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41
00540 평온한 날은 끝나고. =========================================================================
머셔너리 클랜 하우스에 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일전의 회의 이후 나는 더 이상 의뢰를 받아들이지 말라 지시했고, 그 결과 클랜 내 상주하는 클랜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릴없이 노는 클랜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게 모르게,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모종의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클랜을 시끄럽게 만들던 바보 듀오가 조용해진 게 명백한 방증이리라.
물론 그와는 별개로, 조금 더 직접적인 행동을 보이는 클랜원도 있었다.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흘끗 시선을 올리자, 두 손으로 책상을 짚은 채 상체를 한껏 기울여오는 여인이 보인다. 약간 화난 듯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간 여인은, 다름 아닌 제갈 해솔이었다.
“일단 앉지 그래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으니까.”
제갈 해솔은 대번에 엉덩이를 붙였다. 의자가 아닌 내 책상에. 이내 보란 듯이 다리를 쭉 뻗어 올리는 제갈 해솔을 보며 나는 가볍게 한숨을 흘렸다.
“애 앞에서 이상한걸 가르칠 생각입니까? 여기 말고 저쪽 소파에 앉으세요.”
그러자 막 다리맵시를 뽐내려던 제갈 해솔이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린다. 책상 한쪽에는 낑낑거리며 다리를 들어 올리는 마르와 도도가…. 아니 너는 또 왜 따라 하는 건데.
잠시 후, 얌전히 소파에 앉은 제갈 해솔은 힘 있게 팔짱을 끼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흡사 무슨 말이라도 해달라는 것처럼.
나는 연초를 꺼내 불을 붙이는 척을 하며 제 3의 눈을 활성화했다.
1. 이름(Name) : 제갈 해솔(0년 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Expert)
3. 소속 국가(Nation) : 자유 용병(Free)
4. 소속 단체(Clan) : Mercenary(Clan Rank : S Zero)
5. 진명 • 국적 : 스스로 자격을 깨우친 자 • 천재아(天才兒)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9)
7. 신장 • 체중 : 168.7cm • 48.7kg
8. 성향 : 합리 • 관찰(Rationality • Observe)
1. 하늘을 굽어보는 지혜의 눈(Rank : S Plus)
1. 용언(Rank : E Plus)
1. 정통 마법(Rank : B Plus)
2. 고대 마법(Rank : D Zero)
3. –
(잔여 능력 포인트는 0 포인트입니다.)
“후.”
절로 나오려는 감탄을 나는 연기를 내뿜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른 능력치는 차치하고서라도, 마력 능력치를 벌써 101까지 확보했다는데 놀라움이 일었다. 물론 용병 아카데미가 매우 큰 역할을 해주기는 했지만, 아무튼 놀라운 건 놀라운 거니까. 거기다 마법으로 특화돼있는 능력도 만만치 않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일단 사용자 제갈 해솔의 참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가요. 왜…. 네?”
막 말문을 연 제갈 해솔이 한순간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마치 이건 예상 못했다는 듯이. 아니면 내가 거절할 줄 알았거나.
하지만 진심이었다. 강철 산맥에 데려갈 수만 있다면, 제갈 해솔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다만 이 안건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지요.”
“클랜 로드. 저는 정말로 참가하고 싶고, 또 도움도 될 자신이 있어요.”
“사용자 제갈 해솔. 강철 산맥 공략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앙 관리 기구에서 0년 차, 1년 차는 참가할 수 없다 이미 못을 박았고, 그 사항이 바뀐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개판이라고 불리는 3년 전에 있었던 공략도, 그거 하나만은 철저하게 지켰다는 말입니다.”
“왜요? 왜 개인의 실력이 아니라 연차로 끊는 거죠? 사실 저는 지금 웬만한 마법사 사용자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못 믿겠다면 보여드릴 수도 있고요.”
“사용자 제갈 해솔은 특별한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연차에 의해서 사용자 정보의 고하가 결정되니까요. 더구나 이런 거대한 이벤트인 경우, 개인의 입장보다는 단체의 입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제갈 해솔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나는 딱 잘라 말을 끊었다. 더는 말꼬리 잡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문제였으니까.
