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9
00069 비비앙 라 클라시더스 =========================================================================
비비앙은 인간에서 거미로 변태했다. 그 과정을 거치려면 신체 개조 또는 감염이 필수인데, 두 과정 모두 필수적으로 이라는 촉매가 필요했다. 핵은 마나를 품은 물질이라면 어떤것도 가능한데 가장 대표적인건 마나석으로 볼 수 있다. 그깟 마나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비비앙은 일반적인 경우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체내에 품은 마나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을 이루는 하나의 핵이 된다. 인간으로 따지면 심장 혹은 마력의 중추로 볼 수 있다. 마력을 품고, 공정하며 하루에도 수많은 마력의 흐름이 거쳐가는 장소.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핵이 된 마나석은 깊은 마나를 간직한 일종의 내단으로 성질이 변하게 된다.
물론 실제로 신수의 신단 또는 영물의 영단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 이었고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일부러 심각히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음. 조금 부족한데.”
“에? 에이~. 좀 봐주라. 정말 이게 다라니까?”
“정말?”
“응응. 정말정말.”
“정말로?”
되묻고 되묻자 비비앙은 억울한 얼굴이 되더니 빽 소리를 질렀다.
“이씨. 답답해. 정말이라고! 못 믿겠으면 직접 뒤져봐!”
“난 그걸 가지고 싶은데.”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몸을 가리켰다. 비비앙은 내 손가락을 보더니 이내 방향을 따라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곧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보게된 비비앙은 별꼴이라는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인간 수컷아. 궁금한게 있는게. 너 혹시 특이한 성벽이라도 있니?”
“성벽?”
“응. 예를들면 거미와 교배하는….”
“닥쳐.”
“힉. 미안!”
나는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래. 내가 험한 얼굴이 되자 비비앙은 바로 눈을 내리깔며 오들오들 떨었다. 잠시 그녀를 지켜본 나는 일부러 칼을 들어 빙글빙글 돌렸다. 그럴수록 떨림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는게 보였다. 왠지 저 몸짓을 보자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너랑 성교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네 안에 있는걸 가지고 싶다고.”
“내 안…? 내 안에 쓸모 있는건 없는데. 실이라도 좀 뽑아줄까?”
“아니아니. 그런건 괜찮아. 그 말이 아닌데. 너 원래 인간 이었잖아. 그렇지?”
“엉.”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비비앙. 왠지 말을 꺼내기가 더욱 미안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거미로 변했으면 촉매 역할을 한 마나를 품은 물질이 있을텐데.”
“그럼. 아까부터 느낀건데 너 정말 해박…어. 잠깐만. 핵 말하는 거니?”
“그렇지.”
“지금 나한테. 핵을 달라고? 미쳤어?”
역시 그 부분은 기억하고 있는지, 아니면 원래 연구하고 직접 몸에 시행한 부분이라 잘 알고 있는지. 비비앙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나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내가 수긍하는걸 확인한 후 그녀는 멍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듯 “핫.”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노. 농담?”
“농담 아닌데.”
“에~이. 노, 농담인거 다 티 나네? 요…호호.”
“아니라고. 빨리 핵 내놔. 이것들이랑 핵 주면 곱게 살려줄게. 자. 약속.”
새끼 손가락을 내걸자 비비앙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는 뒤로 주춤이 물러나며 높은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미쳤어! 그걸 왜줘!”
“걱정마. 그거 뽑는다고 안죽어.”
“그건 나도 알고 있거든? 넌 네 심장이나 마력 회로 뜯어 달라면 뜯어 줄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야 당연히 안주지. 어쨌든 줘.”
“뭘 은근슬쩍 달라그래! 싫어!”
“줘.”
“죽여! 그냥 죽이라고! 이걸 주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이걸 주면 나는 그대로…힉.”
“그래? 그럼 아쉽지만 뭐.”
검을 들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내 모습을 보자 소름이 돋았는지 비비앙은 진저리를 치며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곳은 공방 안. 뒤로 물러나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 이었다. 내 뒤에 통로가 있는걸 봤는지 비비앙은 절박한 어조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 잠깐마안! 일단. 일단 검좀 집어 넣어봐. 우리 얘기를 하자. 얘기. 야! 오지 말라고 쫌!”
나는 착하기 때문에 그녀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걸음을 멈춘후 나는 또박한 목소리로 요구 사항을 다시 말했다.
“다시 말할게. 지금 이것들이랑 네 몸 안에 있는 핵을 줘. 그걸로 네 목숨값 퉁치자.”
“그게 말이 안되는….”
“협상 결렬.”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내 모습에 결국 비비앙은 참고 있던 울분을 터뜨렸다.
“야아아아!!!!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아!!!!”
