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66
00565 반나절 간의 휴식. =========================================================================
전투가 끝났다. 정오쯤 시작된 전투는, 해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완전한 종결을 알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대승이다. 골짜기에서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혔고, 언덕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냈다. 물론 남부 원정대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괴물들과 비교했을 때 조족지혈인 수준이었다. 치료할 수 있는 부상자를 제외하면 모두 합쳐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한소영도 전투를 아는 여인이다. 기세를 중하게 여기면서도 주변 상황을 읽는걸 놓치지 않는다. 언덕의 장벽너머 거대한 구덩이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은 한소영은 곧바로 진군을 멈추고 야영지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좋은 선택이다. 현재 남부 원정대는 새로 출현한 구덩이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기세만 믿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어떤 낭패를 볼지도 모르거니와, 또한 잔뜩 흥분한 사용자들을 가라앉힐 필요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고려한 한소영은 겸사겸사 승리에 대한 회포도 풀 겸, 오늘 하루 조금 긴 휴식을 베풀어준 것이다.
그렇게 언덕의 정상에 빙그르르 둘러치듯 야영지를 설치한 후, 남부 원정대는 전투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휴식에 들어갔다. 오늘만큼은 적당량의 음주나, 개인적으로 가져온 재료를 따로 요리해서 먹어도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나 또한 간만에 고연주가 만들어준 요리를 맛보고 싶었으나 지휘관 회식이 따로 잡히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전투의 피로로 거절해도 상관없겠지마는, 한소영이 꼭 참석해달라 요청해왔는데 어찌 감히 거절하랴. 목숨을 내놓는 일이 있더라도 가야지.
회식은 꽤나 떠들썩한 기분으로 진행되었다. 누가 나서서 띄운 것도 아닌데 절로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돼 서로 웃으며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아무리 대승이라고는 하나 사망한 사용자가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운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도 분명 있을 터. 부하를 잃은 클랜 로드들은 조용히 주류만 마시며 좌우만 설핏설핏 살폈다. 한소영도 그런 이들을 배려하고 싶었는지 가끔 적당히 대꾸만 해주며 조용한 식사를 이어나갔다.
하여 나 또한 가만히 수저만 깨지락거리며 사선 방향, 상석에서 앉은 한소영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가만히 보면 먹는 모습도 참 예쁘다. 어떻게 행동 하나하나에서 저런 기품이 나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돌연 한소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
고개를 갸웃하는 한소영.
“혹시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예?”
“자꾸 쳐다보셔서.”
“…아니요. 아닙니다.”
무표정한 얼굴과 마주하니 차마 속내를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나는 간신히 회답한 후 시선을 떨구었다. 이내 미약한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한소영의 시선이 떨어지는걸 느꼈다.
그때였다.
“야!”
느닷없이 높은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귓전을 왕왕 울렸다. 흘긋 시선을 돌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나를 삿대질하는 비비앙이 보였다.
“김수현!”
비비앙은 지휘관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회식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한소영이 그동안 세운 공을 기려 특별히 초청한 것이다. 하기야 지금껏 세운 공이 어지간한 사용자들을 훨씬 넘어서는지라, 비비앙의 참가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비앙을 보자마자 한껏 추켜세우며 치근덕거리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인정하기는 싫지만, 확실히 비비앙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미인이다. 성격이 4차원이라서 그렇지.)
“너 말이야~. 그러면 안 돼~.”
비비앙은 혀 꼬인 목소리로 말하고는 드르륵 의자를 끌어 바짝 다가왔다. 아까 실컷 떠들며 부어라 마셔라 하더니 벌써 얼큰하게 취한 모양이다.
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은 후 손사래를 쳤다. 상대하기 싫으니 가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비비앙은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도대체가 말이야~. 약속도 안 지키고~.”
“무슨 약속?”
그러자 “이거 봐~. 이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느물거린 비비앙은 별안간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이제는 서로의 코가 맞닿을 정도였다.
문득 사선 방향에서 얌전히 딸꾹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수현, 너!”
비비앙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상태서 속살거리듯 입을 열었다.
“내 엉덩이, 도대체 언제 때려줄 거야?”
“푸.”
어디선가 물을 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비비앙도 아니다.
급히 시선을 돌리자 사레가 들렸는지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한소영이 보였다. 기침하는 모습도 어쩌면 저렇게….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튼, 순간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지는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 나는 홀 플레인에 들어온 지 13년 차 되는 사용자. 고작 이런 일로 당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비비앙의 주정으로 몰아가는 게 의심을 줄이는데 현명한 방안이리라.