제갈 해솔은 결국 입을 다물었지만,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그럼 결국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잖아요.”
제갈 해솔은 약간 풀이 죽은듯한 목소리로 회답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정말 어지간히 참가하고 싶은 모양. 아무튼 항상 화사하게 웃던 제갈 해솔이 저런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니, 조금은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피우던 연초를 마저 태우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저로서도 지금은 확답을 할 수가 없는 문제에요.”
“치.”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사용자 제갈 해솔의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중앙 관리 기구에 제가 직접 건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 직접 건의하신다고요?”
닭 부리처럼 입을 삐쭉 내밀던 제갈 해솔은 단박에 집어넣으며 되물었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바바라 소집령이 다음 주쯤 잡힐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중앙 관리 기구도 바빠서 안 될 것 같고, 소집령이 끝나는 즉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명만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요.”
“저, 정말요?”
“물론 중앙 관리 기구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그래도 사용자 제갈 해솔이 그렇게나 참가를 원하니, 저도 최대한 힘닿는 대로 도와보겠습니다.”
“…….”
제갈 해솔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나를 빤히 응시했다. 그러면서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 게 떨떠름해하는 것 같기도, 또 어떻게 보면 민망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반반인가?
그렇게 한동안 나를 관찰하던 제갈 해솔은 곧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치, 치사해.”
“……?”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미안해지잖아요. 꼭 내가 생떼라도 쓴 것 같아.”
“하하. 설마요.”
그 순간 목구멍까지 기어 나온 말을, 나는 간신히 삼킬 수 있었다. 그럼 이게 생떼지 아니냐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히 꼬투리를 잡힐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챙겨주니까 좋네요. 고마워요. 클랜 로드.”
“챙겨준다니요. 클랜 로드로서 클랜원의 요청에 힘을 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갈 해솔은 막 문을 나서려다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만 살짝 돌리더니 한쪽 눈을 살며시 감아 보였다.
“바~보. 그게 바로 챙겨준다는 거예요.”
이내 살랑살랑 손을 흔든 제갈 해솔은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또 그 능력을 사용한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후.
“아빠.”
지금껏 잠자코 있던 마르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응. 왜?”
“저 언니 좀 이상해요.”
“괜찮아. 마르야. 세상은 넓고, 미친ㄴ…. 이상한 사람들은 많으니까.”
“그게 아니라아.”
마르는 제갈 해솔이 사라진 자리를 가리켰다. 그러더니 무척 이상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꼭 아빠 관심 끌려고 저러는 것 같아.”
“그건…. 글쎄다.”
…에이. 설마 그 제갈 해솔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
시간은 화살과도 같이 흘렀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그렇게 지역마다 순차적으로 편성을 마치고 나서, 예상대로 중앙 관리 기구는 곧바로 소집령 개최를 선포했다.
장소는 당연히 바바라. 물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소집령이 아닌, 참가한 클랜들 중에서도 클랜 로드만이(다만 수행 인원은 한 명까지 동행할 수 있다.) 참여할 수 있는 소집령이었다.
대 강당 내부는 어둡고 고요했다. 그리고 조용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일부러 불빛을 꺼두어 어둠이 내려앉은 대 강당. 오늘 소집령이 개최되는 건물은 거대한 대 강당으로, 천 명은 가볍게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흡사 노천극장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최대한 뒤쪽에 자리를 잡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밝은 빛이 드리운 공간이 있다면, 바로 중앙 관리 기구 인사들이 나오는 중앙 무대였다. 아마 집중을 위해서 일부러 이런 장치를 마련한 듯싶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못해도 수백 명은 돼 보이는 사용자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다.
사실 여기 있는 절반이 고기 방패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만(물론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각 지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용자들의 모임인지라, 명성 높은 이들도 간간이 눈에 밟혔다.
아무튼.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나, 나는 살짝 긴장한 기분으로 무대를 주시했다. 소집령 특유의 분위기도 있지만, 단순 분위기 때문에 긴장한 건 아니었다. 지금 시시각각 왼손이 떨리고 마음이 조여 오는 이유는, 바로 옆에 앉은 사용자 때문이었다.
한소영.
