할퀴듯 지나간 공격을 피해낸 후, 나는 도로 대지를 박차 놈들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한꺼번에 베어버리려 검에 회전을 가하려는 찰나, 갑자기 앞뒤로 강하게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였지만 눈앞에 검게 변하고, 검에 미묘한 압박이 가해지는 걸 느꼈다.
‘이놈들 봐라?’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목덜미로 뭔가 싸늘한 것이 흘러들었다. 흘끗 쳐다보자 두 놈이 내 앞뒤로 육탄 공격을 했고, 다른 한 놈이 온몸으로 내 검을 붙잡고 있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망인은 도끼를 크게 치켜든 채 나를 쪼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빠!”
시끄러워. 누군가의 외침에 속으로 대답한 후, 나는 최대한 마력을 끌어올렸다. 일단은 검의 자유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 하여 다시금 마력 폭발을 일으키는 것과 함께, 빠르게 발을 놀려 도끼를 든 망인의 다리를 걸었다.
끄억?!
망인은 일순간 비틀비틀했으나, 곧바로 자세를 잡으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검을 봉쇄하던 놈은 이미 온몸이 터져나간 상태였다. 하여 도끼를 든 놈이 완전히 몸을 일으키기 전에, 나는 자유로워진 일월신검을 들어 망인의 머리를 신속히 내리쳤다.
서걱!
크어어억!
끄어어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망인의 목이 툭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분명 처리한 건 한 놈인데 두 놈에게서 비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앞뒤로 들이친 망인들의 압박이 느슨해진 게 느껴졌다. 거기다 앞쪽에 있는 놈은 주춤주춤 몸을 물리기까지. 그뿐만이 아니라 부근에서 시커먼 연기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망인의 몸에서 나는 연기였다.
뭔가 싶어 시선을 내린 순간, 내 몸에 흐르는 은은한 빛과 그 사이사이 녹아 내리는 반짝거리는 가루들이 보였다. 이 빛은 사제의 능력이고, 가루는 아까 본 한별의 증폭 마법이었다. 그렇다면….
화아악!
이윽고 가루가 완전히 녹아 내렸을 때, 은은했던 빛이 찬란히 터지며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나갔다.
빛은 주변에 서 있던 망인을 완전히 덮쳐 들었고, 이어서 전신이 녹아 흘러내리는 망인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사제 한 명과 한별이가 합작해 나를 지원한 모양이다.
그러나 내 뒤를 잡은 망인은 아직도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바로 등 뒤로 검을 찔러보았으나 애꿎은 허공만 가르는 게 느껴졌다.
흘끗 아래를 내려다보니 중간이 끊어 떨어진 망인의 하체가 보였다. 목에 뜨거운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게, 아마 내 목을 감은 상태로 빛에 맞은 모양이다. 이내 몸을 크게 한 번 털자, 망인은 힘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
이로서 우 방향으로 들어오는 망인은 전부 처리했다. 그러나 전방이나 좌 방향에서는 아직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나는 목에 흐르는 액체를 쓱 닦은 후 지체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
전투가 끝났다. 첫 전투를 무사히 마치고 승리를 거둬서일까. 재정비에 들어간 클랜원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상처 없는 승리는 아니었다. 이번 전투의 부상자는 총 2명. 가장 선두에서 싸운 차소림과 좌 방향을 맡은 남다은이었다.
다행히 둘 다 그리 심하지는 않은 부상으로 차소림의 경우 동귀어진으로 들어온 방패 치기에 손목에 충격을 받았고, 남다은은 왼팔에 길지만 얕은 자상을 입었다. 본인은 실수였다고 했지만, 내구 능력치가 낮은 남다은으로서는 있을 수 있는 상처였다.
우정민, 선유운, 허준영은 망인들을 살펴보다가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러더니 허준영이 내 귓가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출현하는 망인들의 근력 능력치를 계산해보면, 대강 80은 넘는 것 같다. 만만한 수치는 아니야.”
“남다은이 말해주던가?”
“아니. 정확한 수치는 말해주지 않았다. 대강 알려줬어.”
“…그런가.”
허준영의 부연 설명에 나는 싱겁게 웃었다. 사용자 정보는 극비에 해당하는 정보였지만, 같은 클랜이라는 하에 이 정도의 교류는 가끔 이루어지는 편이다. 적을 정확히 알아야 다음에 더욱 확실한 방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나한테는 크게 의미 없는 말이었지만.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상대들은 해보니 어떻습니까?”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워낙 악명이 높길래 속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전투였어.”
허준영은 즉시 대답했다. 그러나 우정민 선유운은 그렇지는 않은 듯, 머리를 갸울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생각보다는 쉬운 전투였습니다. 그러나 공터에서 안솔의 능력에 당한 열 구의 사체를 발견했고, 그 중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망인도 끼어있었습니다. 아마 안솔양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네 분께서 앞에서 그렇게 잘 버텨주지 못했다면 꽤 힘든 전투가 되었을 겁니다.”
