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76
00475 생각해보니, 말은 부족하고 석으로 받아야 할 것 같다. =========================================================================
남부 소 도시 모니카. 머셔너리 클랜이 처음 자리를 잡았으며, 이스탄텔 로우 클랜이 관리하는 도시.
머셔너리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이스탄텔 로우도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모니카의 대표 클랜으로써 그 어느 클랜보다 열심히 노력했으며, 내부 관리와 외부 안정화에 힘썼다.
그 결과 지금의 모니카는 다른 소 도시를 넘어서, 일반 도시와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 받을 정도였다.
사용자들이 거주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가늠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일단은 안전해야 한다. 도시 외부가 활동할 수 없을 정도로 괴물 천지라면 어지간한 사용자가 아니고서야 꺼려질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도시 내부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즉 안전할수록, 살기 좋은 도시일수록 사용자들이 따라오는 건 자명한 이치였다.
한소영은 그러한 기준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도시가 커질수록 내부 관리에도 신경을 기울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치안이었다.
많은 사례 중 하나 예를 들어보면, 모니카에 대한 좋은 소문이 퍼지고 사용자들이 몰려들자, 밤의 거리 또한 그에 발맞춰 활성화됐다.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했으나,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한소영이 아니었다.
한소영이 밤의 거리에 대한 입장은 간단하다.
‘하려면 걸리지 않게 해라.’
말인즉슨 모니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생계를 위한 매춘 등등.) 밤의 거리를 일절 용납하지 않으며, 적발되는 순간 각오하라는 소리였다.
처음에 밤의 거리 사용자들은 코웃음 쳤다. 그동안 밤의 거리에 대한 제재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상납금 형식으로 수익의 일부를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거니와, 여차하면 다른 도시로 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소영은 경고를 한 다음날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불시에 밤의 거리를 급습해 본보기로 스무 명 정도 잡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스무 명의 사용자는 모니카의 광장에서 모조리, 공개적으로 처형당했다.
어떻게 보면 큰 사건이었으나 공개 처형 사건은 생각보다 물 흐르듯이 넘어갔다. 애당초 도시 관리 권한은 오롯이 대표 클랜에게 있거니와, 경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또한 처형당한 사용자들이 별 연고가 없는 그저 그런 사용자라는 점도 한몫 했다.
한소영은 다음 번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 엄중히 경고했고, 밤의 거리는 숨을 죽임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론 이후에도 모니카라는 좋은 시장을 포기 못한 자들이 종종 있었으나, 한소영은 그럴 때마다 족족 잡아들여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목을 잘랐다.
이러한 결과, 현재에 이르러서는 모니카에서 밤의 시장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소영의 집요함에 지친 사용자들이 결국 다른 도시로 떠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기실 철혈의 여왕이라는 말이 진명을 넘어서 호칭으로 변하는 것도 이즈음이었다.
떠나간 사용자들은 한소영을 피도 눈물도 없는 여인이라 비난했는데, 이스탄텔 로우의 무력을 사사로이 이용해 불필요한 피를 흘리게 했다는 소리였다.
도시 관리야 주관적인 부분이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가부간 한소영은 그런 여인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스스럼없이 철을 들고, 필요하면 피를 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마 이러한 과단성이 미래의 이스탄텔 로우를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문득 시선을 들어 맞은편을 응시했다.
“…….”
맞은편에는 한소영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식사, 그러니까 국수를 먹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바로 이스탄텔 로우 클랜의 식당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이스탄텔 로우를 방문한 나는 아직 식사 전이냐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고, 한소영에게 식사 권유를 받은 것이다.
애당초 약속 자체도 갑자기 잡힌 터라 느닷없는 요청에 당혹한 기분이 들었으나, 그래도 마다할 내가 아니었다. 기꺼운 마음으로 권유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한소영이 안내한 장소가 구내 식당이라는 점에 잠시 의아한 기분을 느꼈지만, 음식을 한 입 먹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스탄텔 로우의 요리사도 거의 우리 클랜만큼이나 실력이 좋았다.
아무튼. 음식을 먹으면서도 표정 없는 얼굴이나 약간의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게 자못 신기했지만, 사실 내가 눈을 떼지 못하는 원인은 정작 따로 있었다.
한소영의 나이도 이제는 계란 한 판, 즉 서른이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전혀 서른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음으로써 본래의 매력이 더욱 농염하게 무르익었다고나 할까.
흑 수정 같은 눈동자는 보는 사람을 빨아들일듯한 기이한 마력을 흘린다. 오므린 입술은 국수를 씹는지 오물오물 느릿하게 움직이는데, 연하면서도 붉은 색상이 그렇게 농염하면서도 색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
“후우….”
“?”
나는 깊은 한숨을 흘렸다. 정말이지 한소영이라는 여인은….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만날 때마다 느끼기는 하지만, 볼 때마다 결국 나도 한 명의 사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홀리는 게 고유 능력 카리스마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소영이란 여인의 매력도 무시무시했다.
