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75
00774 최후의 전조는 조금씩 태동하고. =========================================================================
차르르릉!
차르르릉!
캄캄한 어둠 속 사슬 소리가 울리는 동시, 누런빛을 띤 초록색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이내 사슬의 움직임이 정지한 걸 확인한 눈동자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사슬이 반사광은 잠시나마 눈동자의 주변을 스쳤고, 희미한 밝힘 속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미남자를 드러냈다. 진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앞을 쳐다보는 청년은 바로 ‘타락 천사’ 루시퍼였다.
“흠….”
한참 동안 물끄러미 응시하던 루시퍼는 의미 모를 한숨을 흘렸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팔짱을 끼며 머리를 갸웃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루시퍼의 앞에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사슬이 복잡하게 뻗어 있다. 얽히고설킨 사슬의 중앙에는 웬 여인이 허공에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잿빛에 가깝게 탈색된 긴 흑발과 고요히 감은 눈, 그리고 흰 눈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나신으로 감겨 있는 여인은, 뭇 사내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정수리에 원뿔꼴의 뿔이 한 쌍 돋아나 있는 걸 보면, 보통 여인이 아닌 악마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고위급 악마라고.
허나 어째서일까? 꽁꽁 묶인 사슬 선을 따라 짓뭉개진 풍만한 젖가슴이나 탄탄한 허벅지는 야릇하고 색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나, 수척해진 여인의 얼굴에는 희미한 서글픔이 어려 있었다. 흡사 누군가의 죽음을 원통해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얼굴로 수백의 사슬에 묶여 있으니 저속하기는커녕 되레 가련해 보일 정도였다.
“원래는 천천히 깨우면서 완벽하게 장악해나가려고 했는데…. 어째서 각성의 시기가 앞당겨진 거지?”
루시퍼는 “왜?” 라는 의문을 연발하며 가만히 턱을 어루만졌다.
“저번에 보니 사탄은 아닌 것 같고…. 그럼 현재 북 대륙에 관심을 두는 이는 없을 텐데….”
한동안 고심을 거듭했으나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느릿하게 머리를 가로저은 루시퍼는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장악은 물 건너갔으니…. 뭐 폭주도 나쁘지는 않겠지.”
루시퍼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어떻게 되든 좋아. 성공하면 그것대로 좋을 테고, 실패해도 얻을 건 있다.”
그리고 배시시 웃으며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그렇게 루시퍼가 떠난 공간에는 가여운 여인만이 홀로 남게 됐다.
잠시 후.
차르르릉!
차르르릉!
또 한 번 사슬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악마 여인의 몸이 물결처럼 요동쳤다.
*
하늘이 어두웠다.
물론 해가 뜨면 달도 뜨고, 해가 지면 달도 진다. 홀 플레인은 시간의 흐름에 의한 기상 변화가 매우 뚜렷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하지(夏至)나 동지(冬至)처럼 밤낮의 길이가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허나 그 모든 변화를 참작하고서라도 이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분명 언제나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하늘은 맑고 창창했다.
그런데 늦은 오후가 찾아왔을 즈음 하늘은 갑작스럽게 어두워졌다. 공기가 눅진하거나 먹구름이 몰려 있다면 이해라도 가지. 기온은 변화 없고 구름은 하얀색 일색인데, 하늘이 이렇게 어둡다고? 지금이 밤도 아니고, 확실히 이상하잖아.
물론 내가 괜스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클랜원들은 별다른 이상 현상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늘이 어둡다는 건 인지했으나 ‘어. 그러네요?’ 라고 말하는 정도? 혹시 몰라 안솔을 불러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건 건방진 ‘?’ 표시뿐이었다.
여하튼 안솔이 모르겠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법도 하나, 그러기에는 계속 무언가가 거슬렸다. 가슴이 턱 막힌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안솔은 만능이 아니다. 안솔의 예언이 발동하지 않았을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
이렇게 불길의 전조인지 그냥 기우인지 모를 문제로 한층 고민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클랜원들의 관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쏠려 있었다.