“이하 동문입니다.”
우정민의 장황한 설명에 선유운은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나는 느릿하게 말을 흘렸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망인들은 여타의 괴물보다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서로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전투하는 방식에서 우러나오는 강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첫 전투를 솔직히 평가해보면 나는 우정민과 똑같이 말할 것이다. 생각보다는 쉬웠다고.
나는 천천히 머셔너리 클랜원들을 둘러보았다. 망인들은 여전히 강했지만, 우리는 더 강하다. 몇 명만 제외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클랜원들은 거의 최고 정예 급 사용자들이었다. 또한 아까 안솔의 재빠른 대응과, 허준영과 차소림의 훌륭한 연계는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도 많이 강해졌으니까.’
1회 차에 워낙 고생고생하며 탐험하던 기억만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산맥에 들어가기 앞서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투로 내 생각은 완전히 뒤바뀐 상태였다.
나는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 현재 여기 서 있는 머셔너리 클랜원들의 수준은 그때 이스탄텔 로우의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어쩌면 이번에 용이 잠든 산맥을 완전히 공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상념에서 깨어난 후, 나는 아직도 쳐다보고 있는 세 명의 사내를 향해 말했다.
“다음 전투에서도 난전이 벌어지면, 근접 계열들은 각자의 무기에 사제의 축복을….”
그러나 도중에 나는 갑작스레 말을 멈췄다. 한 쪽에서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분히 고개를 돌리자 양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쭈그려 앉아있는 유정을 볼 수 있었다. 유정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머리를 끄덕였다. 계속 말하라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왜?”
“아니. 그냥 보기 좋아서.”
“보기 좋다고?”
“잘생긴 남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잖아. 계속해줘. 보기 좋다.”
아까 망인의 피가 궁금하다고 외친 여인은 어디로 갔는지, 유정은 예쁘게도 웃었다. 허준영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우정민은 피식 웃었으며, 선유운은 쑥스럽게 웃었다.
아무튼 보거나 말거나 계속 말을 이으려는 찰나, 이번에는 누군가 다급히 뛰어와 내 팔을 부여잡았다. 또 뭔가 하고 미간을 좁히자 매우 급한 얼굴을 한 한별이 보였다.
“오, 오빠. 큰일났어요.”
“큰일?”
“하, 한결이가 아까부터 보이지 않아요.”
“어? 아, 맞다! 백한결!”
유정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모두 그 소리를 들었는지, 한순간 사위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다들 눈만 부릅뜬 걸 보니 전투에 정신이 팔려 사라진 한결을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깜빡 잊고 있었군.”
“지, 지금이라도 빨리 찾으러 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까 공터 안으로 사라지던데….”
“하우. 산 넘어 산이네요오.”
“어, 어떡해! 어떡해! 우리 한결이!”
나는 호들갑을 떨며 매달려오는 유정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클랜원들은 전부다 내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방향은 우리가 지금껏 걸어온 길이었다.
이윽고 10초 정도를 기다리고 있자, 누군가 안개 사이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내 멍한 눈길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인영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한결이었다. 클랜원들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저 안쪽으로 사라졌을 텐데.”
“예. 저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허준영이 인상을 슬그머니 찌푸리자, 선유운이 얼른 받아 말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한결은 예의 흐릿한 눈으로 우리 사이를 지나치는 중이었다.
“일단은 따라가보는 게 낫겠지. 정비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출발 준비를.”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중앙으로 걸어가 막 지나가는 한결의 옆에 섰다. 클랜원들은 금세 몸을 일으켜 처음의 진형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모두 자신의 자리를 잡은걸 확인한 후, 나는 나직이 출발을 알렸다.
이내 다시 한결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자, 비비앙이 살금살금 다가와 말을 건넸다.
“김수현. 내 생각인데 아무래도 결계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산맥의 같은 곳을 배회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흐음. 결계라….”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제 3의 눈으로 전방을 응시하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글쎄. 아무튼 따라가 보면 알겠지.”
*
한결이 눈을 떴다고 느꼈을 때, 세상은 아주 약한 회색 빛이었다. 완전한 밤이 아닌 해가 뜨기 직전의 회색 빛.
여기는 도대체 어딜까?
한결은 한두 번 눈을 끔뻑인 후 살짝 머리를 들었다. 아니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한결의 눈동자에 당황의 빛이 스쳤다. 머리가 꼼짝도 않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눈을 뜬 자세 그대로 온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오직 눈꺼풀만 움직여질 뿐이었다. 어떻게든 머리를 옆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최대한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어떤 정보도 보지 못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 잿빛으로 물든 세상과, 자신이 어딘가에 기대어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때였다.
사아아아아….
분명 멈춰있었다고 느꼈는데 순간적으로 스산한 바람이 한결의 귓가를 스쳤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결은 최대한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말이 너무 빠르기도 했거니와, 애당초 모르는 말이기도 했다.
