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809
00808 새로운 시작. =========================================================================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아침이었다. 그러나 사용자 아카데미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용자가 모여 수선스러웠다. 특히 어느 한 건물에 빽빽이 모여 있는 게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모양새다. 그것은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로 희미한 연기를 올리는 연초를 끼운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기실 현대고 홀 플레인이고 공공장소에서 연초를 태우는 건 딱히 환영받는 일이라 볼 수 없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어느 정도 눈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주변 사용자들은 눈총은커녕 외려 몰래 여인을 흘깃거리기 바빴다. 후우, 살짝 벌어진 입 틈으로 가늘게 새어 나온 흐릿한 연기는 뭉게뭉게 흩어지며 여인의 잿빛 머리카락을 가렸다.
여인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단한 미모와 몸매의 소유자였다. 불룩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물론, 가죽을 꽉 조여 팽팽하다 못해 터질 듯한 둔부가 한껏 무르익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건강히 살 오른 농염한 허벅지는 보일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을 뚝뚝 떨어트린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을 느끼는지 곱게 휜 초승달을 연상케 하는 눈웃음은 뭇 사내의 가슴에 욕정(欲情)을 들끓게 하고도 남았다. 일견 퇴폐적이면서도 무언가 깊숙한 맛이 있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의 여인이다.
툭, 문득 여인이 손에 쥔 연초를 떨어트렸다. 동시에 간헐적으로 울리던 증폭된 음성이 끊겼다. 일종의 신호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정신없이 쳐다보는 사내들은 조금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며 강당에서 사용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어마어마해 물경 2천을 훌쩍 넘을 정도였다. 하나 특이한 점은 거의 대부분이 똑같은 의복을 걸쳤다는 것이다. 우르르 밀려나오는 물결을 보며 여인은 땅에 떨군 연초를 발로 비비고 지그시 눈을 떴다.
인파가 인파인 만큼 혼잡함은 삽시간에 절정을 치달렸다. 가끔 누군가를 찾는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다. 여인은 한동안 인파를 샅샅이 훑다가 활짝 개방된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혼란이 조금씩 시들해질 즈음, 누군가와 악수를 하며 나오는 사내를 발견하고 씩 웃었다.
악수를 끝낸 사내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곧 여인이 서 있는 쪽을 보고 마주 미소 지었다. 여인도 까닥 고개를 끄덕이고는 턱짓으로 정문을 가리켰다.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사내는 바로 몸을 돌려 자신을 따라온 무리를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이야, 드디어 끝났네요. 바깥 공기가 이렇게 상쾌한 줄 미처 몰랐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온 사내는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며 너스레를 떨었다. 기다리고 있던 여인이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수고하셨네요. 박현우 총 교관님.”
“에이, 이제 끝났는데요. 그리고 왜 애초 안 하겠다고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정말 두 번은 못할 일입니다.”
박현우는 진정 질렸다는 얼굴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박현우의 뒤에는 총 스물두 명의 사용자가 서 있었다. 이미 완숙한 사용자인 표혜미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이번 아카데미에 특별히 참가한 차희영은 상기된 얼굴로 여유로운 체하는 중이다. 그 둘을 제외한 스무 명은 이제 갓 신병 교육대를 벗어난 군인처럼 딱딱히 굳은 상태였다. 그때 갑자기 무리에 속해 있던 한 여인이 조심스레 걸음을 내디뎠다.
“그래서 이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저도 소식으로만 들었습니다. 이번에 또 한 번 내부가 개편된 건 들으셨습니까?”
“듣기는 했죠. 클래스별로 단체를 나누고….”
“저기요.”
잠시 서서 얘기를 나누던 고연주와 박현우는 동시에 눈을 돌렸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여인의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결연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순간 박현우가 눈살을 찌푸렸으나 고연주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 해서요.”
“부탁?”
“네. 실은 저희가 통과의례부터 같이 행동해온 동료들이 있거든요?”
고연주가 흘끗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여인은 묘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총 여덟 명인데요. 그중 네 명이 오퍼를 받지 못했거든요.”
“…그래서요?”
“사실 저번에도 한 번 부탁을 드렸는데 안 된다고만 하셔서요.”
“그러니까 그쪽 말인즉, 그 네 명을 같이 데려가 달라?”
여인은 그렇다는 듯 끄덕끄덕 주억였다. 고연주의 눈이 한껏 가늘어지고 박현우는 안절부절못한 낯빛을 보였다.
“데려가지 못하겠다면요?”
“그럼 죄송하지만, 저희 네 명도 여기 남을 생각이에요. 그래도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를….”
“그러세요.”
“네?”
단호한 음성에 여인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니까요. 본인 포함 네 명은 여기 남으셔야겠네요.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한 고연주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대로를 걸었다. 박현우는 허둥지둥 고연주를 쫓았고, 무리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카데미 정문 앞에 남은 인원은 정확히 네 명이었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흔들리는 눈이 멀어지는 무리를 하염없이 응시한다.
“죄송합니다. 저번에 분명히 얘기를 끝낸 줄로 알았는데….”
