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811
00810 단, 대비는 가능할 것이다. =========================================================================
현재의 북 대륙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륙’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구 북 대륙에서 얻어낼 수 있는 성과는 대부분 얻어냈다 봐도 무방하다. 대 도시 바바라는 물론, 일반 도시 프린시카, 헤일로, 모니카, 파멜라는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정화를 이루어냈다. 북부 소 도시 뮬이 미진하기는 하나, 애초 미개척 지역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니 어쩔 수 없다.
신 북 대륙 아틀란타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강철 산맥을 공략하고 워프 게이트를 뚫은 이후, 선발대는 물론, 구 북 대륙에서 활동하던 전투 사용자의 대다수가 넘어왔다. 북 대륙과 강철 산맥 공략 경험을 발판 삼아, 그 어느 시절보다 활발한 탐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안정화라는 말을 꺼내기는 시기상조지만,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는 데까지 이르는 속도가 날로 가속이 붙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허면 ‘성’은 어떠한가. 중앙 도시를 관리하는 중앙 관리 기구를 기준으로, 동 도시는 이스탄텔 로우 클랜, 서 도시는 (구) 북부 연합, 남 도시는 머셔너리 클랜, 북 도시는 해밀 클랜이 관리하고 있다.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 클랜 간 반목하는 현상은 옛날 일이 됐다. 머셔너리 클랜이 부상하고 중앙 관리 기구가 출범한 이후로, 각 도시의 관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회복됐다. 천지가 뒤바뀌지 않은 이상 해밀과 머셔너리가 서로 등을 돌릴 일은 없다. 이스탄텔 로우는 머셔너리 출범 이후 시종일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고, 구 북부 연합도 딱히 배타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그럼 ‘내부 현황’은? 발전 상황은 썩 괜찮다. 네 개의 외(外)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내(內) 도시도 발전을 마쳤다. 첫 발견 때 낡고 추레한 외관은 온데간데없고, 깔끔하게 정돈된 신 도시로 부활했다. 기본 베이스가 탄탄할수록 사용자들의 여타 활동이 편해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들을 종합해보면 북 대륙은 현재 아틀란타를 안정화할 만한 역량이 충분하며,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좋게 보면, 여기까지다.’
탕. 가볍게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책상에 얹은 손가락이 마치 피아노 치듯 간헐적으로 책상을 두드린다.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일종의 버릇이라 봐도 좋다.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종종 나오는 김유현의 습관이다.
‘단순히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라면 지금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 천년만년 홀 플레인에서 살 것이라면 현 상황은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최종 목적이 ‘지구로의 귀환’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순항에 마냥 앞일을 자신하기에는, 과거의 사정을 들은 김유현으로서는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 의문이 일었다.
탁 까놓고 말해서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공략만 하면 되는 거라면 왜 김수현이 지금껏 원정 얘기를 꺼내지 않는 걸까. 조금 무리를 한다손 쳐도 제로 코드만 가지면 모든 게 끝나는데. 결국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는 없다.
이뿐인가. ‘악마’를 생각하면 다가올 앞날은 더 어둡다. 악마를 언급했을 때의 김수현은 그야말로 치가 떨린다는 듯이 말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만만한 놈들은 아닐 터. 이렇게 여러 방해물과 현 상황, 그리고 과거 1회 차의 사용자들을 맞물려 생각해보면 걱정이 아니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쥐도 궁지에 몰렸을 때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그러나 악마는 쥐가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섭다. 어떤 미친 짓을 꾸밀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데, 실제로 이룰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과연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맞부딪쳤을 때, 북 대륙은 1회 차 시절의 역량을 보일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악마가 출현해 활동하면 ‘원정’이 아닌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단어는 의미상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북 대륙은 ‘단체’로 행동한 횟수가 극히 적다. 바바라 공략, 아틀란타 공략, 그리고 3년 전 연합군과의 전쟁을 예로 들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강철 산맥을 공략하면서 문제점을 여실히 절감하지 않았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김유현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대로 가만히 흘러가는 대로 놔두기에는 불안하고, 모든 걸 김수현한테 맡기기에는 동생이 안쓰럽다. 최소한 사정을 아는 자신이라도 도와야 한다고, 김유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춘추 전국 시대’의 재현을 계획하는 건 아니다.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니까. 여하튼 의도적으로 전쟁을 조장할 수 없는 이상, 다른 방향으로라도 최대한 전투 경험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비밀 도서관 내 기록의 3분의 2를 공개하겠다고 했을 때 내심 기뻤다. 혹여 독식한다 하면 어쩌지 심려했으니까.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한참 부족하다. 현재 북 대륙에 가장 필요한 건 사용자든 클랜이든 앞장서서 선도할 수 있는 존재다. 몇 년 전 바바라 공략을 이끌었던 황금 사자의 클랜 로드처럼. 말인즉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물론 이에 관한 계획은 이미 어느 정도 세워둔 상태였다. 김수현은 그냥 조건 없이 비밀 도서관 내 기록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김유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이용할 수 없을 기회였다. 더구나 북 대륙 수호자가 공석인 지금이 외려 최고의 호기가 아닐까.
