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96
00495 힘을 실어주다. =========================================================================
세라프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매우 중한 내용이었다.
세라프가 말한 용병 아카데미의 조건은 이랬다.
용병 아카데미는 고대 마법 도시 마지아에 건설할 것을 권장한다.
사용자 아카데미와 용병 아카데미는 중복 수료가 가능하다.
용병 아카데미 수료 기간은 머셔너리 클랜 로드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다만, 수료 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사용자 아카데미의 절반에 불과하다. 즉 2포인트만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은 Free포인트로 구분한다.
용병 아카데미의 입학 인원은 한 해 6명으로 제한한다.
가장 걸리는 조건은 한 해 입학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한다는 것. 하지만 중복 수료가 가능한 이상, 어떤 조건이 붙더라도 이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즉 사용자 아카데미가 고등학교라면 용병 아카데미는 대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주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세라프는 용병 아카데미를 고대 마법 도시 마지아에 건설한 것을 권했다. 강요가 아니라고 말은 들었지만, 천사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마지아가 최선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현재 고대 마법 도시 마지아 활성 계획은, 약 1년 전부터 잠정 보류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거리가 문제였으니까.
모니카를 기준으로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일은 평균 4주. 괴물 청소나 도시 내부 개축은 물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나, 거리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구나 워프 게이트라는 편리한 이용 수단이 있는데, 그것을 마다하고 걸어올 만큼 마지아가 매력적인 도시도 아니었고.
그러나.
나는 설명을 마친 세라프를 게슴츠레 응시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꺼냈다는 것이 꽤나 공교롭다 생각됐기 때문이다.
“세라프. 너 알고 있었냐?”
“무엇을 말입니까?”
“시치미는. 얼마 전 머셔너리에서 메모리아 스톤을 얻었다는 것.”
“우리가 부여한 설정입니다. 누구에게 갔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나는 턱을 괴며 상념에 잠겼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내 예상으로는 지금 나의 행보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을 천사들도 더러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걸까?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는 다르다. 일단 드러난 조건만 따지고 보면, 좋아도 매우 좋다.
만일 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고대 마법 도시 마지아에 용병 아카데미를 건설한다면?
앞으로 들어올 능력 좋은 사용자들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쪽으로 넣어둔 마지아 활성 계획의 현실화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말이다.
그 정도로, 세라프의 말은 어떻게 보면 밀어주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나는 제단을 톡톡 두드렸다.
“좋아. 하지만 그러면 마지아에 워프 게이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지? 나는 그에 관한 지식이 전무한데.”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가르쳐드릴 수는 없지만, 이미 사용자 김수현 휘하에 해당 지식을 알고 있는 거주민이 있지 않습니까?”
“…헬레나 루 에이옌스를 말하는 건가?”
“Yes. 정확히는 마그나카르타입니다. 워프 게이트는 고대 홀 플레인의 유산입니다. 그런데 신화 시절의 용이라면, 워프 게이트에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건설에 들어가는 재료나 비용은?”
“어디까지나 고대 시절이기는 하지만, 홀 플레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메모리아 스톤이 없다면 워프 게이트를 건설할 수 없다. 하지만 메모리아 스톤만 있다면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워프 게이트를 건설할 수 있다.”
이미 이 질문 또한 염두에 두었다는 듯, 세라프는 물 흐르듯이 대답했다.
나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결국 권한만 부여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소리였지만, 그렇다고 귀찮다 해서 이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잖은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지체 않고 몸을 일으켰다. 삽시간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삽시간에 우수수 떠올랐다.
그러자 세라프가 차분히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가시는 겁니까?”
“응. 네 제안을 실행하려면 또 바빠질 것 같으니까…. 아차, 마르는 이리 줘.”
“…….”
“깨지 않게 조심해서. 어서.”
이대로 나갔다면 애 하나 버려두고 올 뻔했군.
어느덧 마르는 세라프의 품에서 곤히 잠든 상태였다.
그때, 그러니까 얼른 달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을 때.
불현듯 세라프의 얼굴이 일변했다. 갑자기 눈동자가 촉촉하게 변하고 한없이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뭐지 이 묘한 기분은? 아니 이러면 꼭 애를 강제로 뺏어가는 것 같잖아. 이게 무슨 사랑과 전쟁도 아니고.
“왜 그런 얼굴이지. 어차피 진짜 엄마도 아니잖아. 오늘 처음 만났으면서.”
“사용자 김수현은…. 바ㅂ…. 멍ㅊ…. 입니까?”
“뭐?”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세라프는 어딘가 뚱해 보이는 얼굴로 말하고는 조심스럽게 마르를 넘겼다. 따뜻한 품에 있다가 찬 공기를 느꼈는지, 마르는 약간 몸을 뒤척였다. 그러나 잠에서 깨는 불상사 없이 내 품에 안착할 수 있었고,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푸른빛이 흐르는 포탈로 향했다.
그때였다.
“사용자 김수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더 알려드릴게 있습니다.”
막 포탈에 몸을 묻으려는 찰나, 등 뒤로 세라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쯤 시선을 돌리자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세라프가 보였다. 제단은 여전히 한쪽 자리가 휑하니 빈 상태였다.
“뭔데.”
“곧 시작의 여관이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그건 수호자…. 아. 전 수호자한테 들었는데. 뭐, 그래서?”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행입니다. 아무튼, 그게 답니다.”
다행…. 이라고?
순간 약간이지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신규 사용자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세라프가 뜬금없이 또 한 번 알려준 것이다.
