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25
00624 Night Of Battle. =========================================================================
강철 산맥, 거인들의 터전.
“뭐라고?”
“…인간들의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주세요.”
상석에 앉은 거인이 눈을 치뜨며 묻자 쿠샨은 머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상석의 좌우로 시립 해있던 열댓 명의 거인들 사이로 자그마한 소란이 일었다.
아니, 작은 소란은 아닌가? 쿠샨을 제외하면 모두가 7, 8미터가 넘는 몸집을 갖고 있었으니 목소리 또한 우렁차기 그지없다.
“작은 주인,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우리보고 인간들과 손을 잡으라는 소리요?”
“아니, 나는 애초 이럴 줄 알았어! 그러길래 진작에 인간 놈들을 박살내고 데려오자고 했잖아!”
거인들 사이서 터진 고함이 홀로 중앙에 서 있는 작은 주인한테로 향한다. 쿠샨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질끈 깨물고는 좌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저는 지금 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제 스스로의 의지로요. 인간들과 지내면서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어요. 이걸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작은 주인은 아직 인간이란 종족에 관하여 잘 모르지 않소!”
“네, 잘 몰라요. 하지만 이번에 인간들과 생활하면서 최소한 이거 하나만은 알겠어요. 지금 초원에서 기다리는 인간들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어요. 아니,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이야기라도 한 번 들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이야기? 허! 인간들의 이야기라. 소용없는 일이외다.”
어느 거인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자 쿠샨의 낯에 발끈한 기색이 서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 채 타고난 힘만 믿는 거인들을 보니 속이 갑갑해 죽을 지경인 것이다. 하여 다시 한 번 설득을 시도하려는 찰나였다.
“그만!”
일순 상석에 앉은 거인이 어마어마한 고함을 질렀다. 주변에 서 있는 여느 거인들보다도 커다란 몸집을 가진 거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웅혼한 울림을 담은 범상치 않은 목소리는 삽시간에 소란을 가라앉혔다.
이윽고 좌우를 쓱 둘러본 거인이 중앙의 쿠샨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고작….”
“…….”
“고작 이런 얘기나 하려고 돌아온 거냐.”
“고작이 아니라…!”
“고작 이런 얘기나 하려고 그때 우리를 가로막은 거냐. 작은 주인.”
“…….”
정면에서 전해져 오는 거인이 지긋한 시선에 쿠샨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닫고 말았다. 한껏 낮아진 목소리에는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느껴지거니와, 어딘가 모르게 실망했다는 기색이 깔려 있었다.
“허허허.”
그때 입을 둥글게 벌린 거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거리낌없이 웃어 젖혔다. 역시나 몸집은 거대했으나 곳곳에 진 주름살이나 허연 수염 등등, 주변 거인들과는 다르게 얼굴에 늙어 보이는 기색이 가득했다. 아마 여기 있는 거인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듯싶었다.
“이거, 형제들의 열기가 너무 과열된 것 같구려. 아마 모두가 작은 주인의 행동에 불만이 많은 것 같소.”
“…….”
“허나,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떻습니까? 그 심정들은 이해하나, 이렇게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전혀 옳지 못한 일로 보입니다.”
“…….”
늙은 거인이 차분한 말투로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보이던 주변의 거인들이 하나 둘 헛기침하며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물론 노려보는 눈초리는 여전히 거두지 않았지만.
이내 “쯧.” 혀를 찬 상석의 거인이 쿠샨을 보며 말했다.
“…초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나 이어지는 물음에 쿠샨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한 번 천천히 끄덕였을 뿐.
“후….”
이윽고 골이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은 거인은 치뜬 눈을 내리고는 입구 쪽으로 손짓했다.
“다들 이만 나가보도록.”
“그러면…!”
“모든 형제를 소집하고 기다리고 있도록. 나는 작은 주인과의 말을 마무리 짓고 나가도록 하겠다.”
“…알겠소이다.”
쿠샨 토르의 축객령에 다른 거인들 모두가 수긍하며 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상 ‘소집하고 기다리고 있도록.’이라는 말은, 상석의 거인이 찾아온 인간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공식적으로 선포한 셈이었다. 전쟁 준비. 쿠샨의 얼굴에 암울한 기운이 깃드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주변에 서 있던 거인들이 걸음을 물린 자리에는 상석의 거인과 쿠샨만이 남아 있었다.
“쿠샨.”
문득 상석의 거인이 걸걸하지만 부드러이 쿠샨을 불렀다. 아까처럼 뻣뻣한 목소리가 아닌, 따뜻한 정이 담긴 음색이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부르는 것처럼.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말해봐라.”
“…쿠챠르 대부.”
쿠샨이 상석의 거인을 쿠챠르 대부라 불렀다. 물론 서로 피가 이어진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쿠샨이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고, 또 전대 쿠샨 토르가 나간 이후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준 이가 바로 상석에 앉은 거인이다. 그런 만큼 쿠샨이 일족 중 가장 믿는 거인이 쿠챠르였다.