‘수현이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김유현은 기나긴 한숨을 흘렸다. 돕겠다고 한 주제에 어쩌면 더 큰 짐을 지우는 건지도 모른다. 허나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대신할 수 있는 사용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1회 차를 직접 겪고 정상에 오른 김수현이 최고의 적임자였다.
귀환의 첫걸음을 내디딜 준비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운은 띄워놔야겠지.’
*
어쩌면 과거에 ‘빙하의 설원’은 공략됐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관 안쪽 기록을 발견하고, 조용히 여인을 깨우고, 그렇게 이후의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돌아와서는 혹여 누군가의 실수로 악신이 부활할 걸 염려해 일부러 탐험 기록을 적당히 조작했다던가. 이게 아니라면 내가 읽었던 탐험 기록과 실제로 겪었던 경험의 간극을 도저히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어쨌든 악신은 소멸했으니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정작 중요한 건 고대 악신이 부활한 과정이다. 처음에는 나와 안솔의 실수로 깨어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후 업적 보상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프로세르피나’ 라는 이름이 출력됐다. 물론 아주, 매우 잘 아는 이름이다. 루시퍼 휘하의 악마 14 군주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아마 프로세르피나를 제물로 고대 악신의 부활을 도모했으리라.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악마 14 군주를 제물로 사용했다는 건 놈들도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방증일 터. 허나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도 없다.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건, 미래는 결코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대 악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나조차도 놈들의 마수를 피하지 못하고 의도대로 움직이고 말았다.’
‘차후 언제 어디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느냐.’
‘단, 대비는 할 수 있겠지.’
백 번 옳은 말이다. 안솔의 행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진정 꿈에도 몰랐을 일이다. 게헨나의 말대로, 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곳에서 일을 벌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래를 비틀 수 없다는 말을 이런 뜻일 테고, 그래서 대비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대비하려니 막막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당장 며칠 전 종합 대련만 봐도 그렇다. 실력을 올리라고 각성 시크릿 클래스를 넘겼는데, 외려 실력이 떨어졌다. 지금 이 상태로 악마와 맞붙는다면? 아니. 악마는커녕 최상급 마족도 버겁다. 그나마 중급이나 상급 마족은 어찌어찌 잡으려나.
“후우우우….”
사실 비단 우리 클랜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천하무쌍’ 공찬호도, ‘철혈의 여왕’ 한소영도, ‘뇌제’ 형도. 과거의 모습과 차이가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얻은 게 있으면 잃은 것도 있는 법. 시간상 이득은 얻었다고 하나, 이래서야 춘추 전국 시대를 건너뛴 게 후회된다.
아무튼, 장비든 영약이든 클래스든 다 좋은데, 무엇보다 실전 경험이 절실하고 또 간절하다. 어디서 마족, 아니 비슷하기라도 한 괴물 수백 마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주지 않으려나. 그럼 좋은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텐데.
“그럴 리가 없지.”
픽 웃음을 터뜨린 나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흘끗 밖을 쳐다보니 중천의 해가 슬슬 저물려는 폼을 잡는다. 계속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약간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나는 문을 나서 지하 공중 목욕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래 대련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기도 했고, 뜨거운 물에 땀을 빼고 나오면 복잡했던 머리가 상쾌하고 개운해지는 기분이 그만이다.