“엇.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군. 역시…. 에이 귀찮다. 그냥 죽이고 직접 빼는게 낫겠네. 겸사겸사 몸체도 한번 해부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걸음을 옮기자 비비앙은 기가막힌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억울함. 분함. 두려움. 여러 마이너스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빨리 울었으면 좋겠…아. 나 도대체 왜이러지. 진짜로 이상해진 건가?
잡생각을 없애고 집중을 위해 마력을 일으킨다. 검에 찬연한 검기가 피어오르며 덩달아 내 얼굴도 사늘하게 변한다. 내 표정 변화를 읽었는지 비비앙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탈주로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공방안은 내 살기가 가득히 들어차 있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했는자 막 벽을 타 도망치려던 거미를 보며 나는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다가가 일검을 휘둘렀다. 부드러운 두부를 베는 느낌과 함께 비비앙의 다리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비비앙은 고통에 울부 짖으며 떨어지더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에 아랑곳않고 나는 녀석의 머리 위로 검을 들었다.
“잘가. 그래도 넌 꽤 유쾌한 녀석 이었어.”
“으으으으으! 기다려! 잠까아안!”
“응? 뭔데.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주지.”
검을 보며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질렀던 비비앙은 내 말에 빼꼼 감았던 눈을 떴다. 내 행동이 멈춘걸 확인했는지 잠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자신의 처지를 인식했는지 그녀의 눈망울이 조금씩 떨리는게 보였다. 오오. 드디어 운…젠장.
아무튼 내 눈동자를 본 그녀는 겨우 말이 진심인걸 깨달은것 같았다.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이 열렸다.
“…줄게.”
“뭐라고? 크게 말해.”
“준다고! 줄테니까 죽이지 말라고! 이 나쁜 새끼야아아아! 으허어어어어어어어엉!”
결국 서러움을 참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비비앙을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얼굴만 보면 제법 예쁜데. 인간일적 모습이 궁금하군. 나는 씩 웃으며 치켜 올렸던 검을 다시 거두어 들였다.
“잘 생각했다. 하하.”
“으허어어엉! 아이고. 아이고오. 으허어어엉! 앙앙앙!”
나는 직접 거미를 다시 일으키는 수고를 해주었다. 그녀는 순순히 내 손길을 받아 들였지만,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다리로 바닥을 치며 꺼이꺼이 우는 비비앙을 보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대했나. 연신 눈물을 쭉쭉 흘리며 울음을 토하는 거미를 보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한 다리가 세개나 잘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몸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더욱 미안했다.
“흑어허으허으엉! 으어흐어으어어엉!”
“야. 시끄러.”
내 말은 속마음과 반대로 튀어 나왔다. 그래도 내 엄포의 효과가 있었는지 비비앙은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러나 흐느낌을 멈출 수 없었는지 연시 다리 위(어깨로 예상된다.)를 들썩이며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다. 그와중에도 비비앙은 망설임이 도는지 “진짜? 진짜로 가져갈거야?”라는 얼굴로 연신 애원하는 눈길을 보냈다. 잠깐 기다리던 나는 짜증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너 지금 시간 끄냐? 줄거면 빨리 주라고. 아. 그냥 베고 편하게 가져갈까.”
“알았어 씨발. 주면 될거 아니냐고…으허어엉.”
흔들림 없는 내 확답에 북받치는 설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비비앙은 다시 통곡하며 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 중앙에 있는 내단을 밀어낼 모양 이었다. 한번. 두번. 세번. 계속 불룩하게 배를 만들던 비비앙은 이내 마지막인듯 절망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검을 들었다.
“준다 줘! 흐끅! 이 개새흐끅! 나쁜 새끼! 엉엉!”
비비앙의 악담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보인 비비앙의 입에서 울컥이는 액과 함께 검고 동그란 구체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 그동안 꽤 묵혀뒀는지 크기가 거의 어른 손바닥만 했다. 나는 빠르게 정보를 확인했다.
『연금술사 비비앙의 핵을 습득 했습니다.』
결국 내단을 토해낸 비비앙은 그대로 주저 앉고는 허망한 얼굴로 쓰러지고 말았다. 기력이 다한 모양 이었다. 쓰러진 그녀의 얼굴을 타고 바닥에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린다. 나는 만족스런 얼굴로 내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비비앙이 자그마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흑…독있어. 흑끅! 그대로 집으면 훌쩍. 너 죽어.”
그 와중에도 걱정을 해주네. 얘 진짜 웃기다. 나는 큭큭 웃으며 내단을 그대로 손으로 집었다. 그러자 비비앙의 얼굴이 다시 요상하게 변하더니, 이내 걱정 반 기대 반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를 더 놀리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내 손을 잡으며 외쳤다.
