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76
00775 최후의 전조는 조금씩 태동하고. =========================================================================
김수현은 입을 약간 벌린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물끄러미 응시하는 멀건 눈동자가 마치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한편 비비앙은 겉으로는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 중이었다.
사실 비비앙은 김수현에게 이실직고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물론 이대로 계속 숨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들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래서 여태껏 쌓이고 쌓인 분노와 섭섭함을 한꺼번에 터뜨린 ‘척’ 연기한 것이다. 사실을 고한 후, 차후 전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하여. 말인즉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윽고 김수현을 흘끗 훔쳐본 비비앙은 이제 슬슬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바락바락 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징징대려는 게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살려 어떻게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아. 그리고 마침 생각나니까 말하는 건데.”
“으음….”
“그냥 탁 까놓고 말할게. 네가 나를 구속하던 계약서는 현재 효력을 상실한 상태야.”
“…어?”
김수현은 반 박자 늦게 반응했다. 방금 들려온 음성은 예상을 벗어난 말이었기 때문이다. 기실 비비앙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별로 심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허나 계약서가 효력을 상실했다면 이야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비비앙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뜻이니까.
“그게 무슨….”
김수현은 얼른 품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그리고 정말로 효력이 상실됐다는 걸 확인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멍하니 계약서를 응시하는 김수현을 보며 비비앙은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려 부단히 애썼지만, 결국 천성은 이기지 못했는지 양팔을 팔걸이에 걸치거나 거만히 다리를 꼬는 등 거드름을 피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 별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부탁한다.”
“부탁이라…. 우헤, 아, 아니지. 흠! 뭐, 어쩔 수 없네. 너~. 예전에 이상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기억해?”
“아틀란타를 앞두고?”
“응! 그때 네가 없어지고 정말 난리가 났거든?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까 우선 생사 확인이라도 해야 하잖아. 아. 미리 말하는데 이건 내가 하자고 한 게 아니라, 고연주가….”
비비앙은 신 나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관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미 목소리부터 한껏 들뜬 상태였다. 그리고 김수현은 조금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설명을 경청했다. 아마 비비앙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조금만 더 깊었으면, 현재 김수현에 일어난 미미한 변화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허나 비비앙은 한껏 건방을 떠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졌다.
“음. 그렇다는 말이지.”
“그래. 이해했어?”
“아, 확실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네. 인정한다.”
“그렇지, 똑똑해. 아주 똑똑해. 역시 김수현, 굉장히 합리적이야. 이건 정말 마음에 들어.”
짝, 짝, 짝, 짝.
그동안 못 떤 건방을 오늘 다 떨겠다는 건지, 아니면 숫제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는 건지. 비비앙은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손뼉을 끊어 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대차게 까불고 있음에도 김수현은 전혀 화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실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상황은 이해하고 있다. 계약서의 효력이 상실하는 경우는 두 가지. 상호 합의하 계약을 해제하거나 아니면 한 명 이상이 죽어야 한다. 그때 김수현은 죽지는 않았으나 중간 차원에서는 사라진 상태였다. 즉 계약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차원으로 넘어가 효력을 잃은 것인데, 머셔너리 클랜원들은 사망 통보로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그 당시도 안현이나 이유정은 인정 못 한다고 난동을 부렸고, 결국 눈앞에서 계약서가 파기되는 걸 보고서야 입을 닫았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김수현의 머리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 말이 없으니 속만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라 여긴 비비앙은, 몸을 바싹 내밀며 김수현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실컷 몰아붙였으니, 이제 슬슬 풀어줘야겠지?’
속으로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면서.
“그래, 이해해.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때 네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지. 물론 나도 단독으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계약서? 네가 정 억울하면 새로 작성하러 가자고. 지금 당장에라도 좋아.”
“…….”
“단, 이번 계약 내용에는 내 의견도 들어가야겠어. 저번처럼 불공정의 극치를 달리는 계약은 사양이야. 너도 이해하지?”
“…….”
마침내 본론을 꺼낸 비비앙은 이제 어쩔 거냐는 눈으로 앞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조용히 침묵만 지키는 게 약간 불안하기는 했으나, 어차피 상황은 끝났다고 생각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때였다.
“글쎄.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약간의 정적 후, 비로소 김수현이 침묵을 깨트렸다.
“음! 그럼…. 어?”
한순간 비비앙은 귀를 의심했다. 최악의 경우 약간 양보할 용의는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휘둥그레진 비비앙의 눈동자로 미소 짓는 김수현이 비쳤다. 그 미소는 선웃음도 비웃음도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어렴풋해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우리가 하루 이틀 지낸 것도 아니잖아. 또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약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
“기, 김수현?”
