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21
00720 마력(魔力) 숙녀 Vs 행운(幸運) 소녀. =========================================================================
한편, 같은 시각.
“수현이 정말 화난 게 아닐까요?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
“걱정하지 마. 화를 냈으면 그 자리에서 냈겠지. 그이, 이런 거 은근히 좋아한다니까? 그나저나 아까 신재룡씨 표정 봤어? 나 완전히 웃겨 죽는 줄 알았어.”
“나중에 사과 한 번 드려야겠어요…. 어. 그런데 하연이 언니는 어디 가셨지?”
“부끄러웠나 봐. 수현이 나가자마자 도망치더라고.”
하하 호호.
4층 집무실에서는 네 명, 아니 정하연을 제외한 세 명의 여인이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신재룡의 표정에 관한 말도 간간이 나오기는 했지만, 김수현의 반응에 관한 말이 주를 이루었다. 요즘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을 내심 이해는 하면서도, 근래 얼굴도 보기 힘들다 보니 억지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아무튼, 이것도 두 번은 못하겠네요. 애들도 힘들겠어요. 이렇게 불편하고 갑갑한 옷을 입고 어떻게 매일….”
임한나가 눈을 찡그리며 상체를 크게 비틀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한지 두 번 세 번 비틀자, 상반신에 달린 두 개의 거대한 무덤이 몸부림치듯이 움직인다.
“맞아. 설마 코르셋까지 입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 옷은 예쁜데, 너무 껴. 이만 벗을래.”
고연주가 동의했다. 그리고 손을 뒤로 돌리더니 등을 더듬으면서 하나씩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옷은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주름을 만들었지만, 무언가에 걸렸는지 아래로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고연주의 상반신 역시, 무언가가 천을 뚫고 튀어나올 정도로 불룩하게 솟아 있다.
“…하.”
한쪽에 가만히 앉아 있던 남다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눈에는 억울한 빛이 서려 있다. 자신은 들은 말처럼 딱히 갑갑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 젖소들이! 그래! 가슴 크니까 좋겠다!’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은 아직 이 ‘S.F(Someday Foursome : 언젠가는 포섬.)’ 모임의 막내에 불과하니까. 그저 살짝 옷을 들추고 남몰래 안을 들여다볼 뿐. 물론 그래 봤자 나오는 건 한숨뿐이겠지만.
그때였다.
우웅!
세 여인이 슬슬 방을 나가려는 찰나, 돌연 책상에서 강한 진동이 울렸다. 깜짝 놀란 남다은이 얼른 고개를 올리는 동시, 막 자리에서 일어난 고연주가 느긋한 손놀림으로 구슬을 꺼냈다. 어지간한 클랜원이라도 김수현의 개인 용품에는 손도 대지 못하지만, 고연주는 예외였다. 가볍게 마력을 주입하자 구슬이 밝은 빛무리를 뿌렸다.
이윽고 흘러나오기 시작한 영상에는 이지적인 인상의 여인이 모습을 비쳤다. 과장 조금 보태 입까지 내려온 눈 그늘이 ‘나 피곤해요.’ 라고 광고하는 듯했다.
(…응? 그림자 여왕?)
두 눈을 살짝 치뜨며 황당한 음성으로 말하는 여인은 이효을이었다.
“어머. 중앙 관리 기구의 수장 님이 아니세요. 요즘 너무 자주 연락하신다. 신경 쓰이게.”
(형수 될 사람한테 말이 험하시네. …그나저나 김수현 취향도 참….)
가벼운 농담이 오고 갔다. 그러다 하녀 복장을 봤는지 이효을이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버렸지만, 어쩌랴. 현재 이 자리에 없는걸.
이윽고 한숨을 폭 내쉰 이효을이 자세를 바로잡는다.
(아무튼,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연락했겠지요?)
“어쩌죠. 지금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흠…. 혹시 주변에 누구 있나요?)
“…잠시만요.”
무언가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 걸까. 고연주가 살그머니 고개를 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다은과 임한나는 서로 번갈아 보았다가 조용히 방을 떠났다. 이내 서서히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고연주가 구슬을 응시했다.
“이제 말씀하셔도 돼요. 무슨 일이죠?”
고연주 또한 이효을의 과거를 알고 있는 만큼, 이렇게 대리 전달 역할을 맡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나올 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겠지만.
(바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용건만 말하고 끊을게요. 두 마디만 머셔너리 로드한테 전해주시면 됩니다.)
