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61
00760 발칙한 협상. =========================================================================
아직 안 갔느냐고?
하, 가브리엘은 기막혀 한탄했다. 물론 들리지 않게 입속말로.
알면서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걸까?
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한순간 저 생글거리는 낯짝을 후려치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지만, 가브리엘은 가까스로 미소 지었다. 여기서 반응해버리면 쪼들리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밖에 더 되겠는가.
“그러고 보니 그 건에 관해서도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나긋하기 짝이 없는 어조. 허나 미미한 살기가 실린 걸 느꼈는지 김수현이 씩 웃는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많지. 아주, 많아.”
“그래? 이상하네. 이렇게 목록에 있는 걸 보면 사라고 만들어둔 걸 테고, 구매 횟수 제한도 없고.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아. 설마 그건 아니지? 가령 내가 통과의례에 있는 레어, 시크릿 클래스를 싹쓸이하면 안 된다든가. 그러니까 도의적인 차원에서 말이야.”
“이.”
개 자식.
아주 자연스럽게 상스러운 욕설이 나왔다. 이번에도 입속말로 하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입 밖으로 뱉을 뻔했다.
“욕심도 작작 부리지 그래? 이제 하다 하다 통과의례까지 손을 대려는 건가?”
“사용자 김수현. 통과의례에 있는 것들은 재능 있는 예비 사용자들을 위해 마련한 안배다. 부디 그 점을 인지해줬으면 좋겠는데.”
보다 못한 우리엘과 미카엘이 나섰으나,
“?”
되돌아온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 말하는 듯한 상(相)이었다.
“잠시만. 너희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나보고 그 사용자들을 위해서 양보하라는 말인가?”
“억지 부리지 마! 너는 도대체 어디까지 균형을 어그러트려야 만족할.”
“억지? 이게 억지라고?”
“그.”
“하하. 하나만 물어보자. 너 나오는 대로 막 내뱉는 거냐? 아니면 그냥 머리가 멍청한 거냐?”
“무어라? 이게 아까도 억지를.”
“아까? 제 3의 눈? 그건 추가 보상이었고. 이건 내가, 내 GP를 소비해서, 스스로 행동해 성과를 얻겠다는 건데. 이 두 개념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윽!”
우리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찮게 여기는 인간한테 중간중간 말을 툭툭 잘린 것도 열 받는데, 할 말도 없으니 복장이 터지는 것이다.
“나 참. 도대체 누가 억지를 부리는 건지. 그렇다고 내가 묻혀 있는 장소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런 우리엘의 속을 또 한 번 뒤집어놓은 김수현은 곧 태연히 목록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자. 그러고 보니 한별이도 통과의례에서 보석 마법사를 얻었다고 했던가?”
“…….”
“그럼 트랩 포인트부터 뒤지는 게 낫겠고. 제 3의 눈도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금 더 구매해둘까?”
“…….”
물론 혼잣말을 살짝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아주 대놓고 도발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속으로 한숨을 흘렸다. 어디 한 번 네 멋대로 해봐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치솟았으나 어떻게든 삼켜야만 했다.
확실히 김수현이 통과의례에 묻힌 클래스를 싹쓸이할 수 있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대로 내깔리기에는,
‘열…. 이라. 아직 꽤 남았네….’
‘첫 구매는, 이거 10장으로 하지. 70일이면 충분해.’
아까 들었던 말이 굉장히 거슬렸다. 또 설령 허세라고 해도 김수현이 혼자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비밀 상점은 사용자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머셔너리 클랜원들은 근 몇 년간 김수현을 쫓아다니며 착실히 GP를 쌓아왔다. 150,000 GP 정도는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인즉 한 30명이 한 달간 통과의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닌다면? 그때는 가브리엘도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통과의례는 홀 플레인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협소한 지역이니까.
사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수색해도 찾지 못할 정도로 클래스를 꼭꼭 숨기거나 아니면 아예 회수해버리는 수도 있기는 하다.
허나 이제는 그것조차도 불가능해졌다. 김수현이 통과의례 입장권을 구매하고 목적을 분명하게 밝힌 이상, ‘도우미는 사용자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힐 수 없다.’ 는 조약이 발목을 잡는다. 이 점을 자세히 알고 있는 김수현이 제대로 외통수를 둔 것이다.
