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803
00802 A Midnight Night’s Dream(4/4). =========================================================================
여인의 감이 모종의 불안감을 느낀 걸까.
임한나는 쉬이 발을 떼지 못했다. 황급히 달려나가기 전, 빤히 쳐다보는 수나를 보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본다. 마침 두 영수(靈獸)를 끌고 다니는 마르를 발견하고, 나는 듯 달려가 수나를 맡긴다. 김수현과 한소영의 관계를 알고 있는 만큼 거의 본능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상황이었다. 하녀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 문을 연 한소영은, 침대에 누운 게헨나를 보고 완전히 얼어 있었으니까. 상대가 누구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그나마 하나 다행인 점은 고연주가 하녀들에게도 상세한 내용까지 철저한 교육을 해놨다는 것이다. 물론 알고 실천하는 것과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죄송하다, 몰랐다, 우연히 소환됐다, 적대적이지는 않다, 클랜 로드를 협박했다, 얼마 전에 애를 낳아 산후 조리 중이신데 등등. 한소영은 횡설수설 내뱉는 하녀를 한 번 흘끗 보고는 살그머니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라는 말과 함께 문이 닫혔다. 복도에 남은 건, 머릿속이 엉망이 된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하녀뿐.
게헨나도 조금은 놀란 상태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오는 한소영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흑단 같이 찰찰 한 머릿결, 끈적하면서도 예쁜 흑 수정 같은 눈동자, 기품 있으면서도 색스러운 분위기, 은은한 기운이 흐르는 흰 살결….
‘필시 보통 계집은 아니로다.’
게헨나가 관심을 가진 건 눈이 번쩍 뜨이는 외모 때문도, 신기를 품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게헨나로서도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일종의 감과 같은 것이었다.
‘이 정도로 요사스러운 기운이라니…. 가히 한 국가를 기울일만한 계집이다.’
한소영의 사용자 정보에 ‘경국지색(傾國之色)’이 적혀 있는 건, 과연 우연일까.
게헨나는 유심한 눈으로 한소영을 관찰했다. 한소영도 게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무언가 감추고 경계하는 듯한 감정이 전해졌다. 마치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는 느낌이다.
‘스스로 깨닫고 자제하는 건가. 허나….’
게헨나의 속내로 갑작스레 불쾌감이 치솟았다. 정확히는 김수현을 향하는 걱정을 느꼈다.
‘요녀(妖女)란 본디 사내의 살과 뼈를 탐하고, 종래에는 심장까지 파먹는 악독하기 짝이 없는 존재. 한데 이 계집은 요녀라기보다는…. 이상하다. 정말로 이상해.’
요녀보다 더한 존재가 김수현을 찾아왔다는 것도 그렇고, 특히 보금자리가 침범 당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자연스레 기분이 상한다. 왜 김수현을 찾아왔을까, 어떤 관계일까 괜스레 신경 쓰인다.
‘아무래도 본 모습을 알아봐야겠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고는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게헨나는 곧바로 암시를 걸었다. 붉은 안광이 미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예전 김수현에게 한 것처럼 작정하고 건 건 아니고, 극히 미미한 최면 수준이었다. 겉모습을 벗기고 내면을 드러내는 데는 이 정도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한소영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처음 게헨나를 보고 굉장히 놀랐지만, 하녀의 반응을 보고 예전과 같은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까지는 어찌어찌 내릴 수 있었다. 내심 호기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껏 머리까지 묶고 왔는데, 웬 여인이 김수현의 침대에 주인인양 누워 있다는 사실이 자못 거슬렸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건가요?”
한소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고요하고 잔잔한 음성이었으나 어딘가 모르게 날카롭다. 게헨나는 정신을 차리고 반쯤 감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까 하녀의 말은 흘려 들었느냐?”
거만스러운 말이 흘러나왔다. 일부러 건드린 감도 없잖아 있었다. 한소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편하셨다면 사과 드릴게요.”
그러나 기품 있게 사과하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이것 봐라?’ 재미있다는 표정을 한 게헨나가 차분히 몸을 일으켰다.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빙긋 웃었다.
“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얌전히 나가줄 생각은 없느냐? 그대에게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한 기억은 없다만.”
“…조금 혼란스럽네요.”
“아니. 손님으로 온 거라면 응접실도 있을 텐데.”
“약속은 신뢰의 척도죠.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가 이 방이니까요.”
공손한 말이 오고 가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이 소리였다. 나가, 싫어 네가 나가.
두 여인이 서로를 응시한다. 시선이 부딪친 허공이 묘한 전운을 자아낸다.
‘흐음. 암시가 약한 건가. 이게 본 모습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질 않는구나.’
잠시 후, 게헨나가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턱을 괴어 고개를 삐딱이 기울인다. 복부가 도로 들어간 상태라 더욱 그럴 듯한 자세가 나왔다. 한소영도 지지 않았다. 살그머니 눈을 치뜨더니 똑같이 다리를 꼬고 깊숙이 팔짱을 낀다. 마치 야생의 두 공작새가 깃털을 활짝 펼쳐 서로 아름다움을 경쟁하는 듯한 풍경이었다.