박현우는 한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머리를 긁적였다. 고연주는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한테 죄송할 건 없죠. 근데 수현 앞에서 저 말이 나왔다면 아마 한 소리 거하게 먹었을걸요?”
“그렇지요. 안 그래도 이번에는 성적보다 적응력을 우선시해 선발하라고 주문하셨는데요. 그런데 저런 말을 면전에서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무튼,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하죠. 설마 바로 머셔너리 아카데미로 넘어갈 리는 없고.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 그건 말입니다….”
*
“수현. 내부 개편이 완료됐다면서요?”
갑자기 그림자에서 솟구친 고연주가 사뿐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것치고는 상당히 뜬금없는 말이었다. 물론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오늘 사용자 아카데미 수료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일을 끝내고 보고 겸 복귀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내가 기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쪽.”
책상 아래 무릎 꿇은, 정확히는 내 사타구니에 고개를 묻은 채 바짝 굳은 남다은 때문이 아닐까. 젠장. 그러니까 그냥 정상적으로 보고를 마치고 나가면 되잖아. 예전에 임한나가 첫 시작이었나? 괜히 몸으로 보고한다는 이상한 열풍이 불어서는…. 아니. 이럴 때가 아니다. 나는 안쪽으로 의자를 바짝 끌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고연주가 제발 기척을 느끼지 못하길 기도하면서.
“예. 오랜만입니다. 변화 사항에 관해서는 전달이 갔을 텐데요?”
“자세한 부분은 못 받았어요.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간단합니다. 근접, 마법사, 궁수, 사제, 암살자. 이렇게 총 다섯 직군으로 역할을 구분하는 거지요. 말뿐이 아닌 실제 행정까지 포함해서입니다.”
“흐응. 그것도 들었네요. 각 클래스를 관할하는 사무실도 건축하고. 거기다 단장과 부단장까지 선발하고.”
고연주의 말대로였다. 그러나 사실상 큰 변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일부 권한을 이양하고(실은 내가 할 일을 좀 줄이고.), 행정 업무를 분담시키려는 게 주목적인 개혁이다. 앞서 등급제라는 커다란 충격을 겪어서 그런지 이번에 시행한 개혁은 생각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물론 조승우는 뛸 듯이 기뻐했다.)
여하튼 이번 변화의 중점은 ‘분업’이다. 가령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 경우, 선발한 인원을 클래스별로 나누고 각 직군에 맞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럼 각 단체에서 알아서 교관을 선발하고 머셔너리 아카데미로 데려가 가르친다. 그럼 나는 하나하나 신경 쓸 필요 없이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받으면 된다는 말이지.
“그러고 보니 근접 계열은 누가 단장이에요? 인원이 가장 많은 만큼 선발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 근접 계열 단장은….”
지금 책상 아래서 제 남근을 물고 있는 여인이지요.
…라고 말하는 대신 차분히 목을 가다듬었다.
“단장 부단장 순으로. 근접은 남다은, 차소림. 마법사는 정하연, 김한별. 궁수는 선유운, 임한나. 사제는 신재룡, 안솔. 암살자는….”
“오? 준영 씨가 아니라, 소림이가 부단장이네요?”
“예. 허준영이 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그리고 암살자는….”
“후유. 그래요. 이해해요. 귀찮을 만도 하죠. 명색이 전투 사용자인데 누가 행정 업무를 보고 싶겠어요.”
“저 들으라고 하는 말인 건 알겠는데 이미 결정 난 사항입니다. 암살자는 고연주, 우정민입니다.”
“…쳇.”
고연주는 여전히 나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찼다. 문득 남근의 뿌리 부분을 오독오독 깨무는 감각이 느껴졌다. 페니스를 끝까지 머금은 남다은이 형형히 눈을 빛내고 있다. 아마 얼른 내보내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어서 보고를 마쳐야겠다.
“그나저나 이번에 선발한 인원은 총 스무 명이라고 했나요?”
“아…. 열여섯 명이요.”
“들었던 것보다 네 명이 적은데요?”
“사정이 있어서요. 수료식이 끝나고 제 임의로 잘랐어요.”
처음에는 의문이 솟았으나 고연주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 괜히 적응력을 우선시해서 뽑으라 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예비 사용자로 전력을 강화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키우는데 들어가는 시간보다, 합병이나 스카우트 혹은 기존 클랜원을 끌어올리는데 드는 시간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예비 사용자의 존재는 필요하지만, 나는 귀환 시기를 이 년 안으로 잡고 있었다. 즉 지금이 딱 커트라인이라는 소리다.
“혹시 제 독단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바로….”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잘했어요. 괜히 분위기를 망치느니 일찌감치 자르는 게 낫죠.”
어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말을 빠르게 했다. 그러나 고연주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의외라는 듯 동그란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의외네요? 아니. 다행인가?”
“다행이요?”
“네. 사실, 나 힘들어~. 그녀가 떠났어~. 버림받았어~. 나 좀 위로해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정상적이네요. 별로 척하는 것 같지도 않고.”
“……?”
아하. 설마 게헨나를 말하는 건가. 조금이지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알아듣는 게 늦은 걸 보니 불과 한 달 전 일을 어느새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토록 서글펐는데 역시 시간이 약인 건가. 아마 기록을 읽지 못했다면 고연주의 말대로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었을지도.
