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43
00542 사탄의 우울. =========================================================================
“───. ───. ───.”
“───. ───. ───.”
“───. ───. ───.”
“───. ───. ───.”
주문을 외우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한 명만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아니다. 수천 명은 될 듯한 마법사 사용자들이 동시에 주문을 외우는 소리였다.
듣기로는 약 3000명에서 4000명 사이의 마법사가 참여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 동시에 주문을 외우는 소리는,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또 장엄했다.
“이제 곧 결과를 볼 수 있겠군요.”
옆에 서 있던 신재룡이 나직한 목소리로 속닥였다. 나는 가만히 머리를 끄덕였다.
눈앞에는, 지금껏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강철 산맥이 있었다. 그냥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예전 소집령에서 나온 화계 공략 계획을 실행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소집령이 끝난 이후. 중앙 관리 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계획은, 생각보다 큰 호응을 받았다. 그 중 화계 공략 계획은 정도가 심하다 생각될 정도로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
나름 이해는 간다. 계획 자체는 단순하기 그지없으나, 현실성이 무척이나 높았으니까. 더구나 그 계획은 사용자들에게 하나의 환상의 주었다고나 할까.
말인즉슨, 이제껏 난공불락이라 여기던 강철 산맥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려운 길을 쉽게 갈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용자는 없으니까.
공식적으로 발표된 화계 공략 계획은, 열렬한 호응을 받은 만큼 엄청난 속도로 탄력이 붙었다. 하나의 환상의 생겼으니, 사용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계획을 실행하고 결과를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호응에 가만히 있을 이효을이 아니었다. 이효을은 곧바로 각 지역에 전령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그 즉시 참가를 희망하는 마법사들이 대거로 모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우리끼리 한 번 해보자는 사용자들도 생겨, 중앙 관리 기구에서 통제를 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정예들로 하나의 마법사 군단을 꾸린 후, 북 대륙은 4주라는 시간을 거쳐 강철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대기. 준비가 되신 분들은 강철 산맥을 겨냥해 하늘 높이 지팡이를 들어주세요. 직격 방향은 지양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슬슬 시작하려는 걸까. 음성 증폭을 걸은 목소리가 평야를 망망히 울렸다.
그러자 내 생각이 맞는다는 듯, 우리가 서 있는 지점과 광활히 펼쳐진 산맥 사이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 흐름이 느껴졌다.
문득 동시다발적으로 작열하는 색채에 눈이 부시는 게 느껴졌다. 마법사들이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는 지팡이에는, 하나같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빛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 1제대 화계 마법 준비 완료.
– 2제대 화계 마법 준비 완료.
– 3제대 화계 마법 준비 완료.
– 4제대 화계 마법 준비 완료.
각 제대 장들이 준비가 완료됐음을 보고한다.
– 5제대 풍계 마법 준비 완료.
– 6제대 수계 마법 준비 완료.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5제대, 6제대마저도 준비 완료를 보고했을 때.
– 모두 준비.
비로소, 발사 직전의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무검을 꽉 쥐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예를 들면 열 받은 괴물들이 미친 듯이 튀어나오거나.), 여차하면 앞으로 나가 마법사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
“…….”
잠시 정적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내부로 가득 차 올랐다.
그러나 정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 발사!
이내 이효을 특유의 날카로운 음성이 울리는 것과 함께, 마법사들 또한 모두가 시동어를 외쳤다.
그와 동시에 지팡이 끝에 맴돌던 불빛들이, 흡사 폭죽을 터뜨리는 것처럼 거의 한꺼번에 터져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침착히 귀를 막으며 얼른 시선을 들었다.
…불덩이? 아니 불 줄기?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수백, 아니 수천의 염화 마법이 일제히 하늘을 날고 있다. 그 여파가 어찌나 대단한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한없이, 한없이 올라가던 마법들은 하늘에 이르러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정말 잠시에 불과했다.
최고점에 다다른 마법들이 이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일거에 아래로 궤도를 달리해, 우수수 떨어진다. 목표는 정확히 강철 산맥을 겨냥하고 있다. 마치 불로 이루어진 비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래.
– 모두 조심!
말 그대로, 불의 폭우가 강철 산맥에 그대로 내리 꽂힌다!
쾅쾅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쾅!
강철 산맥과 마법이 첫 충돌을 일으켰다. 지면에 내리 꽂힌 불꽃들은 앞 다투어 폭발해 강철 산맥의 내부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바로 옆에서 대포가 터지는 것처럼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때렸지만, 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 있는 대로 안력과 청력을 끌어올리며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악착같이 앞을 주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화르르르르르르륵!
숲의 곳곳에 퍼진 하얀 빛들 사이로, 거대한 불길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강철 산맥 공략의 첫 발을 내디디는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
조용한 방. 가득히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느릿하게 형체를 갖춰가는 그림자는, 약간 마른 체구와 호리호리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곧 그림자가 완전한 형체를 갖춘 순간, 어둠은 의자에 앉아있는 모두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적대자.’