“그냥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을 뿐이에요. 쿠챠르 대부. 이제 우리 일족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온 거라고요.”
“또, 또. 또 아버지의 말을 꺼내는 거냐? 그는 너를 버리고 나갔어.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너에게 신역을 관리하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넘기고 나가버렸다고.”
“버리고 나간 게 아니에요! 일족의 미래를 걱정해 스스로 나가신 거라고요!”
“걱정? 그건 우리 모두가 반대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나가신 거고요!”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쿠챠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쿠샨이 몸이 흠칫 움츠러들었다. 그러자 아차 한 쿠챠르가 곧바로 굳은 표정을 풀고는 깊숙한 한숨을 흘렸다.
“…하지만 달라.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어. 틀린 것과 다른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법이다.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
“…이해 받지 못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잖아요.”
“네가 이럴수록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에게도 영향이 생긴다. 네 말은 너무나 위험해. 특히 상대가 인간이라면 더더욱!”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요? 우리 외에는 모조리 적으로 규정하고, 어떤 교류도 하지 않은 채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게 어떤 이유인데요.”
“쿠샨….”
“말씀해주세요. 말씀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번에도 모두의 앞에서 인간들을 보호하겠어요.”
쿠샨의 말투가 도전적으로 변하자 쿠챠르가 한층 간곡해진 어조로 중앙의 거인을 불렀다. 그러나 쿠샨은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빛내며 양손을 움켜쥔다.
“하….”
이번이 세 번째 한숨이다. 긴 탄식을 내뱉은 쿠챠르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런 행동은 옳지 못해. 너한테 해가 될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너는 너무 어려.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다. 나중에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야.”
“하지만 이번 기회는 커도 다시 오지 않아요.”
“너는 이제 마지막 남은 쿠샨의 일족이야. 우리가 너한테 원하는 건 단 하나밖에 없어. 조금 더 성장하고 성인식을 치러서 제왕의 자리에 앉아라.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라. 그때가 되면 내가 직접 너에게 묠니르를 넘겨줄 것이다. …그러면 되는데, 왜 자꾸 다른데 눈을 돌리려고 하는 거냐.”
“설령 그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다른 건 없을 거예요. 아니, 저도 똑같겠죠. 제 주장과 일족의 주장이 부딪치고, 저는 결국에는 떠나버리고 말겠죠.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 순간, 쿠챠르의 입에서 깊은 침음이 터져 나왔다. 한 일족의 지도자가 떠난 것이니만큼, 당시 전대 쿠샨 토르가 일족을 떠난 사건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거기서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말리던 거인이 바로 쿠챠르였다. 말인즉, 쿠샨의 말은 그때 그 사건을 재현하겠다는 폭탄 선언과도 같은 말이었다.
“으음….”
깊은 상념에 잠기려는지 쿠챠르가 팔짱을 끼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쿠샨은 계속 떨리는 손을 꽉 움키며 상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 때.
“…좋다.”
나직이 중얼거린 쿠챠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쿠샨의 눈이 휘둥그래 변했다. 방금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귀를 의심했다.
“쿠챠르 대부?”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이야기는 한 번 들어보도록 하지.”
“저, 정말이에요? 정말이죠?”
“그래. 어디까지나 이야기뿐이라면.”
그러자 쿠샨의 낯에 갑작스레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주세요!”
“흠?”
쿠챠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쿠샨이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게 약속이라는 의미인데요…. 이렇게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추면….”
“…인간들의 풍습이냐?”
쿠샨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 쿠챠르는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나쁠 건 없지. …하지만! 내가 약속하면 너도 약속해라.”
“네? 저도요?”
쿠샨이 머리를 갸웃하자 쿠챠르는 엄숙한 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우선 이번 이야기에서 너는 빠질 것.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그리고 다시는 일족을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
쿠샨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조, 좋아요.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다시는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어요.”
“좋다. 그러면 한 번 약속이라는걸 해보자.”
이윽고 성큼성큼 다가온 쿠챠르가 쿠샨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춘다. 그렇게 두 거인 간의 약속이 이루어졌다.
“헤헤.”
“녀석, 그리도 좋으냐?”
헤프게 웃는 쿠샨을 따라 웃던 쿠챠르는 순간 “아.” 미약한 탄성을 질렀다. 마치 무언가 까먹고 이야기 못한 게 있다는 듯이.
“쿠샨. 그러고 보니….”
잠시 말끝을 흐린 쿠챠르가 유심한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챠르를 조심해라.”
느닷없는 말에 쿠샨이 머리를 갸우뚱 기울였다. 하챠르는 일족 중 가장 오래된 거인이었다. 아까 쿠샨을 살짝 감싸준 거인이기도 했다.