게다가 제 3의 눈 랭크 상승 건에 관해서도 깔끔하게 포기를 했으니 억지를 부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냥 안 된다고 밀어붙일수록 치졸해지는 건 오히려 천사들이다.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한참의 시간이 흘렀으나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결국 가브리엘은 한 발짝 물러서기로 결심했다.
“…요구 조건을 말해.”
“각성 시크릿 클래스.”
이미 충분히 가지고 논 터라, 김수현은 빼지 않고 망설임 없이 조건을 제시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레어, 시크릿…. 뭐, 뭐라고?”
이건 미처 예상치 못했는지 가브리엘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간신히 관리하던 표정이 무너졌다.
“야 이 나쁜 놈아!”
대 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양각색의 동요가 흐르고 라파엘은 황망함을 이기지 못해 욕을 하고 말았다. 심지어 세라프도 놀라고 있었다. 오직 김수현만이 담담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아무래도 너희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김수현이 상반신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연초가 아니었다. 금번 ‘야만 왕의 무덤’ 원정에 가져간 기록이다.
“레어, 시크릿 클래스는 내 관심사가 아니야. 왜냐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얻을 자신이 있거든.”
천사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레어, 시크릿 클래스가 어디 애 이름도 아니고, 숫제 자신의 것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 행태가 기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김수현이 손에 쥔 기록을 팔락팔락 흔들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다.
“이 기록…. 북 도시 비밀 도서관에서 발견했거든?”
그 순간 천사들은 동시에 숨을 멈췄다. 비밀 도서관이라는 말이 놀라운 게 아니다. 딱 두 마디에 불과했지만, 김수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왕조 실록. 이거 읽어보니 재미있더라고. 북 대륙 기록처럼 뜬구름 잡는 내용도 아니고…. 오히려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기반으로 편찬한 기록이던데? 고대 문헌, 아니 고증된 역사 자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금번 원정도 이 기록 덕을 톡톡히 봤지. 하하.”
천사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여기서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리면 김수현의 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인정하는 순간 상황은 밑도 끝도 없이 불리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우리엘이 날카롭게 외쳤다.
“하! 웃기는군. 그러니까 네놈 말은, 비밀 도서관의 기록을 토대로 아틀란타의 성과를 쓸어 담을 수도 있다는 소린가?”
“그렇지. 갑자기 똑똑해졌네?”
“어쩌다 이번 한 번 맞췄다고 그렇게나 자신하는 건가? 타 자료도 똑같을 거라는 증거는? 그냥 운이 좋았다는 생각은 안 드나 보지?”
“찾아보니까 거인에 관한 기록도 있던데?”
그렇게 말한 김수현은 씩 미소 지었다.
“뭐, 두고 보면 알겠지.”
우리엘은 순간적으로 입을 닫았다. 슬쩍 웃는 것으로 그치기는 했으나, 김수현의 미소는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근원은 당연히 김수현이 1회 차를 겪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대 천사들은 전혀 모르겠지만.
또한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결과적으로 김수현의 말은 사실이다. 북 도시 비밀 도서관에 비치된 기록은, 하나하나가 아틀란타에 잠든 성과를 찾을 수 있는 지표(指標) 역할을 한다.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아틀란타 내 총 성과의 8할에 이르는 정도. 이건 천사들도 알고 있다. 자신들이 부여한 설정이니까.
물론 그 기록들이 완벽한 해답까지는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김수현은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인 ‘야만 왕의 무덤’까지 보란 듯이 해결하고 돌아왔다.
차츰 올라오는 초조감에 가브리엘은 아랫입술을 질근질근 씹었다. 협상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히 함정에 빠진 것이다.
기실(其實) 대 천사들이 이렇게까지 질질 끌려 다니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현재 천사 쪽에 남은 방법은 이대로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 김수현의 말을 거짓으로 치부한 후, 확정된 보상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되돌리면 된다. 즉 어디 한 번 네 마음대로 해보라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하기에는,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굉장히 불안하다.
왜냐고?
간단하다. 지난 4년간 김수현의 행보가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Tanay가 걸린 특전을 받고 시작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이후 김수현은 머셔너리 클랜을 창설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북 대륙 성과를 깡그리 쓸어 담았다. 아니, 이스탄텔 로우와 해밀도 성과 발견은 했으나 이것도 의심스럽다. 차라리 김수현이 나눠줬다고 표현하는 게 옳으리라.