“하하….”
“그래도 요새 밤은 좀 외롭지요?”
어색이 웃자 고연주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딱히?”
“흐응. 그럴 리가 없는데. 사실대로 말해봐요. 외롭잖아요.”
아니라고 했음에도 고연주는 그럴 리 없다는 듯 단언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 외롭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으니까. 마르나 두 영수를 품에 안고 잘 때도 있고, 종종 남다은이 밤중에 찾아와 몸을 섞기도 하고.
아차. 그러고 보니 고연주에게 줄 게 하나 있었다. 나는 서랍을 열며 입을 열었다.
“고연주. 잠깐 가까이 와볼래요?”
“왜요? 싫은데요?”
“예?”
“싫다고요. 앞으로 수현한테 제 몸 털끝도 못 만지게 할거거든요? 흥.”
팔짱을 끼며 홱 고개 돌리는 고연주. 또 왜 저러나 싶어 의아히 쳐다보려는 찰나,
“헉.”
돌연히 남근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일층 거세졌다. 왜,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황급히 아래를 쳐다보니 아미를 찡그린 남다은이 애원하는 눈으로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고 있다. 마치 절대로 안 된다는 듯이. 숨을 참고 있는 건지 볼도 잔뜩 부풀었다. 그, 그만 좀. 고개를 좌우로 흔들 때마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설육(舌肉)이 거침없이 기둥을 쓸고 핥는다. 안 그래도 걸릴까 봐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는데 금세 사정감이 치솟는다. 으읔, 쌀 것 같아.
그 순간 불현듯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확고한 자신감을 보이는 고연주의 음성. 그리고 노심초사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남다은.
…어쩌면 이 두 여인이 무언가 말을 맞춘 게 아닐까?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정하연과 임한나도 같이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기는 하지만, 서로 동맹을 맺은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게헨나 사건(?)에 대해 복수하려는 일환으로 일부러 내 침실에 찾아오지 않는다거나? 만일 내 추측이 맞는다면 남다은은 일종의 배신자인 셈이다.
“흐, 흐흠.”
우, 우선은 아무래도 좋다. 나는 얼른 손을 집어넣어 남다은의 정수리를 잡았다. 가만히 좀 있으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역효과였다. 남다은이 그대로 고개를 파묻어버리더니 숫제 입을 오므려버린 것이다. 남근 전체가 찌그러지는 압박감이 엄습한다. 결국에는 용솟음치는 사정감을 이기지 못해, 요도로 세차게 분출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젠장, 망했다.
…아니. 아직!
“어머? 뭘 그렇게 노려봐요. 수현. 사람이 염치가….”
“끄흐흐흐으으으으으으으음!”
쾅!
나는 신음을 최대한 길게 끌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고연주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순식간에 전신을 잠식하는 오르가슴에 저절로 눈이 치떠지고, 온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안면에도 피가 몰린다. 잠시 후, 고연주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놀라움과 서운한 빛을 동시에 드러냈다.
“크으으음….”
“수, 수현….”
“후우우우우우우우….”
“미, 미안해요. 설마 그렇게 화낼 줄은 몰랐어요. 내가 너무 투정이 심했죠? 정말로 미안해요.”
뭘 어떻게 곡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고연주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왔다. 가까워지기 전에 서둘러 검은 덩어리를 서랍에서 꺼내 던졌다. 가볍게 잡아챈 고연주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금번 원정에서 얻은 성과인 고대 악신의 잔재입니다.”
“고대 악신의 잔재요?”
“예. 고연주가 다루는 그림자에 연기 능력이 더해지면 한층 강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자세한 내용은 구즈 어프레이즐로.”
“그럼 이걸 저한테…?”
“자신만 있다면 가져가도 좋습니다. 사샤가 굉장히 갖고 싶어 했으니까요.”
“…….”
고연주는 아무런 말도 않았으나 검은 덩어리를 살며시 움켰다. 서서히 오르가슴이 가라앉는다. 나는 침착히 전신을 추슬렀다. 이윽고 절정이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때요. 이제 속 좀 풀렸어요?”
“응? 아, 글쎄요?”
고연주는 킥 웃더니 방문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애틋한 눈으로 나를 보고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이런 선물도 좋지만….”
“…….”
“아까 못 만지게 하겠다고 했을 때, 수현이 안달하고 분노하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네요. 솔직히 조금 기뻤어요.”
“?”
그렇게 말한 고연주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래. 드디어 나간 것이다.
한숨을 내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올려다보는 남다은이 보였다. 남근을 꼭 물고 있는 게 여전히 놓아주지 않고 있다. 이내 목울대가 꼴깍꼴깍 움직이는걸 보니 이제 막 정액을 삼키는 모양이다.
“…갔어.”
그러자 남다은은 허물어트리듯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책상에 무너지듯 엎드렸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탈력감이 심하다.
…죽을 것 같아.
============================ 작품 후기 ============================
후후. 김수현은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습니다. 이제 조승우만이 아닌, 여러 여인이 주기적으로 보고를 올리러 온다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