“그분은 갑자기 왜….”
“요즘 행동이 이상해. 눈빛이 심상치가 않아.”
“…네? 하지만.”
“아까 말도 모종의 목적으로 네 환심을 사려는 걸 수도 있어. 생각해봐라. 하챠르는 원래 가장 인간들을 싫어하는 형제이지 않았느냐.”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상한 게 있는지 쿠샨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쿠샨이 안색을 확인한 쿠챠르는 곧 걸걸한 목소리로 웃으며 쿠샨의 어깨를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그냥 경계만 하라는 소리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겨, 경계요?”
“그래.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나와 형제들이 있는 이상, 너한테 잘못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
별안간 쿠샨은 쿠챠르를 빤히 응시했다. 아까의 행동을 생각하니 갑작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쿠챠르는 자신을 아껴주는 건 물론, 항상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도와주는 어찌 보면 진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나는….’
그때 쿠샨은 어깨에 얹은 쿠챠르의 손이 서서히 떨어졌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아까 약속은 잊지 않았지?”
“무, 물론이죠.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약속이니까요.”
약속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쿠샨은 가슴 한 켠이 쿡 찔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쿠샨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쿠챠르는 “그럼, 다녀오마.”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일족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차 멀어져 가는 쿠챠르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쿠샨은, 이내 쿠챠르가 완전히 사라진걸 확인하고 나서 머리를 떨구었다. 시선은 자신의 그림자를 향하고 있었다.
쿠샨이 입을 열었다.
“저기….”
“허허허.”
그러한 찰나, 갑자기 누군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까 쿠챠르의 주변에 서 있던 거인 중 한 명인, 하챠르였다. 쿠샨이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자 하챠르가 벙글벙글 웃으며 걸어 들어온다.
“하챠르?”
“이거 이거, 의외입니다?”
“……?”
“크게 혼나서 풀이 죽어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얼굴이 밝아 보이시는군요.”
하챠르의 갑작스런 출현에 쿠샨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혹시나 아까 말을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듣지는 못했는지 가까이 다가온 하챠르가 인자한 웃음을 보였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잘 풀렸거든요.”
“오호라.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그것 또한 굉장히 다행이군요.”
“다행이요?”
“응? 작은 주인. 저를 왜 그렇게 보는 겁니까?”
“하지만 하챠르는….”
“…아.”
그제야 반응의 원인을 알아차렸는지 하챠르는 허허롭게 웃었다.
“작은 주인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더욱 거리를 줄여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는, 작은 주인의 생각에 딱히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쿠샨은 재차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허나 채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하챠르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작은 주인의 말대로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허허허.”
“그런가요…. 저도 기쁘네요.”
쿠샨이 간신히 수긍했을 즈음. 하챠르가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쿠샨을 바라보았다.
“흠….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
“끝나고 나면, 한 번 놀러 오시지 않겠습니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따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 또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있어서 그럽니다.”
“네?”
쿠샨이 반문했다. 그러나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하챠르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리고는 휘적휘적 걸어가버리고 말았다.
‘아까 말도 모종의 목적으로 네 환심을 사려는 걸 수도 있어.’
‘생각해봐라. 하챠르는 원래 가장 인간들을 싫어하는 형제이지 않았느냐.’
예전 같았으면 뛸 듯이 좋아했겠지만, 쿠챠르의 말은 들은 이후 본능적인 경계심이 생긴 쿠샨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편을 들어주는 동족을 만났음에도 딱히 기쁘거나 한 건 아니었다.
쿠샨은 하챠르가 사라질 때까지 물끄럼말끄럼 쳐다보다가, 완전히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머리를 숙였다. 시선은, 다시 그림자를 향했다.
이번에는 정말 주변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 후, 쿠샨은 살그머니 쭈그려 앉아 자신의 그림자를 빤히 응시했다. 그러다 검지로 그림자의 중앙 부분을 꼬옥 누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 이제 다 갔어요….”
그리고 그 순간,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쑥 올라왔다. 정수리를 쓱쓱 쓰다듬는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머리였다. 이내 주변을 한 번 둘러본 사용자는 정말로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완전히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쿠샨과 한 번 시선을 맞춘 후, 품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하나 꺼내놓았다. 통신용 수정구였다.
이윽고 그림자에서 올라온 사내가 잘 보라는 듯 수정구를 톡톡 두들기고는 살며시 손을 얹었다. 이내 사용자가 마력을 흘려 넣는 것을 기점으로, 통신용 수정구가 말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쿠샨은 침을 꿀꺽 삼키며 뚫어져라 수정구를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웅!
미약한 진동음이 들려오는 동시에, 수정구의 중앙으로 어느 초원의 풍경이 나타났다.
인간과 거인의 접선 장소였다.
============================ 작품 후기 ============================
바로 다음 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