침울한 음성. 고연주는 본능적으로 좋지 못한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입가에 자리 잡은 나른한 미소가 사라지고, 자연스레 진중한 표정이 내려앉는다.
“두 마디만 전하면 된다고요?”
(그래요. 우선은 예전에 말한 사용자를 찾았다고 전해주세요.)
“예전에 말한 사용자를 찾았다…? 알았어요. 그리고요?”
(그리고…. 현재 북 대륙에 더 이상 수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순간 급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고연주도 알 만큼 아는 사용자다. 개인적으로 수호자와 깊은 인연은 맺지 못했으나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살해된 건가요?”
(거기까지는 그림자 여왕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아무튼, 부탁했어요.)
이효을은 딱 잘라 말을 매듭짓고는 바로 통신을 끊었다. 구슬의 빛이 꺼지고 영상이 사라졌다.
“음….”
수호자. 자신의 정체를 속인 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작게는 사용자를, 크게는 북 대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용자가 사라졌다. 현존하는 대형 클랜 중 절반 이상이 알게 모르게 수호자의 도움을 받은 걸 생각해보면, 이 사건은 절대로 가벼이 넘길 게 아니었다.
고연주는 구슬을 서랍에 넣어놓은 후, 신속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
날은 아침 무렵부터 눅진했고, 하늘 역시 우중충한 빛을 띠고 있었다. 진한 잿빛 구름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게 곧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나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며 괜스레 한숨을 흘렸고, 하늘을 보던 시선을 떨궜다.
“요즘 왜 이렇게 하늘이 흐릿하지….”
“…….”
혼잣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회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흘끗 옆을 쳐다보자 낯이 딱딱히 굳어 있는 진수현이 보인다. 큰 충격을 받은 얼굴. 어떻게든 태연해 보이려 무진 애를 쓰는 것 같지만, 거친 숨소리나 파르르 떨리는 입은 현재 진수현의 심정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아직 죽음이 익숙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기야 가까운 지인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서도.
“…가자.”
조용히 말을 건넨 후 나는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틀란타 중앙(내) 도시는 아직 발전된 상태가 아닌 터라, 중앙 관리 기구의 근거지는 아직 북 대륙 바바라에 있었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이상 도착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미리 이야기가 돼 있었는지 우리는 별다른 신분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고, 사용자의 안내를 받아 이효을이 있는 최상층으로 향했다.
잠시 후.
“…어서 와. 머셔너리 로드. 그쪽도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고풍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방의 중앙에는 이효을이 책상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문득 느끼건대, 요새 볼 때마다 피로해 보이는 것 같다.
“소식은 전해 들었는데…. 조금 늦게 왔나.”
“아니. 괜찮아. 바쁘다고 들었으니까.”
“그렇군. 그럼….”
“아라는…. 아라는 어디 있나요.”
그때였다.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려는 찰나, 진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이효을은 지긋한 눈길로 진수현을 응시하다가 흘끗 나를 흘겼다. 나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 진수현을 중앙 관리 기구로 데려온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면 이 자리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효을의 정면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사용자 맹아라는 앞쪽 소파에 있어요.”
진수현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이효을의 말대로 소파에는 누군가 누워 있었다. 전신이 하얀 천으로 덮여 있으나 굴곡만 보면 작달막한 체구의 여인을 연상케 했다.
이윽고 진수현이 급히 팔을 뻗은 순간.
“하지만, 어지간하면 보지 않는 걸 권하고 싶네요.”
천을 잡은 손이 멈칫 정지했다. 아주 잠깐이기는 했으나 흔들리는 눈동자에 갈등의 빛이 스쳤다.
허나 그것은 잠시에 불과했다.
바로 마음을 정한 걸까. 진수현은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있는 힘껏 천을 젖혔다. 그러자 비로소 하얀 천에 가려져 있던 시체가 두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
한순간, 진수현의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지더니 털썩 무릎을 꿇는다.
“…쯧.”
그렇게 시체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여태껏 무수한 시체를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나조차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맹아라의 상태는 처참했고, 또 비참했다. 칼끝으로 새긴 게 분명한, 살결 곳곳에 적힌 음란한 낙서는 오히려 애교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젖가슴이나 생식기는 날카로운 것으로 도려진 상태였고, 특히 사지를 포함한 온몸이 기괴하게 비틀려 있었다. 마치 억지로 끼워 맞춘 것처럼.
“…미안. 상태가 조금 이상할 거야. 봉합이 그게 한계였어.”