잠깐이지만, 나는 지그시 세라프를 응시했다. 세라프 또한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눈은 예의 고요한 눈동자가 아닌, 기이한 열망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깨닫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한동안 서로 쳐다보던 와중, 문득 한 생각이 번쩍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절로 머리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고맙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가볼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자주 와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호출에만 응해주십시오.”
세라프의 마지막 말을 뒤로한 채 나는 지체 않고 포탈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곰곰이 말을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세라프가 괜한 말을 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였다.
이윽고 홀 플레인으로 돌아온 직후, 나는 빠르게 품을 뒤져 통신용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이어서 바로 마력을 부여하자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누군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승우였다.
“사용자 조승우. 접니다.”
(아. 클랜 로드. 연락하셨습니까.)
“예. 다른 건 아니고, 혹시 지금 출장을 나간 클랜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있습니까?”
(출장 말입니까? 흠…. 오늘 아침에 새로운 일거리가 들어와서, 의뢰 대기 인원까지 합치면 총 7명입니다.)
“좋군요. 그럼 바로 내일. 그러니까 출장을 나간 인원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모조리 호출해주십시오. 회의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중요한 안건입니다.”
(중요한 회의요?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공지하겠습니다.)
의아한 목소리로 되묻기는 했으나, 조승우는 군말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더 말할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중앙 관리 기구로 연락을 해보십시오. 통신용 수정구는 제 집무실에 있습니다.”
(예? 중앙 관리 기구라면…. 제가 말입니까?)
조승우는 한껏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수완은 좋은데, 아직 자신이 앉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직 자각이 부족한 듯싶었다.
“예. 사용자 이효을과의 연결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제가 어떻게…. 아니, 아닙니다. 그러면 이효을이라는 사용자한테 어떤 말을 하면 되겠습니까?)
“곧 시작의 여관이 활성화될 겁니다. 이번에 머셔너리에서 최대한 참여하겠다는 의사와, 혹시 매물이 나오면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우선적으로 매입하겠다고 해주세요.”
(으음. 예. 그 부분도 확실하게 처리해놓겠습니다.)
매물이란, 사용자 아카데미의 교관 참가권을 일컫는 말이었다. 참가한 교관이 많을수록 신규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영입에도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전쟁 이후, 사용자 아카데미는 최대한 많은 클랜이 참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체계가 구축됐는데, 이따금 교관 자격을 얻은 클랜이 얻지 못한 클랜에 참가권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 즉 일종의 거래라고나 할까?
“잘 부탁합니다.”
아무튼, 나는 잘 부탁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우선 급한 불은 꺼놨다는 생각에 긴 한숨을 흘리며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그때, 별안간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너.”
발목에는, 여전히 도도가 내 발목을 꼭 물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도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쯤 되면 근성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제 갓 태어난 놈인 만큼 조금은 딱한 마음이 들어, 나는 안쓰러운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안 힘드냐?”
그러자 도도는, 약간은 힘이 빠진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삐이….”
*
다음 날 아침. 식사와 간단한 업무를 마친 후, 나는 바로 대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대 회의실에는, 출장을 나간 클랜원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약 40명 정도가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후 왼쪽을 돌아보자, 무언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조승우가 보였다. 저 자리는 원래 하연의 자리였지.
“회의를 시작하죠. 그럼 오늘 여러분을 모이라 한 이유를 말하기 앞서…. 사용자 조승우?”
“예!”
“어제 부탁한 건은 어떻게 됐나요? 중앙 관리 기구에서 답변이 왔습니까?”
“아. 그게….”
아 그게. 처음의 시원한 대답과는 달리 조승우는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게…. 이효을이라는 사용자와 연결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실은 조금 이상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상한 답변이라니요?”
“어차피 이번에는 머셔너리 클랜이 참가할 차례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참가권 한 장은 확보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매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 부분에 관해서는 확답을 주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나오지 않는다고요? 그럴 리가. 지금껏 매물은 아무리 적어도 5장 이상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8천 금화 선에서 거래됐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봤습니다만,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현재 우리 머셔너리와 같은 신청을 한 클랜이 수십 곳은 넘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탓에,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설령 매물이 나오더라도 가격은 배로 뛸 것 같습니다.”
“흐음….”
절로 무거운 침음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세라프가 나에게 알려주었다는 말은, 다른 천사들도 담당 사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언질을 주었다는 소리였다. 비록 직접적으로는 못하고 완곡히 돌려 말했겠지만,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용자들은 금세 의미를 눈치챘으리라.
애당초 수호자를 제외하면, 시작의 여관이 언제 활성화될지 알려주는 일도 드물었지 않은가. 그러할진대, 이번에 사용자에게 알려주었다는 것만 해도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머리를 끄덕인 후, 나는 클랜원들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회의가 잡힌 탓에 다들 아직 어리둥절해 보이는 얼굴이다.
도대체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우선 본론부터 꺼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비록 추가 참가권에 대한 사항은 불투명하지만, 머셔너리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아니 있어야 하고, 이제 갖추어야 한다. 적어도 사용자 아카데미가 끝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ㄴr는….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ㅁr음이 ㅇrㅍr서….
독ㅈr들이 놀려서….
집에서 짐승을 키웠ㄷr는 소리를 들어서….
소리치며 울 수 있ㄷr는 건….
좋은 거야….
뭐 꼭 슬퍼야만 우는 건 ㅇr니잖ㅇr…? ^^*
ㄴr는 로유미가 싫ㄷr….
로유미ㄱr ㅇr닌….
로리거유ㄱr ㅇr닌….
차라리 로변태라 불리는…. 내ㄱr 좋ㄷ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