도도도도, 도도도도!
그때였다. 복도에서 누군가 황급히 뛰는 소리가 들렸다. 두 여인은 동시에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이어서 들어온 이들은, 두 명과 두 마리로 이루어진 귀여운 파티였다.
“아, 아?”
수나를 안고 들어온 마르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당연히 김수현이 있는 줄 알고 왔는데, 김수현은커녕 두 여인이 마주 앉아 있으니까.
“응? 마르? 수나까지….”
한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김수현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흘렀다. 마침 서지환과 얘기를 마친 김수현이 임한나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것이다.
“에, 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마르는, 근엄한 수나를 방패처럼 높이 들어 올렸다.
“수, 수나가요.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엄마, 아빠…?”
되받은 이는 다름 아닌 한소영이었다. 반사적으로 수나를 안던 김수현은, 멍하니 몸을 일으키는 한소영을 이제 봤는지 낯빛이 새하얘졌다. 아차 했다고나 할까. 그런 김수현을 보는 한소영의 뇌리에 아까 하녀의 횡설수설이 하나씩 스쳐 지나쳤다.
그 순간.
두근!
한소영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살금살금 고개를 치켰다.
*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정문을 나서는 한소영의 옆에서 서지환과 나눈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떠들고 있었다. 홀연히 빠져나간 한소영을 배웅한다고 정신없이 따라 나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의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원래는 총 수익의 50%를 내야 하는데, 그냥 33%로 똑같이 맞추기로요. 우선 33%를 받고, 조건부로 신 코란 연합에 17%를 보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스운 일이었다. 원래는 이런 데서 할 이야기가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나는 말을 하면서 계속 흘끗거렸다. 한소영은 항상 무표정하다. 과거에는 이 무감정한 낯빛이, 초감각으로 인한 자기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후천적인 형색(形色)이라는걸 한참이 지나서 깨달았다. 그러나 오늘은 미묘히 다르다. 언뜻 포커페이스는 유지하는 것 같지만, 흰 볼에 흐르는 고운 빛은 정작 서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문득 짓씹듯 맞대어진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다.
“의외네요.”
흘러나온 목소리는, 침묵을 지킨 시간이 허탈이 여겨질 정도로 담백한 음성이었다.
“저는 좀 더 심하게 하실 줄 알았거든요. 가령 산하들이 탈퇴해도 밤의 거리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게 한다든가.”
“하하. 그건 최후로 사용해야죠. 우선은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모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도움? 전혀 아닌데요? 33%로 맞추고 신 코란 연합에 17%를 보장해준다는 건, 결국 머셔너리가 그만큼 손해 본다는 거잖아요.”
“아, 아뇨. 꼭 그렇게 만은 볼 수 없습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조건을 몇 가지 걸었으니까요. 그리고 추가로 5%의 수익을 이스탄텔 로우에 납부하게 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머셔너리가 손해라는 건 변하지 않네요. 산하들은 50%를 62%까지 가져갈 수 있고, 이스탄텔 로우는 가만히 앉아서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 이스탄텔 로우 로드.”
한소영의 목소리가 점차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느낀 건 내 착각일까.
그렇게 생각한 찰나, 한소영이 돌연히 걸음을 멈췄다.
“왜요?”
한순간 반문할 뻔 했으나 겨우 참았다. 예전에 한소영이 그랬으니까. 못들은 척하지 말라고.
한소영은 창백한 얼굴로 하염없이 앞을 응시하고 있다. 올 것이 왔다.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스탄텔 로우에 해가 갈만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속내를 털어놓자 한소영이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절반만 보이던 얼굴이 완연히 드러나 나를 직시한다. 뜻 모를 긴장감이 배로 치솟는다.
“저인가요, 이스탄텔 로우인가요.”
“한소영이 있는, 이스탄텔 로우 클랜을 위해섭니다.”
“애매한 대답은 집어치워요.”
“…사용자 한소영을 생각했습니다.”
빌어먹을. 절로 욕이 나왔다. 방금 한 말이 얼마나 병신 같은지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헛웃음이 들렸다. 한소영의 표정이 서서히 변화한다. 눈꺼풀은 파르르 떨리고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휙휙 흔든 한소영은 애써 추스르며 말을 잇는다.
“사실, 아까 대강이나마 사정을 듣기는 했어요. 너무 두서없이 들었는데 이제야 정리가 되네요. 그 여인은…. 우연히 소환된 거죠?”
“……?”
“임신은 돌아오기 위한 조건이었다고…. 그러니까 그 여인이 협박을 한 거라고….”
“거기까지…. 도대체 누가?”
그러나 회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그저 물끄러미 응시한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메마르던 눈동자에 이상한 광채가 스쳤다. 무언가를 한껏 기대하는 눈빛.
