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57
00556 반격의 시작. =========================================================================
삐이이이이익!
펑!
어디선가 하얀 불빛 하나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이내 요란스럽게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불빛은 사방으로 점점이 뿌려졌다.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감상에 젖을만한 시간은 없다.
저건 보초들이 쏘아 올리는 일종의 신호였다. 대충 거리를 가늠해보니 아마 야영지를 벗어난 최 외곽에서 쏘아 올린 신호인 듯싶다. 말인즉,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급하니 한 시라도 빨리 지원을 바란다는 뜻이다.
“…아까 회의에서 말씀하셨죠. 오늘 괴물이 야습해올 것이다. 샘플은 오늘 밤 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지그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선유운이 석궁을 꺼내며 말했다. 그리고 오른팔에 장착한 후 끼릭끼릭, 화살을 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내 모든 준비를 마쳤는지 선유운은 입을 슥 닦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자신 있으시냐 여쭈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확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가능성이죠. 사례가 있으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선유운은 나직이 웃더니 신호가 쏘아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살그머니 몸을 굽히는 게 바로 달려가려는 것 같아, 나는 곧바로 제지했다.
“잠시만요. 선유운. 지금 바로 가면 안됩니다.”
“예? 바로 가면 안 된다니요? 상황이 급할 텐데요.”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예상하고 있었다고요.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을만한 조치는 이미 해두었습니다.”
“조치요.”
“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입니다. 아무튼, 선유운은 우선적으로 머셔너리 클랜원들을 모으세요. 적어도 최소한의 구성은 갖춘 후에 지원을 가야 합니다. 아마 지금쯤 거의가 신호를 감지했을 테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유운 또한 내 말이 옳다고 여겼는지 묵묵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걸음을 틀었다가 돌연 또 한 번 우뚝 멈추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클랜 로드님은….”
“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말끝을 흐리는 선유운을 향해 나는 소리 없이 빙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
털썩!
한 사내가 지면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내 사내의 두 팔에 더러운 촉수가 단단히 감기고, 전신을 덮을 정도의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곧 벌어질 일을, 아니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걸까.
언뜻 보기에 사내의 얼굴은 망연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부들부들 떨리는 몸과 눈동자를 물들인 공포의 빛은, 현재 사내의 심리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눈초리는 한곳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사내는 괴물을 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키는 한 2미터쯤 될까. 중간중간 때가 낀 더러운 상앗빛 피부에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개미핥기를 연상케 하는 길쭉한 머리와 툭 튀어나온 주둥이, 그리고 기다랗게 늘어져있는, 흡사 촉수처럼 보이는 사지는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한 가지 더 특징이 있다면, 괴물의 얼굴에 눈과 귀가 없다는 것. 보이는 거라고는 오직 코와 길쭉한 입뿐이다.
촉수에 감긴 사내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괴물이 느릿하게 입을 벌리자 안으로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촘촘히 박혀있는 이빨이 날카로운 빛을 번쩍였다. 사내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사내의 머리부터 쩍 벌려진 주둥이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괴물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우드득!
무언가 우악스럽게 찢겨 터지는 소리. 사내의 몸이 한 번 거세게 요동쳤다. 이어서 괴물의 양 볼이 불룩해짐과 동시에 주둥이 사이로 벌건 핏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괴물은 목, 몸통, 팔, 다리를 거쳐 삽시간에 사내를 뜯어먹었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잡아먹는지, 그냥 흡입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꺄아아악!”
그렇게 식사를 끝마친 괴물이 쩝쩝 입맛을 다시고 있을 무렵, 문득 높은 비명이 근처를 울렸다. 이내 한쪽 수풀에서, 입맛을 다시는 괴물과 똑같이 생긴 괴물이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그 괴물의 촉수는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몸통을 칭칭 감아 붙잡은 상태였다.
그랬다. 인근에는 사내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 명의 여인이 더 숨어있었다. 두 손으로 입을 꽉 막고 있는 걸로 봐서는 어떻게든 숨으려 노력한 것 같은데, 괴물이 냉큼 찾아내 포박한 것이다.
“시, 싫어! 싫어어어어어!”
여인은 두 팔과 두 다리를 바동거리며 저항했지만, 괴물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맛을 보려는 듯 돌기가 잔뜩 돋은 혀를 내밀어 매끈한 목을 휘감아 핥는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지 여인의 몸이 크게 자지러졌다.
그런 여인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기척은 느끼지 못했지만, 처음 보는 괴물들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난 탓에 들어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호를 쏘아 올리고 곧바로 도망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따라 잡혀버리고 말았다.