겨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나는 태연한 행동을 보이려 애쓰며 비비앙을 도로 밀어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밀려나지 않으려는 듯 얼굴에 끙 힘을 주는 비비앙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 노는 건 좋은데, 주정은 부리지 마. 헛소리도 적당히 하고.”
“왜! 뭐!”
“비비앙.”
“…….”
나는 목에 힘을 주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단박에 입을 다문 비비앙은 이내 나를 살살 살피기 시작했다. 이 녀석, 잔뜩 취해있던 게 아니었던가?
“우리끼리 있는 자리가 아니잖아. 아무리 특별 초청을 받았다고 해도, 너무 과도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엄중히 경고한 후, 나는 앞에 놓인 음식 접시를 쭉 밀어주었다. 비비앙은 이게 뭐냐는 얼굴로 멀뚱히 나를 바라보았다.
“가져가. 어차피 음식 안 먹으면 달라고 온 거잖아?”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비앙은 벌컥 화를 내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접시를 가져가는걸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잠시 후, 사선 방향에서 자꾸만 빤한 시선이 느껴져 나는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주류를 들이켰다.
결국 추가로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간신히 의심 어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지만, 회식은 대체로 좋은 기분으로 흘러갔다.
그러다 서서히 접시가 비어가고 주류도 떨어질 무렵, 다가오는 파장의 분위기 속에서 한 사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 총 사령관님. 이 좋은 자리에서 여쭈기에는 외람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 높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조용히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그냥 흘려 들을 정도랄까.
“하세요.”
“내일…. 그러니까, 그 구덩이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나 그 말을 꺼낸 순간, 떠들썩하던 소리는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그 구덩이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라.
말 자체는 간단했지만 무척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소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두 눈을 살짝 추켜 뜨기는 했지만,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자세를 고쳐 앉을 뿐.
“일단 여기서 진군은 멈출 생각이에요.”
“그럼….”
“물론 어디까지나 진군만 멈출 생각이에요. 공략은 계속됩니다.”
“…….”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괴물을 쫓아간 몇몇 사용자들이 구덩이 안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밝혔다.
말인즉, 구덩이 안쪽까지 들어가 괴물을 완전히 청소하겠다는 소리였다.
“차라리…. 그냥 지나치고 진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미 대승을 거뒀습니다. 굳이 근거지로 추정되는 곳에 들어가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기 있는 거의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동부의 첫 공략을 보고 아직 그 여파가 남아있어,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동부 원정대가 해놓은 짓거리가 있는 만큼, 아주 근거 없는 생각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구덩이에 관한 조사를 마치는 즉시 근거지 공략을 실시할 겁니다.”
그러나 한소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단호한 목소리로 딱 자르더니 오히려 무 감정한 눈빛으로 주변을 지그시 돌아보았다.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는 알고 있어요. 아니, 알 것 같아요. 적당히 진군하며 시일을 채우다가 요새 건설. 그리고 차후 지역을 공략할 원정대에게는 정보만 전해주면 된다. 아닌가요?”
한소영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건의한 사용자들은 약간 민망해 보이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물론 이대로 그냥 지나치고 갈 수는 있겠죠. 그걸 원하는 사용자들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지금 여기서 분명히 밝히건대, 그건 의미 없는 일이에요.”
“…….”
“중앙 관리 기구에서 왜 요새를 건설하기를 원했는지, 부디 여러분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기. 그러면 말입니다.”
이윽고 한소영의 말이 끝나자, 또 한 명의 사용자가 조금은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총 사령관님도 아시겠지만 진군 거리 문제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구덩이를 빠르게 공략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정된 시일이 초과될 정도로 시간이 걸린다면….”
“지정된 시일을 초과한다면, 근거지 공략 후 인근에 요새를 건설할 장소를 찾아야겠죠. 어쨌든 무조건 공략이 우선이에요.”
“그러면 다른 원정대에서 진군 거리를 트집 잡아 이의를 제기할 소지가 있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렇게 말한 한소영은 오른손을 들어 테이블에 살포시 얹었다.
“혹여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주어진 의무를 다했다면,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전보다 더욱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말뿐이 불과했으나 이상하게 확신을 전해주는 목소리였다.
사용자들도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하나 둘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회식은 파장을 알렸다.