한순간 유혹에 빠졌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리고 어차피 곧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냥 그렇게 말해버릴까. 어떻게 모면할 수 있지는 않을까.
“…….”
…어차피 한소영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간신히 결심할 수 있었다. 이 이상 추태를 부리지 말자고. 내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지 말자고.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히 선을 긋는다.
“시작은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후우, 숨을 흘렸다. 약간 굽은 허리를 바로 하고 정면을 응시한다. 결심한 이상,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모릅니다…. 라고요?”
“지금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순간이었다.
탁, 눈동자 속 촛불이 꺼졌다. 사정없이 일렁이는 흑 수정이 본래의 빛을 잃고 끝없이 아래로 침잠한다.
“진심…. 이네요?”
목소리가 이상하게 높아졌다. 아랫입술은 짓씹다 못해 안쪽으로 찌그러들 정도였다. 나도, 한소영도.
잠시 후, 한소영의 입꼬리가 요상하게 이지러졌다.
“여전히, 거짓말을 할 줄 모르시네요. 가끔은 거짓말이 좋을 상황도 있는데.”
불현듯 오늘따라 한소영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으면서도 아닌 듯한 느낌. 특히 여전히 라는 말이 신경 쓰였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끄덕였다.
“그 둘을 생각하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나는요!”
느닷없이 한소영이 폭발했다. 발을 한 번 세게 구르자 쾅, 땅이 신경질적으로 물결치며 흔들린다.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 흡사 온 세상이 우리를 쳐다보는 듯했다.
호흡을 억지로 가라앉히는 소리가 한참 동안 흘렀다. 문득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게 눈에 들어온다. 차라리 저 손으로 나를 후려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제가, 제가 나쁜 거예요?”
“…….”
“나를 위해주고, 보호해주고, 신경 써주고, 목숨까지 바쳐 구해주고. 항상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내인데. 착각한 제가 이상한 거예요?”
“…….”
“안 이상해요? 그럼 저도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애라도 낳을까요? 그럼 지금 제 기분을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
애원하는, 갈구하는, 떼쓰는 듯한 음성이 차례로 이어졌다. 원하는 말을 해달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한소영이니까.
“죄송합니다.”
결국 사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과하지…!”
더는 견딜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은 찰나, 바람을 세차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각오했으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날카롭게 날아온 무언가는, 바로 앞에서 멈췄다. 왼쪽 얼굴에서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부드러운 감촉이 볼을 훑듯이 지나쳤다.
“사과 말고,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요…. 제발….”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셔너리 로드는…. 항상 저를 위해주시네요…?’
‘저도 무언가 해드리고 싶은데….’
‘웃겨요? 제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겼다는데 화도 안 나요?’
‘정말, 보고 싶었다는 말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한소영은 항상 나한테 진심을 보였다. 그에 반해 나는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속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겼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말이에요…. 돌아오려면 어쩔 수 없었다. 여기는 홀 플레인이 아니냐. 이런….”
참았던 숨을 들이켰다. 목이 활활 타는 것만 같다. 다시 눈을 뜨자 한소영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닫았지만, 안간힘을 다해 억지로 끄집어냈다.
“은혜를 갚고 싶었고, 사모했고, 동경했으며, 사무치도록 그리워했습니다.”
한순간 한소영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모든 것이 차갑게 굳어버린다.
“꼭….”
말을 하면서도 아찔한 기분이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왔다. 그래, 그러니까….
“상대를 좋아하고 사랑해야만이, 위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결국에는 뱉어버렸다.
이 말이 결정타였다.
한소영의 몸이 미세하게 비틀거렸다. 눈도, 입도 멍하니 벌어졌다. 흡사 넘어질 것처럼 서서히 고개가 젖혀지더니 하늘을 망연히 응시한다. 까닭 모를 숨이 찢겨 새어 나오는 공기처럼 가느다랗게 흘러나온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치 정신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에 현기증이 일 즈음.
“하…. 하나만 물어볼게요.”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던 한소영이 떨려 나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번도 저를 여인으로,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감히,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한 번도요? 단 한 번도요?”
“…예.”
그 순간 한소영이 흠칫 몸을 떨었다. 순식간에 고개를 내려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눈에 괸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 그런 거였구나. 그, 그렇군요.”
한소영이 어린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물을 쓱쓱 닦는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오묘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한소영은,
“그, 그런데요.”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그거…. 아세요?”
어딘가 환하면서도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게임으로 치면 한소영을 공략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루트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오늘 복선은 후반부에 풀릴 예정이지만, 그래도 주의 깊게 정독하시면 나쁘지는 않으실 겁니다. 왠지 이러니까 꼭 게임 공략집 같네요. 하하.
아, 가끔은 그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김수현이 지구에서와 홀 플레인에서의 모습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다른 캐릭터들의 지구 때 모습이 어땠는지 말이죠. 🙂
여하튼, 게헨나 파트도 이제 2회가 남았네요. 끝나면 바로 본 이야기로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분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