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13
00512 99 Vs 102. =========================================================================
“안솔? 안솔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예. 한 번 잘 생각해보십시오. 사용자 안솔과 사용자 맹아라의 비슷한 점을 말입니다.”
비슷한 점이라.
그러고 보면 맹아라와의 첫 만남 때 확실히 안솔을 떠올리기는 했다. 말투나 하는 행동이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우선 천연…. 아니, 아니지.
높은 행운.
똑같은 진명.
그리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흡사 신 내림이라도 받은듯한 각성한 모습.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내 제단을 바라보자, 세라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사용자 맹아라가 처음 홀 플레인에 발을 디뎠을 때, 모든 천사들이 그녀를 주목했습니다. 애초 영웅 육성 계획에 사용자 김수현의 행보를 상당 부분 참고한 상태였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사용자 안솔의 대리인은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때 제 2의 안솔이 될만한 맹아라가 홀 플레인에 들어오게 됐고, 옳다구나 하고 진수현에게 붙인 거로군.”
“그렇습니다. 우리는 맹아라라는 사용자가, 영웅 육성 계획에 한층 탄력을 붙여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뜻으로 수호자 자격까지 부여한 것이고요.”
“그런가.”
담담히 수긍한 순간, 세라프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어떤 점에서?”
“우리는 사용자 김수현이 이루어낸 업적에, 사용자 안솔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맹아라의 존재를 필수 불가결하다 여겼지요.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말해보면, 진수현과 맹아라 두 사용자는 김수현과 안솔이 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는 더욱, 이제는 따라잡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벌어졌습니다. 결국 두 사용자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다운 그레이드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음…. 다른 건 몰라도, 첫 부분에 대해선 내 생각이 조금 다른데. 확실히 안솔의 덕을 본 건 인정하겠어. 하지만 조력자의 역할로써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건 화정이라 생각해.”
여기서 나는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원론에서 조금 엇나간 점은 있지만, 천사들이 안솔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라프는 되레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정의 힘은 확실히 강력하나 사용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부담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안솔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사용자 김수현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조차도 뭐라 판단키 어려운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건 사용자 김수현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하다만.”
“그나마 유일한 약점이 있다면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발동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즉 발동 확률이 매우 낮다는 소리지요. 사실 이건 그냥 아쉬운 부분일 뿐이지 약점이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흠…. 그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렇다 치고. 아직 궁금한 게 두 개 정도 남았거든?”
세라프는 허락한다는 양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진수현 육성 계획에 내 행보를 상당 부분 참고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지금껏 진수현의 행적은커녕 어떤 소식도 들어보지 못했어.”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계획은 수면 아래서 조용히 진행한 계획입니다.”
“그럼 사용자 아카데미도 이수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Yes. 사용자 진수현에 관한 초반 교육은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주 활동 무대도 북 대륙 내가 아닌 북 방향 미개척 지역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진수현은, 사용자 아카데미 수료 보상 4포인트보다 훨씬 커다란 성과를 보상으로 얻었습니다.”
그랬던가.
사용자 아카데미를 이수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미개척 지역을 위주로 활동했다.
잘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으니까.
그리고 미개척 지역으로 나아간 것은, 아마 현재 북 대륙 내 딱히 성과를 얻을만한 장소가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데 안성맞춤이었을 테고.
“두 번째. 맹아라가 말한 버림의 정확한 의미가 뭐지? 계획의 폐지를 말하는 건가? 그리고 그걸 나한테 와서 얘기한 이유는 뭐지?”
“그거야 간단합니다. 아까 제가 새로운 계획을 발의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영웅 육성 프로젝트가 영구 폐지됨과 동시에, 사용자 진수현에게 가던 지원이 사용자 김수현에게로 돌려진 겁니다.”
“나에게로? …아. 그럼 설마 용병 아카데미도?”
“바로 보셨습니다. 이번에 부여된 새 아카데미 설립 권한은, 그런 지원 과정의 일환이라 보시면 됩니다.”
대충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어, 나는 양손으로 차가운 바닥을 짚으며 짧게 숨을 흘렸다. 어딘가 모르게 허탈한 기분이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버림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사용자 김수현이 신경 쓸 것은 일절 없습니다. 사실 따져보면 버림받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지금껏 본인도 모르던 지원을 끊고, 귀속되지 않은 여러 특전을 회수할 뿐입니다. 회수하지 않을 성과들만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거야 너희 입장이고. 맹아라 입장에서는 낙동강 오리 알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지. 그런데 하나만 더. 말을 들어보니 진수현은 사정을 모르는 것 같고, 반대로 맹아라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맹아라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서는 거지? 맹아라는 엄밀히 말하면 제 3자잖아?”
