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40
00639 男 : 미안해. 女 : 뭐가 미안한데? =========================================================================
비비앙은 서글프게 울었다. 정말로, 정말로 구슬프게도 울어 젖히며 한참을 하소연했다.
“어엉…. 너,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저번에 고연주 앞에서 기억나…? 나 그때 울면서 걸어갔는데도 결국에는 달래주지도 않고…. 어어엉….”
‘그러니까 누가 그때 성질 부리래?’
“그리고! 그때 너 불침번 설 때…! 야, 사람이 공을 세웠으면 조금 우쭐할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무시하는 게 말이 돼? 내가 무슨 보상을 바랬냐? 성과를 바랬어? 그냥 잘했다고, 그 칭찬 한 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니? 허어어엉….”
‘아니. 그건 네가 솔직하지 않으니까.’
“그래. 나도 무조건 잘한 건 아냐. 공략 도중에 안솔이랑 싸운 건 나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이해해. …하지만, 이건 아니지? 응? 김수현, 이건 진짜 아니잖아. 이렇게 사람 가지고 놀면 재밌어? 사람 마음 갖고 놀면 재미있냐고오! 으아아아아아아앙!”
‘그러게 누가 먼저 까불래?’
엉엉 우는 비비앙. 울음 반, 서글픔 반이 섞인 목소리로 그동안 느껴왔던 서러움과 야속함을 모조리 토해낸다. 그럴 때마다 꼬박꼬박 되받아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속마음에서 그쳤다. 이제는 거의 대성통곡 수준으로 울고 있었으니까.
“하라는 것도 다 하고, 시키는 것도 다 하는데! 너어, 이번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6군단 소환했는지 알아?”
“그럼~. 알고 있지. 내가 너를 얼마나 든든하게 생각하는데. 그만큼 너를 믿으니까 맡긴 거야.”
비비앙은 양손으로 내 가슴을 번갈아 쳤고, 나는 그런 비비앙의 등을 연신 쓸어 내리고 어루만져주었다. 마치 아기를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달래주자 가슴을 치는 주먹의 강도가 서서히 약해져 가는 걸 느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맨날 나만 미워하는 건데….”
“아니야. 비비앙은 잘못한 것도 없고,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그럼 왜 자꾸만 못살게 구는 거야아…. 조금은 상냥하게 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 아앙….”
“그래, 맞아. 들어보니까 내가 잘못한 것 같다. 하지만 다 비비앙이 좋아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이만 뚝 하자. 응?”
그제야 비비앙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는 쳐다보았다. 벌겋게 변한 코는 여전히 훌쩍이고 가는 속눈썹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습조차도 예뻐 보인다.
“옳지…. 착하다….”
나는 한 손으로 비비앙의 머릿결을 쓸어 내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 자국 진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비비앙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기는 했지만 딱히 거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손길을 느끼려는지 조금은 진정된 얼굴로 지그시 눈을 감기까지. 그 모습을 보자 절로 연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한바탕 실컷 눈물을 쏟은 비비앙은, 여전히 울먹임 가득한 목소리로 훌쩍이며 말했다.
“…김수현. 나 정말 안 싫어해? 아니지? 막 진짜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거 아니지?”
“물론이지. 내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비비앙을 왜 싫어할까?”
“정말로?”
“그럼, 진심으로. 오히려 정말로 좋아하는걸.”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한두 번 눈을 깜빡인 비비앙의 얼굴이 삽시간에 황혼 빛으로 물들었다.
“…거짓말.”
자그맣게 중얼거리기는 했으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은 아니었다.
“거짓말이 아니야.”
“그, 그럼 증거를 보여줘.”
비비앙의 요청에 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비비앙의 말이 이어졌다.
“머리 쓰다듬어줘.”
“좋아.”
“아까처럼 얼굴도 닦아주고, 등도 쓸어내려 줘.”
“알았어.”
“예쁜 말 해주면서, 달래듯이 온몸을 막 어루만져줘.”
“하하하.”
