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42
00541 사탄의 우울. =========================================================================
웅성웅성.
– 그럼 더는 질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후의 자세한 사항은 사용자 이효을께서 말씀해주실 겁니다.
화계 계획에 대해 일장 연설을 마친 주호는, 처음 때와는 다른 자못 의기양양한 얼굴로 물러났다. 그리고 주호가 물러나자마자, 텅 빈 무대에 곧바로 한 여인이 걸어 들어왔다.
– 이효을입니다.
매우 간단히 소개를 마친 여인은, 바로 이효을이었다. 전 북 대륙의 수호자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잠시 후.
확실히 이름값 높은 사용자라 그런지, 한창 시끄럽던 대 강당이 조금이나마 잠잠해졌다.
이효을은 예의 오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사용자 주호의 말은 어느 정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하고. 그럼 지금부터는 강철 산맥 화계 공략 계획과 연관되는, 본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효을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그 무언가는, 수정구였다.
딱!
곧 손을 튕기는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중앙 무대로 반투명한 화면 하나가 생성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정구에 저장된 영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내 눈에 보이는 영상은, 다름 아닌 강철 산맥이었다. 나는 약간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강철 산맥을 응시했다.
…저 산맥만 넘을 수 있다면.
– 자. 그럼 지금부터 설명을 시작하려 하는데. 아직 지방 방송이 조금 있는 것 같네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손을 들고 저한테 물으세요. 혼자서 떠들지 마시고.
그때, 약간 짜증 어린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러나 질문을 하는 사용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눈치를 보는 듯싶다. 정체를 알고 있는 사용자들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고, 모르는 사용자들은 갑작스럽게 입을 다문 사용자들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것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어수선함이 남아있어, 나는 천천히 손을 들며 몸을 일으켰다.
이효을은 단박에 나를 알아보더니 아주 살짝 아미를 찌푸렸다. 흡사 무척 껄끄럽다는 얼굴이랄까. 저게 도와주려고 해도 저러네.
“머셔너리 로드 김수현입니다.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만.”
– …질문해주세요.
“첫 번째. 제가 알기로 강철 산맥은 굉장히 드넓고 끝을 알 수 없을 만치 깊은 산맥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계 공략은 확실히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을 불태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또한 마법사들의 사정거리를 감안하면, 결국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며, 두 번째는 이번에 각 지역별 네 개의 원정대를 나눈 것과, 방금 들은 화공 계획이 상호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아하…. 좋은 질문이네요. 정리해주신 점, 감사 드려요.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이효을은 약간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곳곳에 남아있던 소란이, 비로소 완전히 잦아들었다. 별다른 일은 한 건 아니었다. 그저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두 질문을 정확히 짚어냈을 뿐.
이윽고 나에게서 시선을 뗀 이효을은 객석을 돌아보며 영상을 가리켰다.
– 확실히 머셔너리 로드의 말씀대로, 모든 산맥을 불태울 수는 없어요. 정확히 말해보면 할 수는 있으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단점이지요. 좌우간 요지는, 이제나~저제나. 결국에는 강철 산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 그럼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화계 공략 계획의 최우선 목표가 모든 것을 깡그리 불태운다는 게 아닌, 안전 지역을 확보한다는데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그럼, 안전 지역의 명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게 궁금하시겠죠?
이효을은 잠시 말은 끊었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단도직입으로 말씀 드리죠. 중앙 관리 기구는 강철 산맥 내에 요새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말 그대로 수천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동시에 괴물들이 몰려와도 능히 수비할 수 있는 하나의 요새. 화계 공략에 이은 요새 구축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아.”
“흠.”
나는 한소영과 형이 동시에 탄성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요새라는 말을 들은 순간, 중앙 관리 기구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몇몇 분들은 눈치 채신 것 같네요. 네. 중앙 관리 기구는 지난 몇 달간 3년 전 생존자들을 모아 최대한의 정보를 모았고, 그 결과 강철 산맥은 단번에 공략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여기서 바로, 각 지역별 원정대를 네 개로 나눈 이유가 나와요. 지휘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진정한 의도는 바로 교체입니다. 말하자면 지역별 순차적인 공략 시도라고나 할까요? 즉 선발로 들어간 원정대가 일정 지점에 도달한 경우, 그 장소에 대기하며 요새를 건설하고, 이어서 후발 원정대가 2차 공략에 나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공략을 완료할 때까지 이러한 순환을 반복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런 말인가? 1차 전력인 동부가 강철 산맥에 들어가 일정 지점에 들어가게 되면, 그 자리에 요새를 건설해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한다. 그러면 2, 3, 4차 전력이 1차 전력이 건설한 요새로 이동하고, 이후 1, 3, 4차 전력이 대기하는 동안 2차 전력이 재차 내부로 공략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 물론 직접 겪어보지 못한, 머릿속에서 계획인 이상 우리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강철 산맥이 그렇게 만만한 지역이라 생각되지도 않고, 정확한 건 들어가 봐야 아니까요.