어찌어찌 우연히 마주치기는 했는데, 설마 같이 앉겠냐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옆에 앉게 되니 뭔가 묘한 기분이다. 꼭 같이 대학로 연극이라도 보러 온 기분이랄까?
그렇게 한창 흐뭇한 기분에 사로잡혀있을 무렵.
“그런데 수현아. 너 정말로 서부로 올 생각 없어?”
옆에서 산통을 깨는 목소리가 소곤소곤 흘러들었다. 누군지는 안 봐도 뻔하다. 왼쪽에 한소영이 앉아있다면, 오른쪽에는 형이 앉아있으니까.
나는 한숨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했잖아. 이미 편성 끝났다고. 이제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아직은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욕먹지. 안 그래도 용병 자격으로 참가하는데, 4 전력 판정을 받은 서부로 가면 사용자들이 뭐라고 하겠어?”
“흠~. 그래? 정말? 정말로 그것 때문이야?”
어느새 살그머니 팔을 감아오는 감촉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의미로 뿌리쳤으나, 형은 되레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리고 게슴츠레한 눈초리로 나를 보더니.
갑작스럽게 씩, 웃어 보였다.
“왜, 왜 그래?”
“아니. 네 속셈을 알 것 같아서.”
“속셈이라니?”
“그렇잖아. 그렇게 죽어라 오지 않으려는 게, 실은 너의 그녀인 이스탄텔 로우 로드를 지키기….”
그 순간, 나는 힘껏 형의 옆구리를 찔렀다. 형은 컥 소리를 뱉으며 몸을 고꾸라뜨렸고, 나는 재빠르게 속닥거렸다.
“미쳤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쿨럭쿨럭.”
형의 말한 의미는 알고 있다. 내 1회 차를 알고 있는 만큼, 형도 한소영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대략은 알고 있는 것이다.
기실 그렇다면 딱히 틀린 의미는 아니었지만….
잠깐.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엄청 오해할말이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다급히 한소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한소영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나를 흘끗 보고는, 이내 반대로 고개를 돌려 누군가와 자그맣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듣지 못한 건가? 그럼 다행인데.
그럴 거라고 생각한 나는 차분히 가슴을 추슬렀다. 그리고 형을 한껏 째려보며 주먹을 그러모았다.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잠시 후.
– 소집령을 시작하겠습니다.
음성 증폭 마법을 걸은 간단한 음성이 대 강당을 울렸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중앙 무대를 주시하자, 곧 한 사내가 약간 긴장한 모양새로 걸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살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의 사용자들을 아우르려면 이효을이 나와야 정상인데, 웬 처음 보는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 듯, 웅성거리는 소음이 일었다.
좌우간 한 번 지켜보자는 생각에 무대를 바라보자, 곧 중앙에 도착한 사내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 반갑습니다. 우선 바쁘신 몸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여주신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누구지?
– 아마 지금 왜 제가 모습을 드러냈는지 의아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 드릴 테니, 잠시 제 말에 집중해주십시오.
그제야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소란이 차차 가라앉았다. 사내는 긴장되는 듯 입에 침을 적시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8년 차 사용자, 주호입니다.
8년 차. 꽤 오래 살아남았는데.
– 그리고 3년 전 황금 사자 소속으로 강철 산맥에 참가했고, 살아 돌아온 10%중에 한 명입니다.
…3년 전의 참가자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지만, 사내의 행동은 꽤나 용기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감정의 골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간다. 아직 과거 황금 사자에 대한 감정이 남은 이들은, 분명 곱지 않은 시선을 볼 테니까. 이래서 꼬리표가 무섭다는 거다.
– 우선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를 말씀 드리면,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전 지역 클랜 로드 분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제안을 하기 위함입니다.
“서두는 대충하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애초 소집령을 개최한 이유가 뭐요?”
“아니 그전에. 그쪽이 이번 소집령의 총 책임자에요?”
그때, 어디선가 짜증 어린 말투들이 하나하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곱지 않은 시선들을 느꼈는지, 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반들반들한 이마를 닦았다.
– 그, 그럼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저는 어젯밤 회의에서 강철 산맥을 공략할 계획을 하나 꺼냈고, 회의에 참가한 많은 분들이 나름 가능성이 높은 계획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깊은 상의를 한 결과 오늘 중추 계획을 말하기 전, 이 자리에서….