스윽, 스윽.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땅을 긁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결은 속으로 까닭 없이 공포감이 차오르는걸 느꼈다. 자신은 움직일 수도 없을 터인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명백히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결은 어딘가에 기대어 앉은 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발악했다. 마력도 일으켜보고, 능력도 발동해보고, 하다못해 사용자 정보 창이라도 띄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되지 않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과 똑같이….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아니. 하나 있기는 했다. 그건 바로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미미하게 들렸던 소리가 이제는 귀에 확실하게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몸을 떨고 싶지만, 떨리지 않는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저 이 상태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현재의 한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한결은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이 모든 게 꿈이기를. 그리고 눈을 뜨면 모든 게 사라져 있기를.
그러나.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문득 아래쪽에서 싸한 느낌이 올라와 다리를 살랑살랑 간질이기 시작했다.
한결은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속으로는 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시선은 느낌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이윽고 한결의 시선이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간 순간이었다.
콱!
갑작스레 뭔가 하얀 게 빠르게 치고 들어와, 한결의 옆을 거세게 찍어 내렸다. 그것은 손이었다. 일반 사람의 손이 아닌, 촉수처럼 길고 흐느적거리는 창백한 손이었다.
바닥을 찍은 손톱은 이어서 미친 듯이 대지를 긁어 내리기 시작했다. 한결이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아마 할 수만 있다면, 있는 대로 비명을 질렀으리라.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숨이 막힌다고 느낄 무렵. 한동안 바닥을 긁던 손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결에게 나긋나긋이 손짓을 하고 있는 게, 뭔가 아쉬운 감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리고 손이 올라가는 것과 반대로, 이번엔 뭔가 기다란 검은색 물체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한결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뒤에서부터 오고 있다 느꼈는데, 갑자기 위로 올라간다?
한결은 서서히 눈동자를 들었다. 머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위를 올려다보려 애썼다.
처음 눈에 보인 건 이리저리 흔들리는 지저분한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똑.
피 한 방울이 한결의 눈으로 흘러들었다.
한결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올리던걸 멈췄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보면 안 된다는, 보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다시 시선을 내리려는 찰나였다.
콱!
하얀 손이 순식간에 내려와 한결의 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억지로 턱을 들어 강제로 위를 쳐다보게 하였다.
이윽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쳐다본 한결은, 이내 곧바로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 작품 후기 ============================
어제 연재를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그나마 적어놓은 모든 내용을 지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용이 잠든 산맥에 대해 적어놓은 설정과, 사용자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비교해보니 답이 나오더군요.
이번에는 용이 잠든 산맥이 어렵다고 정평이 난 만큼, 그만한 고난을 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보상도 준비했었지요.(사용자 김수현의 정보를 공략 후 업데이트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수현 하나만으로도 워낙 수준 차이가 나는데, 엄청난 동료들까지 가세하니 답이 없었던 거지요. 결국에는 잘 풀릴 일이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커다란 고난을 주고 싶었는데 그게 애당초 오류였습니다. 말이 안 되는 내용을 적으려니 당연히 전투 내용에서 막힐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아예 구상을 바꿨습니다. 일단 한결의 구출까지는 그대로 진행되며, 그 후로는 조금 더 빠르고 신속하게 공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중간중간 예정했던 고난에 대한 내용은 삭제하거나 다른 내용으로 변경했으며, 결론은 공략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파트가 짧아졌다고 보시면 됩니다.(예를 들면 4회로 예정돼있던 이번 파트도, 2회로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정신차리고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_)_
아. 안솔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업데이트했습니다. 🙂
일러스트레이터 SILVESTER 님이 그려주신 일러스트입니다. 저번에 세라프, 고연주에 이어 안솔까지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공지사항, 뜰, 작품 설정에 올려놨습니다. 작품 설정으로 보시면 커다란 원본으로 보실 수 있어요!
1. 이름(Name) : 김한별(3년 차)
2. 클래스(Class) : 보석 마법사(Secret, Jewel Mage,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자유 용병(Free)
4. 소속 단체(Clan) : Mercenary(Clan Rank : AA – Double A)
5. 진명 • 국적 : 별에서 비롯된 자, 아름다운 빛과 광택을 다루는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5)
7. 신장 • 체중 : 170.5cm • 47.3kg
8. 성향 : 합리 • 배려(Rationality • Consideration)
1. 보석 증폭(Rank : A Plus Plus Plus)
1. 별의 부름(Rank : A Zero)
1. 보석 마법(Rank : A Plus)
2. 결정 폭발(Rank : A Minus)
3. 광(光) 검(Rank : B Plus)
『권능 : 보옥』
(변경 전) [근력 51] [내구 59] [민첩 70] [체력 53] [마력 88] [행운 68] (변경 후) [근력 71] [내구 67] [민첩 73] [체력 64] [마력 95(+1)] [행운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