계속 이어지는 요청에 나는 가볍게 웃어 젖혔다. 하지만 하나도 거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머리칼을 부드러이 쓰다듬어주고, 얼굴도 깨끗이 닦아주고, 등도 두드려주고, 예쁜 말을 하면서 전신을 어루만져주기까지. 그러는 사이 완전히 진정된 비비앙은 아랫입술을 살짝 내민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빙긋 웃었다.
“이제 됐어?”
“…그리고 하나 더 약속해줘.”
그러나 비비앙은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약속?”
“그래. 앞으로 나를 또 괴롭힐 경우, 오늘처럼 꼭 달래주겠다고 약속해.”
“응?”
“시, 싫어?”
돌연 비비앙이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앞으로 아예 안 괴롭힌다는 건 어때? 오늘처럼 예쁜 말만 해줄게.”
“어, 어?”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뜬 비비앙은 떨떠름히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굉장히 실망해 하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난다.
‘왜 그러지?’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싫어?”
기껏 물었으나 비비앙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어라 말은 하고 싶은지 입술은 달싹이는데, 자꾸만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
“왜?”
“우, 우으….”
“응?”
“괴, 괴롭히는 거는….”
우물우물 말을 잇던 비비앙은 결국 말끝을 흐리며 스리슬쩍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얼굴은 터질 듯이 빨개져 있다. 시무룩이 바닥만 바라보는 비비앙을 보며 나는 가만히 말을 음미해보았다.
“그러니까 괴롭히는 건 괜찮다는 소리야?”
“괘, 괜찮다는 게 아니라!”
“……?”
“그, 그거는 너의 자유 의지니까…. 내, 내가 간섭할 거리가 없다고나 할까….”
비비앙은 더욱 얼굴을 붉힌 채 몸을 슬슬 꼬며 말을 더듬거렸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사실 무슨 말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쯤에서 그만 져주기로 했다. 비비앙도 그걸 원하는 것 같고, 지금은 달래주는 입장이니까.
“좋아. 그러면 앞으로 괴롭혀도 꼭 달래준다고 약속할게.”
“그, 그래. 그거면 됐어.”
“Ok, 알았어.”
“…말해두지만 괴롭힘 한 번에 달래주기 한 번이야.”
이어지는 재확인에 나는 머리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렇게 확답을 해주자 비비앙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꼬물꼬물 몸을 움직였다. 서서히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게, 이제 좀 창피한 기분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갑자기 얌전해진 비비앙이었지만, 이대로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비비앙.”
나는 비비앙의 몸을 천천히 돌린 후, 강제로 등을 내 가슴에 기대게 만들었다. 그 상태로 어깨에 팔을 둘러 껴안자 흠칫, 떠는 기척이 느껴졌다. 딱히 보지 않아도 얼굴은 잔뜩 긴장해있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기, 김수현?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잠깐만 이러고 있자.”
“나, 나 배고픈데…. 음식 식는데….”
“그래서, 싫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자 비비앙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이어서 입술을 살짝 벌리더니 미미하게 머리를 가로젓는다. 좋다는 의미겠지?
문득 느닷없이 장난기가 일어, 나는 한 번 더 비비앙의 귓가에 속살거리듯 말했다.
“정말로 괜찮아?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있고 싶은데. …후.”
“히, 히이잉!”
끝에 살그머니 바람을 불어넣자 비비앙은 또 한 번 싱싱한 물고기처럼 퍼덕거렸다. 반응을 보니 약간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비비앙도 보아하니 몸이 상당히 민감하지 않은가. 어지간하면 참을 텐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격하게 반응을 한다. 그러면….
‘비비앙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아니, 잠깐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하, 하지 마아….”
마침 비비앙의 애달픈 목소리가 들려와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목적은 비비앙의 마음을 완전히 풀어주는 것. 나는 그 목적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여전히 비비앙을 안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구름이 낀 탓에 생각보다 달빛이 환하지는 않았지만, 흐릿하게나마 빛나는 광경도 가히 나쁘지는 않다.