“그래도 이렇게 말을 해주니까 고맙다.”
“너….”
아주 잠깐, 혹시 허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다.
화륵!
그러나 다음 순간, 비비앙은 크게 기함했다. 김수현이 손에 쥔 계약서를 아예 불태워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이내 분분히 흩날리는 잿가루를 보며, 비비앙은 뜻 모를 공허함과 아쉬움이 치솟는 걸 느꼈다. ‘이,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뭐, 사실 진작에 이렇게 돼야 했는데 말이다. 하하.”
“김수현…?”
“하기야 나중에 닥쳐서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미리 해두는 게 좋겠지. 그래, 이게 오히려 잘된 거지….”
“…어, 어?”
미묘히 말끝을 흐리는 김수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비비앙이 뒤늦게 반문했으나 김수현은 이미 테라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닥쳐서…? 미리…?’
갑작스레 심장이 아릿해졌다. 비비앙은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김수현을 응시했다. 심각한 목소리에 비해 낯은 무언가 사색에 잠긴 듯한 어슴푸레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희미했다. 흡사 금방이라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늘은 하늘이 유난히 어둡네….”
“김수현!”
“응?”
“너 갑자기 왜 그래? 나 버리려는 거야?”
결국 참지 못한 비비앙이 자신도 모르는 말을 꺼냈다. 김수현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두어 번 눈을 깜박거리더니 돌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을 비비앙은 넋 놓고 응시했다. 사람으로 돌아온 이후, 처음 보는 김수현의 따뜻한 미소였다.
“뭘 버려. 이제 너랑 나는 그런 관계도 아니잖아.”
“그, 그건.”
“그리고…. 미안하다.”
“?!”
이어지는 말소리에 비비앙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김수현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네가 그 정도로 상처 입은 줄은 몰랐어. 그리고 들어보니 내가 정말로 잘못한 것 같다. 미안, 정말로 미안하다. 하지만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귀여워서 그런 거야.”
“귀, 귀여워서?”
퐁, 비비앙의 낯에 홍조가 피었다.
“물론 이게 변명이란 건 알고 있어. 내 의도가 어떻든 네가 힘들었으니까. 너는 내 소중한 클랜원이야. 그러니까 약속할게. 오늘 이후로 계약 관계는 끝이다. 앞으로 계약서로 너를 놀리거나 협박하는 일은 없을 거다. 진심으로 약속하고, 사과하마.”
“아, 아니.”
비비앙은 정신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가 괴롭히는 거 사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 아니. 오히려 속으로 은근히 괴롭혀주기를 바라기도 했어.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또 네가 아무한테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까. 그냥 가끔 너무 심할 때가 있으니, 괴롭힌 후에는 꼭 달래줄 것을 약속하는 조항만 넣을 생각이었어.
“아…! 그…!”
목구멍 끝으로 오만 말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턱 걸린 듯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여태껏 해온 말이 있는데, 여기서 사실대로 말해버리면 처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게다가 김수현은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었다. 차라리 어디서 건방지게 구냐고 엉덩이라도 뻥 차주면 더할 나위 없으련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하니 되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비비앙. 아니. 비비앙 라 클라시더스.”
그런 비비앙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수현은 씩 웃었다. 힘차게 몸을 일으키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
쾅!
김수현의 손을 잡는 둥 마는 둥 하고 집무실을 뛰쳐나온 비비앙은, 흡사 술에 취한 사람처럼 크게 비틀거렸다. 결국에는 열 걸음도 채 걷지 못한 채 무너지듯 벽을 짚더니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하앙…. 하앙….”
비비앙은 급히 숨을 들이켰다.
‘귀여워서 그런 거야.’
야릇하면서 거친 호흡.
‘너는 내 소중한 클랜원이야.’
잔뜩 붉어진 얼굴.
복도의 찬 기운이 닿자 비비앙은 그제야 몸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심으로 약속하고, 사과하마.’
머릿속이 멍멍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허벅지는 걷지 못할 정도로 후들거린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비비앙도 모른다. 그야말로 알 수 없는 현상. 그저 풀린 눈을 간신히 치뜨며 비비앙은 왼쪽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쿵쾅, 쿵킹, 쿵캉, 쿵콩!
주인이 비비앙이라서 그런지, 심장은 방정맞게도 요동치고 있었다.
“하, 하우우우….”
“응? 비비앙 언니?”
