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22
00621 Night Of Battle. =========================================================================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로들 찾아오신 겁니까?”
쿠샨에게 마련해준 천막에서 멀찍이 자리를 옮긴 후, 김유현은 자신을 찾아온 사용자들을 보며 말했다. 사실 약간 피곤함을 느낀 터라 어지간하면 물리고 싶었지만, 눈앞의 사용자들 또한 북부의 클랜 로드들. 일단 협력하는 관계인만큼 괜한 일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
물론 그것은 북부 클랜 로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게….”
한 사내가 살짝 운을 떼더니 잠시 김유현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리고는 한없이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 이제 슬슬…. 말씀해주실 때도 된 것 같아서….”
“예?”
“아, 물론 그동안 거인에 관한 여러 이야기나 지시를 듣기는 했지만…. 그, 뭐랄까…. 그러니까…. 목적을 조금 더 분명히 알고 싶다는 뜻일까요? 하하하….”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김유현이 빙긋이 미소 지었다. 그러자 뭔가 뜨끔한 게 있는지 말을 꺼낸 사내가 황급히 머리와 손을 가로젓는다.
“아, 미리 말씀 드리는데 이건 절대 불만이 아닙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뜻도 아니고요. 그냥 궁금해서, 아니 순수한 호기심에서 드리는 말씀으로….”
한 원정대의 총사령관이라는 자리는 국가 대표의 감독 자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잘할 때는 모두의 우러름과 칭송을 받는 자리이지만, 못할 때는 무수한 의심과 비난을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잘나가던 황금 사자도 한 번의 원정 실패로 엄청난 비난을 받지 않았던가.
여하튼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김유현은 지금껏 나름 잘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무척이나. 그래서 지금 이 클랜 로드들이 조심조심 대하고 있는 것이다. 말인즉, 조건부 신뢰라고나 할까? 만약 이제껏 진군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으리라.
“하하, 그렇군요.”
“혹시 기분이 나쁘셨다면….”
“아닙니다. 안 그래도 이제 슬슬 본격적인 회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정말이십니까?”
긍정적인 답변을 들어서일까? 말을 꺼낸 사내의 안색이 확연히 밝아졌다. 김유현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머리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무리한 요구들일 수도 있는데, 여러분들은 저를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이 점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이,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애초에 모든 권한을 넘기는 것으로 모셔온 건데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저도 감사하지요. 아무튼, 결전을 치를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회의를 해야 하는데….”
“…….”
김유현이 스리슬쩍 말끝을 흐리자 비로소 사용자들의 얼굴에도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결전을 치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그전에.”
그때.
“여러분들 말입니다.”
갑작스럽게.
“혹시, 연극 좋아하십니까?”
김유현의 입가에, 이전과는 약간 달라 보이는 미소가 걸렸다.
“…예?”
뜬금없는 말이라 그런지 사용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유현이 입을 열었다.
“제가 그동안 저 거인과 많은 시간을 보낸 건 다들 알고들 계실 겁니다.”
“예, 예. 그렇지요.”
“그런데, 방금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
재미있는 이야기? 아직 영문을 모르는 사용자들은 더욱 얼떨떨해하는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니까, 회의 전 여러분들의 도움을 한 번 더 받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김유현은 돌연 살짝 혀를 내밀고는 마른 입에 침을 발랐다.
…아무래도 형이나 동생이나, 형제간 똑같은 버릇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오후를 알렸던 해 질 녘 노을 또한 저물어가고, 그 자리를 어둑한 땅거미들이 대신해 내려앉는다. 저녁이 찾아온 것이다.
툭.
문득, 하늘에서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한 방울, 두 방울 이어서 떨어지는 물방울들도 지면을 점점이 적셔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후드득, 후드득!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산맥은 빗방울 소리로 가득해졌다.
“…….”
천천히 시선을 돌린 쿠샨은 천막의 입구를 응시했다.
빗소리를 제외하고는 주변은 고요했다. 점점 젖어 드는 지면에 웅덩이가 고이고, 조금씩 차가워지는 공기가 살에 와 닿는다. 사실 거인의 입장에서는 춥다기보다는 시원한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쿠샨의 마음은 땅에 고여가는 흥건한 웅덩이처럼 쓸쓸하기 그지없다.
슬픈 건 아니었다. 그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다.
그러니까,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 같았으면 아마 지금쯤 김유현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것 보라고, 천막을 치기를 잘하지 않았냐고 웃으면서 스튜가 가득 담긴 통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주보며 앉아 같이 식사를 하며, 인간 세상에 관한 이야기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등을 도란도란 나누었을 것이다.
헌데, 저녁이 찾아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는커녕 김유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비록 최근에 인연을 맺기는 했지만, 김유현과 쿠샨은 근래 확실히 친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것은 서로가 지성을 갖추고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한 ‘명’의 인간으로서, 또는 한 ‘명’의 거인으로서. 김유현은 거인을 그저 그런 괴물이 아닌, 지성을 가진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우했다.