그러나.
“…….”
옷을 벗고 목욕탕으로 입장한 찰나, 나는 멈칫 걸음을 정지하고 말았다. 선객이 있다. 희뿌연 수증기로 가득 차 있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탕 안에는 정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이 시간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물(水)과 친화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종종 이용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수현…?”
부르는 소리에 언뜻 정신이 돌아왔다.
“어떻게…?”
“미안합니다. 설마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아, 아니에요. 제가 너무했죠. 요즘 너무 전용으로 사용해서….”
“괜찮습니다. 수련의 일환인데요. 아무튼,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약간 아쉬운 마음으로 몸을 돌리려는 찰나,
“아. 그, 그냥 들어오셔도 괜찮은데….”
정하연의 모기만 한 음성이 들렸다.
“그래요?”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같은 탕으로 풍덩 몸을 빠트렸다. 정하연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걸 보니 아마도 예의상 꺼낸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니 괜찮지 않을까.
“으, 으응….”
…아무래도 안 괜찮은 모양이다. 한참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정하연은 몸을 한층 깊숙하게 담그거나 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등, 내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욕탕 열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나 뺨에도 발그레한 홍조가 어렸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인데, 눈 둘 곳을 몰라 하며 부끄러워하는 정하연이 돌연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선율이나, 이유정이나, 제갈 해솔보다는 훨씬 정상적이잖아.
정하연을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뜨거운 물에 뼈를 녹이니 기분이 풀린 걸까. 불현듯 복잡하던 머릿속이 편안히 가라앉는다. 나도 모르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정령 소환 수련의 진척은 어떤가요?”
“…네? 아, 정령이요?”
“예. 사라 씨한테 들어보니, 하연 씨가 한 발 앞서 하급 정령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던데. 꽤 분해하더라고요.”
“아…. 벌써 들으셨네요.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걸요.”
정하연은 살포시 웃으면서도 겸손히 대답했다.
“혹시 궁금하시면, 보여드릴까요?”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게 기쁜 걸까. 시종일관 흐르던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사그라졌다. 정하연의 태도도 약간 변화했다. 아름다운 푸른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 기대하는 눈초리로 묻는다. 마주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자 정하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주문을 영창 했다.
우웅!
잠시 후, 탕 물이 요요히 솟아오르며 모종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다.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그것은 이윽고 상반신은 여인의 형태로, 하반신은 물고기의 형태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시퍼런 인어라고 해야 하나. 표면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 보이나, 외관은 꽤 아름답다. 게다가 크기를 보니 중급 정도 되는 것 같고. 물의 정령이야 과거에 질리도록 봤지만, 하급이 아닌 중급을 소환했다는 사실을 나를 순수히 감탄하게 하였다.
“대단하군요. 전혀 하급 정령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후후. 실은 중급 정령이에요. 사라 씨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정하연은 자신을 멀거니 쳐다보는 정령을 슬슬 쓰다듬으며 눈을 찡긋했다. 물의 정령은 계속 쳐다보기만 하더니 돌연 정하연의 품으로 폭 안겼다.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것이 서로 상당히 친해 보인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나름 불(火) 계열 마법에 조예가 깊으며, 게헨나와 나의 도움을 받은 사라도 아직 소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데 정하연은 홀로 중급 정령까지 소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정하연이 물과 친숙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도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또 노력한 걸까.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연은 정말…. 노력의 천재 같군요.”
“천재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요.”
“음?”
“첫 만남부터 저를 믿어준 수현인데, 제가 어떻게 안주할 수 있겠나요. 그건 배신이죠.”
“배신이요…?”
“아…. 말이 조금 그랬나.”
그때였다.
“…수현. 있잖아요.”
무어라 말할까 고민하던 찰나, 문득 정하연이 힘껏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저는 한 번도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천재는 해솔 씨 같은 사용자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죠.”
흠. 확실히 제갈 해솔이 비상한 마법사이기는 하다. 나는 등을 기대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언제부터일까요…. 문뜩 어느 순간부터 제가 정체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고대 마법에 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죠. 보고 익힐 책이 없으니 그때부터 막막해지는 거 있죠?”