그때 약간 어린 음성이 공허한 복도를 울렸다. 간신히 눈을 올린 비비앙은 복도를 달려오는 안솔을 볼 수 있었다. 마침 계단을 올라가던 안솔이 쓰러진 비비앙을 발견한 것이다.
“언니 왜 그래요? 괜찮아요?”
“아, 안솔.”
“우선 일어나보세요. 못 걷겠어요?”
“모, 모르겠어. 나 이상해….”
안솔은 황급히 신성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는 듯하자 울상을 지었다. 비비앙의 상태는 척 봐도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안되겠어요. 어서 오라버니를…!”
“그건 안 돼!”
몸을 돌리는 안솔을 보며 비비앙은 빽 소리 질렀고, 안솔은 흠칫 몸을 움츠렸다. 실수를 자각한 비비앙은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젓고는 푹 수그렸다.
“그, 그냥….”
“어디가 아픈데요. 말을 해봐요. 네?”
살살 달래는 음성에 비비앙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괜히 몸이 뜨겁고….”
“네.”
“머리가 어지럽고….”
“네.”
“심장이 터질 듯이 펑펑 고동치고….”
“네. 그리고요?”
“자꾸, 자꾸 누가 생각나….”
“…네?”
마지막 말을 들은 순간 안솔의 음성이 의아히 높아졌다.
비비앙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김수현 목소리가…. 자꾸만 귓전에서 어른거려…. 어떡해…. 어엉….”
*
“후우우우.”
비비앙이 도망치듯 방을 나선 이후, 나는 크게 한숨을 흘렸다. 꽤 오랫동안 메소드 연기를 해서 그런지 이마가 어질어질하다. 마인드 트레이닝도 오래 사용하는 건 자제해야 할 듯싶다.
사실 계약이 해제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살짝 당황하기는 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야 비비앙을 믿지 못했다손 쳐도, 이제는 어느 정도 믿을만해 졌으니까.
물론 비비앙의 배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는 있는 게 좋기는 하다. 허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윽박질러 새로 맺는 것보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비비앙은 하승우와는 선천적으로 다른 인간이고, 또 현 상황에 큰 불만도 없다. 여하튼 형이 자주 쓰는 방법을 따라 해봤는데 잘 먹혔는지는 모르겠다.
…뭐, 겸사겸사 테라를 앞둔 상황에서 이렇게 미리 정리를 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어차피 거주민과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데, 나중 가서 한꺼번에 정리하느니 이렇게 새로 관계를 정립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게도, 비비앙에게도….
똑똑.
“응?”
그때 가벼운 노크가 들리더니 누군가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비비앙이 돌아온 건가?
“실례하겠습니다.”
아니네.
“오, 무슨 일이야?”
방으로 척척 걸어 들어오는 여아는 바로 근원이었다. 그나저나 고저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기계음은 여전하군. 어울리기는 하다만.
“궁금한 게 있어서 굳이 찾아왔습니다.”
“굳이 라는 말은 안 붙여도 좋아. 아무튼, 뭐가 궁금한데?”
“하늘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다가 입을 닫았다. 바로 본론을 꺼내 놀라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뒷말이 더 신경 쓰인다.
“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라는 주체와 인간의 차이가 명확히 구분 지어져서 그렇습니다.”
“……?”
“근래 하늘이 생각보다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한없이 이상하며, 현상의 발생 원인 또한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냥 조금 빨리 어두워졌다고만 생각할 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얘는 말을 조금 어렵게 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육체는 인간이라도 정신은 근원이니 어쩔 수 없나.
“그러니까 하늘이 평소 시간보다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너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이 현상이 자연스러운 게 아닌, 이상 징후라고 확신하는 거고?”
“…….”
그 순간 대화 이후 처음으로 근원이 멈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잠시에 불과했다.
근원은 곧,
“그렇습니다.”
마치 판사가 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 작품 후기 ============================
안솔 : 언니, 알 것 같아요.
비비앙 : 응?
안솔 : 저도 그런 적이 있거든요.
비비앙 : 정말로?
안솔 : 네. 매일 괴로워하다가, 좋은 해소법을 찾아냈죠.
비비앙 : 어, 어떻게?
안솔 : 간단해요. 촙촙촙을….
비비앙 : 촙촙촙…?
안솔 : 아니, 여기서 할 말은 아니네요.
비비앙 : 으, 응?
안솔 : 자, 저를 따라오세요. 우리, 여자 대 여자로 이야기해봐요.
비비앙 : (무언가 불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