“그 부분에 관해선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다만 현재 사용자 맹아라의 수호자 자격에 관련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허.”
노 코멘트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호자는 언제나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수호자 자격에 관한 논의가 오고 가고 있다고 함은…. 뭐 뻔하지 않겠는가.
잠시 정적이 이어진 후, 세라프가 말했다.
“정보 공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용자 김수현.”
길고 길었던 설명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군…. 좋아.”
벌떡 몸을 일으키자 세라프의 시선이 나를 따라 천천히 올라온다.
“그러면 납득하신 겁니까?”
“하다마다. 상황도 완전히 알겠고, 왜 네가 이번에 사용자 아카데미를 언급했는지도 방금 이해했어.”
“……?”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왜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가 이렇게 이슈가 됐는지 이해를 못했거든. 하지만 이제야 알겠어. 그래. 굳이 병아리들만 영입 대상으로 잡으라는 법은 없지. …아냐?”
나는 동의를 구하려는 의미로 세라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세라프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서 뭔가 아닌듯한 얼굴로 턱을 매만지고는 차분히 어깨를 들먹인다. 이 반응은 뭐지?
“사용자 진수현의 영입이라….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어째서? 어차피 이제 낙동강 오리 알이잖아? 본인은 모르고 있다고 해도. 좌우간 너희도 이제 상관없을 거 아냐.”
“그렇기는 합니다만, 사용자 진수현은 지금껏 겪은 모든 일의 중심에 서왔습니다. 즉 홀 플레인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 선장 역할을 맡고 있던 이라는 말이지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아무튼 알겠다. 정보는 고마워.”
세라프의 말인즉슨, 진수현이 누구 아래 들어갈 성격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사실 처음 맹아라를 봤을 때만 해도, 이미 클랜까지 창설된 만큼 진수현의 영입은 물 건너간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영웅 육성 계획이 중지된 이상 진수현은 이제 괜찮은 사용자 정보를 갖고 있는 한 명의 사용자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직은 북 대륙 내에 입지가 없는.
그렇다면 진수현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만큼, 이대로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아무튼 궁금했던 것들은 완전히 해결했다. 동시에 새로운 생각도 떠올라, 나는 지체 않고 걸음을 틀었다.
그때였다.
“사용자 김수현.”
막 포탈로 나가려는 찰나, 세라프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가만히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중앙 제단에 앉은 세라프가 보였다. 세라프는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중이었다.
“Look Before You Leap.”
“…응? 뛸 곳을 먼저 보고 뛰라고?”
“Yes. 서 대륙 사용자들이 가끔 말하던 속담 중 하나입니다.”
“미국 속담인 건 나도 알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라는 말이잖아.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세라프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깐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이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진수현의 영입은 어디까지나 선택지에 불과합니다. 부디 사용자 아카데미의 본질을 잊지 마시길.”
사용자 아카데미의 본질을 잊지 말라고…?
“물론 병아리들도 한 명 한 명 확인할 생각이야.”
“그게 바로 좋은 선택입니다.”
사실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말이었다. 그러나 세라프는 더는 할 말이 없는지, 잘 가라는 듯 차분히 고개만 숙여 보였다. 이어서 천천히 고개를 드는 세라프를 바라보다가, 나는 조용히 포탈에 몸을 묻었다.
소환의 방에서 나와 신전 밖으로 나가자, 계단에 홀로 서 있는 안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껏 나를 쭉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라버니! 일은 잘 마치셨어요?”
방실방실 웃는 안솔을 보다가, 나는 주변을 훑으며 물었다. 맹아라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덕분에. 그런데 맹아라는?”
“응? 맹아라요?”
“왜. 그 있잖아. 너랑 비슷한 애.”
“아~. 걔는 일찌감치 가버렸어요…. 아니 잠시만요. 오라버니? 비슷하다니요?”
마치 ‘나 잘했죠?’라는 뉘앙스로 말하던 안솔은 삽시간에 태도를 바꿔 도끼눈을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귀여워 보여, 나는 윤기가 찰찰 흐르는 머리칼을 보듬는 것으로 화답해주었다.
“에헤헤.”
그러자 곧바로 얼굴을 푼 안솔이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나 또한 절로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이런 애가 천사들 사이에서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사용자란 말이지.
이윽고 안솔이 내 손을 꼭 쥐는 것과 동시에, 우리 둘은 사이 좋게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어,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솔. 혹시 배고프니? 돌아가기 전에 식당이나 잠깐 들렀다 갈까?”
“네! 좋아요!”