*
깊은 밤. 골짜기에서 전투를 치른 지가 바로 조금 전 같은데, 어느새 어두운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늘 하루 푹 쉰 사용자들은 밤이 되자마자 언제나와 같이 행동했다. 일부는 언덕에 서서 주변을 경계하고, 나머지는 천막에 들어가 내일을 대비한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경계를 서기까지 약간 남은 상태였으나, 이번에 야영지를 둘러치듯이 세운 탓에 순번이 앞으로 확 당겨지고 말았다. 즉 야영지가 길쭉한 원 형태를 그려 경계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각 부분을 담당하는 지휘관들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소영이 경계 하나만큼은 정말 철저하게 생각하는 터라, 결국에는 싫든 좋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나는 언덕 정상에 앉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흡사 보고만 있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구덩이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문득 회식 때 나온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그냥 지나치면 안되겠냐 라.
사용자들은 과연 알고나 있을까? 앞으로 추가로 진군해 새로운 괴물과 맞닥뜨리는 것보다, 여기서 저 구덩이를 공략하는 게 백 배, 천 배는 더 낫다는 것을. 그게 훨씬 더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이 앞에는….
그때였다.
한창 상념에 빠져있는 찰나, 문득 한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적은 아니다. 그럼 사용자라는 소리인데….
그 순간, 나는 지체 않고 품에서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앞으로 펼쳐 열심히 보는 척을 했다.
사실 이렇게 경계를 서다 보면 가끔 접근해오는 사용자들이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현재 남부 원정대에서 높은 위치를 가진 터라, 여러 제안을 해오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투에서 자기 클랜을 더 보호해달라고 하거나, 누구에게 조금 더 위험한 역할을 돌려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한 번 하지 않겠냐고 유혹을 하거나.
좋게좋게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 이러한 일이 지속되면, 짜증은 둘째치고서 라도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생긴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한 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그게 바로 지도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선도의 역할을 맡고 있고 또 그 중요성을 아는 사용자라면,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일단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니까 오늘은 그만 가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곧 등장한 사용자는 내 예상을 철저히 빗나가게 해주었다. 아니. 등장한 여인은 사용자가 아닌 거주민이었다.
“어험.”
비비앙은 어떤 말도 않은 채 나를 그대로 지나쳤다. 언뜻 시선을 돌리니 한껏 무게를 잡으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꼴을 보아하니 목이랑 허리가 아주 빳빳하다 못해 부러지겠는 게, 아마 회식 때 여기저기서 추켜세워준 여파가 남아있는 듯싶다. 그래서 나한테도 거드름을 피우러 온 것일 테고. 그래. 요즘 왜 이리 조용하나 싶었다.
이윽고 저 멀리 사라질 것 같던 비비앙이 역시나 몸을 돌려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에헴!”
아까보다 한층 강한 헛기침. 그게 마치 자기를 알아봐 달라는 것 같다.
무시, 무시하자.
“에헤헴! 으헤헤헴!”
하지만 비비앙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꾸 왔다갔다하기도 창피할 텐데, 오히려 더욱 오기 어린 목소리로 힘껏 기침을 하고 있다. 지금 해보자는 건가?
나는 속으로 웃으며 지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흡사 절대로 방해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흠. 이 지점은…. 조금 위험할 것 같기도 한데. 1지역이랑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아차! 저기 뭘 떨어뜨리고 왔네? 다시 주워와야겠다!”
헛기침에서 멘트가 바뀐 건가. 하기야 상관없겠지.
“여기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생각해서…. 음. 그렇게 진군해야겠군. 모호로 비치치의 불연속면도 염두에 두어야겠어.”
“아. 내 천막이 어디였지? 천막이 어디 있더라~.”
“음. 그렇군…. 이렇게 하면 되겠어. 하지만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이렇게 하면 과연 챔스에서는 누가 이길까?”
“어? 맞다. 나 화장실 가려고 나왔지? 화장실이 어디더라? 혹시 알고 있는 사람 없으려나~.”
그렇게 계속해서 헛소리를 지껄이기를 수십 분.
놀랍게도 비비앙은 여전히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아마 몇 십 번은 왔다갔다하지 않았을까. 어느새 처음의 오기 어린 목소리는 사라진 상태였다.
“화장실…. 흑…. 화장실 어디 있어…. 흑…. 윽….”
무에 그리 서러운지. 이제는 울먹임 가득한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비비앙이 깜짝 놀라며 화들짝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 방향을 쳐다본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 주류를 너무 많이 마셨나. 피곤하네.”
“어, 어?”
“그냥 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경계한테 말하고 와야지.”
“…….”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정말로 가까이 경계를 서고 있는 사용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론 비비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무시한 채로.
그러자 잠시 후.
“어엉….”
털썩, 주저앉는 소리와 동시에 목놓아 우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아이고…. 어허엉…. 아이고오 분해애…. 흐어어엉….”
그래. 울어라, 울어.
============================ 작품 후기 ============================
울어라, 비비앙아! 불타라, 엉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