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86
00685 왕의 귀환. =========================================================================
사아아아….
바람이 불었다.
펄럭!
무릎까지 내려온 코트가 바람결을 따라 힘차게 나부꼈다.
“너….”
“너….”
내 말과 사내의 목소리가 똑같이 겹쳤다. 그리고 동시에 말을 흐렸다.
나부꼈던 코트가 서서히 가라앉는 순간 나는 멍하니 시선을 들었다.
짙은 남청 빛이 흐르는 체스터필드(Chesterfield)형 가죽 코트. 어깨에 걸쳐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보라색 장발. 그리고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진한 보랏빛이 감도는, 한껏 놀란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내는 바로 허준영이었다.(단언하건대, 허준영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그 순간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 들어오자마자 만날 줄은 몰랐고, 한편으로는 허준영의 복장이 꽤나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 야심한 시간에 저런 차림을 하고 나오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어깨에는 가방까지 메고 있었다. 마치 떠나려는 사람처럼.
결국에는 허준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근래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았나…. 헛것이 다 보이는군. …아니. 또 그놈들인가?”
허준영은 미간을 지그시 누르더니 갑자기 등 뒤로 손을 넘겼다. 그리고 무언가를 움켜잡는 게 보여 나는 황급히 외쳤다.
“검 뽑지 마!”
스릉, 사선 방향으로 흘러나오던 검이 멈칫 정지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김수현이고 등에 업힌 애는 김한별이야. 확실하게 맞으니까, 내가 정말 김수현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속셈으로 실력을 보겠다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후 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최소한 이런 상황에서 매우 정연하게 말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글쎄. 그렇게 말하니까 더욱 김수현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허준영은 머리를 갸웃했다.
“왜.”
“내가 아는 김수현이라면, 나 정도는 가볍게 쓰러트리고 이제 됐냐는 식으로 거만하게 깔아볼 테니까.”
“…지금 힘들다. 쓰러지기 직전이야. 그렇게 안 보여?”
“흠…. 그럼 네가 한 번 증명해봐라. 그 자리에서, 네가 김수현이라는 사실을.”
허준영은 여전히 검을 움킨 채로 차갑게 말했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좋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허준영을 보며 침착히 입을 열었다.
“기껏 이형환위를 가르쳐도 제대로 익히지도 못하는 멍청한 놈.”
그 순간 허준영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젠…. 장!”
탁!
이윽고 반쯤 뽑혔던 검이 신경질적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아차 한 순간 허준영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진짜로 김수현이잖아. 어이, 어이! 괜찮아? 정말로 너 맞는 건가?”
잠시 ‘이번에는 진짜로 김수현이잖아.’ 라는 말이 궁금했지만, 우선은 나중에 묻기로 했다. 허준영은 드물게도 호들갑스럽게 말하며 나를 붙들고 흔들었다. 평소 허준영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반응이다.
“정말 돌아온 건가? 이봐, 김수현! 어떻게 된 거야? 얘는 또 왜 다 죽어가는 거고?”
“소리 지르지 마. 다른 클랜원이 깰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우선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해줄 수 있을까?”
식당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하자 돌연 허준영의 낯에 떠름한 빛이 스쳤다.
“…식당으로 가자고?”
“배고파.”
“하. 기껏 돌아와서 처음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우선은 아무도 깨우지 말고 조용하게 식당으로 안내해주라. 적어도 나랑 김한별한테는 고작 그거가 아닌,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너…. 진정 태연함의 극치로군. 지금 네 클랜이, 클랜원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몰라.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라, 현재 나랑 한별이 몸 상태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거든.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이 밤에 클랜원 모두 깨워서 정신 없이 둘러싸이는 게 아니라, 식사와 수면이야.”
장난이 아니라는 뜻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동시, 나는 받친 손을 툭툭 치며 신호를 보냈다. 김한별은 잠시 고민했는지 조용했지만, 곧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앓는 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허준영은 여전히 복잡한 낯빛을 띠고 있었다. 허나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건 느꼈는지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젠장…. 갑자기 어떻게 된 건지….”
이윽고 김한별을 흘끗 바라본 허준영은 무언가 꾹 참는다는 표정을 짓고서 빙글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
여관 내 식당은 다행스럽게도 1층에 있었다.
허준영의 안내로 식당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요리 재료를 요청했다. 허준영은 한숨을 푹푹 흘리면서도 잠깐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한참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아 나를 근심(?)하게 만들었지만, 곧 음식 그릇을 들고 나타나 걱정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기특하게도, 아예 수프를 만들어 갖다 준 것이다.
사실 대충 아무거나 쑤셔 넣을 생각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한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더구나 수프는 맛도 좋았다. 약간 싱거운 감이 있기는 했으나 잔뜩 굶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이런 음식이 도움이 된다. 허준영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나는 그제야 정말로 돌아왔다는, 환영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허준영이 해준 음식을 다 먹고. 차원 이동도 한 번 할만하잖아?”
“맞아요. 저도 준영이 오빠가 이렇게 음식을 잘하시는 꿈에도 몰랐어요.”