‘인간이란 종족은 말이다….’
갑자기, 쿠샨의 머릿속으로 아버지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강해, 아주 강하다. 개개인으로 보면 한낱 미물로 느껴질지 몰라도, 인간의 강함은 바로 엄청난 적응력과 끝없는 진화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거신 전쟁의 대가로 미래를 제한당한 것에 반해, 인간들은 끝없이 미래를 개척해가는 종족이야. 즉 진화가 허락된 종족이지.’
‘전투를 부정하는 건 아니야. 허나 지금처럼 무조건 상대를 배척하고, 또 무조건 우리가 최고라는 인식은 잘못됐어.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언젠가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멸망뿐일 게다.’
‘예전의 영광은 과거에 불과하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뿐이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더 나아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이제는 달라져야만 해. 그래서 나가야만 한다는 거다.’
전대 거인 제왕의 입장.
전투를 부인하지는 않으나, 무조건적인 전투는 지양해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진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바로 예전에 고대 무녀가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이유로 전대 쿠샨 토르가 나간 것이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쿠샨이었다.
이후로, 아버지가 떠난 후 비록 몇 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강철 산맥에 스스로 인간들이 들어왔다.
쿠샨이 겪어온 인간들의 모습은 아버지가 말한 모습 그대로를 그리고 있었다. 비록 개개인으로서는 약할지라도, 살아가는 방식에서는 확실히 거인과 다른 점을 지니고 있었다. 애당초 ‘포로’라는 개념도 인간들에게 붙잡힌 후 처음 배웠으니, 두 말하면 숨가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궁극적으로 목표했던 예전의 영광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달라질 기회는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할진대….
단 한 번의 대련에,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대련이 끝난 후 쿠샨을 쳐다보던 인간들의 눈초리는, 두 종간의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극복 못할 간극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터벅터벅.
그때였다.
(으음, 여기 있나?)
쿠샨이 시무룩이 머리를 숙일 즈음 돌연히 누군가가 천막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혹시 김유현인가 싶어 번쩍 머리를 치켜든 쿠샨은 처음 보는 사내에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밥이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식사가 조금 늦었다.)
무뚝뚝하게도 말한 사내는 들고 온 냄비를 쿠샨의 앞에 내려놓고는 짧게 주문을 외웠다. 잠시 후, 쿠샨의 팔에 묶여 있던 밧줄이 스르륵 풀려나갔다. 하지만 쿠샨의 입장에서는 지금 중요한 건 밥이 아니었다.
(저, 저와 대화하실 수 있어요?)
(당연하지. 이 수정구를 만든 게 바로 나거든.)
사내는 목에 건 두 개의 수정구를 툭툭 치고는, (됐으니까, 얼른 먹기나 하라고.)라고 말하며 쿠샨에게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마치 감시라도 하겠다는 듯이. 쿠샨은 잠시 냄비를 멀뚱히 응시하다가 사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응?)
사내가 시선을 돌리자 쿠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분은 오늘 안 오시나요?)
(그분? 아, 총사령관은 무척 바쁘시다.)
(총사령관?)
(그냥 여기서 가장 높은 인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 그분은 아주 중요한 회의 중이시거든? 바로 옆에 천막에서 말이지.)
사내가 등지고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쿠샨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 회의란 거…. 오래 걸려요?)
(글쎄.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러면요. 끝날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혹시….)
(거참 끈질기네. 짧게 걸리든 오래 걸리든, 그냥 먹으라니까? 애초 너 때문에 하는 회의인데….)
쿠샨의 부탁이 귀찮았는지 사내는 미약한 짜증을 내며 얼굴을 찡그렸을 때였다.
(사용자 양기덕! 잠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찰나, 누군가 밖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급한 일이야?)
(호출이라서,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또 누가 부르는 거야?)
(어서…!)
자꾸만 채근하는 목소리에 양기덕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이, 너. 잠시 다녀올 테니까 얌전히 먹고 있어라.)
그리고는 목에 걸고 있던 수정구를 지면에 내려놓고는 곧바로 천막을 나섰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냄비의 스튜는 뜨끈뜨끈한 김을 피어 올릴 뿐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상체의 속박은 풀렸지만, 쿠샨은 조금도 손을 움직이지 않은 채 아까처럼 입구 밖만 응시하고 있다.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고, 그저 땅을 치는 빗소리만이 들려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쾅!
(지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돌연히, 무언가를 거세게 치는 소리와 동시에 마력이 충만한 고성이 귓전을 울렸다. 깜짝 놀란 쿠샨의 뇌리에 아까 사내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지금 그분은 아주 중요한 회의 중이시거든? 바로 옆에 천막에서 말이지.’
‘너 때문에 하는 회의인데….’
쿠샨의 눈이 곧바로 천막의 옆면을 향했다가, 사내가 놓고 간 빛나는 수정구로 떨어졌다. 이내 머리가 최대한 옆쪽으로 기울어졌다.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겠다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공략이 거의 코앞이요. 지금 제정신이요, 총사령관?)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오지만, 아직 김유현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게…. 오늘 다들 보셨다시피….)