‘모든 악마의 왕.’
사탄의 등장이었다.
대계의 예언을 빌미로 7대 악마의 회동을 주최하고,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두 모였군.”
느긋한 말투. 그러나 차갑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의자에 앉아있는 악마들에 인사했다.
“늦어. 주최. 너.”
회답한 목소리 또한 냉랭하기 그지없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치 조금의 고저도 없는 목소리. 그러나 거의 자기 상체만한 곰 인형을 꼭 안고 있는 그 모습은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
깊숙이 가라앉은 푸른색 눈동자로 사탄을 쳐다보는 악마는 작달막한 여아(女兒)였다.
외양으로만 본다면 이제 갓 8살이나 됐을까. 통통한 종아리를 드러낸 채 칠흑색 고스로리타 드레스를 입은, 흡사 정교한 인형을 보는듯한 사랑스러운 소녀. 그 정체는 바로 ‘잔혹한 파괴자.’이자 ‘동쪽의 왕’인 바알이었다.
“미안하군. 회동 전에 준비할게 좀 있어서.”
시큰둥하게 대답한 사탄은 자신의 의자에 가뿐히 몸을 앉혔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보일 정도의 기다란 손가락을 주머니 속에 넣어, 연초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한 점 타오른 불빛은 주변을 자그맣게 밝혀, 가로로 쭉 찢어진 눈과 새빨간 눈동자를 비췄다. 그러나 곧 불이 새빨갛게 타 들어가며 연초가 부서져내려, 잠시 비췄던 사탄의 얼굴에 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탄? 대계에서 연락이 왔다고 들었는데? 지금 한가로이 연초나 필 여유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 끈적끈적한, 어딘가 야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다른 악마들도 내심 동의하는지 잠자코 사탄을 응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탄은 아무 말도 없다.
시간이 흐르며 모두에 의아한 기분이 차오를 무렵.
돌연 사탄이 빠르게 손을 놀렸다.
휘리릭!
탁!
악마들이 앉아있는 각 의자의 팔걸이에 손바닥만 한 종이가 박혔다. 일반 종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면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대계의 연락을 정리해 넣어놓았다. 사용법은 다들 알고 있을 테고. 우선 먹고 얘기하지.”
일단 먹고 얘기하자. 이상한 말이었다.
“쳇. 누가 들으면 꼭 만찬에라도 초대받은 줄 알겠어.”
그러나 이어지는 행동은 더욱 이상했다. 나직이 투덜거린 아스타로트가 종이를 우악스럽게 쥐어 입으로 한 번에 구겨 넣은 것이다. 리리스는 돌돌 말은 종이를 입술을 오므려 빨아들였고, 바알은 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뜯어먹었다. 아무튼 먹는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말 그대로 악마들은 종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엥? 새로운 여왕의 출현? 그리고 패배의 예언? 아니 아니. 철수를 염두에 두라고!”
“이해 불가. 갑자기. 무슨 소리.”
가장 먼저 먹은 아스타로트가 종이를 꿀꺽 삼키며 외쳤다. 바알 또한 아기자기한 아미를 찌푸리며 바로 말을 이었다.
사탄은 한껏 당황해 하는 악마들을 지그시 둘러보고는, 약간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 회동을 개최한 것이다. 너희의 의중을 묻기 위해서.”
“…….”
“지금 우리에게 선택의 때가 도래했다.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철수할 것이냐.”
“철수? 철수라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아직 약속의 신전은커녕 테라에도…. 아니! 플로렌스, 아이리스, 라그나로크, 아틀란타! 이방인 놈들은 아직 그 누구도 이 지역에 도달하지 못했어!”
역시 ‘분노의 악마’라 그런지, 아스타로트는 두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으르렁거렸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처럼.
“저도 분노의 악마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비록 대계의 연락이라고는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지시입니다. 모든 악마들의 왕이여. 혹시 왜 이런 지시가 내려왔는지, 내막을 알고 계십니까?”
루시퍼 또한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 자체는 정중했지만,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신사적인 태도를 보이던 ‘타락 천사’치고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대계의 예언은 여태껏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지.”
그렇게 말한 사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북 대륙에서 강철 산맥을 공략하려는 시도가 포착되었다.”
“그래서? 고작 그것 때문에 이런 지시가 내려온 거야?”
“관련 없지는 않겠지.”
“정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대계도 이제 한물갔네. 호호호.”
리리스는 진정 어이없다는 말투로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군.”
그러나 사탄의 차갑게 한 마디 내뱉자 리리스의 웃음이 뚝 멈췄다.
이윽고 사탄이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자 모든 악마들의 시선이 중앙으로 쏠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탄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한 명의 왕과 네 명의 여왕. 패배의 일차 조건 만족. 뭐, 일단 뜬구름 잡는 소리는 집어치우도록 하지. 그보다, 우리는 정말로 패배가 닥쳐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말이야.”