“무조건 궁수입니다. 이건 양보 못 합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그리고 뭔 놈의 양보에요?”
“아기씨가 활을 내는 걸 보지 못하셨으면 말을 마십시오. 왜 앞날이 창창한 궁수의 길을 막으시려는 겁니까.”
“선유운 씨는 마르가 마력을 다루는 걸 보기라도 하신 듯 말씀하시네요?”
진풍경이다. 진정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다. 과묵함의 대명사인 선유운과 절제와 자기 관리를 최고로 여기는 정하연이, 마르를 가운데에 두고 한창 싸우고 있다. 물론 머리끄덩이 잡고 툭탁거리는 게 아닌 말다툼에 불과하나, 그래도 이 두 명이 언성을 높이는 장면은 매우 신선하다.
“들어보니 물의 결정을 받으셨다는데, 오지랖도 넓으십니다.”
“어머. 그러는 선유운 씨는 천궁을 완전히 익히셨나 봐요?”
선유운이 우묵하게 공격하면 정하연은 웃으면서 비꼰다.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으나 점차 선을 넘으려는 낌새가 느껴졌다. 어쨌든 저 두 사람이 이렇게 욕심을 낼 정도라면, 과연 마르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걸까?
흘깃 눈을 돌리니 입을 헤 벌린 채 둘을 구경하는 마르가 보였다.
“그만.”
조용히 입을 여니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언쟁을 멈췄다. 그리고 무언가 잔뜩 갈구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마 자기 손을 들어달라고 저러는 것 같은데…. 곤란한 상황이지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마르를 쳐다봤다.
“마르야.”
“네?”
“마르는 누가 더 좋아?”
“우웅….”
마르는 또랑또랑한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양팔을 활짝 벌리며 아장아장 걸어와 내게 찰싹 달라붙었다.
“아빠가 제일 좋아요!”
으음, 심장아. 가만히 좀 있으렴. 왜 떨어지려는 폼을 잡는 거니.
하기야 누구를 탓하랴. 중의적인 표현을 한 내 잘못이지.
“그럼 저 두 명 중에서는 누가 제일 좋아?”
“우웅?”
“활을 배우고 싶어 아니면 마법을 배우고 싶어? 괜찮으니까 말해봐.”
“아~. 저는 아빠가 하라는 거 할래요.”
낑낑거리며 품으로 파고든 마르는, 곧 내 가슴에 통통한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장의 진동이 한층 격해졌으나, 선택권도 도로 넘어왔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밀려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아빠는 마르가 하고 싶어하는 걸 배우게 해주고 싶은걸?”
“……?”
“마르의 뜻을 존중해주고 싶다는 소리야.”
“아….”
말뜻을 이해했는지 마르는 두 눈을 반짝였다.
“와아!”
그리고 환성을 지르며 앙증맞게 솟은 귀를 움찔움찔, 등에 달린 날개는 팔랑팔랑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아빠 사랑해요.” 와 “아빠랑 결혼할래.” 라는 말을 듣자, 간신히 버티던 심장은 기어코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말았다.
수전증이 찾아온 손으로 슬슬 쓰다듬어주며 시선을 올리니, 멍하니 서 있는 두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질박하게 솟아오르는 정체 모를 자부심에 허리가 절로 곧게 펴졌다.
“이렇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물음이 끝나는 순간, 선유운과 정하연이 동시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클랜 로드. 아기씨는 정말로 엄청난 궁수가 될 수 있습니다.”
“마르는 무조건 마법사로 키워야 해요. 마, 법, 사.”
“제가 하늘로 쏜 화살을, 뒤늦게 쏜 화살로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 그 정확도, 그 동체 시력. 한 번 보시면 말이 나오지 않으실 겁니다.”
“정말. 마르의 마력 재능은 수현도 알고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간간이 가르쳐왔잖아요? 네?”
