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70
00469 左遷. =========================================================================
툭! 투둑!
비가 되어 떨어지는 물방울이 지면을 점점이 적셨다. 아침에 떠오른 해는 아직도 중천에 떠있건만, 한바탕 비가 내리려고 그러는지, 하늘에서는 작고 둥글게 맺힌 액체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먼지가 약간 쌓여있던 지면이 어느 정도 젖었을 무렵.
안현은 미약한 파문이 일어나는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이끌리듯이 끌려 나온 후, 발길이 닿은 곳이 바로 이 연못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연못을 보고 있는 걸까?
눈동자가 흐릿하다. 연못을 보고 있되 보지 않는다.
입은 살짝 벌어져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니 그전에. 지금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
오로지 머리에 내려앉은 빗방울만이 주르륵 떨어져, 눈을 지나치는 하나의 줄기로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그랬다. 지금 연못을 보고 있는 안현의 마음은 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오직 한 생각만큼은 텅 비어있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계속해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첫 번째. 지금 이 시간 부로, 안현을 머셔너리 클랜원으로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클랜원으로써 대급했던 장비를 일체 회수합니다. 그래도 지금껏 나름의 공을 세운 건 인정해, 레어 클래스 기공창술사의 소유권은 인정하겠습니다.’
‘세 번째. 고용인 안현을 모니카 본 지부에 두지 않고, 프린시카로의 전출을 명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결정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받지 않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이상입니다.’를 끝으로 맺어진 네 가지 선언.
그 선언 하나하나가, 김수현이 안현에게 내리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근신이되 근신이 아니다. 이제 더는 머셔너리 클랜원이 아니고 장비도 몰수당했으며 모니카에 있을 수도 없다. 사실상 퇴출이나 똑같은 말이었다.
머셔너리에서의 퇴출.
과연 그 누가, 안현의 퇴출을 예상이나 했을까?
안현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선언이었다.
통과의례에 들어왔을 때부터 시작된 인연이다.
사용자 아카데미 때부터 따라갔다.
캐러밴 시절을 지나, 머셔너리 클랜을 창설할 때도 자리에 있었다.
그 누구보다 가장 오랫동안, 그 누구보다 가장 긴 시간 동안 김수현의 옆에서 함께 해왔다.
그러할진대.
아니 그래서, 더더욱 믿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이제는 따뜻한 눈빛은커녕 차가운 눈빛도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득 회의실에서의 시선을 떠올린 안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때였다.
“어디 있나 했더니….”
“……?”
언뜻 들려오는 낮고 침착한 목소리. 혹시라도 김수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안현은 얼른 몸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휙!
작은 주머니가 안현의 앞으로 날았다. 탁, 엉겁결에 받아 들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안현은 잠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가 멍하니 시선을 들었다.
“여기서 홀로 청승을 떨고 있었군. 천둥벌거숭이.”
그러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안현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김수현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가지런히 정리한 보랏빛 장발 머리. 허준영이었다.
막 입을 열은 안현은 문득 자신의 목이 메어있음을 깨달았다. 한두 번 티 나지 않게 가다듬고 나서, 안현은 흐릿하게나마 말문을 열었다.
“형님…. 이건….”
“골드랑 보석 조금. 무일푼으로 쫓겨난다는 말을 들어서, 클랜원들이 클랜 로드 몰래 모은 거야.”
“아, 아닙니다. 이런 건….”
“그럼 네가 도로 갖다 주던가. 아무튼 나는 확실히 전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허준영은 칼같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막 한 걸음 디디기 직전, 반쯤 고개를 돌려 약간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그냥 품에 넣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리 많이 넣지도 않았으니까.”
“…감사합니다.”
“흠. 그럼…. 아차, 하나 잊고 있었다. 상남 형님과 노노 누님이 너를 찾고 있더군. 대충 청승 떨었으면 한 번 가보도록.”
“예?”
상남 형님과 노노 누님이라면, 머셔너리의 식당을 관리하는 부부 사용자였다. 음식 솜씨가 무척 좋은 탓에 안현은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자주 애용했고, 그만큼 친분을 쌓은 상태였다.
안현이 반문했으나 허준영은 이미 바람처럼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삽시간에 거리가 멀어진다.
안현은 한참 동안이나 멀어지는 등을 보았다. 그러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손에 쥔 주머니를 품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하,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 고용인, 장비 몰수, 프린시카로 전출? 거기는 지부도 없잖아? 끽해야 주점이나 여관밖에 없지 않아?”
“그렇죠. 사실 현이가 그저 그런 사용자도, 이런 대접받을 사용자도 아니잖아요. 이건 그냥 머셔너리에서 나가라는 소리나 다름없죠.”
이윽고 문을 열어 로비로 들어온 순간, 여러 목소리가 안현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멀거니 고개를 들었다. 로비 게시판에는 오늘 회의 결과가 적힌 기록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두어 명의 클랜원이 서성거리며 말을 나누고 있다.