“그게 왜….”
“그런데 제갈 해솔 씨는 정말…. 글쎄 0년 차라는 사용자가, 스스로 마법을 창조하더라니까요? 그걸 보면서 얼마나 놀랐던지.”
“으음.”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자괴감이 생긴 것 같아요. 푸른 달의 마도사는 내가 아니라 이런 사용자가 계승해야 했는데. 이런 생각마저 들었죠.”
갑자기 이야기가 깊어졌다. 그러나 나는 화제를 돌리지 않고 적당히 맞장구만 쳤다. 정하연의 고요한 목소리가 흡사 속내를 털어놓고 죄를 고하는 고해성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태껏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의 결정을 달라고 한 겁니까?”
“네. 한 번 정령 쪽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욕심이었죠. 세상에 시크릿으로 듀얼 클래스라니. 아마 좋은 소리는 못 들었을 거예요.”
“…….”
“하지만, 수현은 저를 믿고 제 요청을 허락해줬어요. 그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정하연이 잠시 말을 흐렸다. 나는 침잠한 분위기를 전환할 요량으로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좋았겠죠. 사용자가 새로운 클래스를 계승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하하.”
“…아니요. 그것보다는, 아찔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파고들었던 것 같아요. 만일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현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순간, 돌아온 회답에 어째서 숨이 멈춘 걸까. 느닷없이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다.
“아니, 하연. 무슨 말을 그렇게….”
“후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뭐, 그만큼 절박하기도 했지만요.”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가볍게 받아넘긴다. 목소리도 도로 청아해졌다. 정하연은 돌연히 정령을 번쩍 안아 올렸다. 무에 그리 기분이 좋은지, 정령은 꼬리지느러미를 팔락~팔락 흔들었다.
“이러니저러니 말을 길게 했지만…. 그냥, 저를 믿어준 수현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네요.”
보답…. 이라.
“원래는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고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살그머니 눈을 내리자 지혜로운 빛을 뿌리는 한 쌍의 눈이 시야로 들어온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예전의 영리함을 되찾았다. 예쁘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래도 흡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쁘네요.”
정하연은 근 1년간 본 기억이 없는 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작품 후기 ============================
예. 다음 회부터 새로운 에피소드에 들어갑니다. 아마 남 대륙, 악마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 북 대륙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보시면 되실 듯합니다. 🙂
PS. 아래는 석양s 님이 요청하신 진수현의 사용자 정보입니다.
1. 이름(Name) : 진수현(3년 차)
2. 클래스(Class) : 주문 저격수(Secret, Spell Sniper, Master)
3. 소속국가(Nation) : 자유 용병(Free)
4. 소속단체(Clan) : Mercenary(Clan Rank : S Zero)
5. 진명 • 국적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7)
7. 신장 • 체중 : 181.2cm • 78.6kg
8. 성향 : 열혈 • 푼수(Hot Blood • Idiot)
1. 검기상인(劍氣傷人)(Rank : B Plus)
1. 경기공(硬氣功)(Rank : S Zero)
1. 백병전(Rank : A Plus Plus Plus)
2. 검(劍)의 승리를 노래하는 칼(Rank : C Plus)
3. 마(魔)의 패주를 음영하는 칼(Rank : C Plus)
1. 전 : [근력 91(+2)] [내구 85] [민첩 96] [체력 86(+4)] [마력 92(+2)] [행운 87](Total : 537 Point)
2. 후 : [근력 92(+2)] [내구 87] [민첩 96] [체력 89(+4)] [마력 93(+2)] [행운 88](Total : 545 Point)
1. 무효화(無效化)
(항마 능력. 마법 공격에 관해서는 ‘무조건’ 발동하는 마법 저항 능력입니다.
마력 능력치 75 포인트 이하서 발생하는 마법 행사를 무조건 100% 방어합니다.
마력 능력치 85 포인트 이하서 발생하는 마법 행사를 무조건 80% 경감합니다.
마력 능력치 90 포인트 이하서 발생하는 마법 행사를 무조건 50% 경감합니다.)