“아~. 알겠으니까…!”
–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강철 산맥에 대규모 화계를 실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순간,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불만들이 뚝 끊겼다. 그것도 매우 갑작스럽게.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강철 산맥을 향해 대규모 화계를 실행한다고?
잠시 후, 누군가 번쩍 손을 들며 몸을 일으켰다.
“고려 로드. 조성호요. 강철 산맥에 대규모 화계라니.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요?”
– 말 그대로입니다. 정확히는 우리가 강철 산맥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예 불태워버리자는 소리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 산맥이 무엇입니까? 뭐가 됐든, 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것들 아닙니까? 즉 이것들은 불에 활활 타오른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공략할 지역이고, 차후 길도 터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들어가서 고생할 필요 없이, 그냥 불태우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한 이상 알아듣지 못할 사용자는 없다.
사용자들은 서로만 번갈아 보다가, 곧 한 명 한 명이 일어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잠시 만요. 그게 가능한 계획인가요? 강철 산맥이 얼마나 넓은 지역인데…!”
– 굳이 모든 지역을 태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나갈 수 있는 길만 태우면 그만입니다. 요지는 우리가 시작부터 들어가서 고생할 필요 없이, 외부에서 안전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위험한 계획이요! 그러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면 어쩌려고!”
– 아까 어느 분이 말씀하셨듯이, 강철 산맥이 얼마나 넓은 지역입니까. 번지면 오히려 더 좋지요.
“그렇게 쉽게…!”
– 그리고 설령 걷잡을 수 없다고 해도, 무슨 걱정입니까? 지금 북 대륙 전역의 마법사들만 끌어 모아도 못해도 수천 명은 됩니다. 그중에서 한 천 명 정도만 대기하고 있다가, 정 위험하면 풍계 마법으로 불길의 방향을 바꾸거나, 수계 마법으로 불을 꺼트리면 됩니다.
잠시 가라앉았던 소음은, 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소음은 이내 일파만파 퍼지며 대 강당 내부를 삽시간에 시끄럽게 만들었다.
– 그리고 산맥 내에 활동하는 생물들이라고 해봤자 우리의 적인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과정이야 어찌됐든, 좌우간 강철 산맥만 깡그리 불태워버리면 공략은 성공 아니겠습니까?
아까의 당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자신의 말이 점차 먹혀 들어가는 것에 자신감을 찾았는지, 사내는 열띤 목소리로 질문에 회답하며 더더욱 크게 외쳤다.
사실 1회 차에 강철 산맥을 겪어본 만큼, 나는 공략 법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어느 장소에 어느 괴물이 출현하고,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것뿐.
공략 법을 알고 있다는 말이 피해가 없다는 말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사내, 아니 주호를 보며 나는 가만히 턱을 괴었다.
강철 산맥에 대한 대규모 화공이라.
“…….”
…천잰데?
============================ 작품 후기 ============================
김수현 : (속으로.) …듣지 못했겠지. 다행이다.
한소영 : (옆을 쳐다본다. 그리고 소곤거리며.)혜림아. 너의 그녀라는 게 무슨 뜻이니?
연혜림 : 응? 너의 그녀라니? 그건 왜?
한소영 : 그냥.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사내가 여인한테 너의 그녀라고 하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나는 여인?
연혜림 : 아아. 별거 아니야. (새끼 손가락을 피며.) 그냥 이거라는 뜻이지.
한소영 : (따라 하며.) 이거?
연혜림 : (별것 아니라는 말투로.) 응. 한 마디로 애인이라는 소리지.
한소영 : !
*
수현이는 참 본의 아니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네요. 하하하.
아무튼 새로운 5월의 시작이네요. 하하하. 이번 해도 벌써 절반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가는 것 같습니다. 🙂
여러분들도 새로운 5월달을 맞아 모두 파이팅하시고, 또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죠? 열심히 일한 직장인 분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일입니다. ㅎㅎㅎㅎ.
…호, 혹시 오늘도 출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_(__)_
PS. 저번 회 무검은 일부러 넣지 않았습니다. 수현도 상시 휘두를 검은 하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수현이 바로 그 검을 무검으로 선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