“거기다 하연이도 전출이고…. 그나마 한결이만 근신이구먼. 클랜 로드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입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 참. 동석이 오빠도 되게 웃기네요. 아침만해도 흐지부지 넘어가면 실망할거라 했으면서.”
“아 누가 이렇게 심하게 할 줄이나 알았나. 사실 이번 사건 때문에 짜증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어. 오히려 좋아하던 놈이었다고.”
“그건 그래요. 막상 이렇게 되니까, 정말 불쌍해 죽겠어요. 저도 현이는…. 어? 오빠, 오빠!”
그러다 비로소 안현이 있음을 알아챘는지, 한창 말을 잇던 여인은 급히 말을 끊었다.
안현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방향을 틀어 빠른 걸음으로 오른쪽 통로로 들어갔다. 등 뒤로 이름을 부르거나 헛기침을 하는 등 미약한 소리들이 들렸으나, 안현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식당 테이블은 텅 비어있었다. 식사 때가 아니긴 해도 간간이 한두 명 앉아 있을 법도 한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한 쌍의 남녀만이 주방 부근에 서서 안현에게 이쪽으로 오라 손짓하고 있다. 그러자 손짓에 이끌려 홀린듯한 기분으로 다가간다. 이내 상에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자 안현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안현은 어떻게든 침착해지려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내는, 그리고 일견 새침해 보이면서도 이지적인 외모의 여인은 따뜻이 웃으며 안현을 응시했다.
사내의 이름은 상남, 여인은 노노라고 불렸다. 물론 이름이 정말로 노노는 아니었고, 스스로 그렇게 불리는 걸 원해 모두가 노노라 부르고 있었다.
노노는 장미 문양이 새겨진 식칼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소식은 들었어. 이번에 나가게 됐다며?”
“어허. 여보.”
상남은 허허 웃으며 점잖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으나, 노노는 오히려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자기가 무슨 말을 잘못했냐는 태도였다. 이내 상남이 지그시 쳐다보자 노노는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준영이 놈이 잘 말해준 모양이네? 가기 전에 밥이나 실컷 먹으라고 불렀어. 비비앙 다음으로 우리 식당을 애용해준 고객이니, 이 정도 서비스는 해주려고. 후후.”
넉살 좋은 말에 안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린이는요…?”
“지금 곤히 자고 있어. 그나저나 얼굴 좀 펴라 인마. 말에 매가리도 없어서는….”
“하하….”
“어휴.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너….”
노노는 한껏 궁금해하는 얼굴로 물었으나, 곧바로 말을 멈추고 말았다. 상남이 재차 노노의 팔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내 지그시 고개를 가로저은 상남은 묵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평소 네가 좋아하는 걸로 만들었다. 먹고 기운 좀 차렸으면 좋겠구나.”
“…….”
“이따금 생각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 넣거라. 직접 가거나, 아니면 클랜 로드가 없는 시간을 알려줄 테니까. 허허….”
“…….”
한없이 따뜻한 말에 안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윽고 상남이 노노를 끌며 조용히 물러나자, 식당은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이 거대한 식당에 안현 홀로 남은 것이다. 상다리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한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안현은 무너지듯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망연히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멈춰있던 안현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전에 자주 먹었던 음식들을 향해 느릿하게 손을 움직였다. 조금씩 조금씩 음식을 퍼먹으며 안현은 차차 현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 프린시카로 가야 한다. 이제는 클랜원도 아니고, 장비도 없고, 자신을 돌아봐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공허하고 뭔가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네 숟갈.
기계적으로 숟갈을 놀리고는 있었으나,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평소 먹던 음식이고 맛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 입 한 입 음미하면서 먹기에는, 현재 안현이 느끼는 심정이 너무나 복잡했다. 서서히 다가오는 부담감이 온몸의 감각마저 꾹 짓눌러버린 것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넣던 안현은 돌연 음식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안이 가득 차고 목이 메어왔다.
그래도 억지로 숟갈을 쑤셔 넣은 순간 목이 턱 막혀옴과 함께, 돌연히 눈동자가 아려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것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것은 빗방울이 아니었다.
안현은 손을 내저어 컵을 잡아 한껏 들이켰다. 목울대가 서너 번 움직인 후 안현은 거친 숨을 토하며 몸을 묻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볼에 흐르는 줄기는 늘어나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지금 나오는 눈물이 서글퍼 우는 걸까, 아니면 목이 쓰라려 우는 걸까.
스스로 물어본 안현은 멍하니 시선을 올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은은한 빛을 흘리는 불빛이 흐릿하게 일렁이고 있다. 가만히 눈을 감자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시작된 회의. 김수현의 시선. 무정하리만치 이어진 선언. 클랜원들의 시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 이 모든 게 안현의 머릿속으로 우수수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거기다 하연이도 전출이고…. 그나마 한결이만 근신이구먼. 클랜 로드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입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로비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을 때, 감겼던 안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연 누님이 전출…?”