겉모습은 말 그대로 철혈의 여왕에 걸맞은 차가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여인이었으나, 사소한 몸짓이나 행동 하나하나마다 은근한 색기를 뿌리고 흘린다.
이런 상반된 매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일으키는 시너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심안을 최고 수준까지 올린 나로서도 영향을 받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이렇게 계속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억지로 시선을 내렸다. 그런데 하필 내린 시선이 가슴이었다. 그 순간 생각보다 크셨던 가슴이 떠올라 도로 한소영을 올려다보자, 절로 몸에 신호가 왔다. 나는 다리를 오므림과 동시에 다시 깊은 한숨을 흘렸다. 속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 식사를 마친 모양인지 한소영은 젓가락을 놓아 나도 따라 놓았다. 한소영은 깨끗이 비운 반면 나는 반도 비우지 못한 상태였다.
찰나의 순간 내 그릇을 훑은 한소영은 눈을 빠르게 두 번 깜빡였다. 저건 조금 당황했다는 신호였다. 자신이 너무 빨리 먹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만히 그릇을 쳐다보던 한소영은 이내 지그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의자를 최대한 앞으로 끌며 어설프게 웃었다. 한소영의 고개가 살짝 기울여졌다.
“머셔너리 로드? 음식이 입에 안 맞으신 가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굳이 억지로 드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저는 괜찮아요. 그럼 집무실에서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예? 아,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하하하.”
지금 일어나면 큰일난다. 저 한소영이 눈치를 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기껏 놓았던 젓가락을 필사적으로(?)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장기 중 하나인 화제 돌리기를 시전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직 듣지 못한 것 같네요.”
그랬다. 지금껏 한소영을 만나 나눈 이야기래 봤자 전부 소소한 것들이었다. 용이 잠든 산맥의 공략이나 어제 조사단이 출발했다는 등등.
서로 바쁜 입장이기도 했거니와 한소영의 성격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자고 불러냈을 리는 없을 터이니, 아마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네요. 실은, 어제 머셔너리에서 발표한 기록을 봤어요.”
그러자 내 생각이 맞는다는 듯이 한소영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대충 비슷한 말이 나올 거라 짐작하고 있었기에, 나는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였다.
“연합과의 일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그런데요?”
“나쁠 것은 없지만…. 머셔너리 로드의 이번 선택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의외라. 딱히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코란으로 이사 갈 생각도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시면 됩니다.”
“아니요. 머셔너리 로드. 그런 말이 아니에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로 말했으나, 오히려 한소영은 차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 보기에는, 연합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
“돌려 말하지 않겠어요. 혹시라도 연합과 사건이 있었다면, 저에게 말씀해주셔도 되요. 왜냐하면 이스탄텔 로우와 머셔너리는 공방 동맹이니까요.”
“…하하.”
역시나 한소영인가? 아니면 이번 선택을 석연치 않게 여겨 그냥 한 번 말해본 걸까?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이스탄텔 로우가 우리와 비슷한 독자 노선을 걷고는 있었지만, 코란 연합처럼 엄연히 남부에 속한 연합이었다. 그런데 산하 클랜도 아닌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기분은 좋다. 코란 연합도 어지간한 클랜인데, 이런 말을 한다는 건 한소영이 머셔너리를 더욱 높이 치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한소영을 이런 일에 끌어들이기 싫었고, 머셔너리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연합과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의도에서 한 일이니까요. 물론 다른 효과도 노리고는 있습니다만.”
“…그런가요?”
“예.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혹시 모르니, 만일 버거운 일이 생기면 이스탄텔 로우에 꼭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세요. 지금껏 머셔너리 클랜한테는 이것저것 받은 게 많으니…. 아. 국수가 별로 시면 차 한 잔….”
“후룩, 후루룩.”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먹으라고는 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니 이제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굴 탓하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동생을 원망하며, 나는 시무룩한 기분으로 국수를 흡입했다.
그렇게 최대한 천천히 국수를 먹고 있을 즈음, 문득 젓가락으로 국물을 휘젓는 한소영이 보였다. 심심해서 저러는 것 같지는 않고,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것 같다.
그러자 한소영이 언뜻 눈을 들어 나를 흘겼다. 오늘따라 예지력이 상승한 모양이다.
“머셔너리 로드는…. 항상 그렇네요.”
“예?”
“원래 그런가요? 주기 좋아하고…. 그런데 받지는 않고…. 가끔 궁금해요. 왜 이렇게 저한테, 이스탄텔 로우한테 잘해주시는지.”
“…후루룩.”
나는 입에 문 국수를 빨아들였다.
조금 전 말은, 한소영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나올만한 말이었다. 딱히 바라는 것 없이 이런저런 질 좋은 정보들을 잔뜩 흘려주었고, 그것은 이스탄텔 로우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은 것 같기도 한데….
그때는 미처 예상치 못해 당황했으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애매한 물음에는 애매하게 답하는 게 최고다.
“그거야 간단합니다.”
“?”