…결국, 언쟁은 도로 재개되고 말았다.
*
한동안 여러 말이 오고 갔으나 결과적으로 마르의 진로 결정은 유보하기로 했다. 선유운과 정하연은 서로가 주장하는 재능의 우열을 확인할 겸 한 발짝 양보하되, 마르의 결정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상황이 약간 복잡해지기는 했으나 기분은 썩 나쁘지 않다. 마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데 기분 나쁠 이유가 없으니까. 아마 여왕의 혈통으로 인한 선천적인 재능도 좋겠지만, 규격 외라 표현된 13쌍 날개의 영향도 적잖으리라. 아무튼, 조금 기다리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니 서서히 허기짐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고 시간도 꽤 지난 터라, 나는 지체 않고 1층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뜻밖의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비앙과 근원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비비앙은 아예 탁자 하나를 떡 하니 차지한 채 신 나게 먹고 마시는 중이었다.
“비비앙?”
느긋이 걸어가며 이름을 부르자 비비앙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여어.”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야아, 이게 누구 신가. 검검이 아니신가?”
나는 곧바로 걸음 속도를 세 배로 높여 다가갔고,
“으아아악! 농담, 농담이야! 미안해! 괴롭히지 막!”
쿵.
비비앙은 화들짝 놀라며 괴성을 지르더니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넘어졌다. 나는 한껏 웅크린 비비앙을 간단히 뛰어넘은 후, 조용히 식사 중인 근원과 눈인사를 건네고 나서, 차분히 의자에 착석했다.
“으, 응?”
끙 몸을 일으킨 비비앙은 잠시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으나, 곧 얌전히 앉은 나를 보고 이를 앙다물었다. 나는 뭐 어쩌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그러자 바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비비앙은 의자에 세게 앉고는 식사를 재개했다.
“꽤 오랜만인가?”
“어.”
“요즘 어떻게 지내?”
“잘.”
툭툭 말을 끊어 내뱉는 비비앙. 그러나 양손을 깍지 끼며 지그시 쳐다보자 금세 흠칫하며 몸을 움츠린다. 그러게 왜 자꾸 까불어.
“마지막 기회다. 연구는 좀 어때?”
“아, 아. 그거? 뭐…. 그럭저럭.”
비비앙은 이번에는 까불지 않았다. 그냥 어물쩍 말을 넘기더니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않고 음식을 퍼 넣기 시작한다. 한 입, 두 입, 세 입, 네 입….
보아하니 아직 딱히 이뤄낸 성과는 없는 듯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한 게 있다면 비비앙의 성격상 배로 부풀려 자랑했을 테니까.
살짝 실망감이 들었으나 애써 털어냈다. 상위 군단, 특히 1, 2, 3 군단을 소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고 있다. 또 짧은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그러니 지금은 독촉하기보다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비비앙의 열정을 알고 있는 만큼, 가장 갑갑한 사람도 비비앙일 테니까.
“한데, 연구는 중단하고 돌아온 거야?”
“으? 아이?(응? 아니?)”
“그럼 여기는 왜 왔는데?”
“바 머그러 와느네?(밥 먹으러 왔는데?)”
얼마나 퍼 넣은 건지, 비비앙은 양 뺨을 잔뜩 부풀린 채 우물거렸다.
“…좀 먹고 말해라.”
핀잔을 주자 비비앙은 빵빵한 볼을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뭐 그럼, 나는, 밥도 먹지 말고, 연구해?” 라는 띄엄띄엄한 투덜거림이 들려왔지만, 무시하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끅?”
그 순간 비비앙이 돌연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그러나 연초를 하나 꺼내자 표정이 이상하게 이지러졌고, 이어서 크게 사레 들린 듯 캑캑거리기까지. 얘는 또 왜 이러는 걸까?
“꿀꺽꿀꺽, 푸하!”