– 하지만 그래서 요새가 더욱 중요하다는 거예요. 화계 공략과 내부 공략의 공통점은, 어쨌든 여러분들이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데 있죠. 저는 이 요새 구축 계획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여러분을 지켜줄 최소한의 방패가 되어줄 거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효을의 말은 단순히 요새를 세운다는 관점에서 국한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강철 산맥은 유적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지역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공략할 수 없는 지역임을 고려하면, 이번 원정의 쟁점은 첫 전력을 중간중간 잘 유지할 수 있느냐 라 볼 수 있다. 이효을의 그 점을 잘 캐치한 것이다.
무엇보다, 화계 공략 계획을 만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효을의 말마따나 강철 산맥은 절대로 만만한 지역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중앙 관리 기구에서 세운 계획은 나름 괜찮은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화계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안전 지역을 확보한다.
그리고 확보한 안전 지역에 요새를 구축함으로써 안전성을 더욱 증강시킨다.
마지막으로 요새에 대기 원정대를 주둔시켜, 적절한 교체로 최대한의 전력 유지한다.
말인즉슨, 이 삼박자를 잘 조합해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소리였다.
만일 이효을의 말대로만 된다면?
북 대륙은 요새를 기점으로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정대를 3교대로 돌릴 수 있게 된다.(4 전력은 예비이므로 제외하고.) 그와 더불어, 강철 산맥 초입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병참 기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효율성은 가히 무궁무진할 것이다.
정적이 흐른다.
어느덧 대 강당 내부는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였다.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 이로써 1차로 세운 계획은 대강 말씀 드렸는데….
이윽고 이효을은 태연한 얼굴로 객석을 둘러보고는,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럼, 질문을 받아볼까요?
*
소집령이 끝났다.
대 강당에서 나온 이후,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중앙 관리 기구로 걸음을 옮겼다. 눈물을 머금은 이유는, 소집령이 끝나고 한소영이 이번 계획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식사를 제의한 데 있었다.
하지만 끝나고 곧바로 약속이 잡혀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하고 말았다. 웬만하면 앞선 약속을 미루고 싶었지만, 요즘 중앙 관리 기구가 바쁜 것을 아니 별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효을과의 대면도 간신히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 이동이라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제갈 해솔이라는 0년 차 사용자의 참가를 허용해 달라. 그것도 갓 사용자 아카데미를 나온 병아리를?”
이효을은 책상에 아예 상반신을 엎은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무대에서 날카롭게 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으나, 이해할만했다.
집무실 곳곳에 보이는 흐트러진 흔적들은, 그동안 이효을이 얼마나 치열하게 강철 산맥 공략을 준비했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뭐, 볼까지 내려온 눈 그늘이 눈에 밟힌 것도 있지만.
“음. 0년 차라고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연차로 따지면 아직 병아리지만, 정말 실력 있는 사용자야. 웬만한 고년 차 마법사 뺨치는 정도라고.”
“흠….”
이효을은 뜻 모를 한숨을 흘렸다. 그리고 책상에 엎은 채 고개를 반만 돌리더니,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는 기록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으응…. 졸려…. 사용자 아카데미…. 사용자 아카데미…. 여기 어디 있을 건데…. 아. 찾았다.”
그리고 기록 하나를 뽑아내더니, 유심히 살피기 시작.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효을의 두 눈이 살짝 치켜떠졌다. 아마 이름이 특이하니 금방 찾은 모양이다.
“여기 있네. 제갈 해솔. …응? 수료 성적이 별론데? 아니. 매우 좋지 않아. 이건 완전 하위권이잖아.”
그 말에 나는 턱 말문이 막히는걸 느꼈다. 갓 나온 병아리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사용자 아카데미가 유일한데, 이효을의 말대로 제갈 해솔의 수료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용자 정보를 확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그나마 어필할 수 있는 게 수송 어빌리티 뿐인가.
“그건 과거의 자료에 불과하고. 현재는 정말 많은 성장을 이룬 상태야. 그리고 생각해봐. 이 이동이라는 능력은 네가 말한 병참 기지 건설 계획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데 현재는 상용화 단계가 아니지 않아? 뭐 하루 걸릴 거리를 이동한다거나, 또는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다거나. 설마 그 정도는 아닐 거잖아?”
…그랬다. 확실히 그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다. 오기 전 제갈 해솔에게 물어본 결과, 수송 어빌리티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개발할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튼 현재는 이효을이 말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윽고 몸을 느릿하게 일으킨 이효을은 피로에 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머셔너리 로드~. 이 제갈 해솔이라는 사용자. 정말 참가시켜야겠어?”
“본인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고,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꼭? 꼭꼭? 꼭꼭꼭?”