그때였다. 앞서 사내를 잡아먹은 괴물이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작스러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별안간 괴물의 온몸에 돌출된 미세한 돌기들이 반응하더니 난데없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전신을 뒤덮는다. 결국 돌기들은 크게 팽창하다 못해 툭 터지며 진득한 체액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에 불과했다. 곧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터져 나온 체액이 흘러내리지 않고 잔류하더니 도리어 몸으로 주르륵 흡입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괴물의 몸에 흐물흐물 파문이 생기며 또 한 번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체구가 줄어드는걸 시작으로, 사지가 줄어들고 머리가 작아지며 주둥이가 들어간다. 이내 작아진 머리에 머리칼이 돋는걸 마지막으로, 괴물은 완전히 변화를 끝마쳤다.
아니. 이제 괴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까. 왜냐하면 변태를 끝낸 괴물의 모습이 어느새 아까 사내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입고 있는 옷마저도 말이다.
그러한 변화에 엄청나게 경악했는지 여인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괴물, 아니 사내의 모습을 응시했다. 자신을 붙잡은 괴물이 아가리를 쫙 벌리며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내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만. 먹지마.”
막 닫히려던 주둥이가 순간 정지했다. 이빨에서 떨어지는 침 방울이 여인의 머리칼에 찔끔 떨어졌다.
“암컷이잖아. 암컷은 먹지 말고 가져가야 한다. 파파의 명령이다.”
괴물이 머리가 대번에 사내를 향했다. 괴물의 얼굴에는 분명히 눈이 없다. 그에 따라 표정도 보이지 않아 정상인데, 어딘가 모르게 불쾌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마치 너는 먹었으면서 왜 나는 안되냐는 듯이. 둘 사이에만 통하는 감각이 있는지, 사내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사람 암컷이 필요해. 파파의 명령을 거스를 셈인가?”
그렇게 한동안 노려보던 와중, 사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괴물이 가만히 있자,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다음 먹이 중 사람 수컷을 사냥하게 되면, 너에게 최우선으로 주도록 하지.”
그제야 납득했는지 괴물은 머리를 도로 빼며 기껏 벌렸던 주둥이를 닫았다. 사내는 만족한 듯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였고, 여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사내와 괴물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튼 일단은 산 건가?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그럼 적당히 하고, 잘 보관하고 있어.”
사내의 말이 이어진 순간, 여인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적당히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하복부를 파고들어오는 묘한 감촉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촉수였다. 동글동글하게 도드라진 돌기가 잔뜩 달린 괴물의 팔이 사정없이 꿈틀거리며 여인의 하복부를 더듬는다. 마치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것처럼. 여인의 머릿속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무, 무슨 짓을…!”
그러나 여인의 말은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물컹물컹하면서도 굵은 무언가가 자신의 소중한 곳을 꿰뚫으려는 듯이 파고들어 왔기 때문이다. 이미 들어온 상태였지만 여인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웅!
거세게 진동하는 소리. 소리의 근원은 촉수에 돋은 돌기였다. 여인의 음부를 파고들어간 촉수의 외피가 한순간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볼 수 있었다.
“흐게에에에에에엑!”
헛바람을 들이켰던 여인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폭발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아프다는 느낌뿐이었지만, 진동이 시작된 이후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내면의 감각이 벌컥 일깨워진 것이다.
그 감각의 정체는 극도의 쾌감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오르가슴. 음부부터 시작된 감각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순식간에 온몸에 흘러 넘쳤다.
“흐엑! 흐엑! 흐부레에에에에엑!”
진동은 시시각각 심해졌고, 그럴수록 여인의 반응도 더욱 격렬해졌다. 한껏 젖힌 고개에서는 눈물과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여인의 소중한 곳에서는 희뿌연 애액이 물총처럼 뿜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인의 눈이 까뒤집히고 혀까지 빼물려 나왔을 무렵, 비로소 소음이 사그라졌다. 이내 흥건히 젖은 촉수가 살그머니 빠져 나오자 여인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간간이 경련하는 걸로 보아 살아있는 것 같지만, 두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상태였다.
“좋아. 그럼….”
일련의 과정을 구경하던 사내는 괴물이 여인을 어깨에 걸치는걸 확인한 후 느릿하게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 아니 찾으려는 듯 얼굴을 찡그리는가 싶더니 곧 한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쪽이다. 이쪽이 가장 경계가 없다.”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한순간 사내와 괴물이 등지고 서 있던 수풀 틈으로 수백의 괴물들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와 동시에 여인을 걸친 괴물도 몸을 납작 엎드리더니 얼른 먹이를 먹고 싶다는 듯 사지의 촉수를 꿈틀꿈틀 움직였다.
“가자. 사냥하러.”
이윽고 사내의 몸이 미끄러지듯 부드러이 나아가자, 괴물들 또한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분명 수백의 개체가 이동하고 있음에도, 그 어떤 소리도 그 어떤 기척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같은 시각.
“흥~. 나는야~. 흐흥~. 천재 연금술사~. 흐흐흥~. 미소녀라네~.”
야영지 외곽, 어디선가 미성의 노랫가락이 울린다. 가사는 말도 안되나, 가락 자체는 꽤나 흥겨운 노래였다.