문득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봉합?”
“처음에…. 여덟 부분으로 발견했거든.”
그러면 처음 발견했을 때는 여덟 부분으로 분해돼 있었다는 말인가?
쿵!
그 순간 거센 타격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무릎 꿇은 진수현이 바닥에 주먹을 박은 채로 온몸을 떨고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신에서 가공할 정도의 광포한 기운이 줄기차게 흘러나온다. 이효을의 말을 들은 게 분명했다.
“누, 누가…. 왜, 왜….”
진수현은 반듯하게 누운 맹아라를 쓰다듬으며 젖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리 말을 해놓기는 했지만, 시체의 상태를 보자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누가…. 왜…!”
누가, 왜.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더니 결국에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며 그대로 몸이 무너졌다.
“미안하다…. 아라야…. 미안해….”
흐느끼듯 오열하는 진수현. 이효을은 긴 숨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조용히 내게로 다가왔다.
“발견한 장소는?”
“북쪽. 푸른 산맥.”
“푸른 산맥이라…. 하.”
“나도 상상도 하지 못했어. 설마 그런 장소에….”
말끝을 흐린 이효을이 입을 짓씹었다. 동감이다. 푸른 산맥은 언데드 괴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어지간한 사용자도 꺼리는 곳이다. 그 강력한 차소림도 푸른 산맥에서 시한부 인생을 달고 나오지 않았는가. 거기다 반시까지 돌아다니는 곳인데, 설마하니 푸른 산맥에 숨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누가 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웬 미친놈이 푸른 산맥까지 끌고 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부랑자가 푸른 산맥 내부에 근거지를 마련했다고 보는 게 더 현실성이 높으리라. 애초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를만한 놈들도 부랑자밖에 없고.
이쯤 되면 정말 끈질기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강철 산맥의 공략으로 반 년 간의 공백기가 있기는 했다. 허나 말살 계획과 전쟁으로 세력을 두 번이나 꺾고, 그것도 모자라 지속해서 척살 조를 운영하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활동을 한다는 소리는….
“이제 슬슬 활동을 개시하겠다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지. 바퀴벌레 같은 놈들.”
이효을이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야기를 들은 걸까. 한참을 울고만 있던 진수현이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결국 그날 더 이상의 말은 하지 못했다. 아니. 할 필요도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까. 부랑자는 무조건 뿌리를 뽑아야 하는 놈들이니까. 이대로 놔두면 지속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고, 그것은 북 대륙은 물론 아틀란타의 안정화에 크나큰 장애 요소였다. 그나마 우정민이 부랑자 토벌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불행 중 다행이다.
“복수할 겁니다.”
이효을과 헤어지고 아틀란타로 돌아가던 와중, 문득 진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천천히 돌아보자 진득한 살기에 젖어 불타는,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똑같이…. 똑같이 해줄 겁니다. 그 부랑자라는 놈들, 모조리 잡아다가 아라가 당한 짓 그대로 되돌려줄 겁니다.”
“…….”
“칼로 쑤시고, 눈알을 파내고, 장기를 터트리고,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살을 씹어먹으렵니다. …절대로,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을 겁니다.”
“…음.”
항상 형님 형님 거리면서 살갑게 굴던 진수현이 이러니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기분과는 별개로 별로 말리고 싶지는 않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야.’ 라고 말하기에는 낯이 간지럽다.
“우정민한테 한 번 찾아가 봐라.”
나는 등을 돌린 후 천천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정민 형님한테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 이윽고 진수현이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예전에 우리 클랜에서 부랑자 척살 조를 운영했다는 건 알고 있지?”
“예.”
“조만간 부랑자 척살 조가 부활하고, 우정민이 리더를 맡게 될 거다. 지금 클랜원을 모으고 있는 것 같은데…. 남다은과 선유운도 참가할 것 같으니까.”
“검후 님이랑, 신궁 형님도요?”
“그 두 명, 아니 세 명도 너 못지않게 부랑자를 증오하거든. 아무튼, 생각 있으면 가서 참가해도 좋아.”
“…….”
말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워프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진수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밤이 깊어지고 도시 전역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며칠 전 새로 들어온 클랜원으로 성에는 간만에 활기가 돌았지만, 밤이 되자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고요한 적막이 자리를 대신했다. 근래 마음이 심란해서일까. 슬슬 잠들 시간이기는 했으나 딱히 졸리지는 않는다. 한참을 책상에 앉아 있다가 결국에는 테라스 밖으로 걸어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머리를 비우려 연초를 하나 꺼내 물은 순간이었다.