물론 그로 인해 머셔너리라는 강력한 클랜이 탄생했으나 어디나 반대급부는 존재하는 법. 문제가 생겼다. 그 문제는 강철 산맥 원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공략 당시 북 대륙 사용자들의 평균 수준이 천사들이 예상한 선에 한참이나 못 미쳤던 것이다.
1 지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2, 3, 4 지역의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김수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더를 처리한 것도, 반신으로 각성한 쿠샨 토르를 잡은 것도, 지옥 대공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용자도 김수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김수현이 없었으면 강철 산맥 공략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게 한 사용자에 의해 한 대륙의 명운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천사들도 절대로, 절대로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이뿐일까? 애초 현 상황도 김수현이 2천만을 넘는 무지막지한 GP를 조기에 쌓은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수백 수천 명이 힘을 합쳐야 해결할까 말까 한 임무를, 소수 인원으로 쓱싹 처리하고 다니니 가져가는 GP도 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래?”
문득 들려오는 김수현의 음성. 그러나 물음이 아닌 다분한 협박으로 느껴지는 어조였다.
그래.
–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너희가 원하는 선, 까짓거 지켜줄게.
– 싫어? 그럼 나도 내 멋대로 하지 뭐.
김수현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후.”
가브리엘은 고개를 쳐들고 둥그런 잿빛 천장을 올려다봤다.
추가 보상 협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통과의례를 거쳐 어느새 아틀란타까지 확대됐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자책감이 치솟는다.
허나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무수히 가지고 있는, 또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레어, 시크릿 클래스보다는, 각성 시크릿 클래스를 노리는 게 현명하지 않은가.
물론 그와는 별개로 속마음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악마보다 더한 새끼.’
아마 현재 모든 대 천사들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각성 시크릿 클래스라….”
잠시 후, 한숨과도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상의 백기 선언.
김수현은 히죽 웃었다.
“각성 시크릿 클래스는 총 몇 개가 있지?”
“…원래 설정한 건 열두 개. 그리고 현재 남아 있는 건 열 개.”
“그럼 그 열 개.”
“안 돼. 각성 시크릿 클래스는 원래 정확히 사 등분 해서 각 대륙당 세 개씩 배정할 예정이었어.”
“우리가 현재 두 개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남은 하나만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야? 장난해?”
“어쩔 수 없어. 아무리 네가 대단한 공을 세웠다지만, 그렇게까지 몰아주지는 못하겠어.”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가브리엘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김수현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싶더니 어깨를 으쓱 들먹였다.
“그럼 서 대륙에 배정한 세 개를 북 대륙으로 돌려. 어차피 거기는 이제 필요 없잖아?”
거기까지 알고 있었나. 이제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옅은 미소 띤 얼굴로 김수현을 직시했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지만.
“좋아. 각성 시크릿 클래스 네 개. 하지만 우리도 추가 조건을 걸어야겠어.”
“들어보고.”
“첫 번째. 우선 우리와 서약을 맺어줘야겠어. 이제부터 말할 추가 조건을 지키겠다는 서약.”
“어렵지 않지.”
김수현은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두 번째. 통과의례 입장은 완전히 포기하는 거겠지?”
“물논.”
“…세 번째. 각성 시크릿 클래스는 주겠지만…. 네가 누구를 주든지 간에, 클래스 계승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 효과는 우리가 새롭게 조정할 거야. 특히 너는 더더욱.”
“왜. 그냥 제거하겠다고 하지 그래.”
“닥치고,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
“어쩔 수 없네. 좋아.”
김수현은 얄밉게도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가브리엘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네 번째. 비밀 도서관의 기록도 당연히 포기하는 거겠지?”
“당연은 무슨. 안 돼. 그건 포기 못 해.”
“못한다고?”
“양심 좀 있어라. 통과의례도 포기하고 계승 능력치 상승 조정까지 받아들였는데, 거기까지 완전하게 포기하라고? 꼴랑 네 개 주면서?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남은 여섯 개 전부 내놔.”
“너….”
“단, 독점하지 않을 용의는 있어. 비치된 기록 중 딱 3할만 건드리도록 하지.”