“젠장. 나한테는 아직도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패배가 닥쳐왔다니 무슨 말이야?”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했을 텐데?”
“그래서. 백 번 양보해서 강철 산맥이 공략되면, 네 말마따나 우리가 패배한다는 소린가? 응? 사탄?”
“그럼 물어보마. 지금에 이르기까지, 네가. 아니 우리가 이루어낸 일이 뭐가 있지?”
“그건…!”
벌컥 화를 내려던 아스타로트는 갑작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분노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말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아무리 찾아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일러. 일러도 너무 일러. 플로렌스, 아이리스, 라그나로크, 아틀란타. 우리는 이 네 도시를 잇는 통로가 개척되기까지, 적어도 3, 4년은 더 걸릴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맞춰 여러 안배들을 해놓았는데…. 지금 상황이 어떻더라?”
힐난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몇 악마들은 머리를 숙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사탄의 시선을 회피했다. 왜냐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네 말대로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말인데. 좋아. 네 말대로 위험한, 정확히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건 인정하겠어. 강철 산맥이 공략되면 테라는 금방이니까.”
그때, 천하면서도 깊숙한 목소리가 사탄에 말을 걸었다. 리리스였다.
사탄이 조용히 걸음을 멈추자 무언의 승낙이라 여긴 리리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강철 산맥이 공략될 거라는 예상을 전제로 한 말이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대계의 예언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3년 전 우리는 똑같은 일로 이렇게 모였었지. 그때도 너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결과는 어땠지?”
“흠.”
사탄은 미약한 침음을 흘렸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 여긴 탓이고, 사탄 스스로도 아직 강철 산맥이 공략될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3년 전의 사건이 리리스의 말을 뒷받침한다.
리리스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패배 예언이라고 해봤자 다 변화라는, 일차 조건에 불과하잖아? 즉 여전히 우리의 힘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니까, 철수라는 말은 아직 이르다 생각하는데.”
“…….”
“그러니까 오히려 이 난관을 반전하기 위해 힘써야 하지 않을까? 너도 그걸 위해서 이 회동을 개최한 거고. 안 그래?”
“그래.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사탄의 동의했다. 리리스는 그제야 만족한 듯 진한 미소를 짓더니 뻐기는 얼굴로 한 쪽을 주시했다. 아스타로트가 입을 질끈 깨물었다.
“나 또한 철수라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해. 더는 유리한 상황도 아니고, 여유를 부릴만한 입장도 아니야.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말이야.”
다시 걸음을 옮긴 사탄이 마침내 방의 정 중앙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희에게는 백날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낫겠지. 그러니 우선 내가 준비한 안배를 보여주도록 하지. 모두 집중해주었으면 좋겠군.”
그렇게 말한 사탄은 길고 창백한 손을 들었다. 그러더니 흡사 여인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이 허공을 휘저었다.
우웅!
신기한 일이었다. 사탄이 두어 번 손을 놀리자, 허공에 커다란 마법 진이 절로 생겨난 것이다. 이내 음침한 빛으로 밝혀진 마법 진은, 곧 허공에 한 커다란 영상을 비췄다. 영상은 차마 광대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드넓은 수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철. 산맥.”
바알의 말에 사탄이 머리를 끄덕였다. 곧바로 몸을 돌린 사탄은 악마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강철 산맥은 총 네 개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에서 우선….”
“저게. 안배?”
이윽고 사탄이 막 안배에 대해 입을 열려는 순간, 바알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비단 바알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든 악마들이 멍해 보이는 기색으로 영상만 응시하고 있다.
그때였다.
– 화륵, 화르륵, 화르르륵!
– 와아…. 와아아…. 와아아아….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 타오르는 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함성.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사탄도 영상을 돌아보았다.
영상을 확인한 순간, 사탄도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화마(火魔)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푸르던 수림이, 어디선가 밀려오는 불길에 휩쓸려 삽시간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불길은 마치 이 모든 수림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풀과 나무들을 게걸스레 불태워 없애버리는 중이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한눈에 봐도 이상한 광경. 하지만 악마들은 머리를 저으며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그래도 사탄이니까. 7대 악마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며, ‘모든 악마들의 왕’이라 불리는 사탄이니까.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뭔가 묘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악마들은 한껏 기대하는 얼굴로 사탄의 안배를 기다렸다.
그러나.
“?”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고, 사탄의 머리 위에 자그마한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오늘 이상하게 몸 상태가 별로라서 잠깐 쉬려고 누웠는데, 그대로 푹 잠들어버렸네요. 이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어지간하면 눕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역시 수마가 무서워요. ㅜ.ㅠ
코멘트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제 예상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분들이 많이 보이시더군요. 제갈 해솔에 대한 결과는 빼먹지 않고 내용에 들어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질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하하. 😀
PS. 소제목 수정했습니다. 동쪽의 왕은 바알의 명칭이고, 사탄은 모든 악마들의 왕입니다. 제가 잠시 착각했네요.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