“역시.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군요.”
돌연 방안에서 들려온 나른한 음성이 귓가로 흘러들었다. 흘끗 시선을 돌리자 어두운 바닥에서 누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내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묘하게 퇴폐적인 잿빛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연초에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늦었군요. 생각보다는.”
“아. 그게 조금 이상해서요.”
“이상하다?”
“네. 여태껏 수현이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들은, 어쨌든 무언가 이유가 있었는데….”
살금살금. 그림자가 미끄러지듯이 다가온다.
“있었는데?”
“글쎄요. 제가 알아내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이번에는 별로 이상한 게 없더라고요.”
테라스 입구까지 다가온 고연주가 으쓱 어깨를 들먹였다.
“이름. 하승우. 6년 차. 마법사. 자신이 소개한 그대로예요.”
“행적은 어떻습니까?”
“딱히? 사용자 아카데미 기록도 확실하고. 수료 후 들어갔던 클랜은 첫 강철 산맥 원정 때 풍비박산. 이후 사용자를 모아 캐러밴을 이끌다가 한 번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용자에요.”
“…….”
“아. 3년 늦게 들어온 친동생이랑 우연히 재회했다는 게 조금 걸리기는 하는데. 이건 수현의 경우도 있으니까 무조건 이상하게 볼 수는 없잖아요?”
“…그렇군요.”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고연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묻고 싶어 하는 기색. 그러나 눈치가 빨라서 그런지 달리 입을 열지는 않았다.
“별일이네요. 수현이 이렇게 고민하는 경우도 드문데.”
“복잡해서 그래요. 우선은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 말하겠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좋은 밤?”
“수고하셨습니다.”
고연주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는 흡사 바닥에 꺼지듯이 사라졌다. 연초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하늘을 응시했다. 그래도 고연주라면 무언가 알아낼 줄 알았는데,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했다. 해답은 하나. 고연주가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하승우가 철저하게 자신의 과거를 조작했다는 말이 된다.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하승우라면 가능할 것 같은…. 아. 모르겠다.
아무튼.
기실 내가 하승우를 100% 의심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왜냐면.
1. 이름(Name) : 하승우(11년 차)
2. 클래스(Class) : 복제술사(Secret, Copy Archimage,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도플갱어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32)
7. 신장 • 체중 : 182.4cm • 76.2kg
8. 성향 : 질서 • 악(Lawful • Devil)
1. 복제(Rank : EX)
1. 조작(Rank : S Plus)
1. 기억(Rank : EX)
2. 대(大) 마법(Rank : A Plus)
3. 마력 회로 응용(Rank : S Zero)
제 3의 눈으로 정보를 봤으니까.
이게 6년 차 마법사의 사용자 정보라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비록 내가 기억하는 1회 차의 외양과는 조금 다르지만, 제 3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문제 하나.
이놈은 왜 우리 클랜에 들어온 걸까.
과연 무엇을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왜 1회 차에서 부랑자를 이끌었던 사용자가, 하승윤을 앞세워 머셔너리 클랜에 들어온 걸까?
============================ 작품 후기 ============================
으어어어. 돌아왔습니다. 이제 오늘과 내일만 받으면 올해 예비군 훈련도 끝이네요.
참. 동미참 훈련은 이번이 처음인데, 왜 이렇게 힘들어졌나요? 세상에. 산을 30분 동안 오를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틀 연속 팔자에도 없는 분대장을 맡으니까 너무 귀찮아요. ㅜ.ㅠ 그래도 어제는 조금 일찍 나올 수 있어서, 용량을 많이 넣었습니다. 🙂
그리고.
아이고. 제가 그 말씀 하실 줄 알았습니다. 뭐, 그래도 맞는 말씀이기는 해요. 여군도 예비군 훈련을 받기는 합니다. 저도 군 복무 시절 예비군 사단에서 근무해서, 아주 가끔 여성 예비군 분들을 뵈었거든요. 아. 그렇다고 제가 여성 예비군이라는 소리는 아니고요. 아무튼 받는 게 맞기는 한데, 그건 간부 훈련으로 포함됩니다. 말인즉 저는 병사로 근무했다 이런 뜻이외다. 어험.
이틀 남은 거 열심히 받고 오겠습니다. 남은 이틀 간 업데이트 시간이 조금 늦을 수 있는 점은 양해 부탁 드릴게요. 그럼 독자 분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