안솔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으응! 으으으응! 오, 오라버니! 뜨, 뜨거워요…! 이, 이러시면 안 돼요…!”
“솔아. 언니야 언니. 괜찮니? 괜찮아? 많이 아파?”
“흐윽! 흐으으윽! 하, 항상 생각해오기는 했지만….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악…. 하악….”
“솔아, 솔아! 그게 무슨 소리야? 응?”
나는 침대에 누운 안솔을 말없이 물끄러미 응시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듯이 빨개져 있고, 무에 그리 더운지 아담한 어깨를 드러낸 채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하연은 그런 안솔의 몸을 물 묻은 천 조각으로 연신 닦아주는 중이었다.
…안솔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신전에서 볼 일을 마친 후, 우리는 거리에 들른 식당에서 밥만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서 별안간 안솔이 해롱거리는가 싶더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픽 쓰러진 것이다. 그것도 온몸에서 뜨거운 열을 뿜으며.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수마가 찾아오는지 안솔의 비음도 차차 약해져 갈 무렵.
힘겹게 몸을 일으킨 하연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후. 일단 간신히 잠든 것 같아요.”
“그, 그렇군요.”
“그나저나 정말 큰일이네요. 사제가 와서 봤는데 딱히 아픈 곳이 없다고 하고. 그런데 열은 펄펄 오르고…. 수현? 혹시 솔이가 왜 저러는지 짐작 가는 게 없나요? 오늘 같이 나갔다 오셨잖아요.”
“…예?”
나는 떨떠름히 대답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는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마음에 걸린 탓이다.
사실 그렇게 별일까지라 보기는 어렵고, 그냥 식당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저는요. 오라버니가 참 좋은데요. 오라버니도 나 좋아요?’
‘그럼.’
‘우웅. 대답이 너무 간단하잖아요오. 못 믿겠는데에. 증거를 보여주세요오.’
‘증거? 어떻게?’
‘간단해요! 여기 이 입술에 찐~한 입맞춤을…. 우~.’
‘그러지 뭐. 쪽.’
‘흐갹?!’
‘안솔? 안솔!’
물론 정말 입에다 입맞춤을 하지는 않았고, 이마에 입만 살짝 맞췄을 뿐이다. 또한 딱히 깊은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여동생이라 생각하는 면도 있었고, 또한 현재 내가 가진 최강의 무기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용이 잠든 산맥에서 유정이 이마에 했던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입맞춤이었다.
그러할진대.
“아앙…. 아아앙…. 어떻게…. 나…. 나…. 당해버렸어…. 드디어 당하고 말았어….”
그때부터 애가 아예 맛이 가버리더니, 이제는 저런 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하연 또한 같은 말을 들었는지 의심이 담뿍 담긴 눈초리를 보내는 중이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껏 밥 잘 먹고 와서 왜 저러는지…. 아 정말 왜 저러지.”
결국, 나는 어깨를 으쓱 일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오늘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사실 이전 회 코멘트가 자꾸 신경 쓰여 글에 집중을 못했습니다. 200, 300회가 넘어가며 코멘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이번 회도 일단 완성하기는 했는데, 실은 오늘 내용도 좀 뒤죽박죽입니다. 원래 이번 회 후반부에 예정돼있던 파트가 다른 내용이었는데, 조금 적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손이 가질 않아 결국 조금 더 적기 쉬운 내용으로 교체하고 말았네요. 그냥 뭔가 좀 흔들린 것 같습니다.
저를 대상으로 내용에 관해 하시는 말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내용이 재미있으면 칭찬을 하실 수도 있고, 재미가 없으면 비판을 하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닌, 독자 분들간에 이뤄지는 내용에 관한 소통은…. 특히 어제는 사실 몇 번이나 읽어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크게 바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독자 분들의 생각이 똑같을 수가 없으니, 당연히 의견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게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받아들였던 간에. 그것이 정말 그렇게나 대립 각을 세울 일인지 싶습니다.
초반 부분에 달린 코멘트를 보면 충분히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불씨가 커지고 커져서 결국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었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원색적인 비난들이 오고 가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그냥 몇몇 분들과 제가 생각하는 기준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의도를 정확히 짚어주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의도한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읽어주셨다는 방증이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몇 분들이 내놓은 의견에 대한 말씀이 지나치셨다는 생각이 지워지지를 않네요. 그분들 중에서도 그냥 ‘이랬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씀하신 분들이 분명히 계실 텐데, 그분들이 받으셨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예전에 어떤 분이 남겨주신, 제가 아무리 말려도 독자들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코멘트가 떠오릅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지금껏 기다려주신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