허나 공교롭게도, 때마침 김유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거인의 힘이 제 예상을 초과했습니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인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지 않았소? 잘만하면 싸우지 않고 공략할 수 있겠다고 하지 않았소?)
(예.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보셨다시피, 우리 인간 최고의 용사가 거인에게 참패했습니다. 헌데, 거인의 말로는 자신보다 더 강한 거인이 800명이나 더 있다고 합니다…. 완벽한 제 불찰입니다.)
(거참 답답하구먼. 그럼 진작 말을 하시던가! 지금껏 저놈이랑 뭐하고 지낸 게요? 짝짜꿍이라도 하셨소?)
‘내가 한 얘기들을…. 다 말하고 있어?’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일말의 배신감을 느낀 쿠샨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현재 이 산맥을 공략하고 온 입장이니까.
(자자, 다들 진정들 하십시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화만 내서야 어떡하겠습니까?)
(맞아요. 굳이 총사령관만을 탓할 일은 아니에요. 설마 거인이 이렇게 강할 줄,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김유현을 옹호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허비됐어요. 여기서 서로 화내면서 시간을 더 허비하기보다는, 이제 그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공략을 포기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지요. 공략보다는 목숨이 우선이니까요. 우선은 후퇴하는 게 가장 올바른 결정일 것입니다.)
(다른 분들은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작전상 후퇴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는 공략을 실패한 게 아니라, 다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니까요.)
‘작전상 후퇴? 재정비?’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쿠샨은 본능적으로 청각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물론 거인들이 강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수가 고작 800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수적으로는 우리가 절대로 우위에 있습니다.)
(우위에 있는 정도가 아니죠. 인간의 장점이 뭔가요? 지금은 비록 5천명 밖에는 없다지만, 돌아가서 더 병력을 모으고 재도전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기 계신 분들이 조금만 힘을 쓰면 5만, 아니 10만 이상도 가볍게 모을 수 있잖아요?)
(장담컨대, 10만 이상도 가능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길도 터놨으니 다시 오기도 쉬울 테고, 거인을 상대할 다른 마법이나 도구도 만들어올 수 있겠지요.)
(맞아요. 그러니 지금 여기서 잠깐만 물러나면, 몇 개월 후 우리는 확실하게 이길…. 아, 아니. 죄송…. 아, 확실하게 거인을 멸망시킬 수 있어요. 흐흠.)
쿵, 쿠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엿들을 생각에 불과했는데, 듣고 보니 심상찮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중이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항상 몇 백 단위로 살아온 쿠샨은 10만이라는 수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까 10명 정도야 가볍게 이겼다손 쳐도 그 10배인 100명, 아니 수백 명이 동시에 달려들면 쿠샨도 자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다 마법이나 도구까지 곁들인다고 하면, 인간들의 말은 절대로 틀린다고 볼 수 없다.
‘어, 어떡하지?’
(아, 그리고 저 거인도 데려가도록 하지요. 보아하니 인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일단 살살 구슬려서 데려간 후 고문을 하든 해부를 하든, 거인을 상대할 추가 정보를 얻도록 합시다.)
(두 말하면 잔소리죠. 이 역할은 당연히 총사령관이 맡아주시겠죠?)
그 순간, 계속해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쿠샨은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왜냐하면 지금 인간들이 말하는 저 거인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것 같았기에.
그리고 잠시 후.
(저는….)
조용히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쿠샨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후유….)
잠깐 틈을 두고 들려온 말소리는, 바로 끝나지 않고 아까 들어본 듯한 한숨으로 흐려졌다.
쿠샨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했다. 그러지 않으려고는 해도, 최근 김유현과 보냈던 나날들이 자꾸만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김유현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그러겠다고…. 하겠지…?’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진 후.
(개인적으로…. 그 거인을 놓아주었으면 합니다….)
(뭐, 뭐라고요?)
간신히 들려온 김유현의 음성이, 누군가 크게 놀란 목소리에 묻혔다.
그러나 적어도 쿠샨은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두 눈이 화등잔만 해진 게 바로 그 방증이었다.
(비록 거인이기는 하지만…. 쿠샨은….)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쿵!
문득, 어디선가 땅이 크게 울리는 소리가 쿠샨의 귓전으로 흘러들었다.
============================ 작품 후기 ============================
Night Of Battle.
결전의 밤의 파트를 시작합니다. 총 4회로 기획돼있으며, 이 파트의 다음 파트가 제 3지역 공략의 종결 파트라 보시면 됩니다. 2지역 공략이랑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죠? 🙂
그리고 김수현은 다음 회 출현 예정이기는 하지만, 비중 있는 출현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는 비중 있는 출현은, 이번 파트의 마지막인 4번째 회에 예정돼있습니다.
그럼 독자 분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