“헉. 갑자기 독이 침투하는것 같아. 악. 죽는다.”
“뭐, 뭐? 야! 그러니까 내가…아…이게 아니지. 오예! 꼴 좋다!”
나는 가볍게 손에 화정을 일으키고 그대로 염원을 불어 넣었다. 내가 불어넣은 염원은 내단 안에 있는 를 제거하는것. 이윽고 마력이 담긴 내 손 안에서 동글동글 돌던 내단의 색깔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티끌 한점 없는 칠흑색이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색깔인 푸른 색깔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신화계급의 장점 이었다. 염계급이라면 무조건 불태우기만 하지만 신화계급 화정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신기한 얼굴로 지켜보던 비비앙. 이윽고 공정 과정을 끝낸 내가 품속으로 내단을 집어 넣자 멀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빙긋 웃으며 “실은 뻥 이었어.”이라고 말하자 다시금 입을 삐죽삐죽 내밀더니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킥킥 웃었다.
한동안의 소란이 지나고 비비앙은 허탈한 얼굴로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나는 자리에 있는 비비앙을 향해 말을 걸었다. 물론 그 와중에 비비앙이 내논 주머니는 전부 챙긴 후였다.
“축하해. 약속대로 살려줄게. 하하.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참고로 정보를 하나 주면…이 던전은 최대한 빨리 떠나는게 좋을걸. 근시일 내로 던전 정보가 밝혀지고 도시 감찰단이 조사를 할 거거든.”
“상관마!”
“여기 있으면 죽는다니까?”
“어차피 핵이 없어진 이상 나는 대부분의 힘을 상실했다고! 밖으로 나가봤자 상황은 똑같아!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윽!”
앙칼진 얼굴로 뇌까리던 비비앙은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핵의 상실로 인해 내부를 제어할 수 없는 모양 이었다.
“윽…큭…아파…아파아!”
비비앙은 나를 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나는 딱히 해줄게 없었다. 굳이 하나 있다면 죽여줄 뿐.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내 검을 가리키자 비비앙은 배신감에 치를 떠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나쁜놈…흑…나는 몸도 마음도 다 줬는…윽…큭! 아아아아악!”
“뭔 헛소리야.”
콧방귀를 끼고 나는 비비앙을 구경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을 보며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비비앙의 몸이 강제로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리가 하나씩 천천히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로봇처럼 하나씩 분해 되고 이리저리 뒤틀리는 몸을 보며 나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설마 이 현상은….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아. 정말 간만에 연참을 해보는군요. 1만자를 넘어가자 머리에 불이 나는 기분이…. 하하하. 과연 비비앙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은 무엇일까요?
원래 비비앙은 살려준다고 하고 뒤에서 죽일 계획 이었는데, 사용자 정지연의 목을 비틈으로 어느정도 수현의 본 성격을 드러냈다는 생각에 방향을 바꿨습니다. 비비앙.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도록.
이로서. 길고 길었던 던전 탐험이 끝났습니다. 다음회에는 뮬로 돌아갑니다. 하하하. 그리고 혹시 전회에 추천과 코멘트를 넘기신 분이 있다면 다시 돌아가 눌러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의 30초 투자는 제가 30시간동안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 리리플 』
1. 비극의삶 : 하하하. 다음회를 기대해주세요. 1등 축하합니다.
2. 유운처럼 : 오랜만입니다! 가끔 코멘트 달아주세요. 하하하.
3. GradeRown : 과연 다음회 비비앙이 어떻게 될지 기대해주세요. 후후후.
4. 비도무영 : 음. 버렸다기 보다는…무덤덤해 진거죠. 살인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미친놈은 아닙니다. 다만 필요하면 미친놈이 될수는 있습니다.
5. 사람인생 : 솔직히 저도 쓰면서 비비앙이 불쌍하다고 느꼈어요. 아하하. 만약(?) 살아난다면 솔이와 함께 듀오를 이룰지도…^^.
6. 에인트제 : 아마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수현이가 잘 교육을 시킬겁니다. 하하하.
7. 유이라나 : 의외로 비비앙이 인기가 있어서요. 앞서 희생한 사용자 정지연 덕분에 비비앙이 조금 더 생명을 연장했습니다. 과연 다음회에 어떻게 될지요. 하하하.
8. 밧슈 : 흐흐흐. 비비앙의 본 바탕은 인간…헙!
9. 3d33d : 음. 초반에 설정했던대로 스탯 올려주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어요. 다음회에 핵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나옵니다. 하하하.
10. 전설의유저 : 그렇지요. 아직 폐허의 연구소와 절규의 동굴이 남은만큼 구를 거리는 실컷 남았습니다. 하하하.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코멘트좀 많이 주세요! 그리고 추천도…☞☜)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