“처음 모니카에 자리를 잡을때 이스탄텔 로우 로드께서도 우리에게 무척 잘해주셨죠. 이런저런 일거리도 주시고, 클랜 하우스도 싸게 넘겨주시고.”
“그랬죠.”
“그렇습니다. 물론 아주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요?”
한소영은 담담히 답하더니 눈을 슬쩍 내리깔며 다시 그릇을 저었다. 그리고 나는 약간 멍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한소영은 포커페이스의 여왕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얼굴 관리에 뛰어나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감정이 아예 없을 수는 없고, 나는 한소영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만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할진대. 방금 한소영의 행동은 무언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습관, 혹은 버릇이었다.
혹시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장기를 발휘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가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은 후 클랜 창고에서 챙겨온 검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최대 성과 중 하나인 맹세의 검이었다.
“아차. 이스탄텔 로우 로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떤 게 궁금하시죠?”
“잠깐 이 검을 보시겠습니까? 이번에 용이 잠든 산맥에서 얻은 성과로, 맹세의 검이라는 장비입니다.”
“맹세의 검…?”
구즈 어프레이즐은 챙겨오지 못했다. 사실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한소영은 초감각이라는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능력이 있어, 맹세의 검이 좋은지 나쁜지 정도는 자력으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보이도록 손잡이 부분을 잡자 어여쁜 흑 수정이 아래로 이동한다. 이내 건네주려는 순간, 한 번 깜빡인 눈동자에 강렬한 이채가 스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리고 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검을 살짝 왼쪽으로 이동해보았다. 그러자 한소영의 눈동자가 주르륵 왼쪽으로 따라왔다.
…어라?
오른쪽으로 옮기자 오른쪽으로 따라온다. 다시 왼쪽으로 옮기자 또다시 왼쪽으로 따라온다. 그렇게 진자 운동을 하는 것처럼, 한소영의 눈동자는 내가 맹세의 검을 이끄는 대로 끊임없이 따라왔다.
생각건대, 한소영은 예상대로 맹세의 검의 가치를 알아본 듯싶었다. 절로 욕심이 일은 모양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는데 사실 엄청 신선하면서도 웃겼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해, 결국 나도 모르게 약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킥.”
그때였다.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문득 한소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윽고 한소영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나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삽시간에 굳어버린 얼굴과 한층 싸늘해진 눈빛을.
나는 아차 한 기분과 동시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
그렇게 한동안 싸늘한 침묵이 흐른 후, 한소영은 책상을 짚어 조금 세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만 갈래요.”
“예, 예? 어디를….”
“이만 가겠다고요. 일이 바빠서요. 굳이 배웅은 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게 무슨…? 아니 배웅이라뇨. 여기는 이스탄텔 로우 클랜인데….”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한소영은 잠깐 생각에 잠긴듯했다. 그리고 1초후 멍한 기색을 짓더니 확연히 보일 정도로 나를 노려보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이 정도로 감정을 비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순간 뭐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만남 참 신선했어요. 머셔너리 로드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네요. 그럼 이만.”
“자, 잠시만.”
뒤늦게 몸을 일으켰으나, 한소영은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돌리더니 쌩 걸어가버렸다. 나는 찬바람을 풀풀 날리는 한소영의 뒷모습을 망연히, 하염없이 응시했다. 호기심도 있기는 했지만 잠깐 옛날 생각이 나서 장난을 쳤는데, 이거 실수해도 정말 단단히 실수한 듯싶었다.
이내 한소영이 문을 열려는 찰나, 마침 벌컥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연혜림이었다.
연혜림은 나와 한소영을 번갈아 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팔을 잡았다.
“어? 한소영? 어디가?”
“비켜.”
“아니. 머셔너리 로드가 아직 있는데….”
“비키라고 했잖아. 내 말 안 들려?”
한소영은 팔을 가볍게 떨치고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흠칫한 연혜림은 한두 걸음 물러나고는 이상한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궁금한 반 억울함 반이 섞인 얼굴로 물었다.
“야. 머셔너리 로드. 쟤 갑자기 왜 저래? 왜 저렇게 삐친 거야?”
“…삐친 거라고? 화난 게 아니라?”
“엉. 쟤 화났을 때는 저렇게 눈썹이 안 올라가. 오히려 고요하지. 얼굴이 발갛게 익고 입술을 깨물 때는, 명백하게 토라졌다는 소리야. 어때. 좋은 정보지?”
“…그랬던가.”
그러고 보니 얼굴 색은 체크 못했다.
히히 웃는 연혜림을 보며, 나는 마주 쓰게 웃어주었다.
============================ 작품 후기 ============================
예전에 한소영의 표를 떨어트리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많은 독자 분이 반대하셨지만, 저는 결국 강행했습니다. 한소영의 표를 떨어트리기 위해서요.
그러기 위해 일부러 밉살스러운 한소영을 그렸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소영의 표를 떨어뜨렸습니다.
저, 이렇게 무서운 사람입니다.
PS. 어느 패러디인지 알아맞히시는 분은 대단합니다.
PS2. J.F 님. 혹시 제가 사랑해도 될까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