한창 먹는 도중 가볍게 너스레를 떨자 김한별도 숟가락을 쪽 빨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와 김한별은 걸신이라도 들린 듯 수프를 폭풍 흡입했고, 이내 전신으로 녹아 내리는 뜨끈뜨끈한 기운에 살겠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는 동안.
“…정말 엄청나게 먹는군. 도대체 며칠이나 굶은 거지?”
허준영은 살짝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와 김한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수프를 보며 그릇까지 핥을까 고민했다가(김한별은 이미 그러고 있었다. 자기는 안 걸리게 핥는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얌전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 말해봐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냥…. 여러 일이 있었지.”
그러자 허준영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으나,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허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나는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야기가 길다. 그리고 몸도 얼른 안정해야 하고. 이제는 자야 해.”
“밥 먹었으니까 이제는 잠이냐?”
“그래야지. 이 수프를 먹지 못했다면 아마 2시간 내로 어딘가 쓰러져 죽었을 거다.”
“…….”
조금 과장을 보태기는 했지만 김한별이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죽는 것까지는 몰라도 쓰러졌으리라고는 100% 확신할 수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돌겠군. 이거 진짜 현실이 맞기는 한 건가?”
허준영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까보다 상당히 가라앉기는 했지만, 낯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허준영을 보고 있으니 문득 아까 문 앞에서 봤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너야말로 아까 문 앞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설마 나를 기다린 건 아닐 테고.”
살그머니 화제를 돌리자 허준영이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설마 진짜 떠나려고 했던 건가?
“왜?”
선수 쳐서 묻자 허준영은 두 눈을 치뜨며 움찔했다. 그러나 곧 가볍게 혀를 차더니 조용히 씨근거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너 때문에 머셔너리에 가입한 거다. 네가 없어졌으니 더 이상 여기 남아 있을 의리는 없다.”
“사실이니까 애써 변명할 필요는 없어. 아무튼 그것 때문에 떠나려는 건 아니잖아.”
정곡을 찌른 걸까. 허준영은 갑자기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리더니 지그시 눈을 감는다.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클랜이?”
“그래. 왜냐면 네가 사라진 이후 머셔너리는….”
“는?”
“그야말로, 개판 5분 전이었으니까. 물론 그림자 여왕을 비롯한 여러 사용자가 동분서주하기는 했는데. 날이 갈수록 꼴 보기 싫은 애새끼들이 늘어나더군. 서로 다툼도 잦아지고. 아마 계속 이대로 갔다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였을 거다.”
“…….”
흠. 역시 그랬던가. 그래도 도시 중앙에 자리잡은걸 보고 나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고연주도 완벽하게 내부를 통제하고 추스르는 데는 실패한 모양이다. 하기야 나라는 중심이 없어진 이상 고연주의 공포 정치도 효과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되레 반발하며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테고.
이윽고 나는 품 안에서 연초를 한 대 꺼냈다. 연초를 태우며 계속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허준영은 더 말하기조차 싫은지 도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프 더 먹을 거냐?”
길게 이어진 침묵이 자못 불편했는지 결국 이번에도 허준영이 먼저 한 발 물러섰다. 김한별은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나는 괜찮다는 말로 완곡히 거절했다. 비록 아사할 가능성은 없어졌으나 현재 가장 급선무는 어그러진 몸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그런데 잔뜩 굶은 상태서 갑자기 많이 먹으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몸의 균형을 해치게 된다.
김한별은 완연히 실망하는 기색을 비췄으나 그래도 내 말이 맞는다고 여겼는지 딱히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허준영의 물음에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리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 몸의 균형을 맞추는 거 말인가?”
“아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어쨌든 너나 클랜원들한테 그간의 사정은 설명해야 하니까. 또 듣기도 해야 하고.”
“으음. 그럼?”
허준영은 당연하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그냥 내일 아침 이 식당으로 클랜원을 데려오면 돼. 물론 호출 대상은 전부.”
“어려운 일은 아니군. 또 없나?”
“그럼 하나 더. 오늘 나랑 한별이는 주방에서 잘 거거든. 웬만하면 다른 클랜원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네가 왔다는 말은 하면 안 되는 건가?”
“어지간하면. 생각해봐. 네가 그 정도로 반응했는데, 다른 애들은 어떻겠어.”
“음…. 알겠다.”
이런 부탁을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오늘 밤만큼은 방해 받지 않고 쉬고 싶었고, 다른 하나는 두 번 말하기 싫었으니까. 부탁한 것처럼 모두 모아놓고 한 번에 해결하는 게 깔끔할 것이다.
사실상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허준영도 시끄러운 건 질색하는 성격이라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였다.
그렇게 더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간단하게 축객령을 내렸고, 허준영은 그럼 내일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식당을 나서기 직전 느닷없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건 궁금하지 않나?”
“응?”
“네 형. 아니면 이스탄텔 로우 로드.”
“…….”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당연히 궁금하지. 하지만 그래서 일부러 안 물어보는 거야.”
“……?”
“혹시 잘못된 소식을 들으면 지금 바로 달려갈 것 같으니까.”
“…그런가.”
허준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어깨를 들먹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봤다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걸음을 돌려 식당을 나섰다. 발소리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잠시 후.