“…….”
애처로운 눈망울로 되도 않은 애교를 부리는 이효을. 순간 토가 쏠릴 뻔 했지만, 간신히 삼키며 입을 열었다.
“장난하지 말고. 그리고 이건 강제가 아니라 부탁이잖아. 어떻게 안되겠냐, 네 의중을 물으러 온 거야.”
“에엥? 부타악?”
그 순간 나를 보는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꺼졌다. 그러더니 멍한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이효을.
또 왜 저러나 싶어 가만히 바라보자, 약간은 생기를 되찾은 듯 예의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그거 알아? 네가 나한테 부탁이란 말 처음 꺼낸 거?”
그랬나?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웬만하면 이 자리에서 답변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으음….”
다시 회답을 요구하자 이효을은 금방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실 여기까지 회답을 미루는걸 보면, 답은 이미 나왔다고 봐도 좋다. 성격상 되면 된다, 안되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을 할 터인데, 아마 나를 앞에 두고 있다 보니 약간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아니면 속으로 제갈 해솔을 높이 평가하고 있거나.
그렇게 서로 침묵을 지킨 채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뭔가 깊이 생각하듯 입맛을 다시던 이효을은 곧 쯧,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미안.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그러냐.”
“확실히 그 능력은 인정해. 그러나. 그거 하나만 보고 네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커.”
“리스크?”
의아히 되묻자 이효을은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흡사 질렸다는 듯한 얼굴. 그러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너도 왜 0년 차, 1년 차를 제외하는지는 알고 있지?”
이효을은 주섬주섬 연초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깊숙이 빨아들여 연기를 흘렸다.
“후아. 이제 좀 살겠네. …아무튼. 실은 그런 부탁을 해오는 사람들이 너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의외로 많아.”
“많다고?”
“응. 뭐, 이해는 해. 만일 공략을 성공한다면, 모든 특권은 참가자에 우선적으로 돌아가니까. 하지만 솔직히 이해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 또, 너도 클랜 로드니까 알 거 아냐. 이런 대규모 공략에서는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거. 룰을 하나 정한 이상, 단체의 입장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어.”
“…….”
이런 말을 들을 거라 예상하기는 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효을의 말은 내가 일전에 제갈 해솔에 했던 말이니까. 그 말이 지금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머셔너리 로드. 나는, 여태껏 자격이 안 되는 사용자들의 요청을 모조리 거절해왔어. 그런데 여기서 네 부탁을 허락해버리면, 그 사용자들에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 그전에. 능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과연 그 사용자들이 아 그렇구나~. 이러면서 온전히 받아들일까?”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더구나 너희는 북 대륙 내 유일한 S Zero 클랜이야. 사용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더욱 부탁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라고. 너라면…. 내 말 이해하지?”
그렇다. 인간이란 그리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니까. 오히려 자신이 받은 불이익에 들고 일어날게 눈에 뻔히 보인다.
“사실 네 부탁은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어. 이러나저러나 네 덕을 꽤 본 입장이니까. 그리고 네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결과가 빤히 보여. 너도 그래서 부탁이라는 말을 꺼낸 거잖아.”
“으음….”
“머셔너리 로드. 나 이번 공략, 정말로 성공하고 싶어. 지금 강철 산맥 문제 하나만 해도 벅찬데, 이런 문제를 일부러 일으키면서까지 변수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
“…….”
그래서 더욱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효을 입장에서도 기껏 소집령까지 잘 이끌어왔는데, 괜한 분란 거리는 만들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결국, 안 되는 건가.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효을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더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억지로 강행한다고 쳐도, 잘못하면 북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만 깔끔히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알겠다.”
“응? 가려고?”
“네 입장은 충분히 들었으니까.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 클랜원한테는 내가 잘 말해두도록 하마.”
“…그, 그래?”
너무 쉽게 포기했다 생각한 걸까. 이효을은 떨떠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인 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머셔너리 로드.”
막 문을 열은 찰나, 이효을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차분히 시선을 돌리자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이효을이 보였다.
“왜?”
“혹시…. 거절했다고 기분 나쁜 건 아니지?”
“별로?”
“그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효을은 문득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곧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 같은 거…. 하지 마?”
“이상한 일이라니? 무슨 이상한 일?”
“예를 들면. 예전에 코란 연합을 무너….”
“헛소리.”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나는 딱 잘라 받아 친 후, 곧바로 문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오늘 내용을 적다 보니 독자 분들께 문득 궁금한 점이 들었습니다.
혹시 독자 분들의 홀 플레인 내 거주하는 사용자라면. 그런데 강철 산맥에 참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강철 산맥에 관한 특권은 확실히 좋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도 주어지고, 이후 신 대륙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부여 받습니다.)
여기서 머셔너리 클랜의 한 0년 차 사용자, 그것도 병아리가 참가권을 부여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