하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추측은 할 수 있다. 하늘에 떠오른 달은 환한 달빛을 곳곳을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지만, 오직 한곳만은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은 간이로 설치된 울타리 인근으로, 뜻 모를 어두운 운무가 감도는 곳이었다. 아마 김수현이 안력을 돋구어 주시한다면 울타리에 걸터앉은 채 방정맞게 다리를 흔드는 여인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고요히 흐르는 정적. 오직 아름다운 노래만 흐르는 와중, 한쪽 방향에서 불길한 바람이 홀연히 들이닥쳤다. 그 탓에 고고하게 흐르던 운무가 움찔 흐름을 정지하자, 끈임 없이 이어지던 노래도 뚝 끊기고 말았다.
“응응.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엥? 거의 다 왔다고? 벌써?”
과연 누구랑 말을 하는 걸까?
그때였다. 여인의 목소리만 홀로 이어지는 가운데, 돌연 남쪽 방향으로부터 무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미처럼 납작 엎드린 채 물 흐르듯이 들어오는 그것은, 다름 아닌 보초를 잡아먹은 괴물들이었다.
“와. 진짜네. 하여간 김수현. 이런 건 정말 도사라니까. 도대체 오는 방향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게 말이 돼?”
여인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수백의 괴물들은 울타리 지척까지 짓쳐 들어온 상태였다.
“헤~. 저렇게 생긴 놈들이구나. 생각보다는 귀엽네.”
하지만 여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태연했다.
“정지.”
이윽고 한없이 치고 들어오던 괴물들은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우뚝 멈추고 말았다. 정확히는 어두운 운무를 약 30여 미터 남긴 채 정지했다. 달빛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 선두에 서 있던 사내가 부근에 광범위하게 흐르는 어둠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다급히 정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왜? 계속 들어오지 그래?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먹이. 아니?”
“먹이는 개뿔. 야. 들었냐? 너보고 먹이래. 요호호호~.”
“…미친 암컷?”
사내가 머리를 갸웃했다.
“뭐 임마?!”
반응은 즉각 튀어나왔다.
“정신에 이상이 있다면, 진화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먹지 말고 그냥 죽여라. 그게 더 나을 것이다.”
그에 아랑곳 않고 사내가 괴물들을 쳐다보며 말했을 때였다.
쿠르르르르르르르!
뭔가가 맹렬히 끓어오르는 소리에 이어 어두운 운무가 돌풍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으로, 형이상학적 문양이 그려진 마법 진이 비로소 환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말을 멈춘 사내는 지그시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여인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오라! 피에르! 제 4군단을 지배하는 미친 불꽃의 어릿광대여!”
빠르게 소용돌이치던 운무가 중앙으로 똘똘 뭉치는가 싶더니, 이내 좌우로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 후헤…. 후헤헤…. 후헤헤헤….
그리고 들려오는 소슬한 웃음소리. 흡사 지하 깊숙한 구렁텅이에서 흘러나오는 듯, 어스름한 악성이 주변을 가득히 메우기 시작한다. 이내 갈라지는 중앙으로, 가히 수백에 다다르는 마수들이 차차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인의 정체는 비비앙이었다. 수백에 이르는 괴물 군단에 맞서, 똑같이 수백으로 이루어진 마수 군단을 소환한 것이다.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거진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사내.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간형 마수들. 그들의 모습 자체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디 서커스단이 왔나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뭐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할 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면을 향하던 마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여태껏 조용히 감겨있던 피에르의 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지며, 시뻘건 살의가 폭사되듯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비비앙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깡그리 먹어 치워버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피에르의 머리가 좌우로 괘종 시계추처럼 까딱까딱 흔들렸다. 두 눈은 초승달만치 휘어지며 맞은편 괴물들을 응시한다.
이윽고 빨갛게 칠해진 입이 귀밑까지 쫙 찢어졌다.
– 끼에에에에에에엑!
기괴한 비명. 그것은 하나의 명령이 되어, 4군단의 마수들이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에에에에에에엑!”
물론 사내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바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미친놈들처럼 정신 없이 달려오는 마수 군단을 가리켰다.
그렇게 서로의 기괴한 소리들이 중앙에서 맞부딪쳤다.
바야흐로, 두 괴물들의 먹고 먹히는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 글을 쓰면서 들었던 BGM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데, 아쉽게도 인터넷 주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하하하.
아. 그리고 혹시 오늘 내용의 수위는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차후 본 내용이 나오기 앞서, 살짝 맛보기로 보여드린 정도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오xxx19 님께.
죄송합니다. 어제 말씀대로 코멘트를 자세히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루 쉰만큼 연참을 할 생각이었기에, 자정이 되기까지 글만 붙잡았거든요. 이후에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급하게 다는 것 보다는, 그리고 늦었지만 후기로 정식으로 축하 드리고 싶었습니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 부디 너무 속상해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