“달빛 예쁘지?”
그러자 끄덕끄덕.
“그만 보고 밥 먹을까?”
이번에는 도리도리.
‘귀엽네.’
색색거리는 잔뜩 긴장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딱딱히 굳은 비비앙의 몸을 부드러이 쓰다듬으며 나는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비비앙을 안은 채, 비비앙은 내게 기댄 채.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응시했다.
‘그런데 왜 자꾸 뭔가를 까먹은 기분이 드는 거지….’
*
축제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형의 의도대로 축제는 무사히 끝남으로써 원정대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나 또한 그동안 소원해졌던 비비앙과의 관계를 완벽히 회복할 수 있었으니, 아주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라 볼 수 있을 것이다.(축제 다음날, 완전히 회복한 비비앙은 평소대로 까불며 이곳저곳을 방방 뛰어다녔다.)
아직 안솔이 깨어나지 않는 게 유일한 걱정이긴 하나, 예전보다는 희망이 생긴 상태였다.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거니와, 내가 병문안을 갈 때마다 자꾸만 이상한(?) 반응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담당 사제로부터 도대체 왜 안 깨어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말까지 들은 터라, 근시일 내로 깨어날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지금껏 쌓인 피로를 풀면서 기다리는 사이, 드디어 동남부 원정대가 서북 요새에 도착했다. 첫 번째 합류 연락을 받은 이후 눈 깜짝할 새에 닷새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말인즉, 다음날 북 대륙 전체 원정대가 바로 요새를 떠난다는 소리였다. 중간중간 연락을 주고 받는 동안 서북 원정대도 차곡차곡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예상대로 동부 원정대는 커다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아니, 환영이라는 말은 옳지 않을까? 정확히 말해보면 무시라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기실 지금껏 북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동부를 무시하는 처사는 사실 이해가 갈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부 원정대 총 사령관인 조성호는 서북부의 태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뭔가 공략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기는커녕, 똑같이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주변 부하 사용자들이나 이따금 한소영에게만 말을 붙이는 광경을 보았을 뿐, 형이나 북부 관계자들과는 속된 말로 ‘쌩까는’ 모습을 보였다. 나로서는 조성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동서북부의 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남부가 도착한 이후, 내 입장에서 한 가지 이해 못할 일이 생겼다. 이해 못할 일이란, 다름 아닌 한소영의 태도였다. 예상대로 한소영은 동부와 서북부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으나, 문제는 바로 나를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딱히 두 팔 벌려 안아주거나 공식적인 치하를 바란 건 아니었다. 보는 눈도 많으니까.
그러나 직접 문까지 나가 맞이한 나를, 한소영은 본체만체하며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 말이다.
사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를 비롯한 머셔너리 클랜은 남부 원정대 소속이지 않은가. 하다못해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쳤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을 텐데.
물론 평소 한소영다운 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요새에서 나를 보낼 때 보였던 태도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옷깃이라도 살짝 붙잡고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동남부가 도착한 직후, 한소영의 주최 하 각 원정대의 총 사령관들만 모이는 회의가 잡혀있었으니까. 나는 자격이 되지 않아 회의에 참가할 수 없다. 결국에는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천막에 돌아와 머리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렇게 간이 침대에 걸터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야! 머셔너리 로드!”
돌연히 새침한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흘끗 시선을 돌리자, 누군가 입구에 불쑥 얼굴을 들이민 채 나를 바라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의외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연혜림?”
============================ 작품 후기 ============================
띠링!
『비비앙 라 클라시더스, 638회를 기점으로 수현 쟁탈 전쟁에 정식으로 참가함을 확인합니다.』
『비비앙의 주무기는 마조 모드로, 김수현의 사디즘을 각성시켜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전쟁 참가 인원 : 정하연, 고연주, 남다은, 임한나. + 비비앙 라 클라시더스. & 중간 탈락 인원 : 유현아.』
『곧 참가 예정 인원 : 1. 김한별 2. ?? ??(??? ??) 3. ?? 4. 이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