“코….”
어느새 탁자에 엎어진 김한별의 콧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별로 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꽤나 지친 기분이다.
‘어쨌든 나도 이제 슬슬 자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공주님 안기로 김한별을 들고 주방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고 일어난 후, 클랜원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
다음날.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나는 간만에 잠에서 깨기 싫다는 기분을 느꼈다. 비록 푹신한 침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껏 고생한 후 자는 잠은 그야말로 꿀맛 같은 잠이었다. 진심으로 눈을 뜨기 싫어 그냥 다 포기하고 자버릴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어, 지속적으로 김한별을 깨우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주방을 이용해 세안을 꼼꼼히 마치고 나서,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검으로 머리카락도 치고, 면도도 하고, 복장도 단정하게 하는 등등. 정말 오랜만에 클랜원을 만나는데 추한 꼴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김한별은 처음 내가 깼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오죽 일어나기 싫었으면 앙탈까지 부리며 기상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복부를 꾹꾹 누르며 클랜원이 모이고 있다고 속삭이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혼비백산했다. 그리고 잠깐 주방 문을 응시하더니 후다닥 일어나 나와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한 명 한 명씩 들어오던 클랜원이 어느새 상당수 모였음을 알 수 있었다. 주방 밖으로 여러 사용자의 기척이나 아주 가끔씩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예를 들면 ‘너도 왔어?’ 나 ‘허준영씨가 불러서요.’ 등등.
특히 ‘오늘 아주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하던데.’ 와 ‘네. 절대로 주방으로 들어오지 말래요. 이 사람이 갑자기 미쳤나 봐요.’ 라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러나 확실히 이상하기는 했다. 예전 같았으면 난리 블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활발했을 분위기가, 지금 따라 침중하기 그지없다. 말소리도 아주 간간이 들려올 뿐, 모인 수에 비해서 대화는 극히 적었다. 아니. 흐르는 기류 자체가 우울하기 짝이 없다. 어제 허준영에게 들었던 말이 조금은 체감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밖의 기척에 집중하고 있자 어느새 김한별이 준비를 마치고 다가왔다. 아주 깔끔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제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 눈을 마주치자 김한별이 잔뜩 긴장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대로 나가기 직전 배우가 이런 기분일까. 아마 이렇게 클랜원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꽤나 두근거리는 모양이다. 나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으로 검지를 입에 댔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굳게 닫힌 주방 문고리에 살짝 손을 얹었을 무렵.
“그런데 이렇게 모두 모이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요.”
문득 맑은 음성이 밖에서 흘러들었다. 정하연의 목소리였다.
“옛날 생각이요?”
이건 고연주의 목소리.
되물음에 정하연이 말을 잇는다.
“네. 꼭 회의라도 하는 것 같잖아요?”
“그런가?”
“클랜 로드가 언제 올까 문만 쳐다보며, 다들 이렇게 조용히 기다리는 거죠. 비슷하지 않나요?”
“…….”
그 말에 식당에는 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지금도 이렇게 문을 보고 있으면…. 벌컥 열고 성큼성큼 들어오실 거 같은데….”
아련하게 중얼거리다가 말끝을 흐리는 정하연.
“후. 맞네요. 그리고 상석에 앉은 다음, 이러겠죠. 그럼, 회의를 시작하죠.”
내 목소리를 흉내 내다가 싱겁게 웃어버리는 고연주.
그 말은 들은 순간.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걸어나갔다. 그러자 목소리가 뚝 끊기는 동시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다. 그제야 클랜원의 앞으로 나설 수 있어, 들은 대로 성큼성큼 걸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태연하게.
언제나처럼.
그렇게 모종의 반응이 나오기 직전, 나는 싱긋 웃으며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해볼까요?”
============================ 작품 후기 ============================
에…. 우선 어제 절단 마공에 내상을 입으신 독자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_(__)_
설마 그렇게나 격하게 반응하실 줄 몰라서 조금 기뻤어요.(?) 아하하.
간단하게 해명을 해보자면…. 어제는 의도한 절단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글을 적다 보면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의도한 바와 독자 분들이 느끼는 건, 가끔 반비례 그래프를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어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진실이에요. 믿어주세요. 여기에 제가 로유진이라는 사실을 걸겠습니다. 이 말에 추호의 거짓이 있다면, 저는 무조건 로유미입니다.
그리고 전개 속도. 이건 조금 서운해요. ㅜ.ㅠ 무어라 말씀은 드리고 싶은데, 이건 그냥 차후 글로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분명 이번 챕터는 김수현의 귀환에 초점을 맞췄지만, 다음 챕터는 물론 전체적인 에피소드도 새롭게 시작해야 해요. 구상은 마쳐놨습니다. 새로운 에피소드는 이미 저번 회부터 시작된 상태입니다.
아. 또한 ^_ㅠ 이 표정은 독자 분들을 도발하는 표정이 아닙니다.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이 겹쳐진, 한 마디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_(__)_ 이건 넙죽 입니다. 양해를 구할 때 자주 쓰지요. :), 😀 이건 기분 좋을 때 쓰는 웃는 표정이에요.
부디 충분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