회의실 중앙에는 안현 혼자 서 있던 게 아니었다. 하연, 한결과 같이 서 있었다. 그러나 처음 선언을 들었을 때부터 머리가 하얗게 변했던 터라, 회의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차마 깨닫지 못했던 터라. 안현은 미처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은 길었으나, 행동은 재빨랐다. 안현은 급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일말의 지체 없이 식당 문을 열고 나섰다. 하연이 주로 가는 장소는 3층 개인 연구실 아니면 숙소. 그 중 안현이 선택한 장소는 본관 3층 연구실이었다.
“헉! 헉!”
숨이 차도록 뛰고 정신 없이 계단을 올랐다. 이내 순식간에 3층에 다다라 하연 개인 연구실의 문을 여는 순간, 안현은 거짓말처럼 걸음을 정지하고 말았다.
하연 또한 개인 연구실에 홀로 있었다. 언제나처럼 침착한 얼굴이다. 그러나 가냘픈 양손에는 꽤 큼직한 가방이 들려있다. 딱딱 꽂혀있던 마법 책도, 가지런히 나열돼있던 연구 기기도.
항상 깔끔하게 정리돼있던 연구실은 어느새 휑뎅그렁이 비어진 상태였다.
“어머. 현이 왔니?”
이윽고 하연이 몸을 돌아 빙그레 웃자 안현은 숨이 멎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설마 설마 했던 예상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인지 뜻 모를 죄책감과 자기 혐오가 파도처럼 몰아쳤다.
그렇게 한동안 보고만 있다가, 안현은 비틀비틀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님, 누님은 왜….”
“응? 아아. 나도 전출 명령을 받았거든. 그래서 짐을 싸고 있던 중이었지. 호호. 그나저나 많기도 하네. 혹시 도와주러….”
“누님은…. 누님은 아니잖아요…!”
“…….”
하연은 천연덕스레 말을 이었다. 그러나 안현의 절규 어린 외침이 이어지자,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맑은 눈동자를 들어 안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안현이 말했다. 아니, 외쳤다.
“제가, 제가 잘못한 거잖아요. 무조건 제 잘못이잖아요! 그런데 왜 누님이…!”
“아니야. 내 잘못도 있어.”
“누님!”
“현아.”
하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안현의 말을 가벼이 잘라내었다. 그리고 미미한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
“어리광은 이제 그만 부리렴. 나는 수현씨 자리를 대신했고, 네 요청을 허락해주었어. 의뢰서에 직인이 찍힌 순간, 사정이 어찌됐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란다.”
“하지만….”
“다 끝난 마당에 무슨…. 됐어. 내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나는 그래도 클랜원 상태는 그대로고, 장비도 그대로 있으니까. 적어도 너보단 낫단다? 호호.”
“하….”
하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말하고는 도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안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다 불현듯 남은 한 명에게도 생각이 미쳐 망망한 기분으로 물었다.
“한결이. 한결이는요?!”
“한결이? 걔는 근신. 그런데 너랑은 달리 그냥 근신. 그런데 말만 근신이고, 요양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지금 정신 상태가 무척 안 좋은가 봐. 후유증이 심하면 정신병이 발병할 수도 있다는데….”
“…뭐, 뭐라고요? 후, 후유증? 정신병이요?”
“응. 대충 들어보니까 영혼이 한 번 뽑혔다가 어떻게 다시 들어갔나 봐. 아무튼 걱정이지. 잘못되면 꽤 오랫동안 요양해야 하니까…. 그런데 너 모르고 있었어?”
정확한 사정은 모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도시였고, 돌아오자마자 거의 바로 퇴출 명령을 받았으니까.
하연은 꼼꼼히 가방을 챙긴 후 책상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이어서 안현의 말이 더는 들려오지 않자, 고개를 갸웃하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안현을 바라본 하연은 약간 놀란 얼굴로 천천히 손을 내뻗었다.
“현이 너…. 울었니? 아니 울어?”
그랬다. 안현은 울고 있었다. 입은 꾹 닫혀있었으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동자에 고여 찔끔찔끔 새어 나오던 눈물이, 조금 전 들은 말로 거대한 충격을 받아 둑 터지듯 왈칵 쏟아진 것이다. 안솔을 동생으로 두고 있는 만큼, 안현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안현의 내면에서 하나의 생각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다는 현실 부정도 아니었다. 김수현에 대한 원망도 아니었다. 앞날에 대한 하찮은 걱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왜….”
내가 왜 그랬을까.
“무슨 짓을….”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안현의 내면에서 비로소 문제에 대한 본질이 고개를 일으켰다.
이제 더는 개인에 국한해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
안현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http://bgmstore.net/view/CWWk7. 이번에 집필하면서 들었던 음악입니다. 정말 좋은 음악이니, 생각이 있으신 독자 분들께서는 함께 들으시면서 이번 회를 감상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