가브리엘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3할만 건드리지 않는 게 아니라, 건드린다고 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아니 이미 충분히 나쁜 상황이지만, 이제껏 보여온 도둑놈 심보에 비하면 그나마 양심적인 조건이었다. 원래는 7할‘만’ 가져가겠다는 말을 하고도 남을 놈이니까. 어느새 김수현의 인식은 그렇게 박혀 있었다.
“3할이라…. 이거 참,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
가브리엘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고,
“그 말은 받아들인다는 소리겠지?”
김수현은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물론 속으로는 제일 좋은 것만 가져가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똑똑히 지켜볼 거야. 이 서약에 아주 약간이라도 어긋나는 경우, 가차 없이 회수할 거니까.”
가브리엘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원망을 쏟아내고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에 이어 하얀 빛무리가 터졌다. 협상이 끝나는 동시에 서약이 공식적으로 맺어진 것이다. 그 신속한 속도에 김수현이 휙 휘파람을 불고는 앉은 채로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해?”
그런 김수현을 한 차례 노려본 가브리엘은 성난 기세로 몸을 돌렸다. 어차피 겁박, 아니 협상도 끝났으니 더 이상 볼 일은 없었다.
“나머지는 세라프와 해결해.”
그 순간이었다.
“아차. 아카데미 이전 허락해준 거, 고맙다.”
약간 뜬금없는 말이 이어진 찰나 가브리엘이 멈칫 걸음을 정지했다.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당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고 보니 김수현은 통과의례 입장을 포기하겠다고 했지, 신규 사용자까지 포기하겠다는 소리는 안 했다. 말인즉 새로 소환된 사용자가 운 좋게 클래스를 얻어 나오는 경우, 그 사용자를 영입하는 데는 아무런 제한도….
“아차차, 잠깐만.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라.”
그러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 김수현이 말이 한 번 더 이어졌다.
벌컥 몸을 돌린 가브리엘은 낯을 크게 찌푸렸다.
“너….”
마치 여기 보라는 듯이, 김수현이 앞서 구매한 통과의례 입장권 10매를 팔랑팔랑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통과의례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아, 물론 서약은 지킬 거야.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소리가 아니라고.”
사자가 면전에서 으르렁거리는 듯한 살기에 김수현이 느릿하게 머리를 가로젓는다.
“그냥,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까….”
약간 어색하게 말끝을 흐리더니 입장권을 만지작거리며 스리슬쩍 시선을 올린다.
그리고,
“환불 좀.”
빙긋 웃어 보였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예고 시간에 올릴까 하다가, 오늘 안으로 협상 진도를 끝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용량을 빵빵하게 넣었으니 부디 양해를…. _(__)_
그리고 어제 코멘트는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보니까 좋은, 재미있는 의견이 많아요. 이름은 최대한 멋들어지면서 무난한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계속 읽으면서 조율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예. 정말 좋은 의견이 많았는데요.
그런데요.
1. 로유미를 꿰뚫는 위대한 검
→ 네?
2. 검의 무희 : 로유미 전용 직업 : 쌍검을 가지고 무희복을 입고 무흐흐흐무흐흐 흐ㅅ흐 춤 같은 검 놀림.
→ 무흐흐흐무흐흐 흐ㅅ흐 에 관한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3. 직업 이름만 짓기 ㅋㅋ 아 그리고 로유미의 신랑 ㅋㅋ
참고로 로유미의 신랑은 로유미의 가호를 받게 됨
→ 가호의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4. 클래스 명 : 로유미(변신 후 로리 거유 미미).
여성 전용 클래스로 남성이 전직 시 강제 성전환을 요구하는 자아(독자)확정 클래스.
직업전용 특기로는 남성이라 우기며 징징대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좌절함.
특이 사항으로 여성이 전직 시 전직자의 청소년기로 강제 전환되며 어딘가의 부피가 매우 커짐.
남성이 전직 시 직업 스킬 등급 EX 이상 판정 보너스를 얻게 되며 어딘가의 부피가 매우 작아져 큰 여성들을 질투하게 만드는 상태 이상 확정에 걸림.
→ ㅡㅡ
…이 외에도 수많은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러다 제가 정말로 진짜로 넣어버리면 어쩌시려고 이러세요. 아니, 물론 독자 분들의 코멘트는 하나하나 모두 소중해요. 그러니 분명 이런 코멘트들에도 제가 알 수 없는, 알지 못하는 깊은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이 코멘트를 작성하신 독자 분들의 해석과 고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