잠시 후, 하녀가 급히 가져다 준 물을 들이켠 비비앙은 탕, 소리가 날 정도로 컵을 세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한 차례 세차게 흔들고는 나를 한껏 노려보기 시작했다.
“야, 김수현.”
무언가 굉장히 도전적인 말투. 이게 미쳤나 싶어 쳐다보니 두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는 비비앙을 볼 수 있었다.
“너 정말 왜 이렇게 못됐어? 이제 사람 밥 먹을 때까지도 건드리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 내가 투덜거리니까 협박하려고 계약서 꺼내는 척한 거잖아!”
“아닌데? 연초 꺼내려고 한 건데?”
손가락 틈에 끼운 연초를 까닥거리자 비비앙은 입을 질끈 깨물었다. 아마 내가 모든 상황을 계산해 놀렸다고 생각하는 듯싶은데…. 억울하다. 나는 정말로 연초를 꺼내려고 한 거라고.
“후…. 뭐, 좋아. 마침 잘됐네.”
이윽고 비비앙은 콧김을 푹 내뿜었다. 여전히 실눈을 뜨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단단히 상한 듯싶다. 그나저나 마침 잘됐다고?
그렇게 한동안 빤히 째려보던 비비앙은,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흡사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선전포고를 받은 이후, 나는 비비앙과 함께 4층 집무실로 돌아왔다.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 같기도 했거니와, 식당 내 수군거리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집무실에 도착하고 앉으라고 할 때까지 비비앙은 화난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소파에 앉아 마주 본 찰나, 비비앙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인정해. 그리고 사과해.”
“응?”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아까 계약서 꺼내는 척하면서 연초 꺼낸 거. 나 아까 음식 걸려서 숨 막혀 죽을 뻔한 거 알아?”
“정말 아니라니까?”
곧바로 항변하자 비비앙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건방지게 팔짱을 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 좋아. 도저히 믿기 어렵지만, 정말 아니라고 치자. 하지만 그래도 사과는 받아야겠는데?”
“너 오늘 왜 그래? 뭐 작정했어?”
“그래! 작정했다!”
“너….”
비비앙은 느닷없이 빽 소리 질렀다. 약간 놀라 멀거니 쳐다보자 씩씩거리면서도 말을 잇는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왜. 내가 화를 내는 게 이상해? 나는 뭐 화도 못 내니?”
“아니, 그게.”
“인간적으로 생각 좀 해보자. 너 그동안 나 되게 막 대했지?”
“…으, 으음.”
그, 그건…. 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군.
“거봐. 아무 말도 못 하잖아. 그 천하의 김수현이 말이야.”
그러자 비비앙은 아주 조금 표정을 누그러트리더니 고개를 소파에 묻었다. 그리고 이때만 기다려왔다는 듯 기관총처럼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런다고 생각하지 마. 오랫동안 참고 참아온 거니까. 정말 엄청나게 참은 결과 쌓인 거니까.”
“…….”
“그래. 네 말대로 진짜 아닐 수도 있겠지. 정말로 연초 꺼내려 한걸 수도 있겠지. 한데 생각해봐. 내가 괜히 놀랐을까? 아니야. 네가 만날 그 엄청나게 불공정한 계약서를 내세워 내 자존심을 짓밟았잖아. 얼마나 당했으면 피해 의식이 생겼겠어?”
“…….”
“내가 많은 걸 바랬어? 저번에도 말했잖아? 그냥 남들 정도만 대접해달라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 왜 나만 보면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양심이 있으면 생각해봐!”
“…….”
“…아, 생각하니까 내가 더 화나네.”
“…….”
말을 잇는 동안, 비비앙의 눈은 어느새 살짝 그렁그렁해져 있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나는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 작품 후기 ============================
을미년 새해가 밝았네요.
새해 시작과 함께 어떻게든 정시에 올리고 싶었는데,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하하. 그래도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새 출발(?)할 날이 오겠지요.
이제 2015년입니다.
독자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두루 평안 하시기를 바랍니다. 🙂
로유진 올림.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